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152화 (152/166)

# 005. 홀로서기

몇몇 용감한 흑마법사들이 힘을 합쳐 공간 왜곡 마법진을 발현 시켜 보기도 했지만, 어쌔신들의 자폭성 공격에 함께 마법진에 갇히거나, 시전 도중에 죽었다.

[채챙, 챙, 챙!]

샤크론에게는 세 명의 어쌔신이 달라 붙었다. 온몸 곳곳을 노려오는 어쌔신들의 단검은 아무리 샤크론이라 한들, 꿋꿋하게 버텨내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고 마나 실드나 마나 쇼크를 시전 하자니, 캐스팅할 시간마저 주지 않아 그것도 어려웠다.

“흐아아앗!”

계속해서 몸을 뒤로 이동시키던 샤크론이 기세 좋게 앞으로 나서며 허리 정도의 높이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형성시켰다. 단순히 힘을 강화한 검으로는 어쌔신들의 민첩한 공격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싸아악]

역시 오러였다. 최근 들어 더더욱 짙은 빛을 발하면서 위력이 강화된 오러 블레이드가 어쌔신 두 명의 허리를 동시에 절단 내버렸다. 아주 매끄럽고도 부드러운 일격에 어쌔신 둘이 저 세상으로 사라졌다.

“끄으으.”

어쌔신이 두려움에 찬 신음을 흘렸다. 아무리 민첩하고 날렵한 어쌔신이라지만 오러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이리저리 피한다 한들 오러가 한 번 스쳐 지나가면 저 세상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아압!”

“끄르륵….”

뒤에서 카스크가 등에서 배를 관통하도록 검을 내지르자, 교단 어쌔신이 피를 흘리며 속절없이 쓰러졌다. 고도의 흑검술로 단련 한 카스크는 단 한 번의 일검으로 상대의 목숨을 끊을 줄 알았다.

“훌륭하십니다.”

“맹주님만 하겠습니까? 하앗!”

가벼운 웃음으로 멋쩍음을 대신한 카스크가 재차 어쌔신 하나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샤크론도 오러의 힘을 끌어올린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힘이란, 모름지기 확실하게 폭발했을 때 터뜨려야 하는 법이다. 그 폭발이 바로 오러였다.

“헉, 오러다.”

“오러를 쓸 줄 알아? 마법사가 아니었나?”

순식간에 오러로 다섯 어쌔신의 목을 날려버린 샤크론의 괴력을 본 아르펜이 중얼거렸다. 자신이 알기로 샤크론은 8서클의 마법사였지, 오러를 쓸 줄 아는 소드마스터는 아니었다. 그런데 저 광경은?

“드디어 본 모습을 드러내셨군?”

라칸이 호기로운 표정으로 샤크론을 바라보았다. 그의 굵은 손에는 방금 전 몸통이 박살 나버린 연합 어쌔신 하나의 시체가 끼워져 있었다.

“왜, 너도 오러에 몸이 궤뚫리고 싶으냐? 덤벼라!”

샤크론이 의도적으로 도발적인 말을 던졌다. 라칸을 방치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것은 희생자였다. 지금 같아서는 뒤에서 죽어가고 있는 흑마법사를 구하는 것도 급했지만, 무엇보다 일당 천 이상의 역할을 하는 라칸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였다.

“크크크, 좋지.”

“아리온, 통로를 부탁해!”

“알았어!”

마령의 검을 가진 아리온이었다. 그라면 어지간한 어쌔신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마령의 검 자체가 아리온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아리온과 어쌔신들이 버텨주는 동안 라칸을 처치하고, 후방의 교단 어쌔신들만 처리한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다.

“죽어라, 샤크론. 크하하하하하!”

광포해진 라칸의 웃음에 샤크론은 우선 한 발 물러서며 반격할 준비를 했다. 라칸의 눈에 핏발이 서 있는 만큼, 긴장을 늦췄다가는 여지없이 뼈가 으스러질 터였다.

[후후훅. 훅. 훅.]

파공음이 들려올 정도의 강력한 펀치에 샤크론은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었다. 저 두 주먹에 수 많은 흑마법사들과 어쌔신, 그리고 기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반드시 경계해야 할 주먹이었다.

“우웃차! 하앗!”

유연한 몸놀림으로 펀칭을 피해 낸 샤크론이 오러 블레이드를 유지한 상태로 위로 올려쳤다. 사선으로 비스듬하게 올려치면서, 팔을 노릴 심산에서였다.

[까깡!]

“아니?”

그런데 들려온 것은 쇳소리. 설마 라칸의 팔이 무쇠였을까? 당연히 아니었다. 그것은 샤크론에게는 썩 좋지 않은 상황의 예고였다.

“반갑다. 난 아르펜이라고 한다. 자세한 소개는 네가 죽고 나면 해 주도록 하지.”

아르펜의 검날이 샤크론의 검로를 완벽하게 차단했던 것이다.

“흐아압!”

그 위로 라칸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젠장…!”

의도적인 협공인 것 같았다. 샤크론은 검을 오른손으로 쥔 채, 왼손을 들어 라칸의 주먹을 반사적으로 막아냈다.

[퍼억]

“크크크.”

생각보다 충격이 심했다. 왼손으로 비스듬히 비껴 막을 생각이었는데, 단순히 비스듬히 맞은 것만으로도 왼손에 짜릿한 통증이 느껴져왔다. 그와 동시에 아르펜이 샤크론의 검을 강하게 내리치며, 그 상태로 마인드 컨트롤을 시전 했다.

“마인드 컨트롤!”

“마나 실드!”

1대 2의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샤크론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아르펜은 본디 검술보다는 마법 위주로 싸워 왔기 때문에, 그에게는 마법 대응으로 라칸에게는 육체적인 공격 위주로 나가야 했다.

그래서 샤크론은 마인드 컨트롤을 상대로 마나 실드를 전개한 후, 재빨리 몸을 뒤로 이동시키며 라칸의 집중 연타를 피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라칸이 샤크론을 가만 둘 리 없었다.

“한 번에 두 사람을 상대하게 되면 그 만큼 정신적인 집중도도 분산되기 마련이지. 넌 나를 막을 수 없다.”

“말이 많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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