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5. 홀로서기
[후웅, 후웅]
[스르릉 스릉]
라칸의 주먹 연타에 샤크론은 검날이 아닌 검등으로 주먹을 막는 제스쳐를 취했다. 육체적인 고통에 매우 강한 라칸이기 때문에, 섣불리 검날로 손을 쳤다가 검이 박히기라도 하면 낭패를 볼 수 있었다.
다만 검등에 계속해서 충분한 마나를 흘린 다음, 때를 보아 오러 블레이드를 전개할 생각을 했다.
“라이트닝 볼트!”
뒤이어 아르펜의 마법이 시전 됐다. 캐스팅과 시전이 빠른 샤크론과 다르게 아르펜은 아직 캐스팅에 미숙한 편이었다. 그래서 반격은 늦었지만, 그것이 절묘하게도 라칸의 공격 타이밍과 겹쳐 샤크론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역시 오러 블레이드 없이는 무리인가?”
오러를 차선책으로 두 사람을 상대할 생각이었던 샤크론은 어쩔 수 없이 오러의 기운을 뿜어냈다. 오러를 이용한 측면공격으로 라칸을 뒤로 밀어 낸 샤크론은 재빨리 마나 실드를 시전 해, 또 한 번의 마법 공격을 막아냈다.
오러를 사용하면서 마법을 시전 하는 것은 엄청난 마나 소비를 가져오는 행동이었지만, 마나가 충분한 샤크론에게는 그다지 문제 될 일은 아니었다.
“후우, 후우. 생각보다 버거운 놈입니다. 재미있는데요?”
“흐흐흐, 단순히 우리 둘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도울 여력이 안 되는 거지. 샤크론, 잘 봐라. 네가 네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우리와 싸우는 동안, 얼마나 많은 흑마법사들이 또 죽었는지 말이다.”
“이 놈들….”
“라칸은 살인도 즐기지만, 살인을 구경하는 것도 즐긴다. 하하하하!”
“그 주둥아리부터 닥치게 해 주마!”
수 많은 인명을 도륙 내고도 태연한 표정으로 웃음까지 터뜨리고 있는 저들. 샤크론은 어떤 죄의식도 없이 단순한 재미 만으로 사람을 죽이는 라칸과 아르펜을 증오했다.
저 모든 성격은 테스타노로부터 물려받았을 것이다. 흑마법사의 대학살을 이끌었던 자와 그 자식이니, 보지 않아도 뻔했다.
[스르륵 스윽]
샤크론의 주특기인 사선 베기로 오러를 전개하자, 라칸이 가볍게 몸을 뒤로 돌려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일격이 아닌, 연속적인 동작이었다.
라칸이 뒤로 물러선 틈을 타서, 샤크론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리나의 모습이 라칸의 눈에 들어왔다.
“샤크론, 뭘 하는 게….”
“이거다.”
리나가 두 손을 들었다. 두 손에는 단검이 들려져 있었다. 단순히 리나가 서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라칸은 그 뒤에 이어진 의외의 동작에 온 몸이 노출 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두 눈을 노리고 날아드는 단검을 보았다.
[푸푹, 푹!]
“크아아악!”
샤크론의 몸이 라칸의 시야를 가려 리나의 모습을 숨겨주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라칸은 몸을 피하는 도중에 손을 써 보지도 못하고 한 눈과 입으로 단검의 공격을 받아내야 했다.
눈에 꽂힌 단검이 속살을 헤집어 놓자, 상처를 타고 붉은 피가 분출했다.
샤크론은 리나와의 협공이 성공하자,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이것으로 샤크론의 행동에도 제약이 걸리는 바람에, 미처 뒤에서 날아오던 아르펜의 마인드 컨트롤을 알아채지 못했다.
“맹주님, 위험합니다!”
“아앗!”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마인드 컨트롤의 진로를 예측하지 못했던 샤크론은 그야말로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물론 아르펜보다 클래스가 높아 성공 가능성은 적었지만, 아르펜과의 마나 싸움에서 밀려 정신을 내주게 된다면 그 땐 방법이 없는 것이다.
바로 그 때, 뒤늦게 도착한 세르잔 장로가 몸을 날려 마인드 컨트롤의 시전을 온 몸으로 받아냈다. 그 바람에 아르펜 역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맞이했다.
“젠장!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다니!”
마인드 컨트롤은 성공과 동시에 약간의 딜레이를 가져다 주는 마법이다. 마법을 시전 당한 목표물을 지배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르펜의 계획은 샤크론이 마법을 명중당했을 때, 라칸으로 하여금 머리의 두개골을 부숴버리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라칸은 리나의 공격으로 눈을 잃었고, 아르펜의 마법은 세르잔이라는 엉뚱한 사람에 의해 무위로 돌아간 상황이었다.
“세르잔 장로님!” “크아악!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어서 저 놈을!”
세르잔이 자신의 몸을 타고 흘러드는 아르펜의 마나를 억지로 밀어내며, 마지막 기운을 모아 아르펜을 가리켰다. 지금이 기회였다.
샤크론도 세르잔의 말을 알아 듣고는 아르펜의 목을 노리며 달려들었다. 마법 시전 자가 죽으면, 마법도 백지화되기 때문이다.
[스릉]
샤크론의 오러 블레이드가 빛을 발하며 아르펜을 향해 날아갔다. 아르펜은 세르잔에 의해 지연되고 있는 마법 시전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만약 여기서 마법 시전을 멈추게 되면, 마나의 역류로 위험해질 수도 있다.
샤크론의 일격이 펼쳐졌다.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오러가 아르펜의 목을 노리고 정확하게 날아들었다. 이대로 나간다면 아르펜의 목은 깨끗이 몸과 분리된다.
[푸푹]
“으응?”
“클클클. 도련님을 지키는 건 내 도리이자 의무다.”
살점이 뜯겨져 나가는 기분과 함께 또 한번 음침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라칸이었다.
라칸은 오러에 의해 잘려나간 왼쪽 팔뚝을 쳐다보게 괴기스럽게 웃어댔다.
“오러라는 게 거부할 수 없는 힘이긴 하군. 내가 널 죽인다면, 반드시 뇌수부터 빨아먹어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