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5. 홀로서기
“제길… 라칸에 너무 의존했던 걸까.”
라칸의 공백이 마치 엄청난 폭풍이 불어 닥친 것처럼, 매우 큰 손실처럼 느껴지자 아르펜이 고개를 저었다. 라칸의 전투력을 의지한 나머지, 무지막지하게 공격을 들어갔던 게 화근이었다.
전략적인 판단으로 테스타노의 칭찬을 받았던 그가,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셈이었다.
아르펜의 품 속에는 만약을 위한 텔레포트 스크롤이 들어 있었다. 이것을 찢으면 자동으로 테스타노의 별실을 향해 이동하게 된다. 초장거리 텔레포트 스크롤인 셈이다.
“하아아앗!”
샤크론이 머뭇거리고 있는 아르펜을 향해 주저 없이 검을 내질렀다. 오러까지 뿜어 낼 힘은 부족했지만, 일격을 가할 힘은 충분했다.
[찌이익]
“역시 이번 일은 내 성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어. 이 정도 피해야 금방 복구가 될 테니, 다시 돌아오겠다. 샤크론.”
아르펜이 주저할 것 없이 스크롤을 찢었다. 아직도 여전히 교단 흑기사들과 어쌔신들이 싸우고, 또 죽어가고 있었지만 아르펜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거기 서라!”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미 스크롤이 찢어진 이상, 샤크론의 공격이 무의미한 것은 그도 잘 알았다. 다만 뭐라도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샤크론이 검을 질렀는데, 그 끝에 무언가가 걸려 나왔다.
“아, 이런! 그, 그건….”
[스파파팟]
아르펜의 난감한 표정과 함께 텔레포트가 시전 됐다. 흘려서는 안 될 것을 흘린 표정을 간직한 채, 아르펜은 사라졌다.
“크으윽!”
“으으윽!”
“도, 도망가자!”
지도자 급의 인물 두 명이 사라지고, 서쪽 통로에서 달려온 흑마법사들의 지원이 이어지자, 교단의 흑기사와 어쌔신들도 전의를 잃고 앞을 다투어 도망쳤다.
그 와중에 길을 차단 당한 수 많은 어쌔신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카스크는 단칼에 두 명을 베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촤륵]
교단의 병력들이 역으로 도륙을 당하는 동안, 샤크론은 아르펜이 흘리고 간 종이를 조심스럽게 폈다.
교단 총 분포도 및 병력 일람 - 1p
전체 지도 - 2p
개인 기록서 - 3p
목차는 간단히 적혀 있었다. 샤크론은 심상치 않은 종이 뭉치임을 깨닫고는 조심스럽게 아래의 내용을 훑어보았다.
“아, 아니… 이건 교단에 관한 정보를 적어놓은 거잖아? 게다가 이, 이건… 지, 지도?”
교단이 위치하고 있는 곳을 그려 놓은 카다르 제국 전체의 지도였다. 자세히 보니, 카다르 제국 내의 도시 여러 곳에 수 백 개의 점이 찍혀 있었고, 작은 글씨로 ‘중요’ 혹은 ‘비밀’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교단의 관리를 아르펜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가지고 다니던 문서였는데 그것을 놓친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아르펜이 그런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맹주님, 대체 무엇을… 아, 아니 이건!”
온 몸에 피를 흠뻑 뒤집어 쓰고, 샤크론에게 다가오던 카스크가 지도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정말 우연에 가깝게 발견한 종이 뭉치, 그것은 훗날 테스타노의 각성에 엄청난 타격을 줄, 연합에게는 엄청난 가치가 있는 비밀 문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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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종료.
3년 후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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