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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흑마법사-156화 (156/166)

# 006. 3년 후(3 Years Later)

# 006. 3년 후(3 Years Later).

Chapter 1

“후우, 후우…….”

땀으로 온 몸이 흠뻑 젖은 청년 하나가 거친 숨을 내몰아 쉬고 있었다. 동이 트는 새벽부터 노을이 지는 저녁 까지 쉬지 않고, 자신과의 수련에 빠져 지내느라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무리하는 그를 두고 주변의 사람들이 걱정스런 눈초리로 바라보았었다. 그러나 벌써 이렇게 한 지 3년이 되어가는 지금, 그의 이런 하루 일과를 보고 무어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끼이이]

철문이 열리고, 라비트의 부드러운 가죽으로 재단한 옷을 걸친 육감적인 몸매의 여인이 하나 들어왔다. 겉보기에는 인간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엄연히 엘프의 피가 흐르고 있는 다크 엘프 리나였다.

그녀는 기존의 어리벙벙한 이미지에서 많이 탈피하여, 인간과 비슷하다 싶을 정도의 생각과 말투로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것은 아마도 적응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이 힘들지?”

“생각보다 조금 힘드네. 하하하.”

리나의 물음에 청년이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웃음을 지었다. 제법 많이 자란 머리는 그의 날카로운 외모를 더욱 부각시키는 데 일조를 하고 있었다.

“샤크론, 너무 무리하지 마.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는 바로 샤크론이었다.

3년 전의 전투가 끝나고, 지도를 손에 넣은 그는 결정적인 단서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이것 하나만 있으면 테스타노의 교단을 일망타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정예 어쌔신들을 선발하여 1차적으로 세력이 약한 것으로 적힌 교단 하나를 급습했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샤크론은 우연히 그 교단을 잠시 방문했던 어둠의 아들들 셋과 맞닥뜨리게 되었고,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믿고 덤볐던 샤크론은 예상치 못했던 어둠의 아들들의 연대 마법 공격에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

그 뿐만 아니라, 곳곳에 설치 된 함정 마법과 덫에 걸려 수 십이 넘는 어쌔신들을 잃고, 공격의 전의마저 상실했다.

‘분명 그들은 고작해야 6서클이 넘을까 말까한 마법사들이었다. 아무리 어둠의 아들들이라지만… 경솔하게 내 힘만 믿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밀어 붙인 게 화근이었어. 나답지 못했던 거야. 나 때문에 어쌔신들이 목숨을 잃었어…….’

그 때를 회상하자면, 정말로 악몽이었다. 기세게 교단을 급습했지만, 결과는 수많은 사상자와 후퇴였다. 복수를 위한답시고 들이친 샤크론이었지만, 하늘은 샤크론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 날 이후로, 자신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매일 8시간이 넘는 수련을 쉬지도 않고 반복해서 했다. 게다가 마왕이 그토록 원하는 네 번째 성물이 무엇인지를 느껴보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 많은 시간들을 혼자서 수련하다 보면, 어떻게든 생각이 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벌써 그렇게 3년 째, 극한의 수련을 해왔다. 덕분에 샤크론의 오러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빛을 발했으며, 8서클의 마법들 역시 완벽히 터득하는 것에 성공했다. 남은 것은 깨달음이라는 추상적인 것과 9서클이라는 아직은 높은 클래스의 벽이었다.

“부모님이 더 이상 오르지 못했던 9서클, 여기에 도달하기 전까지 만족할 생각은 없어. 아니, 9서클이 되면 또 더 높은 경지를 바라게 되겠지. 인간은 도저히 이뤄낼 수 없다는 10서클의 경지를.”

“무리하지마, 샤크론. 넌 그 때 충분히 네가 할 일을 했어. 그건 질 수 밖에 없는 전투였던 거야.”

“아니야! 그건 내 잘못이야.”

리나의 위로에 샤크론이 신경질을 냈다.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을 죄어오는 아픈 기억이었다. 맹주인 자신의 성급한 판단이 애꿎은 어쌔신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차피 더 큰 꿈을 위해서는 그보다 많은 피를 흘려야 할 지 몰라. 그 때마다 그렇게 네가 고민에 빠진다면, 대체 언제 싸울 거지? 언제 싸울 거냐고? 맹주라는 존재가 그렇게 약해 빠진 거였어?”

제법 화도 낼 줄 알고, 인간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리나였다. 확실히 성숙한 티가 나는 그녀였다.

“알아. 다시는 그런 고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거야. 다시는 이렇게 경솔해지지 않기 위해서…….”

“난 인간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해. 하지만 어떤 일 하나로 많은 고민을 하는 건, 좋지 못한 것 같아.”

“고마워, 리나.”

[끼이이]

그 때, 또 다시 철문이 열렸다. 외부인을 통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곳을 출입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아마도 아리온이나 카스크일 터였다.

“샤크론! 드디어 1서클의 경지에 올랐다! 어떠냐? 이 아리온의 실력이?”

“8서클 앞에서 1서클을 논하고 있으면, 좀 창피하지 않아?”

“리나, 나한테는 마나라는 것 자체가 생소한 거였다구! 게다가 1서클의 힘을 가진 것만으로도 마령의 검은 폭발적인 위력을 갖게 돼.”

“하하하하. 축하해. 정말 힘들었지?”

아리온도 3년의 시간 동안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상하게도 아리온은 검술의 체득이 빠른 반면, 마법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성취가 늦었다.

재능만 있다면 2서클 정도의 클래스까지는 주변의 도움으로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데, 아리온은 간단하다는 1서클조차 감도 잡지 못했었다. 마나를 느끼는 데에만 1년 반의 세월이 걸린 것이다.

샤크론이 볼 때에는 정말 답답한 수준이었지만, 아리온에게는 1서클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분 좋은 일이었다.

“말도 마라. 이제 파이어 볼은 어떻게 수식만 잘 떠올리면 사용할 수 있다니까. 나도 마법을 쓴다 이거야!”

“한심해. 샤크론만 못하잖아? 우리 샤크론은 8서클의 마스터에 오러까지 쓰는데…….”

“우.리. 샤크론?”

“그래!”

“아, 아니? 리나, 너 샤크론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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