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6. 3년 후(3 Years Later)
아리온이 놀란 표정으로 리나에게 물었다. 왠지 ‘우리’라는 말의 어감이 이상하게 들려왔던 것이다. 마치 연인을 지칭하는 듯이.
“동료로서 우리를 얘기하는 거야. 대체 뭘 생각하는 거야? 단검으로 또 공격 받고 싶어?”
“후후후, 뭔가 수상한 냄새가… 크헉!”
[데르르르르]
쏜살같이 날아와 어깨 바로 위에 꽂힌 단검을 보며, 아리온이 비명을 질렀다. 정확도 100%를 자랑하는 단검의 공격은 언제 봐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저것에 라칸도 눈을 잃지 않았던가.
“말조심 해. 크큭. 그런데 샤크론, 마왕이 원하는 그 성물이 무엇인지 감은 잡혔어?”
동료들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의 샤크론이 또 한번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왕의 지원이 절실했다.
아직까지 테스타노는 교단의 세만 불려나가며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3년 간 교단의 일원이 2배 가까이 늘었다는 비공식 정보에 따르면 그리 간과할 수준도 아니었다.
게다가 얼마 전 보로미스에게 통신 마법으로 전달 된 소식을 들으면 무언가 일을 벌이는 듯 했다.
샤크론, 오랜만이다. 일방적인 통신마법이기는 하지만 이상한 소식이 있어 네게 알려준다.
지금 타란트의 오크들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하나 같이 미친 듯이 날뛰다가 검은 피를 온 몸의 구멍으로 쏟아내고, 즉사하는 치사율 100%의 병이야.
오크들은 신의 분노이니 뭐니 해서 겁에 질려 있지만, 사실 그것은 종속충에 의해서 벌어지고 있는 돌연사였어. 종속충이 타란트까지 파고 든 것을 보면, 예전에 테스타노가 원정군을 파견하면서 의도적으로 이 일을 벌인 것 같다.
오크들의 생명력은 인간을 능가하는 만큼, 놈은 그것을 노리고 무언가 일을 벌이기 시작한 것 같다. 그가 조금씩 움직이려 한다. 조심해라, 샤크론.
지난 3년 간, 테스타노나 샤크론이나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서로 조용했다. 샤크론은 개인의 수련과 더불어, 오후의 업무를 볼 때에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식량 문제를 의논하고, 테스타노와의 전쟁을 대비한 전략을 의논했다.
최근 가뭄이 들면서 공국으로부터의 식량 공급이 줄어들게 됨에 따라, 지하에서 대체 작물을 생산 중이었는데 영 작황이 시원치가 않아 식량이 조금씩 부족해져 가고 있던 것이다.
다행히도 비축 식량 2개월 분을 이용해 버티고는 있었지만, 어서 대책을 개발하지 않으면 식량난이라는 새로운 적에 부딪힐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또한 테스타노와의 전쟁에 대비해서 든든한 지원자를 찾는 것도 의논했다. 장로들은 하나같이 위험한 발상이라며, 주변국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러나 샤크론은 지금 같이 위험한 상황에서 고립까지 되는 것은 최악의 수라고 생각했다.
샤크론은 프렌디 왕국의 데니스 1세가 흑마법사들에 대해 관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와 접촉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장로들의 반대에 의해서 행동으로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3년 전에 파악한 교단의 총원이 12만 명, 연합의 총원이 1만 5천명 정도다. 그 수가 3년 새에 두 배가 늘었으니, 외형상으로 교단의 세력이 연합보다 17배나 많은 셈이었다.
샤크론의 생각에 의거할 때, 이 정도의 수적 열세를 단독으로 버텨낼 수 있는 방도는 절대 없었다. 만약 테스타노가 북대륙의 몰락의 예를 따라, 갑작스레 제국을 뒤엎고 자신들을 공격해 오면 속수무책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뚫고 나갈 방도를 고민해야 했다.
“마왕이 말한 성물은 분명 중요한 것이긴 해. 그러나 남들은 절대로 구할 수 없는 자신만의 귀중한 거였어. 바로 깨달음이지.”
“깨달음이 네 번째 성물?”
“그래. 바로 오늘에서야 알았어. 마왕이 원했던 깨달음은 맹주로서의 확실한 자각이었을 수도 있고, 생명의 소중함이라던가… 종잡을 수는 없지만, 깨달음이라는 건 확실해. 그걸 마왕은 네 번째 성물이라고 생각했던 거지.”
샤크론도 자신이 느끼기 전까지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깨달음! 가장 추상적이고도 남은 절대로 구해줄 수 없는 것이 아니던가?
“참으로 추상적이면서도 가장 필요한 성물이군.”
“그렇지.”
“그래서, 마왕은 만날 생각이야?”
“다시 한번 그를 찾아야지. 이제 나에게도 시간이라는 게 그다지 많지가 않아. 테스타노가 움직이기 전까지, 난 적어도 그와 같은 클래스가 되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마법에서는 디스펠에 이끌려, 상대하지 못할 거야. 테스타노가 교단의 맹주이듯, 나도 그에 상응하는 힘을 가져야 해. 그래서 3년을 노력해왔고…….”
순간 진지한 분위기가 개인실 내에 흘렀다. 교단의 맹주, 그리고 연합의 맹주. 그 사이에 존재하는 1서클의 차이. 샤크론은 이 1서클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3년을 기다려왔다. 남들은 몇 십 년을 지나도 깨닫지 못할 해답을 너무 일찍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소식은 없었다. 다만 깨달음이라는 애매한 해답을 가진 채, 마왕과의 만남을 준비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