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159화 (159/166)

# 006. 3년 후(3 Years Later)

Chapter 3

3년의 시간, 과연 샤크론은 그 동안 무슨 일을 해왔을까.

3년의 시간동안 물론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연합의 발전과 샤크론의 실력 향상은 매우 괄목할 만한 수준이었다.

먼저 연합의 발전을 살펴보자.

엔트라 공국 령의 연합이 테스타노에게 노출되어 기습을 받은 이후, 샤크론은 그들을 전부 지라노 공국 령으로 편입시켰다. 이미 교단에게 세력이 노출 된 이상, 계속 남아 있는 것은 무덤을 파는 꼴이었다.

하루에 100명 씩, 2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을 지라노 공국 령으로 데려 왔고, 총독 역시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판단 되어 그를 설득 해 데려왔다.

어디까지나 그 역시, 연합의 일원으로서 함께 하고 싶을 뿐 총독 같은 자리에 있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엔트라 공국 령에 있던 일부 식량과 상당량의 금화가 유입되면서 연합의 재정이 풍성해졌다. 엔트라 공국 령은 비록 병력 수는 적었으나, 재력에서는 상당했었기 때문이다.

이에 지라노 공국 령의 흑마법사 연합을 괴롭혔던 식량난이 조금씩 해결되어 갔고, 나름대로의 안정을 되찾았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나름대로의 세력을 유지하며 삼분하여 지내 온 연합이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둘로 합쳐지자, 장로들간의 분쟁이 생겨났다.

포용력이 좋은 2세대 장로들은 엔트라 공국 령 쪽의 2세대 장로들과 쉽게 화목을 했지만, 예상 밖으로 1세대 장로들이 서로 반목을 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허울뿐인 장로라고 하지만 2세대 장로들의 의견을 최종 결정할 권리는 1세대 장로들이 가지고 있었고, 총 지휘 역시 자신들아 맡아왔기 때문이다.

기존의 지라노 공국 령 장로들이 1세대 장로의 역할만 맡는 다면 문제가 없었지만, 엔트라 공국 령 소속의 장로까지 합쳐지게 되면서 의견 대립이 사소한 문제에서도 일어났다. 그래서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잦아졌고, 중재를 하려던 에슈 장로마저 손을 들 정도였다.

결국 모든 비난의 화살은 샤크론에게 돌아왔다. 맹주로서 제대로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다는 의견이었다.

샤크론은 자신 나름대로 자체적인 문제 해결을 유도하려는 속셈이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 난감해 하고 있었다.

“맹주님, 결단을 내리시지 않으면 세력 간의 분쟁이 진짜로 일어나게 됩니다. 엔트라의 세력을 받아들이신 것은 정말 현명한 판단이셨지만, 이 문제를 조절하지 못하면 역효과를 부릅니다.”

카스크의 걱정스러운 말에 샤크론도 고개를 끄덕였다. 카스크와 메츠는 매일 같이 샤크론을 찾아와서는 난관의 타개책을 의논했다. 그만큼이나 두 장로는 연합을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에슈 장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장로들을 설득했지만 수 십 년을 지켜온 자신들만의 고유 권한을 외부인에게 넘겨줄 리 만무했다. 더군다나 지라노의 1세대 장로들은 대부분의 힘을 2세대에 넘겨준 상태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생각이 있습니다. 오늘 중으로 모든 장로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진행할 것입니다. 마침 잘 되었군요, 카스크 장로가 장로들의 소집을 맡아 주십시오.”

카스크는 샤크론이 어떠한 결단을 내릴 지 궁금했다. 상황으로 보아서는 중재의 의견을 내놓을 것 같은데, 워낙 반발이 심상치가 않아 쉬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샤크론의 혜안을 믿고, 맡겨보기로 했다. 맹주의 권한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 볼 생각이었다.

1시간 후, 모든 장로들이 회의를 위해 만들어진 대강당 안으로 모였다. 온통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대강당 내는 엄청난 크기 만큼이나 웅장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경외감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메르헨 맹주 시절에 몇 번 쓰인 것 외에는 그 이후로 쓰인 적이 없는 폐강당(?)이기도 했다.

강당의 양 옆에는 1세대 장로들과 2세대 장로들이 모두 모여 정렬해 있었다. 각자에게 배당 된 나무 의자에 앉아 침묵을 지킨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1세대 장로들의 경우, 엔트라 공국 측과 지라노 공국 측이 금방이라도 싸울 듯 한 눈빛을 날리며, 도발을 유도하기도 했다. 의도적인 시비인 것이다.

적막이 흘렀다. 차가운 눈빛만이 어지러이 교차할 뿐, 강당 내의 고요함은 여전했다. 냉기가 감도는 가운데, 샤크론이 말을 꺼냈다.

“맹주의 자리를 반납하겠습니다.”

[쉬이이잉]

순간 강당 내에 동요와 놀람의 기운이 일었다. 어느 장로를 막론하건 간에 표정이 변하지 않은 자가 없었다.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무어라 할 것을 예상하고 들어왔는데, 느닷없이 사퇴선언이라니?

“매, 맹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바, 반납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요. 더 이상 흑마법사 연합의 맹주로서 소임을 다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른 장로들께서 다수결에 의거하여, 새 맹주를 추대해 주세요.”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맹주님!”

카스크가 샤크론의 폭탄선언에 불끈하여 2세대 장로에게는 허락 이전에는 절대 주어지지 않는 발언권 마저 무시한 채, 대뜸 일어서서 소리를 질렀다.

방금 전 까지, 생각이 있다고 말했던 사람이…… 고작 결정이 저것이었단 말인가?

“귀찮습니다……. 뭐 다른 게 귀찮은 게 아니고, 연합 일원들 신경쓰고 하는 게 귀찮아서요. 저 혼자서 그냥 수련이나 하고, 배나 굶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 합니다.”

“아니…….”

강당 내에 소란이 일었다. 맹주로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정상이 아니었다.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하실 수 있습니까! 그러면 아직 문제가 해결 되지 않은 엔트라 공국의 장로들을 어떡합니까?”

“모릅니다. 알아서 하세요.”

샤크론이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정말로 귀찮은 표정이었다.

“그러고도 맹주라 하실 수 있으십니까? 저희 장로들도 생각해주시지 않을 만큼 그렇게 무책임한 분이 셨습니까?”

알고 보니, 세티잔 장로였다. 엔트라 공국 장로들의 대표격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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