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지막 흑마법사-160화 (160/166)

# 006. 3년 후(3 Years Later)

“뭐가 무책임하다는 건지…… 개념이 잘 안 잡히는 군요. 우리 연합에 장로가 있던 가요? 제가 부모님의 책을 보고 정의를 내린 연합의 장로는 ‘진정으로 연합의 일원들을 위해 몸을 희생하며, 사리사욕에 탐을 내지 않는 깨끗한 마음의 소유자.’라고 들었는데? 그런 사람이 없어서 떠나겠다는 겁니다만?”

‘아, 그것이었군.’

카스크는 그제야 샤크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이 기회에 확실히 뒤집어 엎을 속셈인 듯 했다. 이를 알아 차렸는지, 메츠도 카스크를 바라보며 미소를 살짝 지어보였다.

“…….”

갑자기 장로들이 조용해졌다. 할 말이 사라진 탓일까.

“물론 사과를 할 겁니다. 연합의 일원들에게 말입니다. 그러나 장로가 없는데 뭘 생각해 줍니까? 당신들이 장로입니까? 장로라는 사람들이 사소한 의견 하나가지고 꼬투리를 잡고 싸울 정도로 옹졸한 사람이었나요? 제가 잘못 본 겁니까?”

“매, 맹주님!”

에슈가 가장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경우에라도 맹주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것은 연합의 결속력과 연관 지어서라도, 극히 피해야 하는 경우에 속했다.

특히 이번의 3대 맹주는 연합의 일원들이 가장 잘 믿고 따르며, 또 친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만약 또 다시 맹주의 자리가 비워지게 된다면……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맹주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샤크론의 말에 깨달은 바가 있었는지, 세티잔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샤크론의 말은 장로로서의 모습이 아닌, 한 명의 탐욕적인 인간으로서 보인 자신들의 추태를 꾸짖는 말이었다.

그래서 장로가 없다는 표현을 사용한 게 분명했다. 진정한 마음으로 연합을 위하는 장로는 단 하나도 없다는 얘기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생각이 짧았습니다!”

카스크가 선창을 하자, 메츠가 그 뒤를 이었고, 이어서 모든 장로들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장로로서의 자신을 재자각한 것일까. 뭔가 잘못 되어도 크게 잘못 되었다는 걸, 그들이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눈앞의 욕망에 이끌려 대사를 그르쳤을 뿐.

“죄송합니다, 맹주님. 저희들이 생각이 짧아…… 맹주님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에슈가 고개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 그 역시, 진심으로 연합을 위하는 사람이었다. 어떻게든 이 사태를 수습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극단적인 조치일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조만간 장로들에게 공문을 제가 보내드릴 것입니다. 그 공문에 협조하시고, 절 믿어주신다면 연합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습니다.”

단정적인 말투. 샤크론의 강력한 의지의 발현에 장로들은 계속 되는 침묵을 유지했다. 공문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 있을 것이며, 그 결과는 무엇일까?

장로들은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엔트라 공국 장로들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회의는 끝이 났다. 그리고 사흘 뒤, 각 장로의 앞으로 문서가 날아왔다.

에슈 같은 1세대 장로와 카스크 같은 2세대 장로에게는 서로 다른 내용으로 말이다. 여기서 에슈에게 전달 된 문서만 살짝 발췌해 본다.

[에슈 장로님]

연합으로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맹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에슈 장로께서도 여러 일을 중재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실 것이라 생각 됩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렇게까지 문서상의 편지를 전달하는 건 제게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실 때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일선’이라는 것은 명예나 위상적인 면의 문제가 아닌, ‘실무’에 관한 것입니다.

장로들의 수가 합병으로 불어나고, 2세대 장로들의 세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1세대 장로님들과 2세대 장로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심해진다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1세대 장로 모두를 ‘대장로’라는 이름으로 승격시키고, 후진의 양성을 전폭적으로 맡길 생각입니다. 언제까지 우리 연합이 웅크리고 있을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상급자에 대한 예의를 강화시켜, 연합 자체의 단속을 직접 지도할 것입니다.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판단은 에슈 장로에게 맡깁니다. 생각이 정리 되면, 제게 찾아오십시오.

이렇게 각각의 장로에게 각기 다른 내용으로 편지를 보낸 샤크론은 얼마 후, 1세대 장로들의 공통 된 대답을 들었다. 바로 ‘예.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맹주님.’이었다.

그들 중 어느 누구 앙심을 품는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천성은 착했던 그들이었기에, 샤크론의 고민 끝의 결정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다. 게다가 ‘대장로’ 승격과 ‘예절확립’, 그리고 ‘후진양성 전폭지원’등의 약속은 그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이끌었다.

명예로서도 문제가 없었고, 연합의 후진을 직접 양성한다는 점에서도 만족했다. 이대로라면 2세대 장로들의 버릇없는 말도 듣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바로 이거야.”

샤크론의 편지를 받아 본, 카스크도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그 이후로…… 연합의 소요는 모두 진정 되고, 2세대 장로들이 일선에 나서게 되면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이언 골렘 추가로 4기 제작, 2급으로 분류 되던 어쌔신 500명을 1급 이상의 실력으로 부상시키는 쾌거, 흑기사 전체의 20%가 1서클의 경지 달성.

그 와중에 샤크론의 뼈 아픈 패배가 있긴 했지만, 연합으로서는 엄청난 전력의 향상이었다. 그와 더불어, 지하에서 은밀하게 진행 되는 마법 무기의 계획도 급물살을 탔다.

물론 비밀스러운 계획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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