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7. 제 2차 흑마법사 토벌 동맹
“존경하는 프렌디 왕국의 전하. 저희 폐하께서는 프렌디 왕국과의 영원한 우정은 물론이고,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을 원하십니다. 그리고 친교의 표시로 수도 카다르에서 나는 특품질의 티르를 저를 통해 보내라 하셨습니다.”
“수고가 많소. 지금 정무에 너무 바쁜 터라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할 것 같구려. 용건을 말해 보시오.”
데니스 1세가 기타 의식을 모두 생략하고, 알페니스를 향해 용건을 물었다. 그의 두 눈에는 귀찮은 표정이 역력히 배어 있었다.
알페니스는 데니스 1세가 동맹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폐하께서는 다시금 고개를 쳐들고 있는 흑마법사 연합에 대한 전 대륙적인 토벌 동맹을 원하고 계십니다. 이미 여러 왕국과 공국이 협조 의사를 밝혀왔고, 그 수는 날이 갈수록 불어가고 있습니다.”
알페니스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데니스 1세를 끌어들이기 위해 약간의 거짓을 섞었다.
“푸하하하! 웃기는 구나. 버젓이 사교로 치부되는 악마 집단이 판치도록 내버려두면서, 흑마법사를 토벌하자고?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누군가가 자리에서 기세 좋게 말을 내뱉었다. 테스타노가 들었으면 그 자리에서 헬 파이어를 날렸을 법한 말이었다.
“에스그라 경. 가만히 있으시오. 에스그라 경과 말다툼 하러 온 사신이 아니오.”
“죄송합니다, 전하.”
기세 좋게 한 마디를 던졌던 남자는 데니스 1세에게 죄송스런 표정을 짓고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이해하시오, 에스그라 경이 흑마법사 출신의 관료라 그러하오. 어찌 보면 같은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을 토벌하잔 얘기가 아니오? 이해 하도록 하시오.”
“예, 전하. 어떻게 생각하시옵니까……? 이번 토벌 동맹은 대륙의 결속력을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옵니다. 황제 폐하께서는 프렌디 왕국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왕국의 동참이 절실하다. 으음……. 듣고 보니 기분 나쁜 이야기는 아니구려. 카다르 제국의 황제께서 그러셨으니 말이오.”
‘기분은 좋은 모양이군.’
알페니스가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데니스 1세를 속으로 비웃었다. 그래봤자 일개 왕국이다.
아무리 제국과 대등한 힘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교단의 힘이 추가 되면 프렌디 따위의 왕국을 무너뜨리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예. 어떻게 생각하시옵니까? 확답을 주셨으면 하옵니다.”
“쉽게 승낙할 수 없는 안건이 아니오? 대신들과 충분히 상의한 후에 공식적인 사절을 파견하여 답신을 하겠소. 어차피 아직 흑마법사 연합의 소재도 파악되지 않았으니, 서두를 것도 없다고 보오.”
“으음…….”
“앞뒤가 안 맞는 제국이야. 파악조차 안 된 세력을 두려워 하여 동맹을 요청한다니. 자기 힘을 쓰기 싫으니, 남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개수작이지 않나? 대체 그 나라의 재상은 뭘 하는 작자입니까?”
‘이 놈이!’
순간 발끈한 나머지, 알페니스가 강력한 마기를 내뿜었다. 나름대로 금방 실수를 깨닫고 다시 마기를 거둬 들였지만, 에스그라는 순간적으로 그 기운을 깨닫고 멈칫 했다.
그러나 아는 척을 하진 않았다.
“말을 삼가시오! 여긴 한 나라의 왕을 찾아온 사신을 맞는 자리이니, 경솔한 언행은 삼가시오.”
“예.”
“어쨌든 빠른 시일 내에 확답을 주겠으니, 걱정 말고 물러가오. 티르는 감사히 받아, 왕실의 사람들에게 기쁘게 나누어 주겠다고 전해주시오.”
“예, 전하. 빠른 답을 부탁드리옵니다.”
“쉬다 가시오. 오늘 연회가 있는데, 참석하지 않겠소?”
데니스 1세가 은근히 알페니스를 붙잡기 위해 다리를 놓으려 했다. 그러나 이런 자리가 시간이 흐를수록 불편한 알페니스였다. 게다가 에스그라라는 저 흑마법사가 가장 눈에 거슬렸다.
알페니스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괜찮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제국으로 돌아가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 만큼, 사양하겠습니다.”
“흠, 어쩔 수 없지. 살펴 돌아가도록 하시오. 국경선까지 호위를 붙여주겠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전하의 덕이 참으로 하늘 같으십니다.”
“과찬이오. 하하하!”
데니스 1세가 알페니스를 바라보며 호쾌하게 웃었다. 마치 웃음소리를 제대로 들으라는 듯, 매우 큰 소리로 억지스럽다 싶을 정도로 크게 웃었다.
웃음으로 드러난 의지의 표현이라고나 할까? 데니스 1세는 그렇게 알페니스를 떠나보냈다.
알페니스도 우선은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생각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물론 데니스 1세의 생각에는 동맹이 안중에도 없었지만 말이다.
알페니스가 나가자, 에스그라가 앞으로 나섰다. 그가 나가고 나서도 사라지지 않은 찝찝함 때문이었다.
“전하, 느끼셨습니까?”
“으음……. 저 사람의 눈에서 느껴진 살기를 말하는 것이오? 처음 이 곳에 들어올 때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소.”
“이상합니다. 분명 카다르 제국에는 흑마법사가 없습니다. 공식적으로 흑마법사를 인정하지 않고, 모두 제거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왜?”
“저 사람은 흑마법사입니다. 확실합니다.”
에스그라의 두 눈이 빛났다. 그러자 덩달아 주변의 대신들도 숨을 죽인 채,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황제가 보낸 사신이 흑마법사라니?
“그럴 리가 있소? 흑마법사라면 재상 테스타노가 경을 쳤을 텐데! 그는 골수 흑마법사 반대자가 아니오?”
데니스 1세는 기분 나쁜 살기를 느끼긴 했으나, 흑마법사라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흑마법사 토벌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국가에 흑마법사가 있을 리 만무했다.
“아닙니다. 제가 느낀 마기는 매우 불순하고도 더러운 마기였습니다. 마치 사교 집단의 마법사들이 흡성법 등으로 모으는 마나와 느낌이 비슷했습니다.”
“어허…… 알지 못할 일이군. 확실하오?”
“제 감각은 정확합니다.”
에스그라가 단정을 지었다. 단순한 살기와 마기를 구분 못 할 그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카다르 제국은 더더욱 믿을 수 없어. 하루라도 빨리 흑마법사 연합을 찾아야 하오. 에스그라 경도 내 생각에 동의하오?”
“예. 그들은 절대 나쁜 사람들이 아닙니다. 메르헨 맹주 시절에 그들을 끌어들였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우리 왕국은 더욱 많은 발전을 이루었을 것입니다.”
“외무상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니 소식이 있을 것이오. 기다려 봅시다. 그리고 카다르 제국과의 동맹 건은 거절이오. 그렇게들 알고 있으시오!”
“예, 전하!” 데니스 1세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에스그라가 재빨리 왕궁 밖으로 뛰쳐나와 알페니스가 돌아가는 길의 흔적을 쫓았다.
‘완벽한 힘의 제어가 되지 않으면, 분명 증거가 남기 마련이다. 어디 보자…….’
에스그라가 두 손에 마나를 집중시킨 채, 주의를 기울여 주변의 마나를 서서히 몸으로 느껴보았다.
자연의 마나…… 정제 된 마나…… 그리고 매우 미세하게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의 마나.
에스그라의 두 눈이 떠졌다.
“역시 숨기고 있는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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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나왔습니다. 초안이죠.
아직 좀 엉성해 보이기 때문에, 올리지는 않았습니다.
금요일 정도에 표지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출간이 이르면 이번주에 될 것 같습니다.
슬슬 대여점 압박 줄기차게 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추천고기 부탁드리며, 백호는 물러갑니다.
다음 연재는 수요일 혹은 금요일이 되겠습니다.
샤워실 씬은 다음 연재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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