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7. 제 2차 흑마법사 토벌 동맹
Chapter 2
“푸우푸우.”
기지가 지하에 있다 보니 샤워를 하기위한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지하수로가 있어 물은 풍족했지만, 장소 상의 문제로 샤워하기에 용이하지 못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흑마법사들이 수건 등을 이용해 몸 겉을 닦는 것에 그쳤지만, 워낙 시원스런 샤워를 즐기는 샤크론으로서는 절대 그런 짓(?)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개인실로 따뜻한 물이 들어오게 한 후, 따로 공간을 마련해서 전용 샤워실로 만들어버렸다. 덕분에 샤크론은 매일 기분 좋은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오늘도 다를 바가 없었다. 아침 수련을 마치고 난 샤크론은 따스한 물의 온기를 체험하며, 온 몸에 배어들 것 같은 땀 냄새를 씻어냈다.
“역시 깨끗해진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야.”
샤크론은 마왕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었다. 확정적인 날을 잡은 건 아니지만, 조만간 마왕과의 대면을 할 생각이었다.
벌써 수상한 기척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는 만큼,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투툭]
그 때,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다. 개인실에는 리나와 아리온, 카스크를 제외한 사람들은 좀처럼 출입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노크도 없이, 갑작스레 들려온 발소리. 이것은 작은 소리도 쉽게 넘기지 않는 샤크론에게 상당히 위협적으로 들려왔다.
‘젠장! 몸을 숨길 공간은 되지만, 검과 갑주를 모두 두고 왔다!’
아차 싶었다. 알몸의 샤크론에게는 어떠한 무기도 없었다. 개인실인 만큼 별 걱정 없이 알몸으로 들어왔는데,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침입자가 적임이 확인 되면 수도를 이용한 공격을 펼쳐 기선을 제압한 다음, 달려나가 검을 집을 생각으로 샤크론은 몸을 숨겼다.
“아무도 없는 건가……? 잘 됐다. 샤크론이 오기 전에 얼른 씻고 가야지.”
[촤아아]
누군가의 목소리. 이어서 들려오는 물소리.
샤크론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도 침입자는 아닌 듯 했다. 하긴 들어오는 입구만 해도, 경비를 서고 있는 어쌔신이 다섯이나 된다. 조용히 들어올 리는 없었다.
샤크론은 직감적으로 자신이 없는 사이에 샤워를 하려는 아리온인 줄 알고 조심스럽게 뒤로 다가갔다.
때 마침 아리온은 나무판과 붉은 천 커튼으로 주변을 확실히 가리고, 몰래 샤워를 즐기고 있었다.
‘아무리 동료라고 해도 그렇지, 몰래 샤워실을 쓰다니. 혼 좀 나봐라!’
순간 뇌리를 스친 심술. 때마침 무료했던 연합의 지하생활에서 활력소가 될 일을 찾은 기분이었다.
어지간해서 장난을 치지 않는 샤크론이었지만, 유난히도 지금은 심술기가 감돌았다. 맹주로서 보여야 했던 위엄의 가식이 아닌 본색(?)이라고 할까.
‘우선 옷부터 슬쩍…… 아니?’
옷이 없었다. 이 녀석 작정하고 들어온 모양이었다.
옷을 숨겨 골탕을 먹이려던 계획은 가볍게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샤크론은 다음 계획을 생각했다.
내부를 밝혀주고 있는 마법구의 불을 꺼버리고, 뒤에서 덮친 다음 알밤을 먹여줄 생각이었다. 유난히 어두운 걸 무서워하는 아리온이 갑자기 어둠 속에서 손이 뻗쳐오면, 꽤나 놀랄 것이다.
샤크론은 속으로 킥킥 웃으며 계획 실행에 들어갔다.
[프스스스 탁]
작게 마법구 해제의 주문을 외우며 손동작을 하자, 마법구의 불이 꺼졌다. 그와 함께 커튼에 가려서 보였던 아리온의 실루엣도 사라졌다.
“어?”
“아리온, 이 녀석! 감히 맹주가 쓰는 개인실을! 그것도 몰래 들어와서 도둑처럼 샤워실을 쓰다니!”
샤크론이 기세 좋게 외치며 달려들었다. 커튼을 젖힌 샤크론은 그와 동시에 왼쪽 손은 가슴팍을 잡아 압박을 가했고, 오른 손을 이용해 알밤을 먹였다.
“으응?”
작전은 성공이었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다.
왼손을 통해 느껴지는 뭉클한 느낌……
‘아리온의 엉덩이를 잡았나?’
그건 절대 아니었다. 엉덩이를 잡았다면, 알밤을 먹인 위치는 머리가 될 수 없다.
샤크론은 자신의 생각이 전부 빗나갔다는 것을 약 2초 정도 지나서야 깨달았다. 상대는 아리온이…… 아니었다.
[그르릉]
그 순간 철문이 열렸다. 그리고 여럿 되어 보이는 검은 그림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법구의 빛이여, 어둠의 힘을 걷어내고 길을 밝히라.”
[파팟]
주문을 외우자, 마법구에 다시 빛이 들어왔다. 마법구의 주문을 아는 건, 아리온과 리나 뿐이었다.
마법구가 켜지고, 눈 앞이 환해졌다. 그리고 샤크론은 경악했다.
“아아! 리, 리나?”
“샤크론, 미안.”
리나가 미안하다고 말할 상황이 아니었다. 아니, 미안한 건 샤크론이었다! 지금 이 난감한 상황은 어떻게든 설명될 수 없었다.
게다가 뒤를 돌아보니, 아리온을 위시한 카스크와 젊은 장로들이 리나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겉 칸막이 덕분에 어깨 위의 부분만 볼 수 있었지만, 이미 오해는 시작 된 듯 했다.
“샤.크.론 맹주님. 역시 맹주님이시군요, 후후.”
아리온이 운을 띄웠다. 그의 눈빛에는 의도 된 대로 이루어진 것에 대한 만족감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카스크와 젊은 장로들도 계획대로 된 것에 대한 만족감이 가득했다.
리나와 샤크론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장로들과 아리온이 자리를 만든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절묘하고도 교묘하게.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바로 메르헨과 카렌의 일이었다. 예전에 메르헨이 맹주로 있던 시절, 정확히 말하자면 카렌과는 결혼을 하기 전이다.
연합 내에서 촉망받는 여성 인재인 카렌과 맹주 메르헨. 두 사람은 비록 출신이나 태어난 곳은 달랐지만, 한 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두 사람은 유난히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 당시 메르헨은 고서클의 마법사로 이루어진 마법사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마법사단에서 가장 특출 난 실력을 보이는 사람이 카렌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메르헨은 카렌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그녀를 가르쳤다. 더 높은 경지를 향해, 더 높은 목적을 향해 함께 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만족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만이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메르헨의 부드러움에 카렌은 조금씩 빠져들었고, 단순히 마법을 배우던 그녀는 급기야 메르헨을 좋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연합에서의 위치나 여건으로 보아,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연인이 되기는 힘들었다. 무엇보다 주변의 보는 눈들이 문제였다.
그래서 지금의 1세대 장로들(그 당시에는 젊었다)은 생각해냈다. 메르헨의 전용 샤워실을 활용해보자는 의도였던 것이다. 메르헨이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보려는 의도였다.
그 계획. 바로 그 계획이 리나와 샤크론에게 적용되었다. 에슈의 제안 아래, 2세대 장로와 아리온의 실행으로 만들어진 합작품.
“아아아.”
당황한 나머지 샤크론은 손을 뺄 생각도 못한 채, 멍한 표정으로 리나와 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축하드립니다. 부모님의 러브 스토리를 그대로 물려받으시게 되셨군요. 크크큭.”
카스크가 웃음을 흘렸다. 샤크론의 저런 표정은 처음이었다. 평소의 위엄 있고, 카리스마 있던 그의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아, 아리온! 어떻게 된 거야! 난 네가 몰래 들어왔는 줄 알고, 혼내주기 위해 뒤에서 기습을…….”
“소용 없습니다, 맹.주.님.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실 것입니까?”
아리온이 정색을 하고 물었다. 속으로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지만, 최대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내, 내가 일부러 이런 게 아니잖아! 이건 내가 의도했던 게 아니야!”
“리나 양을 많이 좋아하셨던 모양입니다. 저희가 자리를 잘못 찾아온 게 아닌 가 죄송스럽군요. 하지만 이미 봐 버렸으니…… 어쩌지? 아리온.”
카스크 역시 정색을 딱 하고는 아리온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계획은 확실히 성공했다. 샤크론이 걸려들고 만 것이다.
“과거에 이 일이 있었을 때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메르헨 맹주님 시절을 말하는 군. 그 사건 이후로 두 분은 공식적인 연인이 되셨지. 장로님들이 다 소문을 내고 다니셨거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을 하셨지.”
“선례를 따르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푸하하하!”
아리온이 급기야 웃음을 터뜨렸다. 샤크론은 몰랐지만, 리나가 아리온을 볼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꺼냈었다.
“아리온, 샤크론을 볼 때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막, 막 기분이 이상해. 같이 있고 싶고, 보지 못하면 답답해.”
“리나, 샤크론을 좋아하는 거야?”
“좋아한다는 감정이 뭔데? 이런 거야? 인간들은 좋아하면 어떻게 해? 원래 이러는 거야?”
바로 이 점에서 착안한 ‘샤워실 프로젝트’. 그것은 성공이었다. 멋모르고 아리온의 말을 듣고, 샤워실에 들어온 그녀는 때 아닌 대박(?)을 맞았다.
그리고 장로들과 아리온이 목격자가 되었다.
“아리온! 이, 이럴 수가…….”
“이제 하나의 전통이 되어 가는 건가요. 하하, 축하드립니다.”
카스크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다크 엘프이긴 했지만 리나와 샤크론은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리나의 성격이 무뚝뚝한 것이 좀 흠이긴 했지만, 그건 인간의 감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 터였다.
하늘은 맑고 날씨는 유난히 화창했던 어느 날, 리나와 샤크론의 어이 없는 해프닝은 두고두고 연합의 사람들 입을 타고 흐르고 흘렀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샤크론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을 맞이 했다.
또 다시 운명에 대한 한탄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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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공지 전달합니다.
1. 표지는 금요일 경에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초안만 받아보아서, 잘 모르겠군요.
(초안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다소 화려한 뒷배경(요새나 신전 비슷한게 보임)에, 샤크론이 검을 들고 서 있습니다. 로브를 입고 있지는 않군요.)
2. 벌써 제 소설이 불법파일로 돌아다니는 군요. 유조아는 정말 불법복제에 무방비라 답답합니다. 그래서 출간삭제 이후에는 고무판(www.gomufan.com) 연재를 할까 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 게시판에 차기작을 연재할까 고민중입니다. 진정한 독자분들이시라면, 연재 사이트가 바뀐다고 해서 크게 영향받지는 않으실거라 봅니다.
3. 배본은 다음주 월요일이 되겠습니다. 이벤트 당첨자분들은 설 연휴가 끝나고 좀 지나야 배송이 될 듯 하네요. 제가 돈이 좀 없어서, 발송이 늦어질 수 있는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4. 고무판에 계셨다면 보셨겠지만, 차기작의 제목은 '이계의 황제 - 성검무적'입니다. 마지막 흑마법사와 분위기는 비슷하나 내용은 전혀 다른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마지막 흑마법사가 3권 분량이 마무리되어 감에 따라, 다소 2월의 연휴가 생기더군요.
이상 잡담 마칩니다.
샤워실 씬이 그다지 므흣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 능력의 한계입니다 ^-^
그렇다고 수위를 높일수는 없잖습니까? ^-^
추천고기 부탁드립니다.
다음 연재는 금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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