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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24화 (24/774)

24화. 죽림을 나서다 (2)

“허억! 허억! 커허헉! 아이고, 죽겠다!”

벌러덩 뒤로 나자빠진 서량의 몸은 온통 땀으로 푹 젖어 있었다.

마동필이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너는, 헉헉! 이, 이게, 헉헉! 괜찮아 보이냐? 헉헉!”

마동필이 서둘러 그의 팔다리를 보았다.

피부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가 얼마나 힘을 쏟아 냈는지 알 수 있었다.

“물리신 데는 없으신지요?”

“헉헉! 없어. 헉헉! 없어, 없어.”

호흡이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정말 단전에 한 올 남은 마기까지 몽땅 끌어다가 쓴 것이다.

마동필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공자님.”

“헉헉! 왜? 헉헉!”

“조금 전의 그 무공…… 도대체 어떤 무공입니까?”

“후웁! 이 새끼야, 숨도 안 쉬어지는데 자꾸 말을 시켜. 콜록콜록!”

“아,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쇼.”

서량은 눈까지 질끈 감곤 호흡을 이어갔다. 성격상 어지간하면 대답했을 텐데, 정말 힘든 모양이었다.

마동필이 고개를 돌렸다.

크르르릉.

맹극이 이빨을 드러내며 땅을 벅벅 긁고 있었다.

하지만 대숲 바깥으로 나오진 못했다. 조심스레 앞발을 내밀곤 화들짝 놀라서 뒤로 빼길 반복하다가 결국 찾은 해결책이 땅을 긁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맹극의 좌우.

푸스스스.

조금씩, 조금씩 땅으로 꺼져 가는 뱀들의 시체가 있었다.

마동필이 침을 삼켰다.

정말 아차 잘못했다면 저 비유들의 송곳니가 공자님의 몸에 박혔을 것이다.

그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기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일대의 수분을 모조리 증발시키는 재앙과도 같은 저 뱀들의 송곳니에 당했다면 사람은 어찌 될까?

‘전신의 피와 수분이 몽땅 빠져 목내이(木乃伊)가 되어 버리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죽음 아닌가. 차라리 맹극의 발톱에 찢겨 죽는 게 나을 것이다.

동시에 그런 비유들을 몽땅 베어 버린 서량의 한 수가 떠올랐다.

오싹!

마동필은 저도 모르게 목을 쓰다듬었다.

‘엄청난 참격(斬擊)이었다.’

사람 몸이 어떻게 그리 빨리 회전할 수 있는지, 어떻게 그러한 참격이 가능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전방위를 아우르는 용권풍과도 같았던 도법.

‘빨려 들어가 버렸지.’

방어를 위해서 휘두른 게 아니라 공격을 위해서 휘두른 것 같다. 비유는 물론 저 단단한 대나무들까지 서량이란 이름의 돌풍 안으로 기울어져 참변을 당했다.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무공이었다.

“끄응.”

그때, 서량이 상체를 일으켰다.

마동필이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넌 어때? 체력 괜찮냐?”

“물론입니다. 공자님 덕분입니다.”

“그럼 호법이나 서라.”

“예.”

마동필은 말을 아꼈다.

솔직히 꽤 참담한 심정이었다. 호위무사란 놈이 정작 호위 대상에게 보호를 받았으니 이런 수치가 또 어디 있을까.

진짜 비참한 건, 이 반대가 되었을 경우 자신은 서량을 이런 식으로 대피시키지 못할 걸 안다는 것이다.

꾸욱.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을 준 주먹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잡념은 금물이다. 지금은 공자님을 지키는 것에만 신경 쓰자.’

그렇게 서량이 운기에 들어가고 마동필이 숲의 입구를 경계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꿈틀.

마동필이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아.’

너무 급해서 이 조그마한 존재를 잊었다.

그가 품으로 손을 넣었다.

불쑥.

뒷덜미를 잡아 올리니 새끼 여우가 대롱대롱 매달렸다.

흐아아암.

입까지 쩍 벌려 대며 하품을 하는데 그게 상당히 귀엽다. 마치 어미의 품을 찾는 것처럼 앞발을 꼼지락대는 것도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했다.

마동필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토했다.

‘넌 참 편하기도 했겠다.’

그때였다.

하품을 하며 여물지 못한 이빨을 세상에 구경시켜 준 새끼 여우가 문득 대숲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움찔!

맹극이 자세를 낮추었다.

스륵.

‘어?’

마동필이 눈을 끔뻑였다.

뭐지? 뒷덜미를 잘 잡고 있었는데 언제 빠져나간 거야?

땅으로 내려선 새끼 여우가 짧은 다리를 아장아장 놀려 가며 대숲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크르릉.

맹극의 자세가 더욱 낮아졌다.

마동필이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위험…….”

응?

“……할 텐데?”

저도 모르게 바보 같은 소리를 뱉은 그의 시선은 입구에 고정되어 있었다.

스르륵. 스르르륵.

맹극을 필두로 녹촉과 성성들이 서서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마치 겁에라도 질린 듯 낑낑거리며 물러서는 모양새가 압권이다. 서량의 신들린 칼질 앞에서도 겁은커녕 광기에 젖어 달려들었던 귀물들이 고개까지 팍 숙이며 뒷걸음질쳤다.

마동필의 표정이 요상하게 일그러졌다.

‘……왜들 저러지?’

어울리지 않게.

뒤에 서서 귀물들의 기막힌 행태를 보는 마동필은 알 수 없었다.

새끼 여우의 눈이, 그가 보았던 영롱한 흑안이 아니라 오색찬란한 빛으로 물들어 있다는 걸.

그 오색요안(五色妖眼)에서 뿜어지는 주인의 위엄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지, 신화 속 허구의 존재들이 겁을 먹고 물러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귀물들이 시야에서 몽땅 사라지자 새끼 여우가 몸을 돌렸다.

“으응?”

새끼 여우는 서량을 향해 쫄래쫄래 걸어갔다.

마동필이 서둘러 여우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안 된다.”

불만이라는 듯 새끼 여우가 발버둥을 쳐 댔다.

하지만 마동필은 단호했다. 아무리 공자님께서 구하란 짐승이었지만 정도가 있는 법이다.

“공자님을 방해해선 안 돼. 내 품에 있어라.”

그는 그대로 자신의 품에 여우를 넣어 버렸다. 새끼 여우는 몇 번 발버둥 치더니 이내 포기한 듯 축 늘어졌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화르륵.

마동필의 눈이 빛났다.

사아아아악.

가부좌를 튼 서량의 몸에서 붉은 마기가 넘실거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질 만큼 농도 깊은 마기였다.

‘대단하시다. 어떻게 저런 마기를…….’

마기의 양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영기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마기의 농도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서량이 피우고 있는 마기는 마공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감히 끌어낼 수 없을 만큼의 깊이를 담고 있었다.

마동필은 진정 궁금했다.

‘공자님께선 어떤 분이실까.’

팔 개월 동안 모셔 왔음에도 공자님에 대해선 모르는 것이 많았다.

어떻게 그처럼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신 건지, 어찌 그리 빠르게 강해지실 수 있었던 건지, 창의적으로 무공을 응용해 구사하는 그 방식은 어디서 배운 것인지.

그리고…… 저 붉은 마기를 피워 내는 독특한 무공은 무엇인지.

‘분명 본교의 무공이 아니다.’

그것은 직감이었다. 정통 마공의 냄새가 났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저 마공은 분명 신교의 마학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어떤 마공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깊이를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만약 지금이라도 교주님께서 공자님을 직접 가르치신다면…….’

마동필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아마 본교 역사상 최연소 교주가 탄생할지도 몰라.’

너무 나간 생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팔 개월간 바라본 공자님께선, 단순한 재능 이상의 뭔가를 가진 분이었다.

마동필이 고개를 저었다.

‘엉뚱한 생각 하지 말자. 나는 내 임무나 확실하게 하면 돼. 본교의 차기 대권은 그에 연관된 분들의 몫이다. 내가 신경 쓸 영역이 아니야.’

그것이 호법원의 조장으로서 올바른 자세였다. 마동필은 고개를 거칠게 흔들어 상념을 지우고 주변을 경계했다.

시간이 흘렀다.

일각, 이각, 반 시진.

어느새 한 시진이 훌쩍 지나가고, 해가 슬슬 서산으로 지려 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유독 오래 하시는구나. 소모하신 마기가 많아서 그런 걸까?’

평소엔 반 시진은커녕 빠르면 이각 내에도 운공이 끝나신다.

마동필이 씁쓸하게 웃었다.

‘무리하시긴 했지.’

그때였다.

화르르륵!!

마동필의 눈이 커졌다.

서량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마기. 그 마기가 화력을 키웠다.

사아아아악!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배로 증폭했다.

“헉!”

주르륵.

마동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순간적으로 급상승한 마력(魔力)이 그의 마기를 압도했다. 마치 호랑이 앞에 선 승냥이가 된 것처럼 다리가 떨려 오고,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저도 모르게 십여 걸음이나 물러선 그의 안색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치이이이익!

어느새 서량이 앉은 땅에서 희뿌연 연기가 새어 나왔다.

양강(陽强)의 암영마기(暗影魔氣)가 차츰차츰 온도를 높이더니 어느 순간 폭발적인 화력을 뿜어냈다.

화르르르륵!!

시뻘건 마기의 불꽃 속에 가둬진 서량.

뜻밖에도 서량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적어도 십 보(十步) 이상 떨어져 있어야 숨통이 트일 만한 열기를 내면서도 머리카락 한 올, 옷 한 자락 타지 않았다.

신비롭기 짝이 없는 광경.

하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분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살벌해지기만 했다.

화르르르륵!

불꽃이 조금씩 번져 나갔다.

동시에 고죽림의 공기가 크게 출렁거렸다.

쑤우우욱!

마동필은 호흡이 힘겨워지는 걸 느꼈다.

암영마기의 열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 지독한 열기에 공기가 타서도 아니었다.

공기 중에 퍼져 있는 영기의 소모.

주변에 흩어져 있던 대량의 영기가 서량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마동필 정도의 고수조차 현기증을 느껴야 했다.

잠시 후.

번쩍!

서량의 눈이 뜨였다.

후욱!

공기가 일시에 차가워졌다. 고열의 마기가 서량의 몸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단전(下丹田)으로 몰려들던 마기가 더 이상 자리를 찾지 못하고 명치, 중단전(中丹田)으로 올라갔다.

치이이이익!

“끄응!”

서량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의복의 흉부가 동그랗게 타들어 갔다. 마기가 고속으로 회전하며 기를 응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계다.

하단전과 중단전이라는 두 개의 그릇을 꽉 채우고도 마기는 여전히 넘쳐났다.

퍼퍼펑!

서량의 몸이 마구 움찔거렸다. 더 이상의 그릇을 찾지 못한 마기가 전신 혈도는 물론 세맥(細脈)까지 뚫어 내며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전신의 모든 혈이 순식간에 타통되었다. 마치 손으로 두부를 누르는 것처럼 쉽고 빨랐다. 암영마기의 열기로 타통의 고통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화르르르륵!

돌고 도는 마기.

전신을 꽉 채웠던 마기는, 기어이 남은 하나의 그릇을 찾아냈다.

상단전(上丹田).

혼(魂)이 머무는 장소이자 제대로 연마한다면 신이(神異)한 능력까지 부릴 수 있다는 인체 최고의 잠재력 보관소.

마기가 그의 상단전에 침투했다.

휘이이이익!!

“끄아아악!”

서량의 입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어지간한 통증에는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그조차도 몸부림을 칠 만큼의 고통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짧았다.

천만다행으로 상단전의 그릇이 넉넉했던 서량은 순식간에 남은 마기를 몽땅 담아낼 수 있었다.

“쿨럭!”

한 차례 검붉은 피를 토해 낸 서량이 그대로 쓰러졌다.

마동필의 눈이 커졌다.

“공자님!”

재빨리 서량에게 다가간 그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맥은 정상이었다.

불쑥.

마동필의 품을 비집고 나온 새끼 여우가 가만히 앉아 서량을 바라보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짐승의 눈동자. 그 동공 속에 언뜻 오색찬란한 광채가 명멸을 반복하는 듯했다.

그렇게 이인일수(二人一獸)는 대숲의 영역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팔 개월간 상상 속의 영물들과 싸워 가며 성장한 서량.

말 그대로 상상 속에서나 얻을 수 있을 법한 방법으로 무공을 연련한 지금의 그는, 이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 있었다.

* * *

사흘 후.

“삼 조장?”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무릎을 꿇고 고개를 꾸벅 숙이는 마동필의 얼굴은 무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무담의 눈이 깊어졌다. 한 달 전 보고를 하러 왔던 마동필과 지금의 마동필이 크게 달라졌음을 느낀 것이다.

“보고를 하러 왔는가.”

“말씀을 전하러 왔습니다.”

“말씀? 그게 무슨 말인가?”

마동필이 고개를 들었다.

무심하면서도 강렬한 기백으로 물든 눈빛에 대호법인 무담조차 움찔했다.

“삼공자님께서 출림(出林)하셨습니다.”

“……!”

“곧바로 마신궁으로 가시겠다 하시었습니다. 교주님께 말씀드려 입궁허가령을 받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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