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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34화 (34/774)

34화. 최악이지 최강은 아니잖아 (2)

광마대.

간단하게 풀이하자면 미친 마귀들이 득실거리는 부대란 뜻이었다.

천마신교는 근본적으로 종교 단체다. 당연히 부대명을 저리 지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자극적인 이름을 짓게 되면 남들에게 비웃음이나 사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교내에서도, 교외에서도 광마대를 우습게 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광마조우필사(狂魔遭遇必死).

광마대와 마주치면 무조건 죽는다는 말이었다.

인간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부대. 타협도, 대화도 없다. 적이 누구든 광증에 걸린 짐승처럼 물어뜯는다는 최악의 부대가 광마대였다.

그리고 그 악명은 적아를 가리지 않았다. 금일 자미루(紫眉樓)가 유시(酉時)부터 초긴장 상태로 돌입한 이유였다.

교내 마인들을 신시(申時) 어간에 전부 내보낸 자미루주 도위경은 점소이들을 이 열 종대로 세우고, 본인은 그 중앙에 섰다.

실로 귀빈을 기다리는 장사치의 모범적인 태도였다.

엄숙함보다 긴장감이 더 강하긴 했지만.

도위경이 힐끔 창가를 바라보았다.

얼추 일다경(一茶頃)이 지나면 그 미친 마귀들이 우르르 몰려올 것이다. 하나 시간이 좀 남았다고 애들을 대기시키지 않을 수도 없었다.

혹시라도 예정 시간보다 빨리 와서 꼬투리라도 잡히면 오늘 하루는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등에 땀 차는군.’

빌어먹을…….

‘왜 하필 내기에 져서는!’

생각만 해도 억울했다.

광마대가 회식을 공표한 순간 내성 호화 주루의 주인장들은 회합을 가졌다. 어느 주루에서 광마대의 회식을 맡을 것인지 정하기 위해서였다.

눈치 싸움은 토론의 장으로 변했고, 끝나지 않은 토론은 결국 내기라는 형태로 진화했다.

그리고 주루 전체의 목숨이 걸린 것이나 다름없는 내기의 전장에서 도위경은 패배하고야 말았다.

여기저기 작전 나갈 시간이 많아서 전체 회식을 이삼 년에 한 번 한다는 광마대다. 도위경이 얼마나 불운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어쨌든 잘 넘기자. 광마대주 그 사람, 수틀리면 마존 어르신들한테도 욕설을 퍼붓는다던데.’

원로원의 구대마존들에게도 배짱을 부릴 정도면 그 성미가 얼마나 지랄 맞은지 알 수 있었다.

까딱 잘못 걸리면 죽는 게 낫다 싶을 만큼 괴로워질 것이다.

도위경이 연신 이마를 훔치며 외쳤다.

“이놈들아! 각 제대로 맞춰! 야, 거기! 매무새 똑바로 안 해?!”

그때였다.

덜컹!

순간 주루 안에 정적이 일었다.

도위경의 안색이 대번에 창백해졌다. 흐르는 땀이 거짓말처럼 증발하고 전신의 털이 오소소 일었다.

끼이이익.

천천히 열리는 일 층 문.

재빨리 자세를 바로 한 도위경의 눈에 노을빛을 등진 건장한 남자가 보였다.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렸다. 도위경만이 아니라 점소이, 숙수들까지 모두가 긴장한 것이다.

도위경이 외쳤다.

“자미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좌우로 정렬한 사람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숙이는 각도는 칼 같았고 한목소리로 외치는 인사는 천장이 들썩거리도록 우렁찼다.

잠시의 침묵.

그 침묵을 박살 낸 것은 귀엽기 짝이 없는 울음소리였다.

「앙!」

‘어? 이게 뭔 소리지?’

도위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군데 짐승 새끼 울음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겨?

그가 천천히 허리를 펴며 눈치를 보았다.

그리고 마주한 청년.

“환영 인사가 너무 거창한 거 아닌가, 이거?”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하는 청년의 얼굴에는 떨떠름함이 가득했다.

도위경의 눈이 흔들렸다.

“누구……?”

청년, 서량이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그럴 리는 없지?”

“누구신지요? 저희 자미루는 금일 다른 손님들을 일절 받지 않는 것으로…….”

“서량이라고 하오.”

“예?”

“마주하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삼공자라고 합디다.”

삼공자가 뭐지? 먹는 건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단어에 도위경의 사고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건 점소이들과 숙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서량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백 명은 너끈히 받는 주루라더만 오늘은 뭐가 이렇게 텅 비었어? 인기가 없나?”

“……예?”

“뭐, 이왕 왔으니 별수 있나. 발도 아프고 허리도 쑤시고. 다른 데 가기 귀찮으니까 자리 하나 만들어 주쇼.”

뭐지, 이 대책 없는 친근함은?

도위경이 어정쩡한 자세로 연신 갸웃거릴 때였다.

“……사, 삼공자님?!”

누군가가 뱉은 한 마디에 이 기묘한 공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삼공자님? 어떤 삼공자님? 뭐야? 그 삼공자님? 본교의 삼공자님? 교주님의 셋째 제자분?’

순간 도위경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커헉!”

“으어억?!”

“쿨럭!”

제각기 화려한 반응을 보이던 이들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신교불패! 만마앙복! 삼공자님을 뵙습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주루 전체가 진동하는 듯했다.

금호가 귀가 아픈 듯 서량의 목덜미에 대가리를 묻었다.

금호를 두어 번 다독인 서량이 손을 내려 귀를 후볐다.

“만날 때마다 이 수선을 떨 거면 앞으론 주루도 자주 못 오겠군.”

“헉헉! 예?”

“불편하니까 이만 일어들 나시라고.”

“명을 받듭니다!”

사사삭!

도위경을 위시한 모든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일 층 탁자들을 둘러보던 그가 경치 좋은 창가 자리로 걸어갔다.

도위경이 허리를 바짝 숙이며 서량의 뒤를 따랐다. 발소리도 낼 수 없어서 발끝으로 걸어가는 모습에서 극도의 조심스러움이 엿보였다.

서량이 의자에 앉자 도위경이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그가 피를 토하듯 절절하게 외쳤다.

“삼공자님께서 본루를 방문해 주시다니 실로 삼생의 영광이옵니다!”

동시에 점소이들과 숙수들도 외쳤다.

“영광이옵니다!”

서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냉큼 그의 품으로 숨어든 금호가 앞발로 귀를 막았다.

“됐고, 여기 제일 맛난 음식이 뭐요?”

“예, 예?”

“맛난 음식 뭐냐고 물었소.”

“그, 그건 어찌…….”

“주루를 내가 괜히 왔겠소? 맛난 안주에 술이나 푸자고 온 거 아니겠소.”

“아!”

애초에 삼공자님이란 존재가 ‘손님’이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도위경이 떠듬떠듬 요리들을 설명했다.

가만히 듣던 서량이 한숨을 쉬었다.

“죄다 향이 강한 것들 뿐이구만.”

혼잣말이었지만 들을 만한 사람들은 다 들었다.

특히 숙수들의 얼굴은 돌림병에 걸린 환자들도 동정을 금치 못할 만큼 참혹하게 변해 있었다.

“원하시는 음식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라도 대령해 올리겠사옵니다!”

땀을 폭포수처럼 쏟아 내던 도위경이 넙죽 엎드리며 외치자 숙수들이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생각에 잠긴 서량이 손가락을 튕겼다.

“죽통에 푹 삶은 돼지고기에다 기름 적당히 두른 채소볶음 정도면 되겠군. 채소볶음은 좀 매콤하게 하되 간은 담백하게.”

파라라락!

도위경이 벌떡 일어나 숙수들 앞으로 다가갔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서량조차 입을 헤 벌리며 바라볼 정도였다.

도위경이 잔뜩 충혈된 눈으로 숙수들을 노려보았다.

“만들어라.”

“예, 예?!”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최상급의 요리를 만들어! 지금껏 네놈들이 쌓아온 실력을 총동원하란 말이다! 알겠느냐?!”

“헉! 예!”

“만일 삼공자님께서 눈살이라도 한 번 찌푸리는 날엔 너희 모두의 뼈를 발라다가 사골을 고아 버릴 거얏!”

“며, 명심하겠습니다!”

숨죽이고 하는 말이라 소리는 작았지만 그 말에 실린 진정성과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사색이 된 숙수들이 화살처럼 주방으로 튀어 들어갔다.

서량은 내심 혀를 찼다. 겁을 있는 대로 먹었는데 잘도 좋은 요리를 만들겠다.

하지만 뭐, 상관없지.

‘맛없어도 맛난 척하면 될 거 아냐.’

애초에 술과 안주가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광마대를 접대키 위해 준비 중이던 모든 인원이 오로지 서량 한 사람을 위해 움직였다. 먼지 한 톨 없이 매끈하게 만들어 놨음에도 점소이들은 또다시 손걸레를 들었다.

물론 그 청소는 매우 정중하고 조용했으며 서량의 시야 밖에서 이뤄졌다. 혹시라도 신경 쓰실까 무서웠던 것이다.

당연히 서량은 그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저 탁자 위로 올라와 벌러덩 누운 금호의 코를 톡톡 두들기며 놀기 바빴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금호의 귀가 쫑긋거리고 서량의 눈에 서늘한 빛이 일었다.

‘왔군.’

후욱.

저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마기의 파동.

‘소문대로, 아니 소문 이상.’

난폭하다.

하나같이 마기를 제대로 갈무리할 줄 아는 놈들이다. 하지만 은연중 풍겨 내는 존재감 속에 거칠 것 없는 광기가 묻어 나오고 있었다.

‘이백 명. 구성원들 모두가 최소 일류 이상. 조직도에 실린 정보대로야.’

그리고 하나 더.

‘전투에 익숙해.’

숱한 전투 경험으로 쌓아 올린 특유의 예민함과 살기가 진득하게 배어 있다. 조직의 성향이 어떤가를 떠나, 일당백의 전사들인 것만은 분명했다.

서량이 머리를 긁적였다.

‘잘 다져지려나.’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이쪽은 신교 최고위 신분이라 거리낄 것 없다.

잠시 후.

쾅!

부서진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강렬한 소리와 함께 덩치 좋은 사내가 들어왔다.

“우리 왔…….”

사내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눈살부터 찌푸렸다.

“뭐야? 아직 준비도 안 해 놨어?”

점소이들은 살살 청소 중이었고 주방 한쪽에선 화려한 불길이 치솟고 있다. 굉장히 엄숙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였다.

모두의 시선이 사내에게로 몰렸다.

사내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시선이 집중된 건 좋은데 이놈들이 자세도 바로잡지 않고……?

“이것들 봐라? 어이! 루주 어디 있어?!”

그때, 이 층에서 도위경이 재빠르게 내려왔다. 땀으로 푹 젖은 얼굴에 다급함이 그득했다.

“오, 오셨습니까, 부대주님.”

“아직 준비 안 됐어? 우리 회식 시간 공지 제대로 한 것 같은데?”

“아닙니다! 준비는 완벽합니다!”

뭐라 한마디 받아치려던 사내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 목소리가 왜 그래?”

“예?”

“왜 목소리가 도둑놈 불알처럼 팍 쪼그라들었냐고.”

도위경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그렇습니까.”

“거봐, 지금도 그렇잖아.”

“거슬리셨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거슬리…… 아니지. 이봐, 루주.”

“예에.”

사내가 발로 옆의 의자를 툭툭 건드렸다.

“준비 다 끝났다며? 근데 왜 이렇게 어수선해?”

“아, 그게…….”

“그리고 아랫놈들 관리 어떻게 하는 거야? 엉? 이 새끼들이 손님이 왔으면 허리 접고 고개부터 처박아야 정상 아냐? 멀뚱멀뚱하게 뭣들 하는 거냐고?”

말을 하면서 점점 열이 받았는지 사내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기분 좋은 회식 날의 포문을 이따위로 열어서야 쓰겠어? 루주가 이렇게 나오면 우리가 섭섭하지. 안 그래?”

“저, 저기…….”

“그리고.”

사내의 눈이 일 층 창가로 향했다. 서량은 이쪽을 쳐다도 보지 않은 채 금호와 손가락으로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저 새끼는 또 뭐야?”

“……!”

“회식 공지를 때렸으면 미리미리 싹 다 내보내야 할 거 아냐! 이래 놓고 준비가 다 됐다고? 당신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순간 도위경을 비롯한 주루 내 모든 이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사내가 버럭 소리쳤다.

“뭐 하고 앉았어? 저 새끼부터 당장 끌어내지 못해!”

꿀꺽.

“얼레? 빨랑 안 움직여? 이 새끼들이 정말!”

그가 주먹을 들었다. 잔뜩 흥분한 눈을 보건대 집기 몇 개부터 박살 내고 볼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빡!

“컥!”

뒤통수를 거하게 맞은 사내가 비틀거리며 앞으로 두어 걸음 걸었다.

동시에 문밖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럽게 뭐 하는 짓거리냐.”

서량의 눈이 반짝였다.

‘왔군.’

저벅저벅.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한 사람.

거의 육 척에 달하는 키에 서른 정도 먹었을 법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조금은 신경질적인 눈매에 사선으로 가로지른 칼자국이 섬뜩함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두 가지 요소를 제외하면 상당히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등 뒤에 두 자 길이, 아홉 치 너비의 두터운 소검(小劍)을 멘 여인.

“길을 열라고 했지 누가 사고 치랬어? 앙?”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대, 대주님.”

서량이 미소를 지었다.

‘등장하셨구만.’

내전 전투 부대의 수장 중 가장 어리고 가장 난폭하다는 절정의 마인.

광마대주(狂魔隊主) 위홍련(威紅蓮)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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