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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38화 (38/774)

38화. 머리는 일부터 저지르고 나서 굴리는 거야 (2)

“죽어! 죽어! 죽어어어!!”

퍼버버버벅!

어찌나 야무지게 두들기는지 사람 패는 소리가 뭔 장단인 양 흥겹게 들릴 지경이었다.

마동필은 다급해졌다.

“공자니임!”

웅성웅성.

“비켜!”

퍼어어억!

재차 광마대원 하나를 날려 버린 마동필.

당황한 광마대원들이 다시 살기를 피워 올렸다. 거의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마동필이 입에 거품을 물었다.

“미친놈들아! 물러나! 지금 우리끼리 싸움박질 벌일 때가 아니야!”

“이 새끼가 뭐라는 거야!”

정말이지 돌아 버릴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들 살면 이리 단순할 수 있단 말인가.

“너희 대장 죽는다고!”

광마대원들의 정신이 번쩍 들 말이었다.

파아아악!

인해(人海)를 헤쳐 나간 마동필이 순식간에 주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이익!”

때마침 묵사발이 된 위홍련이 이를 악물며 다리를 휘둘렀다.

퍼억!

서량의 몸이 주춤거렸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최대한 내공을 담아 후려친 일격이었지만 서량을 물러나게 할 순 없었다. 애초에 제정신이었다면 맞지도 않았을 일격이었다.

서량이 다리를 휘둘렀다.

빠각!

위홍련의 입에서 피가 터졌다.

그야말로 인정사정없는 발길질이었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면 이빨은 물론 턱 뼈까지 날아갔을 공격이었다.

위홍련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죽는다!’

자신도 이놈을 반쯤 죽이려 들었지만 진짜 죽일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목숨 하나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놈은 아니었다.

이전까지 자신의 무공을 받기만 하던 이놈이, 지금은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맨주먹으로 때려죽이려 들고 있었다.

“이!”

우르르릉!

찰나의 순간 청현마공이 더 강하게 불타올랐다.

상대가 자신을 죽이려 든다고 겁을 먹진 않는다. 그러기엔 생사의 전장을 너무 많이 뛰어다녔다.

오히려 힘이 난다.

상대가 진심이 되었다는 걸 알자 그녀의 광기 위로 투기(鬪氣)까지 덧씌워졌다.

콰앙!

서량이 두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위홍련이 직접 창안한 광마신권(狂魔神拳)이 펼쳐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상대의 가슴팍에 주먹을 꽂아 넣은 위홍련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작 그게 전부라고?’

이 한 수로 쓰러트릴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내상 정도는 유발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서량이 으르렁거렸다.

“넌 뒈졌어!”

퍼어어억! 콰앙!

“끄윽!”

똑같은 주먹질이지만 위력이 달랐다. 위홍련이 주방 집기들을 모조리 깨부수며 벽에 처박혔다.

절로 각혈이 나온다. 머리가 띵하고 눈이 핑핑 도는 기분이었다.

이 무식하게 힘만 센 놈이?!

퍼억!

서량의 몸이 또다시 주춤거렸다. 위홍련의 수도(手刀)에 쇄골을 후려 맞은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어지간한 고수라도 쇄골부터 갈비뼈까지 박살 났을 일격이 서량에겐 고작 한 박자 주춤거리게 하는 데에서 끝났다.

서량이 씨익 웃었다.

윗니, 아랫니 전부 보이는 환한 미소에 위홍련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미친.”

평소라면 ‘그놈 참 건치일세.’라며 이죽거리기라도 하겠는데 지금은 그러지도 못하겠다. 상대가 자신 못지않게 눈이 돌아갔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내가 광마대주다, 이 미친 자식아!”

퍼엉!

두 사람이 다시 화끈한 공방을 터트렸다.

들어온 지는 제법 됐지만 감히 두 사람을 말리지 못한 마동필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주방 밖을 내다보았다.

광마대원들이 멀뚱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상식 따위 통할 것들이 아니다. 같이 말리자고 해도 고개나 갸웃거릴 미친놈들이었다.

‘어떻게 하지?’

몸 좀 상하는 거야 상관없다. 공자님만 말릴 수 있다면 피 토하는 것 정도가 문제겠는가.

진짜 문제는 그러고도 말릴 수가 없다는 데에 있었다.

‘그때도 그러셨지.’

고죽림 내, 성성이들을 때려잡으려다 마동필이 거의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깔끔하게 세 놈 잡았다고 돌아오던 서량은 그때부터 미친 게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 주었다. 당시 마동필이 상대하던 성성이 다섯 마리가 뼈도 못 추리고 증발해 버린 것이다.

물론 서량도 성치 못했지만.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

빠각!

“크아아악!”

위홍련이 괴성을 질렀다.

얼굴은 알아보기도 힘들 만큼 엉망이요, 전신은 피로 잔뜩 물들었다. 마주하는 사람 등골을 서늘케 할 외양이었다.

“이 개새끼, 진짜 죽여 버린다!”

뭉클뭉클.

마동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위홍련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것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살기였다. 당하다, 당하다 열이 뻗친 그녀도 상대를 죽일 결심을 한 것이다.

차아앙!

등 뒤의 널찍한 기형검(奇形劍)까지 꺼내 든 위홍련.

마동필이 외쳤다.

“광마대주!”

“으아아아!”

우우우웅!!

위홍련이 검을 휘둘렀다.

번쩍!

언뜻 부드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청색의 검기(劍氣)가 초승달을 그리며 날아갔다.

서량의 눈이 번쩍였다.

빛살처럼 쏘아져 오는 청색 검기. 고죽림에서 마동필이 피워 내던 검기보다 한 차원 높은 심의축검(心意逐劍)의 경지였다.

‘훌륭하군.’

마동필의 우려만큼 서량은 미치지 않았다.

아니, 처음은 그랬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

만약 처음에 드러냈던 광기가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이런 식으로 한 대씩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그 자리에서 묻어 버렸겠지.

당연히 지금 보여 주는 살기도 진심은 아니었다.

‘아, 진심이 좀 섞이긴 했지.’

혹시라도 금호가 장력에 다쳤을 생각을 하니 새삼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기분이었다.

‘어쨌든…….’

검기가 날아오는 속도가 그리 빠른데도 생각에 여유가 있다. 천라육통식의 이식(二式), 초고관(超考觀)을 유지하는 덕이었다.

상단전이 연마되지 않은 자는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게 초고관이다. 이유인즉, 초고관을 개방하면 사고의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기 때문이다.

초고관을 상단전이 연마되지 않은 채 개방하면 숨 한 번 몰아쉬기도 전에 뇌가 곤죽이 된다. 두 번째 식이지만 초신관보다 열 배는 더 위험한 게 초고관이었다.

서량이 위홍련의 눈을 직시했다.

세상이 느려진 듯한 착각 속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광마대주의 강렬한 안광.

초고관 위로 최상위 마공인 암영진마공의 마안(魔眼)이 내려앉았다.

‘분노, 초조, 당혹, 오기…….’

빠르게 읽히는 상대의 감정들과 상태.

‘호승심, 패배감, 인정…… 인정?’

응, 인정?

‘오호라? 이것 보게?’

악에 받친 얼굴이 새롭게 느껴진다. 분노와 살기, 광기 등으로 불타오르는 표정 위로 조금이나마 깎인 자존심이 엿보였다.

서량이 미소를 지었다.

상대를 향한 비웃음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무인(武人)의 미소였다.

그의 왼발이 대지를 찍었다.

콰앙!

바닥에서부터 시작된 강력한 힘이 하단전과 중단전을 거쳐 상단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젠 코앞까지 다가온 청색 검기.

서량이 검기로 손을 뻗었다. 마치 누군가를 잡으려 드는 듯, 일견 아련해 보이기까지 하는 손짓이었다.

그리고…….

“……?”

검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위홍련이 눈을 부릅떴다.

“……뭐야?”

어떻게 된 거지? 그냥 손을 뻗었을 뿐인데 왜 청익검기(靑翼劍氣)가 소멸해 버린 거지?

“으, 따가워라.”

서량이 손을 탈탈 털었다. 검기를 잡아 소멸시킨 그의 손바닥엔 붉은 자국이 일자로 나 있었다.

“강벽수(鋼壁手)를 뚫었어? 대단한데?”

강벽수는 제천기의 수공(手功)으로 암경(暗勁)을 극대화한 폭산경과 반대되는 수법이었다.

손 자체를 강철처럼 만들어 외부부터 내부까지 그대로 깨부수는 흉식(凶式).

시간이 부족했다지만 왕성한 암영마기로 펼쳐 냈는데도 자국이 남았다. 위홍련의 깨달음이 서량이 생각한 것 이상이라는 뜻이었다.

위홍련의 얼굴이 험하게 일그러졌다. 안 그래도 여기저기 퉁퉁 부어서 충분히 일그러져 보였지만.

“이…….”

뭐라 욕이라도 하고 싶은데 차마 욕도 안 나온다.

이전까지 치고받았던 것과 차원이 다른 무공이었다. 같은 언덕을 오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태산의 팔부능선을 거닐던 자가 아닌가.

화르르륵.

주먹을 쥐자 끈적거리던 핏빛 마기가 불처럼 화려한 마기로 변해 타올랐다.

“인상적이긴 했다만 딱 여기까지구만.”

“으득.”

“숨도 고를 겸 선택권을 주마.”

스륵.

서량의 손에 일던 마기가 사라지더니, 손바닥에 난 자국이 말끔히 지워졌다.

“비리 혐의로 자수할래?”

“…….”

“아니면 삼공자에 대한 불경죄, 살인 미수 등으로 끌려가서 삼십 년 밖에 안 산 인생 대단원의 막을 내려 볼래? 응?”

“…….”

“상대가 안 된다는 것도 알고, 둘 중 뭘 선택하는 게 나을지도 아는데 왜 고민하는지 모르겠네.”

“…….”

“아, 역시 그런 건가? 어디서 같잖은 놈이 선택하랍시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마음에 안 들긴 하겠지?”

스르르릉.

서량이 허리춤의 칼을 뽑았다.

천하에 보기 드문 신병이기까지는 아니지만 여느 장인이 만들 수 있을 법한 칼도 아니다. 수수한 생김새와는 달리 도신(刀身)에 보광(寶光)이 흘러넘쳤다.

“자존심 하나로 먹고사는 광마대주한테 내가 좀 무례하긴 했네. 이미 답이 나온 질문으로 농락이나 하고 말이야.”

스륵.

위홍련을 향해 겨눈 도.

서량의 눈에도 진지함이 담겼다.

“구구절절 더 말할 필요 없겠어. 이만 끝내지.”

우우우웅!!

위홍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량이 쥔 칼이 알아서 진동하고 있었다. 진기가 실려서 칼이 반응하는 게 아니라, 칼 자체가 살아 있는 듯 청아한 울림을 내고 있었다.

‘도명(刀鳴)!’

검사들의 검명(劍鳴)과 같은 경지다.

외물인 병장기(刀)와 몸(身), 그리고 마음(心)이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合一) 최적의 균형을 이룬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생명의 울림.

모든 것이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칼은 혼을 얻어 그 자신의 마음을 싹틔우게 된다.

이는 곧 연마의 정도에 따라 검도(劍道) 최고의 경지인 어검(御劍)에도 이를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바.

츠츠츠.

칼날이 점점 거대해진다.

실제로 커진 건 아니었음에도 서량의 모습이 칼의 형상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위홍련의 눈이 흔들렸다.

누구 하나 죽어야 진정이 될까 말까 한다는 광기가 순식간에 들어가 버렸다.

‘저건…….’

여느 절정고수와는 빈말로도 비교할 수 없는 극상승의 신도합일(身刀合一).

서량의 안광이 불을 뿜었다.

“잘 가시게.”

우우우우웅!!

거대한 칼날이 환상처럼 짓쳐들어왔다.

바로 그때였다.

철컹.

기형검이 바닥에 떨어져 진한 울음을 토해 냈다.

툭. 주르르륵.

한 줄기 선혈이 위홍련의 이마를 가로질렀다.

위홍련은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여유롭게 눈까지 감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위홍련의 이마 끝엔 서량의 도첨(刀尖)이 닿아 있었다.

서량이 차갑게 말했다.

“피하지 않은 이유는?”

“……피할 수 없으니까.”

“죽음을 받아들였나?”

“피할 수 없으면 죽어야지.”

“그렇다고 검을 놔?”

“후회 따위 남길 만큼 팔자 좋게 살아온 인생 아니야. 내 손에 죽은 숱한 사람들처럼 나도 언젠가는 남의 손에 죽어.”

“그게 오늘이다?

“몰라. 알아 봤자 의미도 없고.”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사였다.

덜하다 한들 천마신교 역시 무림에 속한 조직. 여인이란 이유만으로 얕잡히기 일쑤였을 것이다.

그 시선과 편견을 깨부수기 위해 남들보다 열 배는 노력하며 살아왔을 터였다.

하물며 그녀는 천마신교와 대립했던 무가의 핏줄이기도 했다. 자연히 독하고 치열하게 살아남으려 발버둥 쳤을 수밖에.

물끄러미 그녀를 보던 서량이 칼을 거두었다.

위홍련의 눈이 천천히 뜨였다.

퍼억!

그녀가 주방 구석으로 쓰러졌다. 서량이 냅다 주먹을 날린 것이다.

“불경죄 및 여타 소소한 죄목들은 이번 한 방으로 없는 셈 치도록 하지.”

위홍련이 그를 올려다보며 볼을 쓰다듬었다.

“미리 말해 두는데, 그것 좀 봐줬다고 내가 당신이 바라는 대로 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안 해, 이년아.”

“…….”

“바늘에 건 미끼를 내 손으로 뭉갰는데 물고기가 잡히길 바라겠냐?”

“……그게 무슨 말이야.”

“몰라! 내가 뭐 한다고 지랄 염병을 하고 힘들게 칼까지 뽑았는지 원.”

연신 투덜대던 서량이 금낭 하나를 꺼내 기절한 도위경의 손에 쥐여 주었다.

“미안하오.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거면 수리비로 충분할 거요.”

그가 힐끔 위홍련을 노려보았다.

위홍련이 움찔했다.

“너 혹시라도 이 돈 빼앗았단 소리 들리면 대가리 깨 버린다.”

“내가 뒷골목 파락호인 줄 알아? 안 뺏어.”

“하는 짓 보니 차라리 파락호가 성인군자다, 이 불학무식한 년아.”

서량이 외쳤다.

“동필아! 가자!”

“예? 아, 예!”

“괜히 흥미만 돋워서 미안하다. 꽤 화끈해질 줄 알았는데.”

“더 화끈했었음 심장마비로 급사했을지도 모릅니다.”

“엄살은.”

두 사람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자미루를 나섰다. 어느새 금호도 서량의 어깨에 올라타 앙앙거렸다.

부서진 주방에서 이인 일수를 바라보던 위홍련.

잠시 후, 차광이 어색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대주님?”

“안 괜찮아.”

“아…… 예에.”

위홍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 정리하고 술 시켜.”

“예?”

“회식 시작도 안 했는데 이대로 끝낼 순 없잖아? 애들 기다린다. 빨리 정리부터 해.”

“예.”

위홍련이 다시 서량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뭐가 그렇게 고달픈지 머리를 벅벅 긁는 모습이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청년처럼 보였다.

“……누가 불학무식하다는 거야, 힘만 센 무식쟁이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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