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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42화 (42/774)

42화. 머리는 일부터 저지르고 나서 굴리는 거야 (6)

파파파팡!

북 터지는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

퍼퍼퍼펑!

두 다리는 느릿하게 움직이는데 양손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다. 주먹질인지 장법인지 분간이 안 되는 속도였다.

쿠르르릉!

마기를 운용했을 뿐 딱히 방출한 것도 아닌데 공기가 요동쳤다. 어찌나 빠르고 격정적인 무공인지 공기를 넘어 공간까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멀리서 팔짱을 낀 채 그 광경을 바라보던 위홍련은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마동필이 다가오고 있었다.

“뭐야?”

“뭐가 말이오?”

“나한테 볼일 있어?”

“없소만.”

“그런데 여기 왜 와?”

“공자님의 수련 장면이 가장 잘 보이는 장소가 여기라서 그렇소.”

위홍련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 가지 물어봐도 돼?”

“말씀하시오.”

“삼공자님께서는 원래 저러시나?”

마동필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공자님에 대한 과한 언사는…….”

“시끄러, 그런 거 아니니까.”

“하면?”

“삼공자님, 너무 대놓고 수련 장면을 보여 주고 계시잖아.”

“…….”

“그냥 간다고 하니까 볼 거면 마음대로 보라셨어. 깜짝 놀랐다고.”

마동필이 피식 웃었다.

“공자님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소.”

“뭔데?”

“남한테 자신 있게 보여 주지도 못할 무공 갖고 나댈 생각하지 말라.”

“……!”

“강호 무림처럼 위험한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고도 하셨소. 긴장해야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차라리 내 강점이든 약점이든 적나라하게 보여 주라고.”

“말의 앞뒤가 다르지 않아?”

“그래야 사람은 긴장한다고 하셨지. 어설프게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잴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움직이는 게 만 배는 낫다고 하셨소.”

“…….”

“당신께서도 가끔은 불안하다고 하시더군. 하지만 진정한 자유의 시작은 솔직함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 또한 안다고 하셨소.”

마동필이 서량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쪽에서 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서량의 눈빛은 진중하기 그지없었다.

“캐내려면 캐내고, 배울 거면 배워라. 어차피 내가 갈 길은 정해져 있으니 너희가 뭘 보든, 뭐라 하든 상관치 않겠다. 공자님께선 그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계신 것이 아닐까 하오.”

그야말로 완벽한 오해였다. 서량은 그저 천마신교라는 괴악한 집단에서 떨어져 나가고 싶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위홍련은 그 말에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마인으로 살아오며 서량처럼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유를 위해선 숨기지 말고 드러내라……. 솔직함이야말로 자유의 첫걸음…….’

하루하루 죽음을 각오하고 살아왔지만, 죽기를 바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삼공자는 자유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고 살아간다. 비교할 필요가 없는, 그럼에도 자꾸 비교하게 되는 시야 차이에 마음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저런 생각을 갖고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군.’

그녀는 서량이 구사하는 무공을 더욱 집중해서 보았다.

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아마 저 무공을 자신이 상대한다면 다섯 합 이내 쓰러지고 말 것이다.

다만 알 수 있었다.

저 무공이 얼마나 신묘한 무공인지, 저 무공을 자신보다 고수가 보았다면 얼마나 대단한 도움이 되었을 것인지.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쾅! 퍼엉!

대지를 뒤흔드는 진각 후 마지막 일격.

“후우.”

서량이 땀에 푹 젖은 몸으로 긴 숨을 내쉬었다.

‘됐다. 이제 완벽해.’

무의식적으로 펼쳐도 괜찮을 만큼 제대로 결합이 되었다. 그의 제천기는 이제 살왕 시절과 아예 다른 무공이라 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 변해 있었다.

‘살법(殺法)을 버릴 필요는 없어. 아니, 애초에 살법이니 뭐니 나눌 필요조차 없었다.’

꽉 쥔 주먹을 펴자 희뿌연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손안에 암영마기를 응축시켜 놓은 것이다.

‘죽일 생각을 하면 살법이 될 것이요, 그게 아니라면 제압기가 될 것이다. 결국 무공을 구사하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거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마공을 익히고 나니 새롭게 받아들이게 된다. 또 다른 무(武)를 접하며 시야가 넓어지고, 응용할 수 있는 폭도 방대해졌다.

깨달음이란 것도 결국 돌고 도는 것이다. 적절한 시점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언제나 무도(武道)의 길은 열리게 마련이었다.

땀을 대강 닦아 낸 서량이 몸을 재정비할 때였다.

“굉장하시군요.”

“어, 아직 있었냐.”

“어떤 무공인지 파악도 되지 않습니다. 본교에 그런 놀라운 무공도 있었군요.”

서량은 괜히 뜨끔했지만 애써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네 무공도 상당하던데. 본교의 무공답지 않게 빠르고 변칙적이었어.”

“아, 그랬습니까.”

“선천적으로 감각이 뛰어나지 않으면 쉽게 구사할 무공이 아니던데? 호방한 맛도 있고 말이야.”

자신이 펼쳐 낸 무공에 대한 평가가 나온다. 자연스레 귀가 열릴 수밖에 없다.

“다만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무공이라 그런지 다소 급한 면이 있어. 연환기(連環技)를 상정한 건 좋지만 지나치게 속도에 치중해서 섬세함이 떨어지더군.”

“…….”

“천천히 보완해 봐. 어쨌거나 상당히 좋은 무공이었으니까.”

위홍련은 기가 찼다.

“그런 걸 막 알려 주셔도 되나요?”

“뭘?”

“제 무공의 장단점이요.”

“안 될 이유는 또 뭐고?”

“…….”

“도의적으로 무례하다거나 범법 행위도 아닌데 선 그을 이유가 있어? 게다가 무리(武理)라는 건 말해 준다고 다 깨달아지는 게 아냐. 피 토하며 노력해도 얻을까 말까인데 벌써부터 네 것인 양 굴지 마라.”

“……아, 예.”

“해장 필요하냐?”

“괜찮습니다.”

“동필이는 먹었지? 그럼 나 밥 먹는다.”

잠시 후, 서량은 연무장 옆에서 앵화와 시시덕거리며 밥을 먹었다. 잠만 자던 금호가 기다렸다는 듯 탁자 위로 올라와 서량이 발라주는 생선 살을 씹었다.

위홍련은 서량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껄껄껄 웃으며 밥을 먹어 대는 그.

시녀인 앵화도 꺄르르 웃고 떠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러모로 참 신기한 분이야.’

삼공자씩이나 되면서 한낱 시녀와 겸상을 하곤 친구처럼 대화까지 나눈다. 알면 알수록 도통 모를 사람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옷까지 멀끔하게 갈아입은 서량이 요대에 칼을 찼다.

마동필의 표정이 의아해졌다.

“어디 가십니까?”

“어? 어어, 넷째 만나러.”

너무나도 자연스레 나온 말에 마동필과 위홍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

“예에?!”

“뭐, 뭐라고요?”

기겁하는 둘을 물끄러미 보던 서량이 콧방귀를 뀌었다.

“왜 그렇게들 놀라?”

위홍련이 당황해서 물었다.

“사공자를 만나러 가신다고요? 지금이요?”

“그럼 언제 가?”

“아니 그쪽에서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판국에…….”

서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성격이 화끈하다 못해 지옥 불 같다던 광마대주 악명은 어디로 갔어? 손가락 빨고 기다리랴, 그럼?”

“어…… 당연히…….”

“그쪽에서 어떻게 나올지를 모르니까 알아도 볼 겸, 허를 찌를 겸 가는 거야.”

“……!”

“이게 무슨 병정놀이나 합을 맞춘 비무 나부랭이도 아니잖아? 어떻게든 먼저 승기를 잡는 쪽이 유리한 거야. 가서 깽판을 놓든 오해를 풀든 만나야 답이 나오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량을 보던 위홍련의 얼굴에 점차 미소가 드리워졌다.

마주하는 이의 가슴을 섬뜩하게 만드는 흉포한 미소였다.

“마음에 드는군요.”

“뭐가?”

“공자님의 화끈함이요.”

“내가 좀 매력적이긴 하지?”

“굉장히요.”

평소에 주고받던 대화였다면 위홍련에게 이런 면도 있구나, 싶었을 것이다. 하나 살기 넘치는 웃음을 흘려 대며 저리 말하니 듣는 사람 등골이 다 오싹해질 지경이었다.

“이왕지사 그러실 거면 같이 가시죠?”

“……?”

“전 따로 준비할 것도 없어요.”

서량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그녀를 보았다. 마동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너는 진마대주 맡는다며? 가긴 어딜 가?”

“거기 가면 진마대주도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리고 공자님 말마따나 열매 떨어지길 기다리고만 있는 것도 좀 모양새 나쁘고요.”

“……허.”

서량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로서도 이런 전개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너희 애들 그렇게 방치해도 되냐?”

“어차피 회식은 닷새입니다. 그중 첫날만 주루에서 마시는 거고 나머지는 그냥 휴식이지요. 이번에 제대로 엄포를 놨으니 사고는 치지 않을 겁니다.”

하긴 앞에서 벌벌 떨던 모습들을 생각하면.

위홍련이 씨익 웃었다.

“제 별명 저도 싫어합니다만, 오늘은 한번 미쳐 날뛰어 보죠.”

“……벌써부터 신경 쓰이네, 시벌.”

“예?”

“아, 아냐. 좋아, 같이 가자.”

네 말마따나 의외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세 사람,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의 품에서 고이 잠들어 있는 짐승 한 마리가 홍위문의 거처를 향해 나아갔다.

* * *

“후우.”

뿜어지는 청색의 연기가 방안 곳곳에 스며들었다.

신회는 공자님께서 무슨 연초를 그리 피시는지 궁금했다.

매번 종류가 다른 걸 피시는 것 같은데 색과 향이 점점 짙어지는 데다, 공자님의 표정도 갈수록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

“공자님.”

“할 말 있나?”

“외람된 말씀이오나, 연초를 좀 줄이시는 게 어떠신지요.”

홍위문이 피식 웃었다.

“전에도 그 소리 하더니 또 그러나?”

“정확히 어떤 약재인지는 모르겠사오나 통상의 경우 연초가 폐장(肺臟)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고작 연초 정도에 문제가 되시진 않겠지만 이왕이면…….”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군.”

“…….”

“걱정은 고맙다만 괜찮아. 진짜 위험하면 내가 알아서 끊도록 하지.”

신회가 한숨을 쉬었다.

“괜한 말로 공자님의 심기를 거스른 것 같아 면목이 없습니다.”

홍위문이 곰방대를 털었다. 초와 연기의 색은 전부 다른데 흩어지는 재는 언제나 회색이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지만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은 똑같다는 생각을 하며 홍위문이 입을 열었다.

“신회.”

“예, 공자님.”

“걱정하지 마라. 난 언제나 최악을 대비하고 있어.”

“……어떤 최악을 생각하고 계시는진 모르겠사오나, 혹시라도 그런 사태가 오게 되면 제가 먼저 죽을 것입니다.”

홍위문이 미소를 지었다.

그간의 나른함을 싹 날려 버린, 평소에 짓던 그 특유의 웃음이었다.

“네 충성심을 어찌 모르겠어? 걱정하지 마. 그런 날은 결단코 오지 않을 테지만, 설령 그런 날이 온다 해도 마지막까지 널 부려 먹진 않을 거다.”

홍위문으로서는 흔치 않은 따뜻한 말에 신회가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삼공자 쪽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없나?”

“아, 예. 현재까지 보고된 움직임은 없습니다. 다만 워낙 떨어져 있는 곳이라 이런저런 길이 많은 관계로…….”

그때였다.

홍위문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신회의 입이 바로 닫혔다.

“누군가가 왔다.”

“……?”

“하지만 이 농도 짙은 마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대답 없는 홍위문. 자신의 감각이 진실로 맞는 것인지 확인하는 중인 것 같았다.

잠시 후, 그가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철컥!

창문을 연 홍위문이 바깥을 둘러보았다.

동시에.

“여어!”

한참이나 떨어진 곳, 대문에서도 꽤나 떨어진 거리에서 누군가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홍위문의 눈이 흔들렸다.

‘서량?!’

상당히 먼 거리였지만 안력을 돋우자 확실히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서량의 양옆에는 익숙한 얼굴의 여인과 삼십 대 초반의 사내가 꼿꼿한 자세로 서 있었다.

서량이 웃으며 외쳤다.

“동생 얼굴 보러 오셨다, 인마! 문 활짝 열어 놔! 알겠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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