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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63화 (63/774)

63화. 작전을 시작하지 (3)

“후우.”

마동필의 얼굴은 무척이나 상쾌해 보였다.

땀을 잔뜩 흘리고 호흡도 거칠어졌지만 보람찬 단련이었다.

이전의 수련이 어느 정도 관성적이었다면 고죽림에서 나온 후의 수련은 하루하루가 희열의 연속이었다.

폭발적인 성장은 없으되 확실히 느껴지는 변화, 그리고 그 변화에 점점 빠른 속도로 적응하는 몸. 순수하게 무(武) 자체에 재미가 붙었다.

그는 서량의 말을 떠올렸다.

- 변화는 곧 생산을 의미한다. 성장하든 퇴보하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법이지.

변화하는 스스로를 믿고 거침없이 나아가도 모자랄 때 왜 그따위 걸 고민하고 있어?

- 너 자신을 믿어. 고민할 시간에 겁먹지 말고 달려 봐라. 지금의 그 고민은 네가 한계에 달했을 때 해도 늦지 않아.

매우 시기적절한 조언이었다.

이후 마동필은 고민 따위 하지 않았다. 그저 휘두르고 또 휘두르는 검에 매혹되었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만큼 지친 몸에 보람을 느꼈다.

무(武)의 바다에 풍덩 빠져드니 오히려 성취가 더 빨라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마동필은 그 성취조차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넘겨 버렸다. 처음 무공을 배웠던 때처럼 즐기고 또 즐길 뿐이었다.

그 덕분일까? 고작 며칠 새에 마동필의 무공은 새로운 경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슬슬 마무리해야겠군.”

수련을 마친 마동필이 가부좌를 틀었다. 운공조식으로 몸을 회복시키려는 것이다.

그러자 문득 떠오르는 서량과의 대화.

- 이런저런 일도 대충 끝났으니까 이제 각자 조직으로 돌아가도록 해. 위 대주도 그렇고, 특히 동필이는 너무 나랑 붙어 있었어.

- ……예?

- 네가 그냥 호법이냐? 일반 조원도 아니고 삼 조장씩이나 되잖아. 현장으로 복귀해야지.

마동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이다. 공자님과 지내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서 본업에 소홀해질 뻔했다.

‘정신 차리자.’

호법원의 조장으로서 소임을 다하자. 공자님과는 또 뵐 일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운공이 막바지에 들어갔을 무렵.

“조장님!”

“무슨 일이냐.”

“일 조장님께서 호출하셨습니다.”

“알았다. 금방 가지.”

마동필은 의아했다. 사흘 뒤 마군장(魔軍長)을 호위하는 임무에 발탁되었기에 더 이상 불릴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쩐 일이실까?

잠시 후, 그가 이군성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오셨는가.”

“예, 일 조장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이군성의 얼굴은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이 늦은 시간까지 업무에 시달리는 걸 보면 확실히 일 조장 노릇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못하는구나 싶었다.

“내 바쁘니 용건만 간단히 말함세. 사흘 후 마군장 호위 있잖은가.”

“예.”

“취소되었네.”

“갑자기 말입니까?”

“정확히는 마군장 호위에 내가 가기로 되었네.”

“일 조장님께서 직접이요?”

“그렇다네. 대신 자네는 조원들과 함께 따로 할 일이 있어.”

“임무 변경이군요. 어떤 임무입니까?”

이군성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환희원에서 석 달에 한 번씩 귀물(貴物)을 수송하러 원내 마인들을 보내는 것 알고 있지?”

“예.”

“이번 달이 마침 그달이네.”

“설마 수송 마인들의 호위를 가는 겁니까?”

“맞네. 근래 파순제가 가까워지면서 본교 앞마당이 제법 시끄럽지 않은가. 별일이야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시국이 이러하니 그들만 보낼 순 없지.”

“아…….”

“그렇다고 마군장 호위에 자네를 보내고 내가 수송 마인들의 호위를 맡기에는 그림이 좋지 않아. 아마 윗선에서도 좋게 보진 않을 걸세.”

“그렇지요.”

“해서 자네가 갔으면 하네. 복귀 기념으로 몸 좀 푼다고 생각하게. 어떤가?”

마동필이 고개를 숙였다.

“어떤 임무든 맡겨만 주신다면 성공리에 완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군성이 믿음직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부탁하겠네.”

“아, 한데 언제부터 시작입니까?”

“보름 후일세. 나와 이 조장이 빠지니 그간 자네가 호법들을 관리해 주게. 자네 임무가 시작되기 이틀 전에 이 조장이 귀환할 걸세.”

“알겠습니다.”

“중요 사항들은 서류에 전부 적혀 있네. 숙지하고 태우도록.”

“예.”

“이만 가서 쉬게.”

마동필이 묵례를 하곤 집무실을 나섰다.

거처로 돌아가며 서류를 살펴본 그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몸을 푼다…… 나쁘진 않지만.”

수송 마인들의 호위를 한다. 이 또한 중요한 임무였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마군장의 호위 한번 맡아 보고 싶었거늘.

‘별수 없지. 임무에 차별을 두지 말자.’

* * *

쌕……. 쌕…….

죽은 듯 누워서 숨만 몰아쉬고 있는 여인을 보는 서량의 얼굴은 제법 진지했다.

“이 사람입니까?”

“네.”

여인을 내려다보는 소연심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일었다.

정치에 능한 여우란 소리를 듣지만 그녀 역시 사람이다. 후계로 낙점했을 만큼 애정을 가진 사람이 아파서 누워 있는데 마음이 심란할 수밖에 없었다.

“주화(朱花)라고 해요. 무재(武才)만큼이나 업무 능력도 뛰어난 아이죠. 입교했을 당시 천재라고 명성이 자자했어요.”

“음.”

“원내 단(團) 하나를 맡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게 총관(總管)직도 겸하고 있지요.”

“총관?!”

“네. 저는 후계라도 당장 능력이 되지 않으면 쉽게 일을 맡기지 않아요.

일을 배우라고 맡긴 게 아니라 실제로 이 아이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 없기에 총관을 맡긴 거예요.”

소연심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아이가 이 지경이 되고 나서 환희원이 마비될 뻔했어요. 그만큼 맡은 일도 많았고, 일 처리도 대단했다는 거죠.”

서량은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진짜 대단한데?’

얼핏 봐도 자신의 몸뚱이와 동년배로 보인다. 그 어린 나이에 환희원처럼 큰 조직의 총관 업무까지 보고 있다면 천재도 보통 천재가 아니다.

거기에 요상결뿐이라지만 며칠 만에 무애공을 해독하여 차도를 보일 만큼 운용했했다지 않나.

“이 정도 인재라면 교주님께서도 눈독을 들일 만하지 않습니까?”

“저도 신기해요. 왜 교주님께서 이 아이를 제자로 들이지 않으셨는지.”

그 말은 마치, 자신의 그릇으로도 주화란 사람을 가르치기 벅차다는 뜻으로 들렸다.

서량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일단 상태부터 봅시다.”

그가 주화의 맥을 짚었다.

입마에 든 지는 제법 되었다고 들었다. 그래서일까? 손목이 유독 가늘어 뼈밖에 만져지지 않았다.

‘하지만 맥에서 느껴지는 강한 박동은…….’

눈을 감고 암영진마공을 운용하는 서량.

잠시 후.

우우웅.

서량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붉은 기운이 주화의 몸 전체를 에워쌌다.

소연심은 흠칫 놀랐다.

‘대단한 마기다.’

옅은 농도로 운용되고 있지만 마기의 질 자체가 무척이나 뛰어나다.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을 만큼 왕성한 마기였다. 내전의 어느 마인을 만나도 이만큼 순도 높은 마기를 지닌 자를 찾긴 힘들다.

‘역시…… 사공자를 압도한 이유가 있었구나.’

홍위문의 무공 역시 굉장하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 최소한 광마대주나 진마대주보다 한두 수 위라고 보고 있었다.

그런 홍위문을 손쉽게 압도했다면 서량의 실력은 극에 이른 절정고수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소연심의 눈에 묘한 빛이 어렸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상상을 초월하는 서량의 마기에 감탄을 넘어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기연이든 뭐든 저 나이에 얻을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잠시 후.

“소 원주.”

“말씀하세요, 공자님.”

“주화…… 아니지, 그냥 주 총관이라고 부르겠소.”

“네.”

“주 총관이 익힌 마공이 뭐요?”

“월음마공(月陰魔功)이에요.”

“십대마공의 그?”

“그렇습니다.”

월음마공은 마공 중 음공(陰功)으로 손에 꼽히는 절학이었다. 다른 마공들과는 달리 재능이 없으면 입문(入門)조차 불가능하다는 고차원적인 마공이었다.

‘어쩐지.’

그런 면에서는 정파의 신공과도 닮았다. 구결을 알진 못하지만 유사한 구석도 있을 것이다.

‘재능도 있겠지만 무애공을 보다 쉽게 운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겠지.’

서량이 맥을 놓았다.

“그럼 더 이상한데.”

“네?”

“월음마공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풍문으로 듣기론 무척이나 안전하다고 들었습니다.”

마공은 정파의 신공에 비해 주화입마의 위험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그것도 하위의 마공에 한해서일 뿐이다. 고위의 마공일수록 그 안전성은 대폭 올라갔다. 물론 그만큼 연성자의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러나 아무리 안전해도 마공은 마공, 정파의 신공만큼의 안전성을 담보하진 못한다.

월음마공은 특이하게도 신공에 비견될 만큼 안전한 마공이었다.

마기(魔氣)를 발산할 뿐, 입문 과정까지만 본다면 그냥 순천(順天)의 신공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음기(陰氣)가 무너졌는지 모르겠네. 작정하고 망치려 해도 이렇게까지 몸이 망가지진 않을 텐데.”

“혈혼각 의원들의 말로는 무리한 연성 때문일 확률이 높다고 하더군요. 뇌호혈 인근의 상흔을 봐선 깨달음을 수용하던 도중이 아닐까 추측했어요.”

“그렇구만.”

골똘히 생각에 잠긴 서량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고민은 미루고 치료부터 시작합시다.”

“따로 준비해 드릴 것이 있나요?”

“없습니다. 어차피 무애공의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온 거니까 굳이…… 아!”

서량이 손가락을 튕겼다.

“혈혼각에서 제탁초 좀 얻어다 주십쇼.”

“제탁초라면 그 양기를 되살리는 약초 말씀이신가요?”

“아십니까?”

“네, 조금.”

“지금 당장 쓸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되면 제탁초로 면역(免疫) 기능을 되살릴 겁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안 되면 죽기밖에 더하겠어, 이 아줌마야?

그러나 서량은 굳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안 그래도 걱정 많은 사람에게 치명타를 날릴 수는 없었다.

“치료, 시작합니다.”

서량의 치료는 간단했다.

주화의 맥문을 잡고 무애공을 운용한다. 몸이 초토화가 되었지만 무애공의 흔적이 있기에 무애기(無碍氣)를 동조(同調)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무애기가 동조되면 서량의 깨달음을 때려 박아 끊임없이 순환시킨다.

닷새 후.

“괴, 굉장하군요.”

“그렇죠?”

“오장육부의 기능이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노력 많이 했습니다. 잠 한숨도 못 잤다니까요.”

“한데 공자님. 주화가 닷새 동안 한 번도 깨지 않았는데…….”

“의식이 깨서 활동하면 그만큼 기를 소모해야 하죠. 하지만 의식이 없으면 몸은 오직 생체 활동에 힘을 씁니다.

세수관(細水管)으로 물과 죽을 위장에 넣어 주고 있으니 딱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아, 네.”

“이제 제탁초를 써야겠군요.”

제탁초를 쓰는 방식은 간단했다. 말린 제탁초를 가루 내어 물과 섞어 세수관에 흘린다. 자연스레 제탁초를 흡수한 주화의 몸은 약력에 반응했다.

바로 그때, 서량이 진기 조율에 들어갔다.

주르르륵.

주화의 코와 입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몸 곳곳에 도사리고 있던 탁기가 피를 통해 빠져나오는 것이다.

우웅! 우우웅!

서량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는 소연심의 얼굴에 경이로움이 들어찼다.

‘굉장하다!’

그야말로 신들린 진기 조율이다. 진기의 운용이 극도로 섬세하지 못하면 탁기를 강제로 피에 섞어 뽑아내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정말이지 보면 볼수록…….’

처음엔 주화의 빠른 회복에 기뻐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량의 능력에 더 감탄하게 되었다.

그렇게 십여 일이 더 지났다.

서량이 약속했던 보름이 되기 하루 전.

“……으음.”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서서히 올라갔다.

마침내 주화가 깨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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