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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65화 (65/774)

65화. 작전을 시작하지 (5)

합챱챱.

“맛있냐, 이놈아?”

「앙!」

서량은 접시 위에 쌓아 올린 양고기를 정신없이 퍼먹는 금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많은 고기를 전부 먹고는 대접에 채워 둔 물까지 남김없이 마신다. 늘씬하게 뻗었던 금호의 배가 순식간에 빵빵하게 부풀었다.

서량이 떫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네 위장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거냐? 그렇게 먹고도 반나절도 안 돼서 홀쭉해지더만. 그렇다고 발발거리면서 뛰어다니는 것도 아니고.”

턱.

벌러덩 뒤로 누운 금호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가만히 금호를 보던 서량이 금호의 어깨와 앞다리를 만졌다. 금호는 기분이 좋은 듯 연신 갸릉댔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건 덤이었다.

“……확실히 보통 여우는 아니야.”

큰 귀와 몸뚱이만 한 꼬리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었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골격 구조가 다르다. 하는 짓만 고양이와 닮은 게 아니라 골격 자체도 개보단 고양이에 가까웠다.

서량이 금호의 발을 꾹 눌렀다.

그러자 털 뒤에 숨겨져 있던 발톱이 삐죽 나왔다. 아직 새끼라 발톱도 작고 투명했지만 끝이 고양이처럼 날카롭게 구부러져 있었다.

“역시 귀물은 귀물이었던 모양이군.”

개나 늑대의 체구에서 볼 수 있는 탄탄함과 고양이에게서 볼 수 있는 유연함을 동시에 갖춘 몸이다. 그러면서도 이질적이지 않고 조화로워 보인다.

서량의 눈이 진지해졌다.

“너 정말 정체가 뭐냐?”

골격부터 범상치가 않다.

물론 세상에 이런 동물 하나 있다고 해서 이상할 일은 아니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가? 이보다 더 특이한 동물도 많을 거다.

서량이 금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우웅.

그의 손에서 은은한 적색 마기가 일었다.

공포스러운 마기가 눈앞에서 뭉클거리는데도 금호는 연신 하품만 해 댔다. 밥을 먹자 이젠 졸린 모양이었다.

‘신기하군.’

별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 몹시 수상하다.

마기는 역천의 산물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마기를 접하면 그 이질적인 기운에 몸이 굳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금호는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되레 서량의 마기가 포근한 듯 그의 손에 얼굴을 가져다 대며 마구 비비기까지 했다.

서량의 동공이 붉어졌다.

우우우웅!!

출력을 올리자 손에서 뿜어지는 마기가 진해졌다. 붉게 달아오른 마기가 어느새 파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위협적으로 넘실거렸다.

금호가 고개를 들어 서량을 올려다보았다.

지이이이잉.

살벌하게 튀어 오르던 번갯불이 금호의 몸에 닿자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 단순히 사라진 게 아냐.’

서량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흡수된 건가.’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상했다.

지금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때도 서량의 몸은 무척이나 잘 연마되어 있었다. 게다가 긴장하고 있었기에 마기가 갑옷처럼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늑대가 물었어도 멀쩡했을 손이 고작 새끼 여우한테 물렸다고 피가 났다. 그때야 경황이 없어서 넘겼지만 지금 생각하면 보통 신기한 게 아니었다.

‘귀물은 확실해. 다른 귀물들이 산해경에 나온 요괴라면 이 녀석은 뭘까?’

스르륵.

마기를 회수하자 금호가 다시 손에 얼굴을 비볐다.

물끄러미 금호를 보던 서량이 머리를 긁적였다.

“도통 모르겠네. 확실히 위험한 것도 아니고, 나한테 호의가 있는 것도 맞는데.”

정체를 모르니 영 찝찝하다.

잠시 고민하던 서량이 고개를 저었다.

“당분간 지켜보도록 하자.”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겠나. 지금까지 지내 왔던 것처럼 편하게 키우면 될 것 같았다.

‘어?’

서량이 턱을 쓰다듬었다.

“흐음…….”

잠깐만, 이거 어쩌지?

‘난 나가는데?’

그냥 외출 정도가 아니라 영원히 나갈 수도 있다.

만약 수송대가 안가가 있는 지역까지 간다면 어떻게든 죽음을 꾸며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 가는지를 모르니 그러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결국 이 한 번의 외출은 신교의 반응을 보는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한 번, 두 번이 괜찮으면 슬슬 눈치를 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슥 사라져 버리면 되니까.

하지만 기회가 되면 바로 떠나 버릴 수도 있다.

“놓고 가긴 좀 그런가.”

「앙!」

“응? 뭐 알고서 짖는 거냐?”

「앙!」

“흐음.”

서량이 입맛을 다셨다.

“여우 한 마리를 달고 다니면 좀 눈에 띄긴 하겠지만…….”

뭐, 금호 정도야 품에 넣고 달리면 되니까.

그래도 그간 함께 한 정이 있잖은가. 제 터전이었을 고죽림에서 맘대로 데리고 왔는데 무책임하게 버려두고 가는 건 사람 할 짓이 아니다.

“같이 가자.”

「앙!」

금호가 펄쩍 일어나더니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 꼬리를 흔들 때마다 볼록 나온 배가 출렁거렸다.

이건 또 고양이보다는 개를 보는 것 같군.

“하하, 이 개 같은 녀석.”

서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준비해 볼까.”

편한 흑색 무복 위로 새하얀 장포를 걸친 그가 죽립까지 썼다.

그때, 문밖에서 앵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자님. 그릇을 이만 치울까요?”

“어? 어어, 그래.”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온 앵화의 눈이 커졌다.

“어머, 공자님. 어디 출타하시나요?”

“…….”

“공자님?”

서량이 입맛을 다셨다.

금호와 정이 든 만큼 앵화와도 정이 들었다. 특히나 고죽림에서 귀환했을 때 보여 준 앵화의 모습은 나름 감동적이기도 했다.

만약 기회가 생겨서 도주하게 되면…… 앵화에겐 인사도 못 하고 떠나가는 건데.

‘별수 없잖아. 얼마 안 된 인연 때문에 내 삶을 망칠 순 없다고.’

당연한 생각이다.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지만.

서량이 앵화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엉망이 된 머리만큼이나 표정도 울상이 되었다.

서량이 미소를 지었다.

“앵화야.”

“네, 공자님.”

“나 없는 동안도 밥 굶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라. 알았냐?”

“어디 멀리 가시는 건가요?”

“음? 뭐…….”

자유를 향한 기나긴 여행이라고나 할까?

시답지 않은 생각을 접은 그가 대충 둘러댔다.

“어, 저기 내원 깊숙한 곳으로 수련하러 가.”

“수련이요? 여기서 안 하시고요?”

“새로운 환경에서 자극 좀 받아 보려고.”

“오래 걸리시나요?”

“글쎄다. 빠르면 보름 안에도 오겠지만 늦으면…….”

평생 안 올 수도 있어.

“여하간 갈 테니까 잘 있어. 금호는 내가 데려갈게.”

“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따라오겠다는데 뭐 별수 있나.”

“힝…… 알겠습니다.”

앵화가 고개를 푹 숙였다.

“돌아오실 때까지 거처 관리는 확실하게 해 놓겠습니다!”

“…….”

“…….”

“그래. 너무 열심히는 하지 말고.”

“헤헤.”

다시 한번 앵화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서량이 문을 나섰다.

“다녀오세요!”

……미안하지만 그런 말은 하지 말아 주라.

* * *

“괜찮니?”

“네, 원주님.”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주화의 안색은 확실히 밝아져 있었다. 창백했던 얼굴에 혈색이 돌고 활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정상은 아니었다. 운공으로 진기를 순환시키긴 했지만 원정이 제법 상했기 때문이다.

원정을 가꾸고 심법을 몸에 붙이기까지 한 달은 걸릴 것이요, 신체를 예전처럼 만들려면 반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소연심이 한숨을 쉬었다.

“미안하구나. 괜히 나 때문에 네가 고생하게 생겼다.”

“아니에요. 바람도 쐴 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평소에 말이 별로 없는 그녀였다. 소연심을 안심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주화는 서량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분이 삼공자님?’

과거에 몇 번이고 삼공자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제는 그분이 삼공자님이신 줄 몰랐다.

정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옛날에 봤던 삼공자님과 분위기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저 편견일 뿐이었나.’

당시 보았던 삼공자의 얼굴은 냉혹 그 자체였다. 게다가 희대의 폭군이라고 악명이 자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뵌 삼공자님은 어떠했나?

‘……더 무서웠지.’

언뜻 보면 장난기도 있고 부드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화는 그 맑은 눈빛 속에 숨겨진 강력한 존재감을 느꼈다.

내전 조직의 수장들보다도 훨씬 무서운, 마치 원로원의 구대마존을 눈앞에 둔 것 같은 압박감.

‘착각이 아니야. 분명 삼공자님은 무언가를 숨기고 계셔.’

이천상을 제외하곤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던 서량의 진면목을 주화가 알아본 것이다. 그녀의 안목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알 수 있었다.

“그래, 이왕지사 이렇게 된 것 빠르게 회복해서 돌아오거라.”

“죄송해요. 제가 어서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런 말은 하지도 말거라. 몸부터 정상으로 만들고 차근차근 시작하면 되는 것이야.”

소연심이 품에서 곱게 접힌 종이를 꺼냈다.

“원주의 직인이 찍힌 출입 허가서다. 삼공자님의 신분을 증명하는 허가서지. 출교만 되면 돌아올 때는 없어도 된다.”

“알겠습니다.”

“강서성에 인접한 지역까지 가는 길이니만큼 여로에 피로가 상당할 것이다. 식사 빼먹지 말고. 알았느냐?”

“걱정하지 마세요, 원주님.”

소연심은 심란함을 감추지 못했다.

‘별일 없겠지.’

단순히 주화를 딸처럼 여겨서 드는 불안감이 아니었다.

그녀는 서량을 떠올렸다.

‘삼공자…….’

농담 따먹기에 능하고 가벼운 말투를 툭툭 뱉어 내지만 본질을 짚어 내는 날카로운 안목이 눈부신 사람.

자신의 절반밖에 안 산 청년인데 이상할 정도로 경험이 풍부해 보인다. 가끔은 자신과 동년배, 혹은 그 이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그 굉장한 마기와 섬세한 운용까지.

‘안목과 실력, 양면에서 그만한 능력을 보여 준 후보가 이제껏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

그나마 대공자 정도면 비견될 수 있을까.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냐.’

소연심의 얼굴에 수심이 드리워졌다.

‘불길해.’

왠지 그가 움직이는 곳에 항상 사고가 터질 것 같은 불길함, 불안함.

홍위문과 얽혔을 때는 몰랐다. 워낙 정신도 없었고 상대의 인간적인 면모에 의아함을 느꼈을 뿐이니까.

하지만 앞서 사건이 마무리되고 직접 그의 거처로 찾아갔을 때. 그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했을 때.

그녀는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했다.

부탁을 들어준 상대가 나중에 무엇을 요구할지 모르니 아예 빚을 그 자리에서 없애 버리는 게 낫다고도 생각했다.

마침 그때 서량이 거래를 하자고 했고, 그녀는 덜컥 수락했다.

‘애초에 그러지 말았어야…….’

“원주님.”

퍼뜩 놀란 소연심이 주화를 바라보았다.

주화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평소에는 일부러라도 보여 주지 않던 미소인지라 어색함이 묻어 나왔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야지.”

모든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삼십여 명의 마인들이 녹색 의복을 입고 도열해 있었고, 그 뒤로 다섯 대의 마차가 서 있었다.

“호법원은?”

“외전 대문에서 대기 중입니다.”

“알겠다. 그리고…….”

소연심이 가장 후열의 마차를 바라보았다.

“의원은 저기에 탔느냐?”

“그렇습니다.”

그녀가 주화를 바라보았다.

주화가 소연심을 향해 절을 올리곤 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끼이익.

열리는 마차 문. 그 안에는 죽립을 쓴 서량이 팔짱을 낀 채 앉아 있었다.

주화가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야말로.”

탁!

마차가 닫히자, 소연심이 외쳤다.

“수송대는 이만 출발하라!”

“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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