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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86화 (86/774)

86화. 성장하다 (1)

쿵!

연무장이 크게 울렸다.

마동필의 눈이 커졌다.

“이게 다 무엇입니까?”

“내가 쓸 병장기들.”

“한두 개가 아니군요.”

“응, 다 쓸 거야.”

마동필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정말 신기하신 분이야.’

처음 귀물과 싸우는 공자님의 무공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강해서가 아니라 상식을 벗어나서였다.

공자님은 정말이지 못 다루는 병장기가 없었다.

더 대단한 것은, 종류가 다른 병장기들을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전부 능숙하게 다룬다는 것이었다.

물론 무림인마다 재능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기에 한 가지 병장기에 집중하는 사람도, 여러 가지 병기를 다루는 사람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대단했다.

공자님은 여러 병기를 다루는 것을 넘어 병장기의 모양과 용도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넌 잘 다녀왔어?”

“예? 아, 예.”

“소 원주가 뭐래?”

“공자님의 뜻을 잘 알겠다고 하였습니다. 사죄의 의미로 조만간 좋은 술을 대접한다고도 했습니다.”

서량이 씨익 웃었다.

“잘했다.”

칼까지 뽑긴 했지만 어지간하면 호요성과 대립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소연심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모두 신교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 아닌가.

하지만 마냥 우호적으로 보이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었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유순한 모습만 보여 주면 점점 만만하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 이치니까.

적당히 어려운, 하지만 위화감을 주지 않는 정도의 사람.

서량은 남들에게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 적어도 신교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그런 모습이 필요했다.

“위 대주는?”

“갔습니다. 아무래도 늦은 시각인지라.”

“알았다.”

농땡이 부리지 마라, 니가 그러고도 대주냐 등등 말은 험하게 했지만 위홍련은 나름대로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마 지금쯤 대원들을 정비시키고 차후 임무를 위해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밤은 좀 늦었다만 어디 때깔이나 구경해 볼까.”

서량이 보따리를 뒤집었다.

치리리리링!

마동필의 눈이 흔들렸다.

‘검 한 자루를 제외하고는 전부 도(刀)다. 한데…….’

뭐지, 이 제각기 특색이 넘치는 칼들은?

검을 제외, 서량이 가져온 칼들은 총 네 자루였다.

쌍둥이처럼 닮은 한 쌍의 소도(小刀)와 환도(還刀) 한 자루, 그리고 일전 야수궁과 마주쳤을 때 썼던 칼만큼 큰 거도(巨刀) 한 자루였다.

‘정말로 저걸 전부 쓰실…… 흡!’

사아아아악.

마동필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의 눈은 석 자 길이의 환도를 보고 있었다. 서량이 이전에 썼던 것보다 조금 짧았지만 충분히 장도(長刀)라 불릴 만한 칼이었다.

도갑(刀鉀)부터 도병(刀柄)까지 은은한 먹색으로 물든 장도. 그 칼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실로 대단했다.

서량이 피식 웃었다.

“살벌한 놈이지?”

“……설마 저 칼은?”

“이 칼이 뭔지 알아?”

마동필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혹, 칠야도가 아닌지요?”

“어? 알고 있네? 난 그냥 마음에 들어서 가져왔는데 말이야.”

“사병(死兵) 칠야(漆夜)……!”

서량은 가볍게 지나가는 투로 말했지만 이 칼은 결코 평범한 칼이 아니었다.

칠야도, 정식 명칭은 흑마염야도(黑魔染夜刀).

수수한 생김새와 은은하게 발산되는 살기가 특징인 이 칼은 과거 전 무림에 공포를 흩뿌렸던 칠 대 천마의 애병이었다.

칼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당대 천마 이전의 신교 역사상 가장 강했다던 그가 처음 입교했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함께한 칼.

이보다 더 강한 마병(魔兵)들이 즐비했지만 적어도 신교에서 칠야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느 신병이기 못지않았다.

“본교에서 칠야도의 상징성은 굉장합니다. 마도 무림 전체로 보자면, 도객(刀客)들이 가장 얻고 싶어 하는 병장기 중 하나입니다. 굉장한 병기를 찾으셨군요.”

“그냥 마음에 들었을 뿐이야. 나한테 맞지 않는다면 냄새나는 고릿적 물건 따위에 연연할 필요 없지.”

마동필이 미소를 지었다.

‘공자님다우시군.’

저 칼에 어떤 역사가 담겨 있는지는 관심도 없다. 그저 저 칼이 내게 맞는가만을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 자신이 도객이었다면 칠야도가 맞지 않아도 고민했을 것이다. 그만큼 칠야도의 명성은 대단했으니까.

“그럼 이 칼은 뭔지 알겠어?”

칠야도를 요대에 찬 서량이 집어 든 것은 똑 닮은 한 쌍의 소도(小刀)였다.

말은 소도라 했지만 일반 소도보다 반 자 정도 길었다.

한 자루는 붉은색, 다른 한 자루는 푸른색이었다. 칠야도보다 날렵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특색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동필은 그 칼을 무시할 수 없었다.

스르릉.

칼집에서 뽑힌 칼들이 소름 끼치는 예기를 발산했다.

단순히 살기가 서린 칠야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마기를 담진 않았으되, 닿지 않았는데도 물체를 벨 정도의 예기였다.

마동필의 목젖이 크게 출렁였다. 오늘 공자님 덕에 눈 호강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청홍(靑紅)의 삭풍(朔風), 유성쌍도(流星雙刀)로군요.”

서량이 신기하다는 듯 마동필을 바라보았다.

“넌 진짜 별걸 다 안다?”

“병장기에 관심이 있어서 예전에 이것저것 알아보았습니다.”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알 만큼 유명한 병장기들이란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칠야도는 주인의 명성 덕에 천고의 마병이라 불리지만 유성쌍도는 진실로 신병이기란 말이 어울릴 만큼 대단한 물건이다.

특히나 쾌도(快刀)에 능한 도객들에겐 목숨과 맞바꿔도 아깝지 않을 신병이었다.

특이한 것은 유성쌍도가 마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정파의 도객들도 유성쌍도에 군침을 삼켰다.

‘그러고 보니.’

마동필이 다른 병장기들을 훑어보았다.

‘검을 제외한 도들은 다 마기를 풍기지 않는구나.’

그렇다면 마지막 칼은 또 어떤 칼일까?

그의 눈이 다섯 자 길이의 거도로 향했다.

칼자루가 한 자 반이나 될 만큼 길었는데 거기에 용의 비늘 무늬가 가득했다. 다른 칼들과는 달리 세공에 굉장히 공을 들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손잡이는 화려하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치장도 없고 도갑도 없다.

도신(刀身)의 너비가 십 촌에 달하고 두께도 상당해서 굉장한 박력을 풍길 뿐, 생김새 자체는 수수한 편이었다.

“이 칼은 뭔지 알겠어?”

“……모르겠습니다.”

서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병창 구석태기에 처박혀 있더라고. 한 번 들어 볼래?”

“예, 예?! 제가 들어 봐도 되겠습니까?”

서량은 콧방귀를 뀌며 그에게 거도를 던졌다.

마동필이 조심스레 칼을 받았다.

순간.

‘흡!’

그는 깜짝 놀랐다. 칼의 무게가 생각보다 더 엄청났던 것이다.

‘오십 근? 아니, 육십 근은 될 듯한…….’

이런 칼에 내공을 담아 휘두르면 그 자체로 공포나 다름없다.

강호에 종종 백 근이 넘는 중병을 쓰는 무인들이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무인들을 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력이 좋다면 목검으로도 바위를 쪼개는 마당에 굳이 그리 무거운 병기를 다룰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중병을 쓰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대단치 않은 무공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만약 공자님이 이런 칼을 휘두르신다면?!’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일도(一刀)에 사람이 양단되고 그 너머의 바위와 거목들까지 우수수 날아가는 환상이 보이는 듯했다.

“무겁지?”

“그, 그렇습니다.”

“장기전을 고려한다면 굳이 힘들여 가며 쓸 물건은 아니야. 그런데 자꾸만 눈이 가더라고.”

거도를 만지작거리던 마동필이 다시 서량에게 공손히 내밀었다.

서량은 너무나 쉽게 한 손으로 칼을 들었다.

“선반에 놓인 다른 병기들과는 다르게 구석태기에 처박혀 있어서 이름도 모르겠어. 일단 손잡이가 이런 모양이라 용린도(龍鱗刀)라고 부르기로 했다만.”

용린도.

용의 비늘이 새겨진 칼이라 이름도 용린도다. 작명 감각이 최하인 서량이었지만 오히려 이 칼엔 그런 이름이 어울리는 것 같았다.

“왠지…….”

우우우우웅!

암영마기가 실리자 용린도가 강렬한 도명(刀鳴)을 토해 냈다.

“잘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더라고.”

마동필이 침을 삼켰다.

한 손으로 거병(巨兵)을 든 채 진지한 얼굴을 한 서량의 모습에서 말 못 할 위엄이 번져 나오는 듯했다.

평소와는 묘하게 다르다. 왠지 숭고한 무인의 분위기를 풍긴다고 할까. 날카롭고 뾰족했던 진지함이 지금은 무게감 넘쳤다.

한참이나 진중한 눈으로 용린도를 보던 그가 히죽 웃었다.

“써 보다가 영 아니다 싶으면 나중에 팔아 볼까 생각 중이야. 돈깨나 받을 수 있을 거 같거든.”

마동필이 한숨을 내쉬었다.

서량이 네 자루의 칼을 찼다. 우측 허리엔 칠야도, 등허리엔 유성쌍도를 차고 우측 사선으로 용린도를 찼다.

크기가 다른 네 자루의 칼을 동시에 찬 서량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어설퍼 보이면서도 잘 어울렸다.

이 정도면 인간 병기 창고가 아닌가, 생각하던 마동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자님.”

“어.”

“한데 이 검은 무엇입니까?”

“아, 그거?”

서량이 장검을 들었다. 시커먼 검갑에 어두운 청색 손잡이를 한 장검은 너무 화려하지도, 지나치게 수수하지도 않았다.

그가 마동필에게 검을 던졌다.

얼떨결에 검을 받은 마동필이 서량을 보았다.

“뽑아 봐.”

“제가…… 말입니까?”

“네가 뽑아야지. 네 거라고 챙겨 온 건데.”

마동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서량이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아무리 안목이 좋아도 당사자가 아니니까 마음에 들지, 안 들지는 모르겠다. 다만 네 무공이 진중하고 무거운 방향으로 가기에 나름대로 골라 봤어.”

“…….”

“뽑아 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남한테 줘.”

“그럴 순 없습니다.”

자신한테 맞지 않는 병기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줄 수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이 검은 다름 아닌 ‘천마병창’에서, ‘공자님이 직접’ 자신을 위해 가져오신 검이었다. 맞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의 무공을 개조해야 할 판이었다.

천 번 만 번 감사를 올려도 모자랄 터이지만 마동필은 입을 닫았다. 그런 인사 자체가 서량의 은혜를 폄하시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스르르릉.

천천히 뽑혀 나오는 검.

검신(劍身) 역시 검갑의 색처럼 시커먼 빛이었다). 길이는 평소에 쓰던 삼척검보다 반 자가 더 길었다.

후욱.

검이 뽑히자 연무장 주변으로 강렬한 마기가 번져 나왔다.

마인이 뿜어내는 마기가 아닌, 병장기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였다.

무생물에 마기가 담겼다는 것 자체가 기사(奇事)이거늘, 심지어 그 마기의 농도가 상당히 짙었다.

“묵직하지? 네 무공과 성향에 어울릴 것 같아서 가져왔다. 묵왕검(默王劍)이라고 하는데 그 검은 나도 들은 바가 있지.”

마동필의 손이 떨려 왔다. 그 역시 묵왕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신교오대마검(神敎五大魔劍) 중 하나이자 강호십대마검(江湖十大魔劍)으로 꼽히는 최고의 마검.

또한 묵왕검은 침묵의 검으로도 불린다. 검을 쥔 주인이 제 역량을 보이지 않으면 정도 이상의 마기를 풍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이 성장하여 검에 걸맞은 마인으로 성장하면, 그때부터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한다.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피 터지도록 노력해야 할 거야. 쪽팔리게 병장기 하나 써먹지 못하는 바보가 되진 않겠지?”

“공자님.”

납검한 마동필이 포권을 취했다.

절도 아니고 포권이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엄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최고의 마인이 되겠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강해져서 평생토록 공자님을 지켜 드리겠습니다.”

서량이 피식 웃었다.

“평생은 바라지도 않으니까 수련이나 열심히 해.”

* * *

다음 날 아침.

전날 시원하게 땀을 흘렸던 서량과 마동필은 아침부터 또 연무장에 나왔다. 새로운 병기를 얻었으니 그 병기를 몸에 맞도록 익히려는 것이다.

“자, 너는 그쪽에서 해. 나는 여기서…… 응?”

갑자기 서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침부터 또 누구지?”

잠시 후, 누군가가 대문을 두들겼다.

“마신궁에서의 전언입니다. 삼공자님께선 문을 열어 주십시오.”

덜컹!

서량이 대답도 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마인 한 명이 고개를 숙였다. 군사부 소속의 마인이었다.

“신교불패, 만마앙복! 신교의 삼공자님을 뵙습니다.”

“됐고, 아침부터 웬일이슈?”

“교주님께서 공자님을 호출하셨습니다.”

“…….”

서량이 한숨을 쉬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시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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