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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141화 (141/774)

141화. 핏빛 늪에서 악의 연꽃이 피다 (1)

두두두두.

이백여 필의 말이 산길을 빠르게 내달리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명마(名馬) 소리를 듣기에 충분한 자태를 자랑한다. 풍성한 갈기와 근육질의 몸체가 무척이나 역동적으로 보였다.

파르르르!

선두의 기수(旗手)들이 든 깃발에는 천마(天魔)라는 두 글자가 멋들어진 필체로 수놓아져 있었다. 명마들의 거센 질주에 거대한 깃발이 물결처럼 나부꼈다.

눈 부위만 뚫린 새하얀 가면을 쓴 당당한 체격의 마인들. 그들은 바로 형법당의 흑조위들이었다.

무리의 최선두에는 그들을 이끄는 형법당주 고구가 있었다.

특유의 무뚝뚝한 얼굴은 여전하지만, 평소에는 요대에 숨기고 있던 연검(軟劍)을 당당하게 드러냈다. 형법당주 정복이 아닌 활동하기 좋은 무복을 입은 그의 존재감은 이전과 또 다른 면모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고구가 손을 들었다.

히히히힝!

이백 필의 말이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속도를 줄였다.

기가 막힌 기마술(騎馬術)이었다. 훈련된 병사들은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다지만 부리는 말들도 한 몸인 것처럼 움직인다.

잠시 후, 모든 말들이 제자리에서 멈추었다.

고구의 눈이 번뜩였다.

평원 저 멀리서 마인 한 명이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었다.

‘연주(連州)지부장.’

광동 북부, 신교 연주지부의 장(長)이 직접 찾아오다니?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어 낸 고구가 빠르게 말에서 내렸다.

이내 연주지부장 공윤이 이 장 앞에서 멈추었다.

“헉헉! 연주지부장이 형법당주를 뵙습니다!”

“지부장이 예까지 어인 일이시오?”

“사태가 급박하여 부득불 연락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사태가 급박하다니?”

공윤이 품에서 서신을 꺼내 들었다.

고구가 손을 뻗었다.

우우웅.

공윤의 손에 들려 있던 서신이 고구에게 날아왔다.

기가 막힌 허공섭물의 술수였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펼쳐진 초고수의 기예에 공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구가 서신을 펼쳤다.

후욱!

이내 그의 몸에서 엄청난 마기가 뿜어졌다.

히히히힝!

뿜어지는 마기가 얼마나 지독했는지 이백 마리의 말들이 모조리 뒷걸음질을 쳤다. 마주하는 공윤도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게 사실이오?”

“그렇습니다. 현재 적사가에 모종의 무리가…….”

“이 정보, 언제 받았소?”

“반 시진 전에 받았습니다. 다른 지부에는 지금쯤 연락이 갔을 것입니다.”

와락!

서신을 구긴 고구가 외쳤다.

“전원 하마(下馬)!”

차차착!

흑조위 이백 명 모두가 말에서 내렸다.

여전히 표정의 변화가 없던 고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모종의 세력이 적사가를 장악했다. 현재 그곳으로 특수감찰사, 삼공자님께서 이동 중이시라 예측된다.”

사아아악.

흑조위 모두가 매서운 살기를 발산했다.

“적사가의 피해 정도는 불명확하다. 다만 적사가를 장악할 정도의 병력이라면 삼공자님이 위험할 것이다.”

“……!”

“금일 유시(酉時) 초까지 적사가에 도착해야 한다.”

말을 타고 이동한 것은 모두의 체력을 고려해서였다. 단거리 신법을 펼친다면, 그 속도는 말보다도 빠른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순간적인 속도일 뿐이다. 그 속도를 장시간 유지하기 위해선 상상을 초월하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유시는 반나절도 남지 않았다. 그 시간 안에 도착하려면……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

고구가 외쳤다.

“낙오하는 놈은 목을 베겠다!”

번쩍!

흑조위들의 안광이 불을 뿜었다.

“존명!”

“가자!”

파아아악!

이백 명의 마인들이 일제히 달려 나갔다.

신교 내 마인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라는 형법당 흑조위들의 질주. 그 어느 때보다도 급박한 신법에 분노와 초조함이 묻어 나왔다.

* * *

내색하지 않았지만 목강인은 깜짝 놀랐다.

‘마기?!’

커다란 적사가의 외벽 너머 곳곳에서 무거운 마기가 치솟았다.

‘언제 이 정도 숫자가……?’

순간 목강인은 깨달았다.

‘이 기운?!’

범의 포효보다 훨씬 높고 날카로운 울음소리.

하지만 그 위엄은 산중지왕이라는 범을 한참이나 넘어서고 있었다. 저 알 수 없는 포효를 내지른 짐승의 기운이 적사가 일대를 뒤덮어 마기의 흔적을 지우고 있었던 것이다.

‘짐승? 사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대적하기 쉽지 않은 상대가 또 하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또 있었다.

파바바바박!

빠른 속도로 대문 안쪽을 향해 달려오는 두 마인.

‘독무(毒霧)가 펼쳐져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들어와?’

적사가의 외원에는 당가의 신선폐(神仙廢)와 칠보단혼산(七步斷魂散)이 대량으로 뿌려져 있었다.

신선폐는 산공독(散功毒) 중 최고의 효능을 자랑하는 독으로, 해약을 먹지 않으면 평생 내공이 흐트러진 채 살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집단도 신선폐의 해약을 만들지 못했다.

당가가 직접 만들어 놓고도 거의 쓰지 않은 것은, 해약이 없는 그들 자신에게도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하나 얼마 전, 당가는 그 해약을 개발해 냈다. 검궁의 검사들이 신선폐를 터트리면서도 마구 질주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칠보단혼산은 또 어떤가? 당가의 오대극독(五大劇毒) 중 하나로 일곱 걸음 안에 혼이 끊어진다는 독이 칠보단혼산이다.

신선폐, 그다음은 칠보단혼산.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은 영역을 향해 돌진하다니?

‘말도 안 돼.’

설령 소하가 그에 대해 전부 말했어도 저리 무턱대고 달려오는 건 말이 안 된다. 칠보단혼산은 내력으로 어떻게든 억누를 수 있지만 신선폐는 내공으로 누를 수 없기 때문이다.

목강인은 신선폐의 효력을 믿었다. 저 둘은 대문을 넘는 즉시 내공을 소실하여 쓰러질 것이다.

하지만 그의 본능은 달리 말하고 있었다.

‘막아야 해.’

놀라움, 당황 그리고 막아야 한다는 판단까지.

내용은 길었지만 사고의 흐름은 찰나와 같았다.

파아아악!

성루에서 날아오른 목강인이 입을 열었다.

“검사들은 전원 전투를 준비하라.”

크지 않은 목소리. 하지만 목소리에 담긴 내공의 깊이가 어마어마하다. 그 묵직한 음성이 적사가의 내원 곳곳으로 파고들었다.

우우우웅!

목강인이 무서운 속도로 하강했다.

목표는 서량이었다.

서량의 눈이 번뜩였다.

파지지지직!!

극성으로 달아오른 구유마공이 용린도와 칠요도에 담겼다.

“갈(喝)!”

휘이이이이잉!

목강인의 눈이 흔들렸다.

‘강하다.’

팔방에서 몰아치는 도풍(刀風)은 북해의 동풍(凍風)보다 매서웠고 화룡(火龍)의 숨결보다 뜨거웠다.

그가 무서운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쩌저저저저정!!

허공에서 헤아릴 수 없는 불꽃이 튀었다. 무형의 바람을 무형의 발경으로 터트려 없애 버린 것이다.

검을 휘둘러 장력(掌力)처럼 뭉툭한 경력을 발산해 내려면 고차원적인 깨달음이 필요하다. 검에 대한 목강인의 깨달음이 궁극의 영역으로 접어들었다는 뜻이었다.

‘굉장한 도법이군.’

이 정도면 검궁의 삼대 무공에 비견될 만했다.

‘저 젊은 나이에 용케 여기까지.’

상승의 무공은 연이 닿아야만 접할 수 있는 법. 하지만 연이 닿는다고 누구나 상승의 무학을 대성하진 못한다.

저 감찰사란 녀석은 젊은 나이에 벌써 이 도법을 대성에 가깝도록 익힌 것이 분명했다.

꿈틀.

목강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좋구나.”

그의 검에서 눈이 멀 것만 같은 청광(靑光)이 이글거렸다.

부우웅!

신전의 각진 기둥이 휘둘러지는 것 같다. 그만큼이나 거대하고 묵직한 검격이었다.

서량이 씨익 웃었다.

“이거 완전히 괴물이구만!”

놈은 검(劍)이라는 병기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검격에 실린 기(氣)가, 깨달음이, 활용도가 그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화르르륵!

용린과 칠야, 두 자루 칼에서 불꽃 같은 도기가 뿜어져 나왔다.

콰르르릉!

형용할 수 없는 충격파에 외벽 일부가 날아가고 건물 두 채의 벽이 허물어졌다.

그야말로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작정하고 내친 무공도 아니고, 충격파의 파편만으로 주변을 초토화하고 있다.

인간의 경지를 초월한 걸 넘어, 무공의 한계까지도 돌파하기 시작한 두 괴물의 격돌은 그토록 대단했다. 가히 신화 속 괴력난신(怪力亂神)들의 다툼에 비견됐던 것이다.

화아아악!

일대를 구름처럼 뒤덮고 있던 회색빛 안개가 출렁였다.

무겁게 깔린 신선폐의 독무(毒霧)였다. 아무리 지독한 독무라도 이만한 충격파엔 흩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일순 목강인의 눈이 번뜩였다.

‘그렇군.’

저놈이 자신을 도발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어떤 독무인지는 모르겠지만 발경(發勁)의 충격으로 주변의 독무를 흐트러트리려는 목적인 게 분명했다.

‘제법 머리를 굴렸어.’

괜찮은 방법이지만 놈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번쩍!

단전에서 올라온 거대한 힘이 그의 좌수(左手), 수검(手劍)에 담겼다.

거병(巨兵) 용린, 사병(死兵) 칠야.

두 자루의 칼을 휘두르는 서량처럼 목강인도 한 자루의 검을 더 꺼내 들었으니, 바로 자신의 왼팔이었다.

“넌 절대 이곳을 지나치지 못한다.”

파아아악!

두 줄기 거대한 초승달이 폭풍 같은 기세로 쏘아졌다.

서량의 진각이 사위를 흔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콰아앙!

회색빛 독무가 출렁이고.

까드드드드득!

서량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퍼지는 서리의 폭풍이 주변 온도를 급감시켰다.

목강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도 무림에는 이런 무공도 있는가?’

용암처럼 뜨거운 화력을 발산하더니, 지금은 빙궁(氷宮)의 빙공 못지않은 한기(寒氣)를 보여 준다.

정파 무림의 거두 무당파에는 양의신공(兩儀神功)이 있어 음양이기(陰陽異氣)를 동시에 다룰 수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한낱 전설에 불과하다는 평이 주였다. 음과 양,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무공은 많아도 극단적인 두 기운을 동시에 구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퍼석! 째애애애앵!

두 줄기 검기가 얼음 파편처럼 산산이 깨져 나갔다.

‘놀랍구나.’

목강인의 얼굴에 은은한 열기가 일었다.

‘정말 놀라워.’

적사가주와 한판 붙어 보지 못한 아쉬움이 이렇게 풀릴 줄은 몰랐다. 적사가주보다 강한, 어쩌면 자신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실력자가 살기 넘치는 무공을 자신에게 퍼붓고 있다.

그 짜릿함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좋구나!”

흥이 오를 대로 오른 목강인이 마침내 자신의 비기를 꺼내 들었다.

“이것도 한번 받아 보아라!”

사라라라락!

일순간 그의 검이 수십 자루로 늘어난 듯한 착각이 일었다.

비로소 꺼내 든 진신절기, 삼절귀영검(三絶鬼影劍)이 펼쳐졌다.

서량의 눈빛이 돌변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번쩍! 파바바바박!

목강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

귀영검격이 허공을 갈라 대지를 난도질했다.

하지만 적은?

“축지(縮地) 이절(二絶).”

화아아아아.

어느새 마동필을 등에 업은 서량의 몸에서 뜨거운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서량의 동공이 완전히 핏빛으로 물들었다.

“도저음속(到底音速).”

훅.

일순간 사라진 두 사람.

퍼어어어엉!

이내 허공에서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졌다.

공기가 폭발하는 소리는 그 자체로 공격이었다. 거센 충격파에 목강인조차 몇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날 정도였다.

목강인은 경악했다.

‘말도 안 돼!’

어느새 두 마인은 외원의 중문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이곳에서 오십 장 가까이 떨어진 거리를 찰나에 좁혀 버린 것이다.

“쿨럭!”

피를 토한 서량의 안색은 제법 창백해져 있었다. 내공 소모가 상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쉴 새가 없었다.

“들어간다!”

“예!”

우우우우우웅!!

서량의 몸에서 솟구치던 마기가 한순간에 사그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어느덧 사 단계를 돌파한 무애공(無碍功)이었다.

“달려!”

퍼어어엉!

두 사람이 순식간에 외원 내부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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