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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181화 (181/774)

181화. 짐승의 왕 (1)

“시부랄, 여긴 진짜 사람 살 곳이 아니야.”

걸쭉한 욕설을 뱉으며 연신 손부채질을 하는 사람은 바로 위홍련이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누구보다 빠르게 신법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녀를 뒤따르는 광마대원들이 힘에 겨워 호흡까지 흐트러지고 있는 걸 생각하면 이질적이기까지 했다.

위홍련이 뒤를 힐끔거렸다.

“버틸 만하냐?”

“예!”

와중에 대답은 또렷하게 한다. 대주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여기는 광마대다웠다.

“조금만 더 버텨. 곧 만요림인지 지랄림인지 하는 곳이니까.”

위홍련은 입맛을 다셨다.

‘힘들 만도 하지.’

팔다리가 날아가는 고통도 악으로, 깡으로 버텨 내는 게 광마대다.

하지만 두 개의 임무를 성공리에 마치자마자 쉬지도 않고 이동하는 길이다. 게다가 운남의 지역적 특성상, 애뇌산은 십만대산보다 훨씬 습하고 더웠다.

제아무리 고수라도 지칠 수밖에 없는바, 여기까지 따라붙은 것만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여튼 호출을 해도 이런 데서 하시다니.’

속으로는 그렇게 투덜거렸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다.

극마에 이른 절대고수들을 제외하면 당대 무림에서 서량에 견줄 만한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연륜으로는 누구 못지않은 마도칠가의 가주들도 서량의 손에 박살이 나지 않았나.

하지만 무공이 강한 것과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스스로는 알는지 모르겠지만, 서량은 타고난 기질 자체가 강성(强性)이었다. 특유의 유들유들한 성격 덕에 상대의 기분을 맞춰 줄 줄도 알았지만, 상대가 과격하게 나오면 타협 따위는 죽어도 안 하는 성격이었다.

그런 서량이 거칠기로는 누구 못지않다는 야수궁의 고수들과 만난단다.

심지어 이곳은 야수궁의 앞마당. 그야말로 사고 터지기 딱 좋은 상황 아닌가.

“쓰벌, 나무들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위홍련이 호포검을 휘둘렀다. 휘황찬란한 백색 보검이 광영(光影)을 그리자, 서너 그루의 나무가 그대로 베여 쓰러졌다.

쿵! 쿵!

“상처 입지 않게 조심들 해라. 이곳의 나무와 풀은 십만대산보다 훨씬 독해. 자칫 긁히기라도 했다간 내공으로 상처를 일일이 지져 놔야 할 수도 있어.”

“예!”

한참이나 애뇌산을 타던 광마대가 작은 봉우리의 정상에 도달했을 즈음.

위홍련이 걸음을 멈추었다.

“정지.”

차차착!

광마대가 멈추었다.

위홍련의 눈이 저 머나먼 곳, 만요림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응시했다. 이곳에서 큼직한 봉우리 두 개를 더 넘고, 협곡 세 개를 건너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콰아아…….

아릿하게 들려오는 폭음에 위홍련의 눈이 흔들렸다.

‘충격파.’

내력과 내력의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충격파가 메아리가 되어 들려왔다.

그리고.

훅!

이 먼 거리에서도 느껴질 만큼 무시무시한 마기와 하늘 높이 치솟은 거대한 불기둥까지.

“공자님께서 전투 중이시다! 전원 전속력으로 달려!”

광마대원들의 눈빛이 돌변했다.

파아아앙!

방금까지 힘들어했던 기색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위홍련을 선두로 봉우리를 타고 내려가는 그들의 속도는 폭풍과도 같았다.

순식간에 봉우리 하나를 넘어간 그들이 협곡에 도달했을 때.

쿠르르릉!

지진이라도 난 듯 산이 흔들렸다. 내력의 충격파보다 몇 배는 큰 굉음도 함께였다.

만요림의 절벽 하나가 통째로 무너지고 있었다.

‘시발!’

위홍련이 다시 달렸다.

“이 조장! 진마대에선 연락 없었어?”

“예! 반나절 전, 애뇌산의 서쪽 끝자락에서 온 연락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위홍련이 이를 갈았다.

새로운 대주와 수십 명의 새로운 대원들로 물갈이된 현 진마대는 아예 재탄생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결속력이 부족해서인지 움직임이 다소 굼떴다.

“이러다 진짜 뭔 일이라도 나면……!”

그때, 동쪽 협곡에서 강력한 마기가 솟구쳤다.

‘어?’

콰앙!

협곡 끝에서 날 듯이 이동해 오는 한 마인이 있었다. 오십이 다 되어 보이는 비쩍 마른 사내는 한 자루 대검을 등에 차고 있었다.

위홍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장(魔將)……?”

“말버릇 고약한 건 여전하군, 위 대주.”

사내의 이름은 장추(張秋)로 신교 신장부(神將部) 소속의 백팔마장, 그중에서도 서열 사 위에 해당하는 초고수였다.

“댁이, 아니 장 선배님이 여긴 어쩐 일로?”

“삼공자님의 호출이 있었네. 또 다른 마장도 올 거야. 자네도 같은 이유로 온 것 같군.”

애뇌산 전체를 점령하기라도 할 생각인가?!

잠시 얼이 빠졌던 위홍련은 이내 다급하게 말했다.

“이럴 때가 아닙니다! 어서 공자님께…….”

“그건 진마대와 다른 마장이 맡을 거야.”

“예?”

“우린 우리의 일이 따로 있다는 것이지.”

“그게 뭔 소리랍니까!”

“뒤를 돌아봐.”

위홍련이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장추의 마안이 번뜩였다.

“야수궁주……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저 멀리, 족히 수백은 되어 보이는 야수궁의 병력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 * *

“공자님!!”

마동필의 다급한 외침이 만요림을 울렸다.

여강휘라고 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곳에 자신의 여동생이 있지 않은가.

“린아!”

쿠구궁!

굉음과 함께 무너지는 절벽.

뒤따라오는 당전의 눈이 번뜩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백여 장 앞, 절벽 하나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수십 그루의 나무가 우지끈 부러졌고 집채만 한 바위가 비탈길을 구르며 지각을 뒤흔들고 있었다.

‘분명 굉장한 기도를 느꼈던 것 같은데.’

필경 마인일 것이다. 화산처럼 폭발하는 기파에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마기가 실려 있었다.

‘어찌 되었든 마교 놈들이 있다는 것이지.’

당전의 두 눈에 흉흉한 살기가 감돌았다.

“개 같은 마교 놈들!”

파아아악!

당가주 당전을 필두로 암운각주 당표, 그리고 녹왕단(綠王團)의 이백 고수가 신법을 펼쳤다.

궁술(弓術)의 고수가 거리를 벌리기 위해 신법과 보법에 많은 투자를 하듯, 암기의 고수도 경신술을 중요시한다. 지금껏 마동필과 여강휘가 당가의 추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사방천지에서 각자의 목적을 위해 만요림으로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 근처 숲에서 한 줄기 광채가 일어났다.

번쩍!

마동필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금강야차마공과 같은 황금빛 광채지만, 전혀 다른 기질의 저 빛을 그는 본 적이 있었다.

“금호?!”

파아아악!

하늘 높이 날아오른 금호가 어느새 마동필과 여강휘 앞에 내려섰다.

여강휘가 입을 떡 벌렸다.

“무, 무슨 짐승이……?!”

대호를 방불케 하는 체격, 몸통보다도 큰 꼬리 때문에 본래 체격보다 훨씬 더 거대해 보였다.

멍하니 금호를 보던 여강휘는 문득 금호의 주둥이에 물린 여인을 보았다.

“헉! 린아?!”

화아악!

여강휘의 몸에서 강력한 한기가 뿜어졌다.

그때, 금호가 주둥이를 열어 여상린을 떨어트렸다.

기절한 와중에도 충격을 느꼈는지, 여상린의 얼굴이 확 찌푸려졌다.

“끄응.”

재빨리 다가온 여강휘가 여상린을 살폈다.

“린아! 괜찮으냐?”

마동필이 외쳤다.

“금호! 공자님은 어디에 계시고 너 혼자 온 것이냐?!”

형형한 눈으로 물끄러미 마동필을 주시하던 금호가 몸을 돌렸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동체가 보는 이의 시선을 빼앗는다.

우우우웅!

잡티 하나 없이 깔끔한 청색 안광이 오색으로 물들었다.

파지지직!

번갯불과 유사한 금광이 금호의 거체(巨體) 전체를 가로질렀다.

마동필은 물론이요, 여상린에게 온 정신을 빼앗겨 있던 여강휘와 빠른 속도로 접근하던 당가 측 고수들까지 모두가 깜짝 놀랐다.

쿵!

앞발로 땅을 찍은 금호가 거센 포효를 터트렸다.

「크아아아앙!」

“크윽!”

“으아악!”

고막을 터트릴 듯 우렁찬 포효에 모두가 귀를 막고 몸을 수그렸다.

동시에, 땅이 크게 흔들렸다.

콰아앙!

여전히 무너지고 있는 절벽 안쪽에서 강력한 폭음이 터졌다.

쿠르르릉.

한 차례 들썩인 지반이 더 빠르게 붕괴되었다.

제아무리 고수라도 저런 붕괴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다. 마동필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화아아악!

타오르는 마기 위로 삼두육비의 환상이 일었다. 금강야차마공이 극성으로 달아오른 것이다.

“으아아아!”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마의 함성.

그 함성에 실린 마력이 실로 무지막지했다. 금호의 포효에 한차례 충격을 받은 고수들은 마동필의 함성으로 인한 충격까지 견뎌 내야 했다.

파아아악!

금호의 등을 박차고 날아오른 마동필이 묵왕검을 치켜들었다.

우우우웅!!

시커먼 검신(劍身)에 어린 금광(金光)이 충천하듯 솟구쳤다.

여강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정도 검기를 피워 낼 수 있다고?!’

검기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날아올랐던 마동필의 신형이 들썩였던 땅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쏘아졌다.

신법의 최고 경지 중 하나인 궁신탄영(弓身彈影)이었다. 아직 인간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동필이 구사할 경지가 아니었다.

마동필의 동공이 흉악한 금안(金眼)으로 물들었다.

“흐아압!”

양손으로 묵왕검을 쥔 그가 검을 크게 휘둘렀다.

콰드득!

금빛 검기가 땅에 거대한 흔적을 냈다.

동시에 갈라진 땅에서 붉은 광채가 뿜어졌다.

퍼어어어엉!

요란한 충격음을 내며 터져 나오는 돌무더기와 함께 지독한 마기가 새어 나왔다.

터엉!

큼직한 나뭇가지에 착지한 마동필.

그러자 부서진 땅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뛰쳐나왔다.

크허헝!

살 떨리는 포효를 내지르며 뛰쳐나온 것은 호왕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몸뚱이가 그를 더욱 섬뜩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마동필의 눈이 커졌다.

“공자님!”

놀랍게도 호왕의 등에 서량이 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그 와중에도 용케 네 자루 칼은 모두 챙긴 채였다.

서량이 외쳤다.

“타!”

파아악!

날듯이 뛰어오른 호왕의 등으로 마동필이 올라탔다. 절묘하기 짝이 없는 신법이었다.

쿠웅!

호왕이 땅에 내려섰다.

하지만 이전의 위세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측량할 수 없는 무게의 돌무더기를 뚫고 나온 것 자체가 기적인바, 몇 번 비틀거리던 호왕이 이내 풀썩 쓰러졌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괜찮고 자시고 따질 때가 아니지.”

“예?”

서량의 눈이 번뜩였다.

그의 눈은 여강휘와 여상린을 지나, 삼십여 장 밖에 있는 당문도들을 향했다.

퍼억!

호왕의 머리를 후려쳐 확실하게 기절시킨 서량이 매서운 속도로 달려 나갔다.

자연재해에서 겨우 살아났지만 쉴 틈이 없었다. 그는 야수궁과 당가, 두 곳 모두를 잡아먹기 위해 이곳에 왔기 때문이다.

당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반응키 어려운 속도로 접근하는 마인. 겉으로 보기에는 청년인데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강렬한 마기 때문에 기괴한 마귀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이놈!”

피이잉!

추왕표(追王飄)가 서량의 미간을 향해 쏘아졌다. 문답무용, 마인이라면 일단 죽이고 보는 것이다.

그때 서량의 몸이 흩어졌다.

아니, 흩어진 것처럼 보였다.

‘이형환위(移形換位)?!’

퍽!

잔상을 통과한 추왕표가 호왕의 앞발에 박혔다. 절정고수의 검기로도 생채기조차 나지 않는 강철의 가죽도 당가주의 암기까지 막진 못한 것이다.

암운각주 당표가 앞으로 나섰다. 녹왕단에게 명령을 내리는 찰나의 시간조차 아까울 만큼 서량의 접근 속도가 빨랐다.

퍼퍼퍼펑!

폭음을 내며 쏘아지는 수백 개의 세침(細針).

당가가 자랑하는 폭우이화침(暴雨梨花針)이었다. 제대로 방비하지 않는 이상 초절정고수도 쉽게 피할 수 없는 비전의 암기였다.

서량이 주먹을 휘둘렀다.

콰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수백 개의 세침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당전과 당표의 얼굴에 경악이 드리워지고.

퍼억!

은밀하게 쏘아진 유성쌍도가 당전의 복부와 당표의 어깨에 각기 틀어박혔다.

파바바박!

절묘한 보법으로 접근해 온 서량이 재빨리 당전의 머리채를 틀어쥐고는 단전을 봉인시켰다.

그러고는 곧장 손에 쥔 기다란 머리칼로 당전의 목을 둘둘 감은 뒤, 복부에 박힌 홍도를 뽑아 목에 가져다 댔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 벌어진 일이었다.

모두가 얼이 빠진 그때, 서량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선언했다.

“허억! 허억!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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