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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192화 (192/774)

192화. 비인외도(非人外道) (6)

화르르륵! 치이이익!

크고 널찍한 전과(煎鍋 - 프라이팬)를 다루는 앵화의 손놀림은 강단 넘치면서도 섬세했다.

위홍련이 저도 모르게 코를 벌름거렸다.

“와, 맛있는 냄새.”

기름에 튀겨지는 고기의 고소한 육향이 혼을 쏙 뺐다.

화려한 손놀림으로 전과를 앞뒤로 흔들며, 국자로 재료와 양념을 턱턱 집어넣는 모습은 놀랍기까지 했다. 요리에 인생을 바친 숙련된 숙수를 보는 것 같았다.

“못 참겠다. 나 하나만 집어먹…….”

“안 돼요.”

위홍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전과를 노려보는 앵화의 얼굴은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손님께 드릴 거예요.”

“요 다람쥐 같은 게? 야, 나는 손님 아니냐?”

“네.”

“뭣이라?”

“대주님은 공자님의 부하잖아요. 손님 아니에요.”

“……쓰으벌.”

딱히 틀린 말은 아닌지라 반박을 못 하겠다.

위홍련이 툴툴거렸다.

“그거 조금 집어먹는다고 양이 얼마나 준다고 그래. 맛만 보자.”

“안 돼요.”

“먹는 것 갖고 치사하게시리.”

“따로 차려 드릴게요. 하지만 이건 건드리시면 안 돼요.”

“진짜 그러기야?”

“북해에서 오셨잖아요. 특별히 간을 약하게 했다고요.”

“간을 약하게 한 거랑 양이랑 뭔 상관이야. 이 양이면 나 같은 년 너덧은 배가 터지도록…….”

그때, 마동필이 나타나 위홍련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었다.

“수선 피우지 말고 이만 나오시오.”

“어억?! 이것 놔! 안 놔? 죽을래?”

“그 조잡한 무공으로 잘도 그런 말이 나오시오.”

“오호라? 자신감 미쳤구만. 생각해 보니 우리 찐하게 붙어 본 적 한 번도 없지?”

“언제든 환영이오.”

“좋아,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알려 주지.”

“좋소.”

“……일단 이것부터 놔!”

시끄러운 인간 하나가 사라지니 요리에도 탄력이 붙는다.

순식간에 요리를 마친 앵화가 큼직한 접시에 음식을 담아내고는 연무장으로 나섰다. 연무장 옆, 큼직한 나무 밑에 제법 커다란 식탁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는 새하얀 여자도.

덜컹.

“시장하시죠? 드세요.”

“아, 네.”

여상린이 눈을 끔뻑이며 식탁 위를 바라보았다. 각종 채소와 고기를 함께 볶은 요리가 수북하게 담긴 접시 하나와 덜어 먹을 수 있는 작은 접시 하나, 그리고 젓가락이 전부였다.

여상린이 앵화에게 물었다.

“양이 굉장히 많군요?”

“많이 드시라고요.”

왠지 모르게 불퉁한 어조다.

여상린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눈이 다 부실 만큼 아름다운 미소였다.

“잘 먹을게요.”

여상린이 젓가락을 들었다.

입을 삐죽 내밀고 한옆에 서 있던 앵화의 눈이 점점 커졌다.

쩝쩝쩝.

음식을 먹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배가 고프긴 고팠던 모양이었다. 괜스레 늦게 차려 준 것 같아서 미안해진 앵화가 작은 잔에 물을 따랐다.

“너무 급하게 드시지는 말…….”

쩝쩝쩝.

“……?”

찹찹.

“……저기요?”

“음, 육즙이 살아 있군요. 대단한 실력이에요.”

앵화의 눈이 툭 튀어나왔다.

장정 대여섯 명이 배불리 먹을 양을 가져왔다. 심란한 마음에 양 조절이 안 되기도 했지만, 어디 한번 먹어 보라는 심정이기도 했다.

한데 벌써 반이 사라졌다.

“좀 느끼하네요. 혹시 싱싱한 야채도 있나요?”

“…….”

“저기요?”

“네? 아, 네!”

“야채 있을까요?”

“자, 잠시만요!”

홀린 듯 잘 씻은 야채를 한 아름 들고 온 앵화는, 곧이어 가져온 야채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요술을 목도했다.

“정말 요리를 잘하시네요. 북부에 소문난 곳도 여러 번 가 봤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아,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드르륵.

싹 비워진 그릇을 미는 여상린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떠올랐다.

“조금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에.”

앵화가 떨떠름한 얼굴로 주방으로 향했다. 공자님에 비해도 손색이 없는, 아니 그보다 더 위장이 큰 것 같은 사람을 본 그녀는 혼이 달아나기 직전이었다.

여상린이 배를 쓰다듬었다. 어느 정도 차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느껴졌다.

그때, 한옆에서 마동필이 걸어 나왔다.

“방 청소는 마쳤습니다. 정방 좌측 객당에서 지내시면 될 겁니다.”

“아, 네! 감사해요.”

“아닙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마동필이 등을 돌리는데 여상린이 물었다.

“마 호위님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편하신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네, 마 호위님. 마 호위님은 식사하셨나요?”

“아직입니다.”

“같이 드실래요? 너무 배고파서 정신이 없었는데 시녀분도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마동필이 눈을 끔뻑였다.

뭐랄까…… 왠지 익숙한 상황이었다. 성격은 다르지만 공자님도 항상 식사를 같이하자고 하시지 않았었나?

“공자님이 오시면 그때 함께 할 생각입니다.”

“아, 그래요?”

여상린이 무안하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괜히 제가 먼저 먹어 버렸네요. 같이 먹을걸.”

“손님으로 오신 분이니 굳이 그분을 기다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편하게 드시길.”

상당히 딱딱한 말투였다. 마동필을 처음 본 사람은 그의 무뚝뚝한 표정과 말투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여상린은 전혀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럼 식사 끝나고 차 한잔은 어떠세요?”

“…….”

“아, 제가 괜히 부담을 드렸다면…….”

“아닙니다. 그럼 차는 제가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여상린이 미소를 지었다.

“제가 마시자고 했으니 제가 준비해야지요. 아니면 술도 괜찮고요.”

“……술 말씀이십니까?”

“네.”

“죄송합니다만 저는 공자님의 개인 호위입니다. 상황이 괜찮다고 생각되면 그때 마시겠습니다.”

“아무래도 부담을 드린 게 맞는 것 같군요.”

“아닙니다. 그럼 이만.”

마동필이 저 멀리 연무장으로 걸어갔다.

건너편 연무장 구석에는 위홍련이 씩씩대며 누워 있었다. 고작 다섯 합 만에 끝난 비무였지만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인지 일어날 기력도 없어 보였다.

“끄응…… 어? 야! 어디가?!”

“…….”

“무시하냐? 어디 가냐고! 한 판 더 해!”

위홍련이 쪼르르 마동필의 뒤를 따랐다. 마동필이 세상 귀찮다는 얼굴로 걸음을 빨리했다.

앵화와 마동필, 그리고 위홍련까지.

겉으로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여상린은 은근히 놀랐다.

‘활기차구나.’

세인들이 말하는 천마신교는 두말할 필요 없는 악의 상징이다.

하지만 소문과는 달리 이곳도 사람 사는 동네였던 모양이다. 물론 삼공자 거처에서 사는 사람들이 유독 평범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여상린은 아무도 몰래 주먹을 꾹 쥐었다.

‘그래도 긴장을 놓지 말자.’

앵화와 마동필에게 보여 주던 모습은 그녀 나름대로 이곳 삶에 녹아들겠다는 노력의 일면이었다. 아무리 당찬 그녀라도 천마신교에 들어왔는데 불편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어쨌든 다들 괜찮은 사람 같아. 그거면 됐어.’

야수궁에 납치당했다가 풀려나자마자 곧바로 천마신교에 들어왔다. 삼공자의 손님이란 명목이었지만, 삼공자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또다시 인질이 될 수도 있었다.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노력하자.’

잠시 후, 앵화가 이전과 비슷한 양의 요리를 가져왔다.

여상린이 힘차게 고기를 씹었다.

* * *

쿵!

거대한 산악이 앞을 가로막는 듯하다.

그저 뒷짐을 지고 꼿꼿하게 섰을 뿐인데도 무형의 압박감이 전해져 온다. 마공을 개방하지 않아도, 기파를 발산하지 않아도 타고난 존재감이 남다른 것이다.

서량이 보는 진관용은 그러했다. 강해질 여지는 남아 있었지만,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무인이었다.

그래서 놀라웠다. 이룬 경지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은 진관용이 셀 수 없는 아수라장을 경험했다는 증거였다.

‘왠지 그 양반을 보는 것 같군.’

이천상.

비교 자체를 불허하는 절대마신(絶代魔神)을 연상케 하는 녀석이다. 인상 자체도 이천상과 닮았다.

하지만 서량의 놀라움이 크다 한들, 진관용만 하겠는가.

‘……또 달라졌다?’

진관용의 눈이 흔들렸다.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셋째는 이전에 봤을 때와 또 달라져 있었다.

이전의 서량은 구름을 뚫고 치솟은 산봉우리를 연상케 했다. 차갑고 고고한, 세상 누구도 자신을 쫓아오지 못할 거란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인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마치 불꽃 같다.’

고고한 산 정상에서 지상을 굽어다 보던 마귀가 세상 한복판에 나타난 듯한 인상이랄까. 마기를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당장에라도 일대를 파멸시킬 겁화(劫火)처럼 보인다.

‘만약 지금 녀석과 싸운다면 누가 이기게 될까?’

진관용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싸움의 결과를 예측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실력을 몰라서가 아니라, 싸움이란 것 자체가 수많은 변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말로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 잘못 밟아서 승패가 기울 수도 있는 것이 싸움이다. 그것은 극마가 아니라 초마지경에 오른 고수들끼리의 싸움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질없는 상상이다.’

어쨌든 지금은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진관용이 입을 열었다.

“운남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랬겠지.”

“시간이 있으면 차나 한잔하겠느냐?”

서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차 한잔하는 거야 어렵지는 않지. 하지만 너무 느닷없는데?”

“너에겐 느닷없을지 몰라도 나에겐 아니다. 폐관에서 나온 후 너를 보았을 때부터, 꼭 한 번 담소를 나누고 싶었다.”

“그랬군.”

“그래.”

서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나도 부탁이 하나 있다. 찻값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줬으면 좋겠군.”

“부탁? 무엇이냐.”

“먼저 한판 하자.”

진관용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판 하자? 상당히 저속한 말투였다. 그랬기에 의미 전달은 더 확실했지만.

“별안간 비무를 하자는 것이냐?”

“왜? 싸우지 못할 이유라도 있나?”

“그건 아니다.”

서량이 미소를 지었다.

“시원시원해서 좋군. 좋아, 찐하게 한판 해 보자고.”

기다렸다는 듯 서량이 소매를 접어 올렸다.

진관용의 얼굴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여기서 싸우자는 것이냐?”

“그럼 어디서 싸워? 말 나온 김에 바로 시작해야지.”

“…….”

“준비해.”

“나는 너와 싸우지 않을 것이다.”

서량이 눈썹을 찌푸렸다.

“싸우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싸울 이유도 없다. 찻값은 다른 걸로 치르도록 해라.”

물끄러미 진관용을 보던 서량이 투덜거리며 걷어붙였던 소매를 풀어 내렸다.

“시험해 볼 게 있었는데 아쉽게 되었군.”

딱히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표정을 보면 혼잣말로 중얼거린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진관용의 기분은 좋을 수가 없었다.

‘시험이라.’

극마에 오른 자신을 두고 시험할 무공이 있었다고 한다. 만약 상대가 같은 극마에 오른 셋째가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팔 하나를 뽑아 버렸을 것이다.

진관용이 담담하게 말했다.

“환희원주에게 자미루를 비워 달라 부탁했다. 지금쯤 정리가 끝났을 것이다.”

“차 한잔하자고 주루 하나를 통째로 비웠다고?”

진관용의 눈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문제라도 있느냐?”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서량이 피식 웃었다.

“아니다. 이왕 비웠다고 하니 별수 없지. 가자.”

자미루는 위홍련과 처음 만났던 주루였다.

수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그 커다란 주루를 고작 차 한잔 마시겠다고 비웠단다. 그간 진관용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짐작이 갔다.

“차는 좋은 놈으로 준비해 뒀나? 나, 은근히 입맛 까다로운데.”

“걱정하지 마라.”

진관용의 눈에 마기가 스쳐 지나갔다.

“최고급품으로 준비해 두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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