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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201화 (201/774)

201화. 미친놈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1)

- 일이 터지면 곧바로 여민이를 안고 피해. 그리고 천마군에 투항해라.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판단할 수 있을 거야.

이곳에 모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던 소당.

소당은 서량의 전음을 듣고 의아해했다. 진관용과 숨 막히는 설전을 벌이던 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바로 지금.

이 순간에야 소당은 서량이 무슨 말을 한 건지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량이 얼마나 미친 인간인지도.

‘빌어먹을!’

파아아악!

채여민을 안고 순식간에 계단을 내려간 소당의 눈에 당황한 얼굴의 마인들이 보였다.

후욱!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계단을 내려오는 한 존재가 느껴졌다.

‘이공자!’

그때, 채여민이 소당의 가슴을 쳤다.

“다, 답답해. 내가 달릴 수 있어, 소당.”

소당이 입술을 깨물었다.

-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판단할 수 있을 거야.

대공자와 이공자, 그리고 삼공자.

이 미친 싸움에서 채여민은 누구의 편을 들어야 안전할 수 있을까?

“반역자다!”

소당의 목에 핏대가 불거졌다.

“대공자와 이공자가 반역을 도모하고 있다! 모두 반역자를 잡아라!”

느닷없는 외침에 실린 내용이 모두를 소름 돋게 했다.

반역. 세상에 이보다 더 무서운 단어도 찾기 힘들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반역이 일어나면 조직 전체가 뒤집힌다. 반역자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 연관된 모든 사람이 죽어 나감은 물론,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조사를 받게 된다.

연관성을 부인하기 위해, 일말의 의심도 사지 않기 위해 벌여야 할 행동은 단 하나.

빽빽 소리를 지르는 소당이 순식간에 일 층으로 내려오고, 빠른 속도로 계단을 타고 내려간 관평이 막 삼 층에서 이 층으로 넘어올 때.

충격에 멍하니 서 있던 마인 중 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저, 정말 반역인가?”

사방에서 모여드는 천마군과 반역자란 말이 그들의 공포와 신심(信心)을 동시에 자극했다. 근본적으로 종교적 색채를 띤 천마신교에서 반역이란 곧 신을 향한 모독이었다.

하지만 교주의 제자들이 반역을 저지를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반역이란 게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계단 주변의 마인들이 엉거주춤하게 서서 그 자리에 나타난 관평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관평의 눈에 흉흉한 살기가 어렸다.

‘개만도 못한……!’

마인들의 묘한 눈빛이 그의 살심을 자극했다. 하찮은 소모품들이 감히 저따위 표정으로, 저런 눈으로 자신을 보면 안 되었다.

그간 참고 참았던 분노가 정수리까지 치솟았다.

“천한 것들!”

그의 두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콰쾅!

“크아아악!”

“아악!”

창졸지간 끌어모았지만 충분한 힘이 담긴 권풍(拳風)이었다. 그의 권풍에 휩쓸린 마인 다섯이 일제히 피를 토하며 죽어 나갔다.

“벌레만도 못한 놈들이 어디 그따위 눈으로 날 보는 것이야!”

포효하며 재차 마기를 끌어 올리는 관평.

하지만 그건 관평의 실수였다.

소당이 외쳤다.

“반역자가 난동을 부리고 있다! 모두 막아라!”

마인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반역을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놈이 동료 마인들을 죽였다. 아무리 상대가 교주의 제자라도 더 이상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여기서도 참으면 마인이 아니리라.

“으아아아! 잡아라!”

“반역자다!”

순식간에 달아오른 분위기, 그야말로 폭동에 준하는 분위기다. 수십 명의 마인들이 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데, 마치 피 냄새를 맡은 굶주린 늑대처럼 보였다.

관평이 포효했다.

“이놈들!!”

퍼어어엉!

자미루의 이 층 벽이 통째로 터져 나갔다.

재빨리 자미루를 탈출한 소당이 천마군 앞에 당도했다.

사아악!

천마군의 마인들이 소당에게 병장기를 겨누었다.

‘흡!’

엄청나다. 그저 병장기를 겨누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갈가리 찢기는 것 같았다.

숨이 턱턱 막혔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녀의 품에는 채여민이 안겨 있기 때문이었다.

“멈추세요! 저는 칠공녀님을 모시는 시녀입니다!”

마인들의 눈이 빛났다.

소당이 손가락으로 자미루를 가리켰다.

“저 안에서 반역자 중 한 명이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천마군의 사 군장(四軍長)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사 군장의 눈빛에 소당은 오금이 저리는 것을 느꼈다.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안광이 그대로 머리통을 뚫어 버릴 것 같았다.

“칠공녀?”

채여민이 소당의 품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섰다.

“저, 채여민이에요.”

채여민을 내려다본 사 군장이 이내 고개를 숙였다.

“칠공녀님을 뵙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예가 간소함을 양해해 주시길.”

“네에.”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용케 평정심을 유지한다.

사 군장이 뒤를 향해 외쳤다.

“공녀님과 시녀를 안전한 곳으로 뫼셔라! 나머지는 자미루를 둘러싸도록!”

“존명!”

우렁차게 외치는 목소리가 살 떨리도록 강렬했다.

천마군의 호위를 받으며 후방으로 물러나는 소당이 자미루를 힐끔거렸다.

‘삼공자.’

소당의 얼굴에 짙은 공포가 드리워졌다.

‘위험해. 너무 위험한 사람이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를 터트려 놓고 과연 멀쩡할 수 있을까?

‘만약 멀쩡해도 결코 공녀님과 접촉하게 해서는…….’

순간 소당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공녀님?”

그녀가 미친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어디에도 채여민이 보이지 않았다.

“공녀님!!”

* * *

벽을 뚫고 날아간 서량과 진관용이 무서운 속도로 하강했다.

신법도 펼치지 않고 이리 떨어졌다간 어디 한 군데는 부러질 것이 분명했다. 서량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던 진관용은 일순 세상이 어두워지는 착각을 느꼈다.

어느새 자신의 얼굴을 향해 큼직한 주먹이 날아든 것이다.

‘이런!’

퍼퍼펑!

그 잠깐 사이 대여섯 번의 공방을 주고받았다.

허공에서 주고받는 공방에 두 사람의 신형이 점점 거꾸로 뒤집혔다. 이대로 떨어지면 목이 부러지든 두개골이 박살 나든 반드시 죽는다.

진관용이 외쳤다

“같이 죽자는 것이냐!”

“시끄럽다!”

콰득!

서량도 서량이지만 진관용도 대단했다. 초근접 거리에서 휘둘러진 팔꿈치를 팔뚝을 세워 막는다. 긴박한 순간에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무도(武道), 기가 막힌 실력이었다.

서량이 씨익 웃었다.

“반응 좋고!”

우르릉!

천둥소리가 났다.

하늘이 무너질 듯 거셌던 이전과는 다르다. 그보다 훨씬 작지만 치명적인 살의가 깃든 소리였다.

진관용의 눈이 흔들렸다.

“남들한테 피해 주지 말고 멀리서 끝장을 보는 거다, 알았지?”

서량의 쌍장(雙掌)이 폭발했다.

콰앙!

하강하던 진관용이 포물선을 그리며 후방으로 날아갔다.

피할 수가 없으니 막아야만 했는데, 의외로 충격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개의 건물을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튕겨 나갔다.

퍼어엉!

건물 지붕을 박찬 서량이 진관용에게 접근했다. 그가 디딘 지붕 끝은 박살이 나 있었다.

‘빠르다!’

축지신보를 잃었어도 특유의 빠름은 어디 가지 않는다. 몸의 구조가 바뀌고 무공을 운용하는 원리도 바뀌었지만 살왕으로서 살아온 세월의 힘은 어디로 가지 않은 것이다.

퍼퍼펑!

연신 터져 나오는 폭음.

피해야겠다, 싶으면 쏘아져 오는 발경에 막기만 급급했다. 그리고 그것을 막아 내면 이십여 장씩 뒤로 쭉쭉 밀려 났다.

‘이놈……!’

무공은 자신이 더 강할지 몰라도 전투 능력 자체는 상대가 우위에 있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능력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경지에 달해 있었다.

진관용의 눈이 착 가라앉았다.

퍼엉!

그가 다시 훨훨 날아갔다.

서량의 눈빛이 돌변했다.

‘받아들였군.’

굳이 힘을 낭비하지 않는다. 장단에 맞춰 주겠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수십여 장을 더 지나온 두 사람은 내성 북쪽 숲에 이르러서야 멈추었다.

치이이익!

진관용의 몸에서 희뿌연 아지랑이가 일었다. 비에 젖은 몸이 순식간에 말라 갔다.

우우웅. 우우우웅.

반면 서량은 옷을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금방 멈출 폭우가 아니었다.

“……인상적이군.”

고개를 든 진관용의 얼굴은 칙칙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진기를 조절하는 능력이 대단하구나.”

서량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마기를 다스리며 구유마공의 개방 시기를 잡을 뿐이었다.

진관용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무슨 짓이냐.”

뜬금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서량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폭탄을 터트린 것이냐? 정말로 다 죽자는 말이냐?”

“내 얘기는 네놈 멱살 잡기 전에 끝났어.”

“네놈이라고 멀쩡할 줄 아느냐? 이게 거짓임이 밝혀지면 네놈은 능지처참을 당할 것이다. 너뿐만이 아니야. 네 식구들 모두가 죽을 것이다.”

우두둑. 우두둑.

서량이 천천히 목을 돌렸다. 이어서 발목을 한쪽씩 돌리고, 어깨도 풀었다.

진관용의 말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죽이겠다 마음먹으면 그저 죽이는 데에 집중할 뿐, 다른 것엔 일절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푸스스스.

서량의 두 발밑에서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문답무용이라는 건가? 좋다.”

스르륵.

진관용의 눈이 점점 검게 물들었다. 동공을 넘어 흰자위까지 검어진 그의 눈은 이질적인 만큼 섬뜩했다.

“네놈을 산 채로 잡아 나의 무고함을…….”

“자꾸 주절대는 걸 보니 겁먹긴 했나 보군.”

한마디로 진관용의 입을 막은 서량이 자세를 낮추었다.

“즐겁기 짝이 없는 반역자 두들겨 패기 놀이, 시작해 볼까?”

“이놈!”

콰아앙!

진관용이 무서운 속도로 접근해 왔다.

‘역시 빨라.’

속도도 굉장하지만 전신 근육에 힘이 꽉 차 있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거대한 바위가 화살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온다면 이런 느낌일까.

쿵!

서량의 왼발이 강하게 땅을 찍었다.

두 사람의 주먹이 서로를 향해 내질러졌다.

콰아앙!

무시무시한 충격파에 나무 세 그루가 그대로 부러져 쓰러졌다.

진관용의 눈이 번뜩였다.

‘벽력권?’

휘몰아치는 붉은 마기가 언뜻 번개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불꽃과 번개가 미친 듯이 부딪치며 요란한 천둥소리를 냈다. 말 그대로 뇌화(雷火)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소리와 그 이상으로 위험한 주먹이 번개처럼 휘둘러졌다.

콰르릉! 콰쾅!

천둥소리가 충격파와 함께 터진 폭음에 묻혔다. 비에 젖은 나무들이 한 그루, 한 그루 부러져 쓰러졌고 짓눌린 땅이 그 충격에 사방으로 흙탕물을 튀겼다.

수십 번의 공방을 주고받은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오른 다리를 휘둘렀다. 서로의 상단을 노리는 각법이었다.

빠각!

섬뜩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회전하며 뒤로 물러났다.

박빙(薄氷).

두 사람의 무공은 누가 더 뛰어나다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슬아슬한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단시간에 승부가 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때, 진관용이 요대를 풀었다.

차아아앙!

놀랍게도 요대가 풀어지며 반투명한 검신(劍身)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연검(軟劍)이었지만 풍겨 나오는 예기는 흉흉하기만 했다.

서량의 눈이 번쩍였다.

‘저 검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아니, 전혀 다른 검이지만 저 자세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형법당주!’

파지법, 뽑는 자세, 그리고 증폭된 예기와 흉포한 살기까지 형법당주의 무공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영마검(永魔劍)이란 물건이다.”

영마검. 신교오대마검 중 하나로 ‘침묵의 살인자’라는 이명을 가진 마검이다.

“단숨에 승부를 마무리 짓고 네놈을 잡아가 내 무고를 증명할 것이다.”

서량이 씨익 웃었다.

“통했군. 나도 그럴 생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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