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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202화 (202/774)

202화. 미친놈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2)

“바, 반역?!”

서량의 거처에 놀러 왔다가 뜬금없는 폭탄 발언을 들은 위홍련은 혼이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이 미친 인간이 드디어 사고를 치는구만!”

대공자와 이공자가 정말로 반역을 저질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이천상이 누군가? 당대 천마이자, 그 무력이 신교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칠대천마에 비견되는 마신(魔神)이다.

그렇다면?

“빌어먹을!”

재빨리 거처를 박차고 나가려던 위홍련이 순간 연무장을 돌아보았다.

연무장 계단 옆, 큼직한 선반에 서량의 칼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잠시 후, 광마대와 함께 자미루로 향하던 위홍련이 버럭 소리쳤다.

“이 씨바아아알! 칼잡이가 왜 자꾸 칼을 놓고 다니는 거냐고!!”

* * *

쩌저저적! 콰아앙!

수십 조각으로 부서진 나무가 땅으로 떨어지며 굉음을 토해 냈다.

번쩍!

영마검에서 솟구쳐 나온 무형의 검기가 송곳처럼 쏘아졌다.

빠르고 날카롭다. 육장(肉掌)으로 막기 힘든 강력한 검공이었다.

서량의 몸이 회전했다.

퍼어어엉!

바위에 큼직한 구멍이 났다. 검기에 뚫린 흔적이었다.

절정고수의 검기로도 낼 수 있는 흔적이지만, 저 검기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만일 사람 몸에 적중했다면 뚫리는 데 그치지 않고 육신이 갈가리 조각났을 것이다.

극한의 살상력, 닿는 것만으로도 폭발적인 경력을 쑤셔 박는 살법의 무도.

‘폭혈귀검(爆血鬼劍)이로군.’

마동필이 익힌 구중마검세처럼 신교에서 손에 꼽히는 검법이다.

하지만 이룬 성취는 마동필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검법의 투로부터 마기의 운용, 검기를 다루는 방식까지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퍼어어어엉!

산산이 부서진 흙더미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오른쪽 다리가 통째로 날아갔을 위력이었다.

‘소암장(掃巖掌).’

콰지지직!

사선으로 부러진 나무가 바닥에 처박혔다.

‘광양혈조(狂襄血爪)까지.’

신교에서 최고라 불리는 무공들이 기다렸다는 듯 줄줄이 튀어나온다.

이 경우 지나치게 많은 무공을 건드린 것 아닌가, 라는 의문은 적절하지 않다. 극마에 이른 진관용의 무도는 그 모든 것을 아우를 정도로 탄탄해서, 하나하나가 극성에 달할 정도로 연마되어 있었던 것이다.

서량의 몸이 팽이처럼 빠르게 회전했다.

피이이이잉!

투명한 검기가 그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자세를 바로잡은 서량이 어깨를 내려다보았다.

퍽!

상처 부위가 터져 나갔다. 폭혈귀검의 경력이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심한 상처는 아니지만 가슴이 섬뜩해지는 순간이었다. 만일 구유마기로 억누르지 않았다면 어깨 근육이 끊어졌을 것이다.

“어떻게든 네놈을 잡아 주마.”

휘이이이잉!

순식간에 일 장 앞까지 다가온 진관용이 영마검을 휘둘렀다.

사사사사삭.

아득하다.

투명한 검선이 그리는 거대한 그물. 그 그물에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물도 갈라지는 듯했다.

같은 극마의 고수라도 마주하기 부담스러운 무공이었다. 막기도, 피하기도 어려운 무공의 향연. 진관용이 살법에 관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서량의 전신에서 붉은 광채가 폭발했다.

콰아아앙!

거센 폭음과 함께 진관용이 서너 걸음 뒤로 물러났다. 영마검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반탄강기(反彈罡氣)?’

이렇게나 무겁고 강력한 반탄강기라니.

“좋은 공격이야. 이 이상을 바랄 게 없을 정도로.”

빗물에 흩어진 연기 속에서 드러난 서량의 모습은 제법 험했다. 의복 곳곳이 찢어지거나 해졌고, 좌측 어깨의 상처도 조금 더 벌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진관용이 생각했던 만큼의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살법에 한해서만큼은 좀 어설프군.”

진관용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웃으며 왼쪽 소매를 뜯어낸 서량이 손목을 한 차례 돌렸다.

파아아아앙!

진관용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빠르…….’

생각이 이어질 새가 없었다. 어느새 서량의 손이 그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주먹도, 손바닥도 아니었다. 얼굴을 통째로 잡아 뜯어 버리려는 듯 적당하게 구부러진 손가락이 맹수의 아가리처럼 보였다.

진관용이 고개를 틀었다.

피슉!

그의 콧대에 날카로운 상처가 새겨졌다. 피하는 게 조금 늦은 것이다.

곧바로 반격하려던 진관용은 순간 깜짝 놀랐다.

‘……!’

팔꿈치.

마치 그쪽으로 피할 줄 알았다는 듯, 내지른 팔을 접더니 팔꿈치로 얼굴을 노려 온다. 이전보다 빠르진 않았지만 팔과 얼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파악!

진관용의 자세가 확 낮아졌다. 피할 수 있는 곳이 그곳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엄청난 속도로 확대되는 서량의 발등을 고스란히 눈에 담아야 했다.

쾅!

엄청나다.

양팔을 접어 막아 냈지만 순간적으로 정신이 날아갈 뻔했다. 거인이 휘두른 철 기둥에 맞은 것 같았다.

재빨리 뒤로 물러난 진관용이 영마검을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 했다.

‘익!’

각법의 충격이 너무 컸다. 손목이 삐걱거려서 휘두를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서량의 공격이 진관용의 상체를 휩쓸었다.

쾅! 콰쾅! 퍼엉!

쏟아지는 맹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런…….’

첫 충격을 받은 각법 이후에 몰아치는 공격들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척이나 빠르고 놀랍도록 시기적절했다. 굳이 힘을 들이지 않아도 차근차근 공략해서 쓰러트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듯했다.

‘이놈!’

진관용의 몸이 반 바퀴 돌았다.

그의 관자놀이를 향해 검지를 뻗던 서량의 눈이 번쩍였다.

사악!

투명한 검날이 서량의 머리카락을 베고 지나갔다. 피하지 않았다면 어이없이 목이 날아갈 뻔했다.

‘확실히 감각이 좋아.’

폐관으로 극마에 이른 후, 진관용은 단 한 번도 동등한 경지의 고수와 싸워 보지 않았다.

하지만 서량과 싸우며, 상승한 경지와 기존의 감각을 빠른 속도로 일치시키고 있다. 타고난 감각에 탁월한 전투 능력이 만들어 낸 배움이었다.

서량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무너트려야지.’

짧은 순간, 그의 미소를 본 진관용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맛보았다.

파아앙!

서량의 주먹이 그의 안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빠르지만 정직한 일격이었다. 이전처럼 변칙적인 공격이 아니었다.

파악!

진관용의 왼손이 그의 주먹을 막았다.

바로 그때, 서량의 왼발이 땅을 찍었다.

쿵!

강한 진각으로 타고 오른 힘이 그의 허벅지, 허리와 복부, 등과 어깨를 타고 맹렬하게 회전했다.

부아아아앙!

“큭!”

비틀거리며 물러난 진관용이 나선형으로 찢어진 왼손을 내려다보았다. 곧바로 빼서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왼손이 통째로 갈려 나갈 뻔했다.

동시에 그의 상단으로 발이 날아들었다.

‘막아…… 헉!’

아니다.

멀쩡하게 상단을 노렸던 발밑, 흐릿한 그림자 하나가 더 날아왔다.

‘허초!’

빠각!

진관용이 이를 악물었다. 각법에 맞은 허벅지가 불에 덴 듯 욱신거렸다.

서량의 두 팔이 미친 듯이 움직였다.

파바바바박!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격이었다. 강약을 조절하고 박자를 희롱하며 신들린 백타(白打)를 보여 주던 서량이, 이제는 헤아리기 힘든 변화로 진관용의 혼을 빼 놓고 있었다.

실전적인 초식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초식으로.

한창 날 선 상대의 감각을 무뎌지게 만드는 기가 막힌 수법이었다. 싸움에 도가 튼 진관용조차 서량의 변화무쌍한 무공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러다 당한다.’

그런 생각이 든 순간 진관용의 생존 본능이 확 타올랐다.

‘안 돼!’

애초에 죽기도 싫었지만, 설령 죽어도 이런 식으로 죽을 순 없었다. 어떻게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놈은 자신을 반역자로 몰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최소한 누명을 씌울 방법 몇 개는 있다는 뜻이다.

천마신교의 대공자가 반역자로 능지처참을 당한다?

그보다 더 치욕적인 죽음은 없을 것이다.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이 싸움은 무조건 이겨야 했다.

“이놈!”

고개를 숙인 진관용이 자세를 낮추고 마기를 끌어 올렸다.

퍼버버벅!

그 짧은 순간 무려 열다섯 번의 주먹질이 상체에 틀어박혔다.

요혈을 파헤치는 치명적인 무공은 아니었으되, 무시 못 할 내외상을 입을 만한 공격이었다. 실제로 진관용은 와락 피를 토해 냈다.

서량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놈 봐라?’

사아아아악!

진관용의 몸에서 이전과 다른 마기가 타올랐다.

극마, 선천의 영역을 넘보는 절대마기의 농도는 같다. 하지만 마기의 성질이 달라졌다.

‘갑자기 뭘 하려는…… 어?’

순간 서량의 눈이 커졌다.

‘이 마기는?!’

서서히 고개를 드는가 싶더니, 이내 사방팔방으로 치닫는 무서운 마력.

후우우우웅.

비에 젖은 대지가 신음하고, 멀쩡히 선 나무들이 저절로 기울어지는 듯했다.

흑색 일색으로 변했던 진관용의 눈이 다시 본래의 빛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파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것까지 꺼내긴 싫었다만.”

콰앙!

서량이 뒤로 훨훨 날아갔다. 피해를 감수하고 터트린 발경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진관용이 으르렁거렸다.

“어떻게든 네놈을 사로잡아 주마.”

치이이이익!

그가 선 땅 일대가 짙은 아지랑이로 뒤덮였다. 강렬한 열기에 빗물이 증발하는 것이다.

핏물 섞인 침을 뱉어 낸 서량이 투덜거렸다.

“시벌, 설마 그런 걸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가 진관용을 노려보았다.

“훔친 건 아닐 테고, 직접 배운 건가?”

“물론이다.”

문득 진관용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나는 대(大) 천마신교의 대공자이자 차기 대권에서 가장 가까운 이다. 경쟁자의 성장에 호승심을 불태울지언정 한낱 소문을 이용해 꺾으려 드는 소심한 남자가 아니야.

- 그렇다. 장담컨대, 지금 내 무공은 너를 앞서 있다. 하지만 막상 싸우게 된다 생각하면 결과가 보이지 않아.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했다. 이놈은 분명 자신이 대권에 가장 가까운 자라 확신하고 있었다.

왜? 교주의 대제자라서? 아니면 극마에 올라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의문이 해결되지 않는다. 교주는 대제자라고 해서 편애하는 성격도 아니었고, 극마에 오른 이가 저 혼자인 것도 아니다.

“군림마황기(君臨魔皇氣)라.”

역대 교주들이 익혔다는 절대마공.

비록 완전한 것도 아니요, 전반부에 불과해 보이지만 진관용이 피워 내는 마기는 이천상의 군림마황기가 분명했다.

“네가 무슨 마공을 익히고 있는지는 몰라도, 군림마황기에는 통하지 않아.”

당연한 자신감이었다. 군림마황기는 천하제일마공이며, 만마를 지배하는 마도학의 최고봉이니까.

서량이 피식 웃었다.

“확인해 볼까?”

“오만한 놈!”

콰르르릉!

구유마공이 개방되었다.

관평의 거처에서도, 지금까지도 보여 준 적 없는 구유마공의 완전한 개방. 진관용의 얼굴에 경악이 드리워졌다.

“교주님이 상대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만…… 주는 것만 받아먹는 머저리한테 당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

화르르륵!

자연스레 내려진 그의 수도(手刀)에 붉은빛 형형한 칼날이 생성되었다.

맨손으로 펼치는 구유인화도법이었다. 수도로 칼날을 대신하는 것, 본래 살왕으로서 일구었던 깨달음을 점차 육신에 녹여 내고 있는 것이다.

“간다!”

“이노옴!”

번쩍!

두 사람의 도검(刀劍)이 화려한 빛을 흩뿌리며 마주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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