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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205화 (205/774)

205화. 미친놈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5)

“헉헉!”

서량이 어깨를 감싸 쥐었다. 내력으로 상처를 막아 보려 했지만 제대로 막아지지 않았다.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자꾸 흘렀다.

왼팔만이 아니었다.

그의 좌반신 전체가 피로 젖어 있었다. 진관용의 폭혈귀검과 소암장을 좌수만으로 온전히 받아 낸 결과였다.

“쿠웨에엑! 쿨럭!”

진관용이 한 사발의 피를 토했다.

겉으로는 서량보다 훨씬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량에 못지않은 충격을 받은 그였다.

“그, 그게 무슨 무공…… 쿨럭!”

츠츠츠츠.

발산되는 마기가 무척이나 불안정했다.

내상을 다스리기가 엄청나게 힘들었다. 진탕된 내장을 바로잡으려 하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암경이 폭발하는데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었다.

서량이 씨익 웃었다.

“급하면 어떻게든 돼.”

구천축지신보를 버리면서 제천기(提天技)의 초식들도 대부분 함께 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잊어버렸다.

하지만 서너 개의 살법은 남겨 두었으니, 그중 하나가 즉사기(卽死技)라 불리던 폭산경(爆山勁)이었다.

벽력권의 운용 방식에 어울리진 않지만, 함께 쓰는 것은 가능했다. 자연스러운 조합은 안 되지만 어떻게든 섞으면 쓸 수는 있다는 말이다. 덕분에 왼팔이 걸레짝이 되어 버렸지만.

‘그리고…… 좀 힘들군.’

눈이 핑 돈다.

한순간 쏟아 낸 피가 너무 많았다. 지혈할 틈도 없었고, 지금도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크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관평. 고통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부르르르.

덜덜 떠는 관평의 왼팔은 통째로 날아가 있었다.

일격에 죽여 버릴 의도였지만 실패했다. 너무 먼 거리에서 쓴 어도술이라 정확성과 위력이 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공자님!”

쉬리리리릭! 퍼억!

거대한 용린도가 서량이 선 땅 앞에 날아와 박혔다.

서량이 투덜거렸다.

“가벼운 놈 쓰고 싶은데.”

쩌억!

실로 오랜만에 쥐어 보는 용린도다.

“넌 어때? 감당할 수 있겠어?”

차아아앙!

위홍련이 호포검을 뽑았다. 백색의 보광을 뿜어내는 호포검은 이전보다 훨씬 흉포한 예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위홍련의 살기에 점차 물들기 시작한 것이다.

“저런 병신이 됐는데요? 쪽팔리게 당할 순 없죠.”

“이 씹어 먹을 년이!”

사아아악!

관평의 전신에서 엄청난 마기가 치솟았다.

굉장한 마기지만 그만큼 불안정하다. 쓸 수 있는 힘은 십(十)이되 제대로 다룰 수 있는 힘은 삼(三)밖에 되지 않았다.

위홍련의 눈빛이 악독해졌다.

“반역자 주제에 어디서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개 좆도 아닌 새끼가.”

엄청나게 원색적인 욕설이었다.

그런데 그 욕이 이렇게 시원하게 들릴 수도 있나. 서량은 저도 모르게 푸하하 웃고야 말았다.

관평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죽일 년!”

“시끄러워!”

파아아악!

두 남녀가 서로를 향해 살기 넘치는 무공을 퍼부었다.

우우웅.

서량이 용린도를 들었다.

“우리도 마무리 지어야지?”

스르륵.

진관용이 몸을 세웠다. 극도로 창백해진 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자, 잠깐!”

“안 기다려 줘.”

휘이이이잉!

용린도로 뜨거운 바람이 모여들었다.

콰아앙!

비명도 없었다. 폭음과 함께 훨훨 날아간 진관용이 진창에 처박히며 흙탕물을 뒤집어쓴 몰골로 쓰러졌다.

털썩!

도풍에 수십 토막이 난 오른팔이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주르르륵.

서량이 피가 흐른 입을 닦았다. 머리가 띵하고 눈앞이 번쩍번쩍했지만 용케 정신은 잃지 않았다.

‘끝났다.’

드디어 진관용을 쓰러트렸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왠지 오랜 악연을 끊어 내 버린 것처럼 속이 다 시원했다.

저쪽은 끝났나?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린 서량의 눈에 두 남녀의 무시무시한 공방이 보였다.

쩌저저정! 콰앙!

“크윽!”

놀랍게도 밀리는 사람은 관평이었다. 왼팔이 날아간 것이 굉장한 중상이라지만, 무공의 격차가 확실함에도 저렇게 밀리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위홍련의 실력이 상승했다는 뜻이리라.

‘아니, 그것만이 아니야.’

위이잉! 위이이잉!

관평의 몸에서 이는 마기의 색깔이 끊임없이 뒤바뀌었다.

황금빛 마기를 발산하는가 하면, 이내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화염처럼 붉어진다 싶으면 얼음처럼 싸늘한 청색으로 바뀌고, 그러다 다시 황금빛으로 돌아갔다.

‘뭐야? 색이 바뀔 때마다 마기의 성질도 바뀌잖아?’

저게 뭐지? 저런 게 가능한가?

그때였다.

번쩍!

관평의 눈에 이채가 번득였다.

서량은 감히 장담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본 관평의 눈빛 중 지금 보이는 눈빛이야말로 최고로 악독하다는 것을.

‘저…….’

콰아앙!

“어?”

위홍련의 눈이 커졌다. 서량도 깜짝 놀랐다.

미친 듯이 밀리던 관평이 어느새 신법을 펼쳐 진관용의 바로 옆에 도달해 있었다. 깊은 내외상을 입은 서량도, 위홍련도 막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관평이 진관용을 내려다보며 이를 갈았다.

“다 너 때문이다! 그러니 날 원망치 마라!”

진관용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서서히 뜨였다.

번쩍!

관평을 올려다보는 진관용의 눈에 지독한 공포가 새겨졌다.

“아, 안…….”

퍼어억!

“……?!”

서량과 위홍련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관평의 오른손이 진관용의 흉부를 꿰뚫은 것이다. 그야말로 인정사정없는 살수였다.

“꺼어억……!”

진관용의 입에 거품이 일었다.

사악하게 웃던 관평이 손을 움직였다.

콰드득! 콰드드득!

늑골을 죄다 부수며 꺼내 든 하나의 장기.

그것은 바로 심장이었다.

두근두근 박동하며 피를 줄기줄기 뿜어내는 심장을 보는 심정이란 필설로 형용하기 어려웠다. 담대하기론 신교제일이라던 위홍련조차 안색이 하얗게 질리고야 말았다.

“저, 저 또라이가 뭐 하는 짓이야?”

위홍련의 합당한 질문에, 관평은 행동으로써 그 답을 알려 주었다.

으득!

먹는다. 심장을.

여전히 박동하는 심장을 생으로 씹어 삼키고 있었다. 샛노래진 눈을 빛내는 관평의 모습은 악귀가 따로 없었다.

서량의 눈이 번뜩였다.

- 흡정마공은 아니고, 그 비슷한 걸 본 적은 있지. 정확히 말하자면 기감으로 느낀 거지만.

- 어떤?

- 이공자, 관평이란 놈이 있는데 내가 그놈 거처를 찾아갔을 때 놈의 내력이 갑자기 무서울 정도로 증가했거든. 아니, 그건 단순히 내공이 증폭된 정도가 아니었다. 무공 자체가 한 단계 상승했다고 봐야 하나?

- 통혼이합술(通魂二合術), 들어 보니 삼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추측되는군요.

- 통…… 뭐시기?

- 아, 정확히는 통혼이합술은 아닐 거예요. 그건 유리잠력대법에 속한 거니까요. 하지만 내력 증폭을 넘어 무공의 단계까지 상승했다면, 그가 이전에도 몇 번이나 그런 술수를 행해 왔다는 걸 의미해요.

- ……그래?

- 네, 분명해요. 타인의 내력 혹은 생명력을 취하는 것에도 단계가 있거든요. 말하자면 당연한 무리(武理), 혹은 섭리라고 볼 수 있죠.

- 별 해괴한.

- 그렇죠. 해괴하죠. 하지만…… 본궁은 그 해괴한 방법을 파고들 수밖에 없었어요. 물론 비인간적인 방법을 쓴 적은 한 번도 없어요.

- 그럼 유리잠력대법에 그 통 뭐시기란 무공도 속해 있다는 거네?

- 맞아요.

- 언젠가 소궁주 녀석도 타인의 내력을 빨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오는 거고?

- 네.

- 그게 너일 확률이 어마어마하게 높아 보인다만?

- 맞아요.

- ……너, 안 억울하냐?

- 억울할 리가 없죠. 제가 죽거나, 저의 내공을 빼앗기는 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더 좋아진다면 모를까.

- 엥?

- 그게 바로 통혼이합술의 신묘한 이치예요. 상생(相生)을 원리로 하니까요. 다만 유리잠력대법의 전반부가 중원에 유출된 적이 있는데, 아마 이공자가 익힌 마공도, 야수궁주가 쓴 술법도 원류는 저희 것일 확률이 무척 높아요.

- 호오.

- 하지만 후반부가 빠진 유리잠력대법은 최악의 사술이학(邪術異學)이에요. 난해하기도 난해해서, 혹시라도 그 이치를 잘못 해석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마인이 탄생할 수도 있어요.

그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얻게 될 마인이 바로 저기에 있다.

휘이이이잉!!

관평의 몸 주변으로 광풍이 일었다.

지이잉! 지이이잉!

매서운 광풍에 쏟아지는 빗물이 다시 하늘로 치솟았다.

‘그렇군.’

관평의 몸에서 청색의 마기가 치솟았다. 진하면서도 맑고, 맑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어두워 보이는 저 마기는 바로 진관용의 군림마황기였다.

‘아까 놈이 풍겨 댄 수많은 종류의 마기는, 놈이 지금껏 취한 마인들의 마기였어.’

울컥! 울컥!

관평의 피부 위로 시퍼런 핏줄이 불거졌다.

가만히 관평을 보던 서량이 용린도를 휘둘렀다.

콰앙!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와중에도 뽑아낸 도기(刀氣)의 위력이 상당했다. 하지만 그 도기는 관평의 몸에 닿지도 못했다.

스스스.

도기가 흩어졌다. 관평이 뿜어내는 무형의 기막을 뚫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제자를 죽이고 힘을 얻은 야수궁주 천호의 모습과 흡사했다. 천호 역시 귀응의 생명력을 빼앗고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삼을 때, 저처럼 강력한 기막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었다.

“시발…….”

서량이 옆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의 옆으로 다가온 위홍련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 대고 있었다.

“후계자라는 자리가 저렇게 좋을까요? 스스로 광인이 되는 것도 불사할 만큼?”

“글쎄다. 권력을 쥐기 위해 타락한 위정자들이야 많으니까. 저놈처럼 극단적인 놈은 몇 없겠지만.”

“공자님은요?”

“나?”

“네. 만약 공자님이 후계자가 되면, 정말 공자님이 원하는 대로 맹성(盟城)만 깨부수고 그 자리에서 뛰쳐나올 생각이세요?”

“그럴 생각이다. 난 자유가 좋거든. 하지만 저런 꼬락서니를 보니, 나 역시 타락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긴 어렵겠어.”

“오히려 마음을 더 강하게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렇게 되지 않으려면요.”

“네 말이 맞다.”

두두두두.

두 남녀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내 저 멀리서 천마군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위홍련이 나타났던 북쪽은 물론, 동쪽과 서쪽, 남쪽에서도 천마군이 진군하고 있었다.

사위를 에워싼 마인의 감옥. 급할 것 없다는 듯 천천히, 하지만 팽팽하게 조여 오는 포위망에서 절대적인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천마군을 둘러보던 서량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쏟아지는 빗물이 얼굴을 마구 때렸다. 천둥 번개도 여전히 요란하게 춤을 춰 대고 있었다.

서량이 눈을 감았다.

‘여전히 마지막은 힘들군.’

위홍련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후계자란 자리가 저렇게나 좋으냐는, 조소 섞인 탄식이 심장을 떨리게 했다.

꾸욱.

용린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위 대주.”

“네?”

“너, 내상약 있냐?”

“없는데요.”

“알았다. 내공은 빵빵하지?”

“아직 빵빵하죠.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신대요?”

“나 쓰러지면 바로 업어서 혈혼각에 던져 놔야 한다.”

“……네?”

서량이 마지막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관평의 몸에서 솟구치는 군림마황기를 천마군도 보았다. 그리고 가슴팍이 끔찍하게 꿰뚫린 진관용의 시체까지도.

봤으니, 그걸로 되었다.

스르르륵.

“어? 어?”

피로로 가득했던 서량의 두 눈에 혈광(血光)이 뿜어졌다.

“시벌, 이런 막 나가는 싸움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

용린도에 붉은 마기가 일었다. 곧이어 칠야도와 유성쌍도에도 시뻘건 마기가 치솟았다.

용린도를 쥔 서량의 손에 힘이 빠졌다. 하지만 용린도는 여전히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화아아악!

구유마공이 극성으로 달아올랐다.

위홍련의 눈이 흔들렸다.

“고, 공자님!”

“죽진 않는다, 걱정 마라.”

치이익!

붉은 마기와 희뿌연 수증기가 어우러져 서량의 모습을 감추었다.

그의 왼발이 서서히 올라가더니 별안간 땅을 거세게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바닥을 적신 빗물이 모조리 하늘로 솟구치고.

피피피핑!

네 자루 칼이 일시에 관평에게 쏘아졌다.

‘이제 좀 끝내자, 이것들아.’

유혼비천의 어도술이 관평에게 직격했다.

콰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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