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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309화 (309/774)

309화. 신화(神話)가 시작되다 (4)

쏟아지는 돌덩이들을 맞으면 강철 인간이라도 무사할 수 없다.

공야치가 재빨리 신법을 펼쳤다.

콰앙! 콰르릉!

땅에 떨어진 돌덩이들이 굉음을 냈다.

공야치 정도의 반응 속도라면 피하는 게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너무 의외라서였을까? 그의 표정은 얼떨떨함 그 자체였다.

파아악!

절벽 위에서 두 사람이 날 듯이 내려왔다.

“괜찮소?!”

둘의 정체는 마동필과 고구였다. 한서불침의 고수들인데도 온몸이 땀으로 젖은 걸 보니, 한바탕 비무라도 벌인 모양이었다.

“괜찮습니다.”

“미안하오. 마지막에 집중력이 흐트러졌소.”

마동필이 포권을 취했다.

“거듭 사과드리겠소.”

공야치가 고개를 저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오히려 두 분 정도의 고수가 열심히 수련하시는 걸 보니 자극이 많이 됐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더 미안해진다. 마동필이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고구가 입을 열었다.

“내가 제대로 쳐 내지 못했소. 내 잘못이오.”

도대체 어떤 공격을 퍼부었고, 어떻게 쳐 냈길래 절벽이 무너져 내린단 말인가.

공야치는 새삼 놀랐다. 직업 특성상 초절정고수를 숱하게 봐 왔지만, 그들의 진짜 능력을 본 적은 없었다.

‘괴물들이군.’

서량이 워낙 규격 외의 고수라서 신경 쓰지 않았을 뿐, 초절정에 이른 고수들 역시 상식을 벗어난 존재였다.

느끼는 바가 컸다.

“그나저나 소교주님께서는?”

“저기 반대편에 계시오.”

“알겠습니다.”

고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마침 나도 뵐 일이 있으니 같이 갑시다.”

“그러시지요.”

공야치와 고구가 절벽을 타고 올라 사라진 후, 마동필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굳은살이 가득 박인 손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단련이 부족해. 이 정도 무공으론 소교주님께 방해만 되겠군.”

“끄으응!”

“좋아,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버티자. 복부에 긴장 유지하고!”

앵화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양쪽 어깨에 본인 상반신만 한 바위를 이고 마보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힘들지 않을 리가 없다. 내공으로 관절과 연골, 근육 등 모든 것을 고정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그렇다고 훈련 자체가 쉬워지진 않았다.

“고통스러워도 참아. 고비를 넘길 때마다 강해지는 거야. 내일의 너는 분명 오늘보다 더 나아져 있을 거다.”

“끄으윽! 네!”

신음을 흘리면서도 용케 대답은 한다.

진지한 눈으로 앵화의 신체를 보던 서량이 눈을 빛냈다. 드디어 앵화의 육신이 한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만.”

쿵! 쿵!

돌덩이를 내려놓은 앵화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당장 쓰러지고 싶을 것이다. 맨몸으로 일어섰는데도 다리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소교주님 앞이라 어떻게든 버티고 있을 뿐, 사실상 정신이 반쯤 날아간 상태였다.

서량이 앵화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자, 앵화가 더 버티지 못하고 흘러내리듯 주저앉았다.

“헉헉!”

“잘했다. 무척 힘들었을 텐데, 아주 잘 참았어.”

다른 누구도 아닌 소교주님께 이런 칭찬을 받았다. 평소의 그녀라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심신이 너무 고되었다. 앵화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숨만 연신 몰아쉬었다.

한 번도 체력의 한계를 돌파해 본 적 없던 그녀였다. 어린 시절부터 연마해 온 탄탄한 내공과 정신력이 마침내 그녀의 한계를 깨부순 것이다.

“이대로 쉬라고 하면 좋겠지만, 지금 운기를 해 두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놓치게 돼.”

“허억! 허억!”

앵화의 호흡이 갈수록 거칠어졌다. 몸이 편해지니 그제야 심폐의 고통이 찾아온 것이다. 창백하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하지만 앵화는 독했다.

덜덜 떨리는 다리를 어떻게든 모아 가부좌를 틀고는, 바로 운기에 들어갔다. 거친 호흡 탓에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용케 마공에 집중하고 있었다.

서량이 기특하다는 눈으로 앵화를 보았다.

“아주 잘했다.”

고위의 마공이라도 마공은 마공이다.

마공의 초기 연성 속도는 정파의 신공을 압도한다. 설렁설렁 연마해도 성장이 빠르니, 훗날 벽을 만나면 십중팔구 성장이 멈추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훈련은 그때를 대비하고자 함이었다. 한계를 많이 넘어선 무인일수록 정체기도 줄어들 테니까.

물론 무인으로서의 신체를 만들기 위해서도 아주 좋은 훈련이었다.

“후우, 힘들구만.”

벽에 기댄 서량의 얼굴에 옅은 피로감이 묻어났다.

‘한계를 깬다…… 나에게도 필요해.’

구유마공과 군림마황기를 동시에 운용, 그 어느 때보다도 효율적인 살법을 구사했다.

하지만 두 개의 마공을 운용하니 혈도가 너덜너덜해지는 기분이었다. 근육에 부담도 컸고, 신경도 타 버릴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육체를 얻고 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고통이다.’

서량의 신체는 완벽했다.

물론 이천상의 신체는 그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영역에 있었지만, 그것은 서량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구유마공의 열세마왕공포식을 버틸 수 있도록 환골탈태한 그의 신체는 어떠한 충격도 견딜 만큼 단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부족함을 느낀다.

이천상은 군림마황기를 통해 선천(先天)에 도달한 자였다. 신공으로 이룬 경지라면 달랐겠지만, 마공으로 도달한 영역이기에 신체가 끊임없이 성장하고 단련되는 것이다.

서량도 그와 같다.

구유마공만 연성했다면 충분했을 그의 육체가 이제는 군림마황기까지 버텨 내야 했다. 당연히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한계를 돌파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몸이 버티지 못할 거다.’

더 강하게, 더 유연하게, 더 풍성하게.

‘한 겹, 한 겹 다듬어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도달해 있겠지.’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각을 마친 그가 입을 열었다.

“나와.”

잠시 후, 공야치와 고구가 나타났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서량이 미소를 지었다.

“소식 전해 주러 오다가 뜬금없이 죽을 뻔했군.”

한참 떨어진 곳인데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다 알고 있다.

고구가 헛기침을 했다. 무뚝뚝한 그라도 미안함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다.

공야치가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도 못 피해서야 하오문도라고 할 수 없지요. 문제없습니다.”

“하기야 자네 신법은 워낙에 특출나니까.”

“부끄러운 수준이지요.”

서량이 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앉아.”

맨땅이었지만 공야치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가 힐끔 앵화를 바라보았다. 땀으로 푹 젖은 그녀는 무아지경에 빠진 듯 운기에 열중이었다.

“고강도 훈련이었나 봅니다. 마기가 상당히 불안정하군요.”

“제대로 흩어 놔야 정리 정돈도 잘 되는 법이지. 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야.”

“부럽습니다.”

서량만 한 고수가 직접 수련을 시켜 준다. 과정은 고통스러울지언정 누구보다 탄탄하게 성장할 것이다.

“그래서, 사흘 뒤에 온다더니 어찌 이리 빨리 왔나?”

공야치가 미소를 지었다.

요즘 부쩍 웃음이 많아진 그였다. 몸은 고되지만 근래 이룬 성과들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리라.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리기 위해 왔지요.”

“좋은 소식?”

“그렇습니다.”

“좋은 소식은 항상 나쁜 소식을 동반하기 마련인데?”

“날카로우시군요.”

서량이 입맛을 다셨다.

“나쁜 소식부터 들어 보지.”

“소교주님을 노리는 정파 세력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이 겉으로 티를 내지 않고 있지요.”

“그게 전부야?”

“그렇습니다.”

“새삼스럽지도 않군. 그거야 당연한 거잖나.”

마교의 소교주가 중원에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그로 인해 강호가 그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서량이 보인 행보 중 거칠지 않은 것이 없었고, 화끈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동시에 선은 넘지 않았다. 무모하게 움직일지언정, 먼저 사고를 치진 않았단 뜻이었다.

그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는 행보가 무림인들에게 대단한 인상을 준 모양이었다.

“특히나 젊은 층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대놓고 티를 내진 못하지만, 몇몇 지방에선 소교주님을 지지하는 세력도 생겨나고 있을 정도입니다.”

서량이 피식 웃었다.

“내가 원하는 게 뭔 줄 알고 지지를 해?”

“그들에게 그런 세세한 이유나 목적은 중요하지 않지요. 중요한 것은 소교주님에게 관심을 가진 자들도 많고, 좋게 보는 사람도 많다는 것입니다.”

“설마 그게 좋은 소식은 아니겠지?”

“물론 아닙니다. 이 역시 좋은 소식이라면 좋은 소식이랄 수 있겠지만요.”

공야치의 얼굴이 한층 진지해졌다.

“젊은 층에선 지지를 받고 계시지만, 나이가 있는 중년층 이상은 아니꼽게 보는 모양입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변화를 두려워하게 되는 법이지. 하물며 난 마도의 왕자나 다를 바 없잖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야.”

“그렇습니다. 문제는 소교주님을 아니꼽게 보는 이들이 실질적으로 무림을 이끄는 기득권층이라는 것입니다.”

서량이 고개를 저었다.

“누가 되었든 상관없다. 그쪽이 칼을 들면 나도 칼을 들고, 그쪽이 손을 내밀면 나 역시 손을 내밀 뿐이야.”

“물론 그러시겠지요. 다만 앞으로는 더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묘한 분위기입니다.”

“참고하지.”

서량이 벽에 등을 기댔다.

“좋은 소식은 뭐야?”

공야치가 품에서 서신을 꺼내 건넸다.

서량이 서신을 펼쳤다.

“그냥 말해 주면 되지 뭘 서신까지…… 으잉?!”

서량이 눈을 몇 번이나 끔뻑였다.

공야치가 미소를 지었다.

“말씀을 드리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이렇게 왔다고?”

“그렇습니다.”

솔직히 좋은 소식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신선한 기분이기는 했다. 서량은 얼떨떨한 얼굴로 다시 서신을 내려다보았다.

“강서상회가 본교와 계약을 맺고 싶다?”

강서상회는 강서성 지역 전체에 퍼져 있는 상인 연합이었다.

강서성은 호남성, 절강성과 인접한 내륙 지역이다. 비옥한 논과 풍부한 광물이 묻혀 있으며, 중원 전역으로 통하는 상인 거래소가 많았다.

중원에서 유독 상인들이 많이 분포한 지역이니만큼 헤아릴 수 없는 금전이 오간다. 실제로 강서성은 무림 문파보다 상인들의 입김이 더 강할 정도였다.

그런 강서성의 상인 연합에서 천마신교와 계약을 맺고 싶다 한다.

“호남성은 확실히 신교의 영역이라 할 수 있지만 강서성은 애매한 감이 있었지요. 강서상회와의 거래가 성사된다면, 천마신교는 한 지역만큼의 세(勢)를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

“허어…….”

공야치가 빙긋 웃었다.

“축하드립니다. 소교주님의 행보가 한 지역을 아우르는 상인 총회의 마음까지도 돌려놓았습니다.”

서량이 힐끔 고구를 바라보았다.

고구 역시 상당히 놀란 모양이었다.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에 선명한 놀라움이 떠올라 있었다.

천마신교 정도의 거대 단체를 운영하려면 매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마신교는 자금력이 무척이나 좋은 단체였다. 그런 단체가 강서성의 상인총회와도 거래를 맺게 되면?

“금력(金力)만으로도 전쟁을 벌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서량이 허허 웃었다.

공야치가 조심스레 말했다.

“냉정하게 분석해 본다면, 그들 역시 거래할 가치가 있는 상대에게 손을 뻗은 겁니다. 아시다시피 상인들은 손해 보는 장사 따위는 안 하니까요.”

“그렇지.”

“그간 의천맹과 철혈성은 저들끼리 기 싸움을 벌이느라 강서성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물론 신교의 눈치도 보았겠지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날뛰었으면 뭐 얼마나 날뛰었다고 한 지역의 상인 연합이 통째로 계약을 맺겠다는 거야?”

“아직은 아니지요. 그쪽 대표자와 소교주님께서 만나 보신 후에 결정될 사안입니다. 하지만 먼저 연락을 보내왔다는 건, 그들이 천마신교와의 거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싶어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지요.”

공야치가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서량이 머리를 긁적였다.

경사를 전해 들은 것치곤 그리 밝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거 참 당황스럽구먼.”

“물론 그러시…….”

“아니, 이쪽 말고.”

“예?”

서량이 진지한 눈으로 공야치를 바라보았다.

공야치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자네 말이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당황스러워. 자네가 이걸 진짜라고 믿고 있는 게.”

“……예?”

“모르고 있나 보군.”

찌이이익.

서량이 서신을 찢었다.

공야치와 고구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 뜨였다.

“내 목을 걸고 말하는데, 이거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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