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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312화 (312/774)

312화. 장악의 미학 (2)

“보고 드립니다! 현재 사천, 하남, 호북, 산동에서 일제히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피해 정도는?”

“벌써 각 지역에 분포한 분타 중 삼 할이 증발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분타들도 공격받을 확률이 지극히 높습니다!”

“누가 공격하고 있는 거지?”

“구파와 오대세가입니다!”

“……!”

“모든 문파가 나선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과 연을 맺은 중소 문파들까지 합세해서 본문의 분타를 공격 중입니다!”

쾅!

공야치의 주먹이 탁자를 부쉈다. 평소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험악한 얼굴이었다.

“어디까지 유출된 건가?”

음상단주(飮想團主)가 침을 삼켰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육 할입니다.”

“제길!”

하오문의 분타는 중원 전역에 분포해 있다.

하지만 분타의 대부분이 누구도 알지 못하게 은밀히 숨겨져 있었다. 하남의 정주처럼 대외적으로 알려진 거점도 몇몇 있었지만, 그곳들은 말 그대로 거점에 불과할 뿐이었다.

분타는 수많은 정보를 물어 오고, 물어 온 정보 중 쓸 만한 것들을 추려서 상부에 보고한다. 말하자면 수를 헤아리기 힘든 하오문의 분타들이야말로 하오문의 핵심 전력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수없이 많은 중간 연락책들이 점조직형으로 분포되어 있어 정보의 운행을 가속한다.

거미줄처럼 퍼진 하오문의 정보력.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분타들이 공격을 받고 있었다. 그들의 위치와 인명부가 누군가에게 유출되었다는 뜻이었다.

“다행히 공습 즉시 은신과 도주를 겸했기에, 당분간 더 이상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겠지.”

“그렇습니다.”

이것이 명문의 힘이다.

소림사가 정파 최고라 불리는 것은 소림 본사의 힘이 강해서만이 아니다. 그들이 배출한 속가 문파, 계약을 맺은 온갖 사업체들이 중원 전역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구파와 오대세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상대하겠다는 것은, 그들과 연계한 모든 문파와 전쟁을 해서 이기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정파의 핵심이라 불리는 것이다. 그들이 움직이면 그와 연계한 중소 문파들은 줄줄이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개방은?”

“빠졌습니다.”

“빠졌다니? 개방이?”

“그렇습니다.”

공야치가 눈살을 찌푸렸다.

“방주는 죽었어도 후개(後丐)는 멀쩡하지 않나? 그가 방도들을 운용하면 우리 쪽 피해가 훨씬 커질 텐데?”

“저도 그것을 대비해서 개방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만, 뜻밖에도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체 무슨 꿍꿍이지?

잠시 고민하던 공야치는 이내 개방에 관한 생각을 접었다. 그놈들이 뒤에서 무슨 수작을 부리든, 당장은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다른 게 아니야.”

공야치의 눈이 번뜩였다.

“흉수는 의천맹주가 분명하다.”

“그렇습니다.”

“의천맹주가 범인이라면 소교주님도 위험해.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그게 아니야. 대체 어떤 독을 풀었기에 정보가 유출된 거지? 누굴 부린 것이야?”

“짐작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뭣이?!”

음상단주의 눈이 빛났다.

“하오문의 본진으로 스며들어 와 수십 개의 거점을 돌며 정보를 탈취 후, 일시에 유포할 정도로 출중한 능력을 지닌 이는 얼마 없습니다.”

“물론 그렇지. 같은 정보업계에 몸담고 있거나 살수 출신이 아니고서야…… 아니, 그런 이들 중에서도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죽은 살왕 정도가 아니면…….”

“무색사(無色寺).”

“……!!”

“무색사 최고 수장이라는 강씨(姜氏) 형제가 아니고서야 이런 일을 벌일 수 없습니다.”

공야치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색사…… 아뿔싸!’

무색사.

세작 잠입, 세작 색출, 요인 암살, 정보 유출 등 그림자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암투에서 최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전설의 조직.

무색사는 문파면서 문파가 아니었다. 그들은 여느 살수 조직이나 무림 문파처럼 중원의 일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조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유명한 이유는 단순했다.

무색사는 소속 없는 살수들과 정보원들을 가르치는, 일종의 교육 기관이었다.

문(文)으로 치면 한림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중원 살수 조직의 수장들 중 절반 이상이 무색사 출신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무색사가 어디에 있는지, 그 소속원이 얼마나 되는지를 몰랐다. 무색사를 나온 이들이 죽어도 입을 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색사는 분명히 존재했다.

하오문은 이십 년 전부터 그들의 존재를 추적했다. 안타깝게도 무색사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그들의 소속원들이 누구인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강씨 형제라…….”

“물론 두 사람이 죽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중 동생은 이십여 년 전 광동으로 갔다가 소식이 끊겼고, 형은 스스로를 드러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네 말은, 강씨 형제 중 하나거나 그들의 후예가 일을 벌였다는 것인가?”

“그럴 확률이 지극히 높습니다. 어쩌면 무색사 전체가 나섰을 수도 있지요.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선 그들 외의 범인을 떠올리긴 어렵습니다.”

공야치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이유는 간단했다.

무색사의 음인(陰人)이 범인이라 한들, 잡을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신출귀몰함은 수년 전 죽은 전설의 살수 살왕(殺王)에 필적한다. 어쩌면 음지에서의 일 처리 능력만큼은 살왕보다 뛰어날지도 모른다.

“만일 무색사가 나선 것이라면…… 그것은 인재(人災)가 아닌 천재(天災)다. 적어도 당장은 우리가 막을 수 없어.”

“…….”

“작전을 변경한다.”

“명을 내려 주십시오.”

“지금 당장 전 문도에게 분타 폐쇄령을 전한다. 하오문은 이후 일 년 동안 봉문(封門)할 것이다.”

음상단주의 눈이 부릅 뜨였다.

“보, 봉문이라 하심은……?”

“어쩔 수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가 더 커져. 지금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말을 하는 공야치의 눈빛도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일 년의 봉문이라 함은 일 년 동안 하오문이 적자가 된다는 뜻이다. 당장 받은 의뢰만도 수천 건이 넘어갈 텐데, 봉문을 하면 계약한 의뢰들을 일방적으로 취소해야 한다.

계약 파기 비용만 해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갈 것이다. 어쩌면 일 년 뒤 봉문을 해제하더라도 지금의 세(勢)를 회복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의 눈 때문이라도 의천맹은 공격을 멈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본문의 문도들이 죽어 나가고 있어.”

“…….”

“전 무림에 하오문의 봉문을 알리도록. 지금 당장.”

“명을…… 받듭니다.”

“그리고 이 서신을 소교주님께 전하도록 해. 아마 허창에서 정주로 오고 계실 거다.”

공야치가 건넨 서신을 받아 든 음상단주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소문주님께서는 어떻게……?”

“담판을 지어야지.”

“예?”

“봉문이 알려지면 정파 무림의 공격이 멈출 것이다.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지. 하지만 그들이 암중에서 치고 들어온다면 얘기가 달라져.”

공야치가 문을 열고 나갔다.

“의천맹주를 만난다.”

“……!!”

“철혈성주도, 신교의 교주도 이 사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의천맹주를 직접 만나서 담판을 지어야 해.”

* * *

마차의 문을 열고 나온 서량.

그의 눈에 도사 한 명이 보였다.

전신 가득 허허로운 기운을 피워 내는 노도사였다. 딱히 특색 있는 외모는 아니었지만, 광대까지 내려온 하얀 눈썹에 눈빛이 절반 이상 가려져 있었다.

마동필의 얼굴에 긴장이 드리워졌다.

‘고수!’

극마에 이른 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마동필보다 몇 수는 더 강한 고수임이 분명했다. 구파 장문인급 이상, 화경을 눈앞에 둔 초절정의 검객이었다.

게다가 구름처럼 일어나는 이 막강한 선기(仙氣)는?

“무당(武當)에서 오셨군.”

“음.”

서량이 몇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갔다.

“당대는 아니고, 전대군. 현자(玄字) 배인가?”

노도사, 현양이 한쪽 눈을 슬쩍 떠 보였다.

“자네가 그 소문 자자한 마교의 소교주인가?”

“그렇다.”

“……허허허!”

현양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는 서량도 알 수 없었다.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마졸(魔卒)이 있으니 버릇 좀 고쳐 주라더니, 평가가 너무 박했군. 고고한 선도의 공부로도 억압할 수 없는 장대한 마기(魔氣)라…… 마졸이 아니라 마왕(魔王)이었구먼.”

서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저런 자가 있었던가?’

저 무당의 노도사는 담사영이 보낸 게 분명했다.

하지만 서량은 노도사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담사영의 숨겨진 칼이라면 그가 모를 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도사였다.

‘둘 중 하나로군. 내가 죽고 난 후 영입한 칼, 아니면 나에게까지 비밀로 한 칼.’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저 정도로 날카로운 칼을 짧은 시간 안에 제 것으로 만들긴 힘들 테니까.

새삼 담사영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현자 배 중 누구지?”

“참으로 다급한 성정이로다. 마공을 익혀서 그런 겐가? 어른에게 말버릇도 고약하고.”

“쓸데없는 말장난은 그쯤 해 둬.”

우우우웅.

서량의 오른손에 강렬한 마기가 일었다.

현양의 눈이 미미하게 굳어졌다. 숨기고 있는 힘이 폭발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극마의 고수! 저 어린 나이에?!’

말도 안 된다. 그는 이미 이십 년 전에 지금의 경지에 오른 고수였다. 하지만 팔십이 된 지금도 화경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했다.

‘마교가 괴물을 키웠구나!’

서량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하나 잡아 죽일 시간도, 취미도 없다. 숨어 있는 놈들 몽땅 나오라고 해.”

“호오? 거기까지 읽을 수 있는…….”

퍼어어엉! 콰직!

현양의 눈이 부릅 뜨였다.

어느새 일장(一掌)을 내지른 서량. 그의 손바닥이 향한 나무가 우지끈 부러짐과 동시에, 그 뒤에 은신해 있던 복면인 하나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나무가 부러질 정도의 파괴력이라면 몸뚱이라고 멀쩡할 리 없다. 하지만 복면인은 피를 토했을 뿐, 사지는 멀쩡했다.

군림마황기 최고의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 탈혼장(奪魂掌). 격산타우(隔山打牛)의 묘리까지 깃들어 상대의 영혼만 뽑아 죽인다는 극상의 장법이었다.

아직 높은 성취를 이루지 못했기에 나무를 부러트렸지만, 극에 이르면 원하는 대상의 내부만을 가루로 만든다는 무서운 무공이었다.

“다 죽이고 너만 남길까?”

“…….”

“무당의 도사와는 싸우고 싶지 않아. 그러니 말한다.”

서량이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비켜.”

멍하니 서량을 보던 현양이 고개를 저었다.

“엄청나구먼. 선도비기를 개방해도 이십 초를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

“하지만 말일세.”

스르릉.

현양이 등 뒤의 고검(古劍)을 뽑았다.

흐르는 안개 문양이 새겨진 장검이었다. 무당의 송문고검(松紋古劍)과 비슷한 형태지만, 검신에 흐르는 예기는 그보다 훨씬 날카로웠다.

“이쪽도 슬슬 밥값을 해야 할 처지라서 말일세.”

“벌주를 자시겠다?”

“글쎄…… 벌주는 자네 몫이 아닐는지 모르겠군. 자네 말마따나 본도는 무당에 적을 두고 있어서 말일세.”

현양이 씨익 웃었다.

평범했던 인상이 사라지고, 도인답지 않은 사이한 분위기가 드러났다.

“지금껏 쌓아 올린 명성을 모조리 헛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어디 칼을 겨누어 보게나.”

고구의 눈이 깊어지고, 여상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현양이 저런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소림과 마찬가지로 무당을 건드려선 안 된다.

무당을 건드리는 순간, 지금껏 서량에게 호의를 보내던 정파 여론이 모조리 등을 돌릴 것이다. 남존(南尊)이라 불리는 무당에는 그러한 힘이 있었다.

고구가 조심스레 말했다.

“소교주님. 일단은 뒤로 물러나심이…….”

“명성?”

“……소교주님?”

“명성이라? 불붙은 종이 뭉치보다 쉽게 사라질 그 명성?”

고구의 눈이 흔들렸다.

“소교주님!”

우두둑.

서량의 손에서 살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결국 네놈의 무기란 것이 무공이나 뒷배가 아니라, 날 명성 따위에나 신경 쓰는 얄팍한 놈이라고 생각한 그 치졸한 안목이었단 말이지?”

“소교주님! 안 됩……!”

“넌 사람 잘못 봤어.”

쿠르르릉!

서량의 양손에 각기 청색과 홍색의 마기가 치솟았다.

현양의 얼굴이 싹 굳어졌다.

번쩍!

마황군림보를 펼친 서량의 몸이 순식간에 현양의 반 장 거리 앞까지 도달했다.

놀란 현양이 검을 휘두르려던 찰나.

콰직!

서량의 왼손이 그의 검을 틀어쥐었다.

주르륵.

태극진기(太極眞氣)를 뿜어내는 검날이 마기를 뚫고 그의 손바닥까지 베어 냈다.

하지만 서량은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었다. 청홍의 마안을 번뜩이며 현양을 노려보는 서량에게선 무한한 광기가 치솟고 있었다.

“이익!”

이를 악물고 검을 빼내려는 현양.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극한까지 뿜어지는 구유마기가 그의 검을, 팔을, 신체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신공은 마공의 상극이다.

그러나 마공의 힘이 우세하면, 반대로 신공이 고개를 숙인다. 태곳적부터 운명 지어진 두 힘의 관계란 그처럼 묘한 구석이 있었다.

“내 상황을 보기 이전에, 내가 얼마나 미친놈인지부터 알고 왔어야지, 이 멍청한 것들아.”

후우우웅!

우수(右手)에 깃든 마기가 구결에 따라 능천마라수의 마력으로 바뀌었다.

고구와 현양이 동시에 외쳤다.

“안 돼!!”

퍼어억!

현양의 머리통이 그대로 으깨져 버렸다.

서량이 허물어지는 현양의 몸통을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밥값은 저승에서 하시게, 이름 모를 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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