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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341화 (341/774)

341화. 복수라는 이름의 감로주 (1)

대자연에 살아가는 모든 생물에게 불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달랐다. 그들은 자연의 공포를 제 것으로 만들어 삶을 윤택게 했다. 눈보라 치는 겨울에도 몸을 덥힐 수 있게 되었고, 밤길을 환히 걸을 수 있게 되었으며, 나아가 포식자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인간이 무공(武功)이라는 개념을 손에 넣고 나아가 내공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 내공에 불의 힘을 담은 무인들은 맞상대하는 이들 모두에게 공포가 되었다. 같은 검법이라도, 같은 주먹질이라도 화기(火氣)가 담기는 순간 그 위험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리고 지금.

불의 힘을 극한까지 뽑아 올린 극도로 위험한 무인이 출현했다. 단순히 화기를 뿜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력으로 만들어 낸 폭풍에 불을 담아 내치는 괴수가 나타난 것이다.

육연지옥풍(六連地獄風), 제각기 다른 형태로 몰아치는 지옥의 여섯 바람.

그 바람에 구유(九幽)의 유황불을 담은 재해급 무공이 전면을 파도처럼 휩쓸었다.

콰르르릉!!

잘 다듬어진 청석 바닥에 금이 가더니, 이내 산산이 조각나 날아갔다.

돌바닥조차 부수고 찢어 내는 무서운 칼바람이었다. 그 칼바람에 지독한 화염까지 섞이니, 바람에 휩쓸린 땅과 건물이 모조리 부서지고 불에 타 버렸다.

“카아아압!”

콰앙!

압도적인 도법 일초로 전방을 휩쓸어 버린 천하진이 재차 몸을 날렸다.

상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확인하지 않는다. 이 정도 공격으로 죽을 년도 아니었지만, 설령 죽었어도 상관없다.

시체가 되었다면, 그 시체조차 온전히 두지 않으리라.

타오르는 불길에 시체가 증발하였다면, 승천하는 혼(魂)조차 붙잡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 죽이리라.

구유마공과 구유인화도법의 합작.

육연지옥풍으로 힘을 받은 인화의 종극이 다시 한번 세상을 휩쓸었다.

화르륵! 콰쾅! 콰르릉!

불기둥이 하늘까지 치솟고, 모든 기물이 무차별로 터져 나갔다. 그 열기가 어찌나 지독한지 휘몰아치는 눈보라가 소나기로 변해 쏟아져 내렸고, 그조차 땅을 적시기도 전에 기화(氣化)하여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인화도법 이 장, 종극무간도(終極無間道).

무간의 불길 위에 구유의 겁화가 힘을 더했다. 불과 불, 고열과 고열이 만나 초열(焦熱)을 만들었다. 팔열 지옥이 따로 없었다.

“피해라!!”

마동필을 공격하던 비요왕의 수하들이 멀찍이 몸을 물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칠사의 한 명, 비마검사(秘魔劍死)는 무간의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헉!”

넘실거리는 불길이 그의 어깨에 옮겨붙었다.

바로 꺼트리려 했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다. 사공을 운용해 떨쳐 내려 하자, 오히려 더 빠르게 몸을 잠식했다.

화르르르륵!

“크아아악!”

어깨에 붙은 불이 삽시간에 비마검사의 몸을 집어삼켰다.

그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기를 받아 퍼렇게 타오르던 무간지화(無間之火)는 이내 하얗게 백열(白熱)되어 그의 살점과 뼈를 녹였다.

푸스스스.

시커멓게 타 버린 시체가 몸을 뉘었다. 유독 덩치가 좋았던 그였지만, 불에 타서 쪼그라든 시체는 목내이처럼 보였다.

잠시 후, 시체가 재가 되어 흩어졌다.

그 광경을 본 모든 사람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비마검사의 무공은 대문파의 장로급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한 고수가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해 보고 재가 되어 죽어 버린 것이다.

공포를 느낀 것은 궁위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수가……!’

저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사람의 힘이 아니다.’

그의 주인도 천외천의 강자였지만, 상대 역시 그에 못지않은 괴물인 것 같았다. 아니, 흉포함 만큼은 제 주인을 한참이나 넘어선 것 같았다.

퍼어억!

“컥!”

깜짝 놀란 궁위가 옆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마동필이 음장(淫將)의 머리채를 틀어잡고 그의 가슴팍에 검을 쑤셔 박고 있었다. 무자비한 검술이었다.

“이런!”

피이이이잉!

궁위가 다시 한번 화살을 날려 아군의 전투 의지를 북돋았다.

그러나 그 잠깐 사이에 마동필은 무려 세 명의 고수를 더 죽여 버렸다. 저 괴력난신의 싸움을 보고도 오로지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공의 격차만 있을 뿐, 저놈이나 이놈이나 지독하기 짝이 없다. 마교도들을 두고 왜 미친 짐승이라고 부르는지 이제야 알겠다.

“죽여!”

파바바박!

재차 생사결에 접어든 부하들의 싸움.

그러나 그들의 싸움이 아무리 치열하다 한들, 무림 최고수들의 격전에 비하면 보름달 앞의 반딧불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재앙처럼 밀려드는 불바람과 번개조차 태워 버릴 무간의 불길 위.

쩌저저저적!

공간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구유의 겁화가 인화도법의 구결에 따라 돌아가며 화염지옥의 온도를 급격하게 끌어내렸다. 양강의 마기로 힘을 더하는데, 신기하게도 주변 온도는 급강하하고 있었다.

치이이이익!

천마도가 용광로에 넣었다 뺀 듯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모든 화기를 칼날에 집중하여 봉인한 것이다. 그 대신 세상은 얼음 지옥이 되어 버렸다.

쩌저저적! 퍼퍼펑! 쾅!

한기의 침습 영역은 엄청났다. 육연지옥풍의 폭풍보다, 종극무간도의 불길보다 느렸지만, 범위는 족히 두 배는 되는 듯했다.

이내 한기에 잠식당해 얼어 버린 기물과 사람, 시체들이 그대로 터져 버렸다.

쾅! 퍼퍼펑!

터져 버린 시체 사이로, 붉은 피가 연꽃처럼 배어 나왔다. 핏빛 비명을 지르며 죽어 나간다는 인화도법의 삼 장, 혈규대홍련(血叫大紅蓮)이었다.

지옥풍, 무간도, 대홍련.

도법이자 기공이기도 한 절대의 무공은 그대로 곽소교를 휩쓸었다. 범위가 넓어서 일대가 지옥으로 변했지만, 힘의 대부분은 곽소교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후욱.”

천하진이 숨을 들이쉬었다.

지쳐 버렸는가? 전혀!

방금 펼친 인화도법은 원수에게 하는 인사였다. 나아가 자신에 대한 증명이었으며, 격전의 서막을 알린 폭죽이었다.

치이이이익!

시뻘겋게 달아오른 천마도를 중단으로 든 천하진의 두 눈이 번뜩였다.

번쩍! 퍼어어어엉!

빛살처럼 쏘아진 붉은 도풍이 땅에 거대한 흔적을 만들어 냈다.

피슉!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먼지구름을 뚫고, 인영(人影) 하나가 뛰어올랐다.

천하진의 마안이 다시 한번 번뜩였다.

파아아앙!

폭발하듯 쏘아지는 신형은 어느 때보다도 빨랐다. 능공만리행, 천마신교 제일의 신법이 그의 몸을 번개보다도 빠르고 바람보다도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천하진의 눈에 곽소교가 보였다.

흐트러진 의복과 머리카락, 그러나 큰 피해는 없는 것 같다. 다만 그녀의 얼굴은 충격과 놀라움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천하진이 흉소를 터트렸다.

“으하하하!”

그 웃음에 깃든 감정은 실로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극에 이른 환희와 분노, 혼란과 광기가 묻어 나왔다.

천하진이 재차 칼을 휘둘렀다.

번쩍!

공간을 쪼개 버릴 듯 절삭력을 극한까지 담아낸 도기가 휘둘러졌다. 인화도법에 입문하기 전, 반드시 대성해야 할 단천삼도(斷天三刀)의 도법이었다.

인화도법보다 약할 게 분명한 도법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아니었다. 무공의 극의에 닿은 천하진의 칼질은 어떤 무공을 구사하든 간에 치명적이었다.

하늘을 쪼개는 선풍(旋風)의 삼도가 곽소교에게 작렬했다.

쩌저저저정!

쇠 긁히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좌우로 튕겨 나갔다.

퍼어엉!

허공에서 튕겨 나갔지만, 아무도 땅에 발을 딛지 않는다. 공중에서 몸을 멈춘 두 남녀가 재차 도약하여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선천의 영역을 엿보기 시작한 사마(邪魔)의 진기가 두 남녀의 몸에 무한한 자유를 선사했다. 서로를 향한 살기가 사방에 불꽃을 튀기며 지옥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쩌저정! 퍼어어엉!

천마도는 의심할 나위 없는 천하제일마병이다.

그러한 마병을 곽소교는 맨손으로 받아 내고 있었다. 심지어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극에 이른 사기로 연마된 그녀의 양손은 신병이기에 준하는 강도를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천하진의 얼굴 위로 귀신의 형상이 떠올랐다.

부웅! 퍼어억!

곽소교의 눈이 흔들렸다.

도살자의 칼질이 멈췄다 싶은 순간, 빈틈을 파고드는 각법이 그녀의 몸통을 후려쳤다. 집채만 한 바위도 계곡 너머로 날려 버릴 엄청난 힘이었다.

그녀의 몸이 땅으로 화살처럼 쏘아졌다.

콰아앙!

땅을 부수고 처박힌 곽소교. 자욱한 흙먼지가 그녀의 신형을 덮었다.

후우우웅.

천하진의 몸이 서서히 땅으로 내려섰다.

시시각각 타오르는 증오가 마기를 증폭시켰다. 천마도를 쥔 손등에 돋은 핏줄이 제멋대로 꿈틀거렸다.

다시 한번 일격을 쳐 내려는 천하진.

그때였다.

“재미있군.”

콰아앙!

폭음과 함께 그의 몸이 십 장이나 뒤로 밀려났다.

기공의 일격도, 권각 백타를 맞은 것도 아니었다. 어느새 일어난 곽소교가 그의 천마도를 잡고 밀어 낸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완력이었다. 게다가 새하얀 두 손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도신을 잡았는데, 손바닥이 타지도 베이지도 않았다.

어느새 멈춰 선 두 사람. 서로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근접한 채였다.

불꽃 같은 눈으로 내려다보는 천하진, 만년설처럼 차가운 눈으로 올려다보는 곽소교.

“너, 정체가 뭐냐?”

천하진이 씨익 웃었다.

불쾌함에 욕설을 뱉으려던 곽소교는 순간 자신의 복부 쪽에서 팽창하는 무서운 경력을 느꼈다.

‘이건?!’

콰아아앙!

엄청난 폭발이 두 남녀의 몸을 후방으로 밀어 냈다.

뒤로 훨훨 날아가는 곽소교의 눈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고 있었다.

‘이것도 그놈 수법인데?’

허공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경력.

권법이든 장법이든, 어떤 무공에도 섞어서 쓸 수 있는 극한의 발경법(發勁法)이었다. 곽소교 인생에, 이 정도로 강력한 폭경(爆勁)을 쓰는 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제천기(提天技)의 무적발경 폭산경(爆山勁).

천하진은 일부러 살왕 시절의 무공을 사용하고 있었다. 단천삼도와 인화도법, 그리고 제천기는 천하제일살수 살왕의 독문무공이자 적에게 반드시 죽음을 안겨 주는 극한의 살법이었다.

과거, 팽가와의 전투에서 천하진은 일부러 잊어 버렸었던 제천기의 살법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마공의 성장을 위해 일부러 뇌리에서 지웠던 그 수법들을 온전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천하진이 평소와 같았다면.

적이 전력을 다하기도 전에 빈틈을 만들어 죽이는 특유의 실전 능력을 발휘했다면.

그랬다면 곽소교도 낭패를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녀의 무공은 분명 대단했지만 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도 못했으니까.

그러나 지금 천하진은 평소와 달랐다. 그는 곽소교를 그런 식으로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곽소교에게 확실히 인식시키고 싶었다. 자신이 살왕이었음을.

오로지 살왕의 무공으로, 살왕의 안광으로, 살왕의 증오로 그녀를 일깨우고 싶었다.

“비요왕!!”

들끓는 증오가 가득 실린 그의 외침은 마왕의 포효와 같았다.

파아아악!

천마도가 허공을 갈랐다.

단천삼도의 선풍일격이었다. 회오리치며 쏘아지는 천마도가 곽소교의 목을 노렸다.

파아앙!

단숨에 천마도를 피한 곽소교가 천하진에게 달려들었다.

그 신법과 보법의 경지는 가히 눈이 돌아갈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당장 천하진조차 반 박자 늦게 반응했을 만큼 엄청난 속도였다.

“너 뭐야.”

콰아앙!

그녀의 손이 천하진의 몸통을 후려쳤다.

천하진이 뒤로 주르륵 물러났다. 조금이라도 반응이 늦었다면 상체 전부가 날아갔을 위력이었다.

곽소교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너 뭐냐고, 이 새끼야!!”

그녀가 다시 한번 짓쳐들어올 때.

파지지지직!

천하진의 주먹에 뇌광이 깃들었다.

벽력권과 폭산경을 섞은 극대(極大)의 발경술, 폭산충파경(爆山衝波勁)이었다.

“이제 기억나냐, 개 같은 년아!”

“이 새끼!!”

퍼어어엉! 콰지직!

곽소교의 상반신이 충파경의 경파에 파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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