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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372화 (372/774)

372화. 천마(天魔)의 발아래 영광 있으라 (7)

“상향검문, 구창파, 설극권문, 창천방의 무사들이 물러났습니다!”

“동신보가 부른 형산파(衡山派)의 고수들이 마교주의 앞을 막아섰으나, 형산의 전대 고수 삼십 명이 모조리 산화했습니다!”

“얼마 전, 축융무후를 중심으로 보낸 일천 병력은 모두 마교주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빈틈이 보이면 어떻게든 공격해 보겠다고 연락이 왔지만…… 아마도 불가능하리라 판단됩니다.”

“더는 무립니다.”

맹의 중진들은 동요하고 있었다.

상석에 앉아 그들을 내려다보던 담사영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렇게나 강하단 말이지?’

들려오는 소문을 전부 믿을 수는 없다.

비상식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소문이 전부 사실이라면 마교주는 사람이 아니라 신(神)이다. 당연히 사람은 신이 될 수 없으니 나름의 과장이 섞이긴 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대단하군.’

천마 이천상의 행보는 파격 그 자체였다.

아무런 동요 없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물리치며 북상하고 있었다. 그 자신의 무력이 대단하고, 대동한 병력의 전투력이 막강하다 한들 누구도 할 수 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민간인과 수준 낮은 무인들은 일절 건드리지 않았다. 노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마교주라는 괴수의 공포를 만천하에 퍼트리고 있었다.

“맹주님.”

담사영이 상무원주(尙武院主)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상무원주, 백병전신(百兵戰神) 이운(李澐)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의창으로 향하는 세 문파의 병력을…… 거두심이 어떠하온지요?”

담사영의 눈이 번뜩였다.

이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의견을 거두지 않았다.

“들려오는 소문과 정보가 확실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중 절반만 사실이더라도 문제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의 병력 투입은 의미 없는 희생이 아닐는지요?”

의미 없는 희생 따위는 없다네.

담사영은 그리 생각했고, 실제로 공야치에게도 그리 말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리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이운의 말에 어느 정도는 공감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우스웠다.

“쯧, 의천맹 무력총책(武力總責)이라는 상무원주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일순 좌중이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이리저리 눈치를 살폈다. 이운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것이다.

담사영이 천지각주에게 물었다.

“철혈성에서는 따로 연락이 없었나?”

“예, 맹주님. 아직까지는…….”

“천하의 송 성주도 숨을 죽이고 있군. 그 기백 넘치는 야수가 말이지.”

묵묵히 허공을 올려다보던 담사영이 일순 대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담사영의 웃음에는 강렬한 내공이 실려 있었다.

그 막강한 내공 기파에 좌중의 얼굴이 굳어졌다. 내공이 그리 많이 실리지도 않았거늘, 웃음소리에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굉장하구나.’

일선에 나서서 무력을 뽐낸 적은 없지만 과연 맹주는 맹주였다. 수라제 송금백과 함께 천하제일에 가장 가깝다는 의천무제의 기파는 까딱 잘못하다간 내상을 입을 만큼 무시무시했다.

한참 대소를 터트리던 담사영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마교주 그자, 머리가 아주 잘 돌아가는군.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들이 아니면 건드리지 않는다……. 전 무림과 싸우기는 싫고, 오로지 나를 보려 꾸역꾸역 올라오고 있다는 겐가?”

천지각주가 조심스레 말했다.

“맹주님. 이왕지사 이렇게 된 것, 무림집회(武林集會)를 여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무림집회라?”

“그렇습니다.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마교주가 전설상의 강시로 이루어진 부대를 이끌고 북상 중이라 하였습니다. 현재 마교주를 잡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이들은 모두 그것을 빌미로 그의 앞길을 막는 상황이 아닌지요?”

“맞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교주에 대한 공포와 그에 따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유인즉, 그가 모든 무림인이 아닌, 자신에게 덤비는 자들에게만 살수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천지각주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강시 부대의 명목을 들어, 전 무림을 연합해 마교주를 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최후에나 가능한 수입니다.”

담사영은 천지각주의 생각에 동의했다.

무림 연합을 결성하여 마교주를 공격한다? 그것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

물론 지금도 준전시 상황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만일 마교주가 당장이라도 대산에서 병력을 끌고 온다면, 천하는 전화(戰火)로 들끓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겠지.’

한 번 본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담사영은 마교주의 행보에서 그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읽어 낼 수 있었다.

그는 전쟁에 흥미가 없다. 주제 모르고 덤비는 놈들만 치울 뿐이다.

마교주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다.

‘바로 나를 만나는 것.’

혹은, 자신을 죽이는 것일 수도 있다.

소교주 놈도 자신의 목을 노리기 위해 불철주야 난장을 피워 대지 않았던가. 그 스승이라면 충분히 자신을 죽이려고 찾아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교주는 날 죽일 수가 없겠지.’

전쟁을 원했다면 진즉에 병력을 파견했을 것이다. 즉, 마교주는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면 능력이 돼도 자신을 죽이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비리와 악의로 점철된 이름이지만 의천맹주란 직책은 정파의 상징인바. 마교주의 손에 의천맹주가 살해당한다면 그 즉시 전쟁이 터질 것이다.

‘나와 대담이라도 나누고 싶은 것인가.’

천지각주 역시 거기까지 생각했기 때문에 무림집회를 열자고 하는 것이다. 무림의 주요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사마(正邪魔)가 함께 대담을 나누는 것이 가장 평화로울 것이며, 나아가 담사영에게 이로운 일이다.

그러나.

“집회는 무리일세.”

“예?”

“우리가 집회를 연다 해도 마교주가 그에 응하지 않으면 우리의 꼴만 우스워지지 않겠는가. 그리되면 우리 체면은 무엇이 되겠나.”

천지각주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러나 다른 중진들은 담사영의 말에 동의했다. 아무리 사태가 급박해도 체면 상하는 짓을 찾아서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담사영은 체면 때문에 집회를 거부하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체면보다 실리를 중시하고, 나아가 권력의 증대만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집회를 허가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였다.

‘마교주를 공략할 명분이 사라져.’

나아가 현재 의창으로 보낸 병력도 거두어야 한다. 그는 그런 아까운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의창에서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아미와 청성, 공동의 전대 고수들은 형산파의 전대 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그중 십대고수의 수준에 이른 자는 없다. 화경에 이른 자는 있으나, 그래 봐야 십대고수의 말석에도 끼지 못할 실력이다.

그러나 그들은 마교주를 잡을 수 있다. 필멸마도(必滅魔道)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깊은 지식을 가졌던 소림의 조종(祖宗)까지 합세해 만들어 낸 대멸진(大滅陣)을 펼칠 계획이기 때문이다.

‘미리 알아보길 잘했어. 마교주의 힘은 내 예상보다 더 대단해. 그러나 역시 범주 안이다.’

담사영 자신이 직접 진법의 힘을 봐서 알고 있었다.

말이 진법이지 그것은 거의 도술(道術), 술도(術道)에 가까운 힘을 갖고 있었다. 사마외도(邪魔外道)를 척결하기 위해 신선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말이 그저 과장으로 들리지 않을 만큼, 사마기(邪魔氣)에 있어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진법이었다.

물론 그 진법을 펼치는 자들 역시 내공을 소실하거나 생명력이 다해 죽는 등, 거의 동귀어진에 가까운 진법이긴 했다.

일백사십사 명이 목숨을 다해 펼치는 멸마(滅魔)의 공부. 초대천마(初代天魔)조차 억압했다는 무적의 절진.

‘잘 오셨네.’

일백사십사 명의 노고수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 역사상 두 번밖에 펼쳐지지 않았던 진법이었다.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나지 않는 공부였다.

그 최악의 상황을 만든 것이 담사영이었다. 그의 세 치 혀는 무공보다도 무섭고 날카로웠다.

‘죽이지는 않겠네. 자네가 죽으면 우리도 골치가 아파지니까. 다만 향후 십 년은 대외 활동을 하지 못할 만큼의 치명상은 안겨 주겠네.’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적을 상대함에 있어 뒤를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확신한 적은 열 번도 되지 않았다.

그중 한 번이 바로 지금이다.

‘명분도 우리 쪽에 있으니.’

마교주라는 존재가 대단하면 대단할수록, 그가 이룬 위업과 공파가 무림 전역을 떨칠수록.

그러한 마귀를 없앤 의천맹의 이름은, 그 일을 주도한 의천맹주의 이름은 더욱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담사영이 웃으며 말했다.

“의창으로 향하는 병력을 제외하고, 전 무림에 공문을 내리게. 강시 부대를 이끌고 오는 마교주를 막지 말라고. 협의보다 목숨을 귀히 하라고. 천마라는 짐은 우리가 안고 가겠다고 전하게.”

* * *

나흘 후.

“헉헉!”

고루마존의 호흡은 무척이나 격했다. 극마에 이른 후, 호흡조차 흐트러질 만큼 무공을 전개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고루마존이 그 지경이었으니 진마대는 오죽하겠는가. 진마대 중 절반은 낙오했고, 여기까지 따라붙은 마인들의 얼굴은 분이라도 바른 듯 하얗게 질려 있었다. 무리한 내공 소모로 극심한 내상까지 입은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무리한 보람이 있었다.

그들은 저 멀리서부터 풍겨 나오는 절대적인 위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기는 일절 풍기지 않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이 위압감은 천마신교 그 자체가 움직이고 있다 해도 수긍이 갈 만큼 대단했다.

이윽고, 저 멀리서 거대한 가마가 보였다. 그리고 그 가마와 함께 이동하는 칠백의 병력도.

수백 장은 떨어진 거리였지만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루마존이 무릎을 꿇고 그대로 엎드렸다. 그 뒤에 선 진마대원들도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군림성교! 천마불사! 성신(聖神)을 알현하나이다!”

“성신을 알현하나이다!”

수백 장 거리를 사이에 뒀음에도, 지독한 내공 소모로 기절할 것 같은 상태임에도.

그들의 외침은 눈에 보이는 모든 곳으로 퍼져 나갈 만큼 웅장했다. 격동과 감격으로 꽉 찬 음성에는 마기보다도 짙고 강렬한 신심(信心)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후욱.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다가오는 가마 쪽에서 은은한 마기가 전해져 왔다.

고루마존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수준을 달리하는 마기. 후천의 수련으로 쌓아 올린 탑이 선천(先天)에 이르러, 마침내 신(神)의 영역을 넘보는 힘.

고루마존과 진마대는 선명하게 느꼈다.

마황거가 다가올수록 화산처럼 들끓던 그들의 마기가 점차 잠잠해지는 것을.

차원을 달리하는 절대마기가 수백 장의 거리를 격하고 그들의 어깨를 다독이고 있었다. 그 마기를 느끼고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바닥났던 마기가 힘을 불리고 있었다.

만마(萬魔)의 제왕이었다. 마신(魔神)의 위용이었다.

욕계를 다스리는 마신 앞에서, 그를 따르는 신도들이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마침내 마황거가 그들 앞 오 장 거리까지 도달했다.

이윽고 휘장 안쪽에서 대지를 뒤흔드는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루인가.”

고루마존은 대답하지 못했다. 진마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신을 신교에서 뵙는 것과 머나먼 중원 땅에서 뵙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현현한 신(神)에 감격하여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량이는 어디……? 그렇군. 의창으로 향했군.”

“……그렇습니다.”

잔뜩 메인 목을 겨우 풀어 젖힌 고루마존이 흔들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소신들이 부족해 소교주를 사지(死地)로 보냈습니다! 죽여 주시옵소서!”

“죽여 주시옵소서!”

휘장 안에서 다시 한번 흔들림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따르라.”

그것이 전부였다. 그 말을 끝으로 천마군과 마황거가 재차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루마존과 진마대가 좌우로 길을 열었다. 그 사이를 마황거가 지나갔다.

이내 천마와 그의 군대가 모두 지나가자, 고루마존과 진마대가 곧바로 그 뒤를 따랐다.

마황거의 이동 속도가 조금, 아주 조금 더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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