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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407화 (407/774)

407화. 패왕(鬪王)의 면모 (2)

호요성이 외쳤다.

“흑백쌍위는 당장 대호법에게 알리시오!”

찰나지간 천마군을 소집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호요성은 참았다. 적어도 아직은 아니었다. 그것은 논리가 아닌 직감이었다.

강제로 마신궁의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간 광마존을 잡기 위해 칼을 뽑았던 흑백쌍위가 주춤했다.

호요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뭣들 하고 있는 거요! 당장 대호법에게 알리지 않고!”

“하지만......!”

흑백쌍위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험 많은 그들도 설마하니 원로원주씩이나 되는 자가 강제로 마신궁을 열고 들어가는 불경죄를 저지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어차피 두 분으로서는 그를 막을 수도 없잖소! 은신한 호위들도 원로원주를 감당하기는 힘들 것이오! 당장 대호법을 부르시오!”

합당한 명령이요, 요구였다. 흑백쌍위는 오직 교주의 명만을 받들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총군사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파아아악!

백위가 대호법을 부르기 위해 신법을 펼쳤고, 흑위는 마신궁 안으로 진입했다. 마신궁 곳곳에 은신한 호위들을 진두지휘하기 위해서 한 명은 남아야 했다.

'빌어먹을!’

짧은 순간, 호요성은 한 번 더 고민했다.

'천마군은 안 돼! 그렇다면 비상령이라도?!’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신교에 비상령을 내리는 사람은 총군사였다.

그러나 호요성은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광마존의 행위 자체는 분명 불경이요, 깊게 보면 대역죄라고도 할 수 있었다. 상황만 보자면 천마군은 물론 전대 호법들까지 호출해야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꾸욱.

호요성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알 수 없는 예감에 머리가 뜨거워졌다. 이성은 어서 빨리 비상령을 내리라고 하지만, 가슴은 그것을 거부했다.

지금껏 헤아릴 수 없는 작전을 지휘했고, 위험했던 순간 역시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혼란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하나는 확실해. 광마존은 결코 교주님께 해를 입힐 수 없다는 것.'

애초에 판마정에 들어가셨으니 당장은 아무것도 못 하겠지만, 설령 교주님이 입정하지 않으셨더라도 광마존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교주님은 무적이다. 이룬 경지만 봐도 광마존에 필적할 것이며, 결정적으로 그분은 군림마황기를 익히셨다.

군림마황기는 모든 마공이학의 정점에 선 무학이다. 광마존이 교주님보다 높은 경지를 이룩했다 한들 감히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제기랄, 전대 교주님이 날 제대로 보셨지. 머리에 쌓아 둔 게 많으면 뭐 해? 결정적일 때 이 지랄 떠는데!”

호요성이 마신궁 안으로 진입했다.

*

*

*

판마정을 휘어잡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무서운 일인지를 들었을 때부터, 마동필의 감각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날이 서 있었다.

그래서 그는 바깥의 소란을 진즉에 인지하고 있었다. 판마정에서 마신궁 대문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그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차아아앙!

묵왕검은 뽑히자마자 진한 흑색의 마기를 피워 냈다. 마동필의 마음을 알았는지 곧바로 진체(眞體)인 흑혈마검(黑血魔劍)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마동필이 눈을 감았다.

쿵!

마신궁의 입구에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진기와 진기의 부딪침이었다. 살기가 느껴지진 않았지만 뿜어져 나오는 경력의 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극마지기(極魔之氣).'

과연 원로원주다.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닌데도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막강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기의 농도는 그야말로 압권이라, 이천상을 제외한 최강의 마인 서량이 떠오를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동등, 아니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을까..'

마공의 경지는 교주님과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세월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마기의 질적 차이는 없지만, 그 발출과 확장 능력이 완숙의 영역에 진입해 있었다.

그날의 마음가짐과 변수,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승부다. 그러나 관록이 쌓이면 변수를 제 것으로 만드는 데에 능해지기 마련이다.

만일 교주님께서 군림마황기를 익히지 않았다고 가정할 시, 승부는 광마존에게 유리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광마존의 마력은 굉장했다.

물론 가정일 뿐이다. 교주님께서는 천마라 인정받을 만큼 군림마황기에 정통하신 분이다. 광마존이 죽었다 깨나도 교주님께 해를 입힐 수는 없다.

하지만.

'성역을 침범한 것 자체가 대역죄.'

게다가 교주님께선 지금 판마정과 싸우고 계시다. 만에 하나라도 광마존 때문에 충격을 받으신다면 큰 문제였다.

쿠구궁! 푸스스스.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졌다.

진기의 충돌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굉장하군.’

마신궁을 지키는 호위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광마존을 막고 있었다.

대단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호위들의 무공은 기대 이상이었다.

광마존의 마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것은 호위들의 공격 역시 그만큼 강해지고 있다는 뜻과 같았다.

목숨을 걸고 광마존을 막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소나기처럼 퍼붓는 검격(劍擊)과 장력에 엄중한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그걸 용케도 막고 있군.'

광마존의 마공도 놀라웠지만 살기가 느껴지진 않았다.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다. 마신궁에 허가도 없이 침범한 것 자체가 대죄이지만, 여기서 살기까지 드러냈다가는 정말로 끝장이다.

광마존만이 아니라 원로원 자체가 해체될 수도 있다.

'뭐가 됐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

자신은 지키는 자이지 머리를 쓰는 자가 아니었다.

상대에게 무슨 의도가 있든, 허가 없이 들어온 이상 베어 버릴 것이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만 한다. 그것이 호위무사다.

쿠구궁!!

승부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파멸적인 격전이 벌어지는데도 마신궁은 용케 제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신교의 성전(聖殿)은 그렇게나 단단하게 만들어진 곳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쿵!

한 차례 둔중한 울림이 일더니 이내 사방으로 넘쳐흐르던 마기가 잠잠해졌다.

잠시 후.

덜컹! 끼이이익.

서서히 열리는 문 사이에 푸른 눈의 마귀가 서 있었다.

마동필의 눈이 빛났다.

“후욱.”

광마존이 호흡을 골랐다.

단정했던 의복이 누더기처럼 변해 있었다. 신체 곳곳에서 피가 배어 나오는 걸 보니 상당한 검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발산하는 마기를 수습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외상뿐이 아니라 내상 역시 제법 깊다는 뜻이리라.

'과연.’

마신궁을 둘러싼 호위는 드러나지 않을 뿐, 하나하나가 천마군의 마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고수들이다.

그 수가 무려 이백을 헤아리며, 특히나 공격보다는 수성(守城)에 능한 무공을 익혔다.

마존 셋이 뛰어들어도 뚫을 수 없다는 무적의 호위들.

마공의 먹이사슬 관계를 생각하면 호위들의 무공은 더더욱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광마존은 홀로 여기까지 뚫고 들어온 것이다.

“오해일세.”

마동필의 눈이 빛났다.

광마존은 마치 마동필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절반의 호위도 채 뚫지 못했네. 정확히는, 호위들이 중간부터 힘을 뺀 것이지.”

“........?!”

“그들이 전력을 다했다면 언감생심 어찌 이곳까지 들어올 수 있었겠나.”

우우우웅.

마동필의 몸에서 황금빛 마기가 피어올랐다. 그 마기에 실린 살기가 실로 어마어마했다.

휘이이이잉!

마동필을 중심으로 황금빛 돌풍이 일어나는 듯했다.

마기의 폭풍이었다. 극마에 올라도 쉽게 보일 수 없는 막대한 기운을 분노와 살기만으로 터트리고 있었다.

광마존의 눈이 깊어졌다.

“과연...... 일개 조장에 불과했던 자가 이 년 만에 이 정도까지 성장하다니. 소교주님께서 사람 보는 눈이 있었군."

“광마존. 기회를 주겠다.”

황금빛 마안을 번뜩이는 마동필의 얼굴은 마왕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무시무시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악귀의 얼굴이었다.

“지금 당장 그 자리에서 자결하라.”

“자결이라......?”

“네놈의 순수를 증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마. 그리하면, 적어도 시신만큼은 온전할 수 있을 것이다.”

분노와 살기를 담은 위엄이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무공의 격차가 뚜렷함에도 마동필의 언사는 거침이 없었다.

광마존은 상대의 눈빛에, 실로 오랜만에 섬뜩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못 하겠다면?”

“유감이다.”

퍼어어어엉!!

광마존의 몸이 들썩였다.

어느새 검을 뻗은 마동필의 몸에서 금빛 화염으로 둘러싸인 거검(巨劍)의 환상이 일었다.

“죽여 주마.”

광마존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허공을 격하고 쏘아진 무형의 검격을 막아 낸 손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호위들을 뚫고 오느라 내외상을 입었다지만,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극마에 이르지도 못한 자의 검격에 상처를 입을 줄은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초월했군.'

한 인간의 의지라고 해야 할까.

분노가 기반이 된 건지, 아니면 책임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젊은 고수는 지금 이 순간 정신력으로 스스로의 무공 경지를 초월했다.

극도로 달아오른 살기가 공간을 장악하고, 나아가 마공의 한계까지도 넘어서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도 쉽사리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광마존이 주먹을 쥐었다.

지혈이 잘 되지 않았다. 그만큼 검격이 날카로웠다는 뜻이리라.

'단순히 좋은 인재라서가 아니었던가.'

무공의 재능이 있는 자를 호위로 둔 줄 알았다.

틀렸다. 애초에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인연이었다.

마동필은 소교주를 위해서 목숨을 건다. 저 충심은 교주라는 존재를 향한 것이 아니라 서량 개인을 향한 충심이었다.

'한 사람의 충성을 저만큼 깊이 받을 만한 사람이라..........’

광마존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도 잠시, 순식간에 표정을 굳힌 그가 양손을 들어 보였다.

“자네가 낄 판이 아닐세. 물러나시게.”

콰아앙!

사선으로 내리친 검격이 광마존의 이 촌 거리 앞에서 폭음을 내며 소멸했다.

광마존의 몸이 또 한 차례 출렁거렸다.

정말이지 인상적인 무공이었다. 구사하는 검공의 특성을 보니 구중마검세가 분명한데, 이 마검을 기공식으로까지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쿠구구궁!

광마존의 몸에서 시퍼런 마기가 번져 나왔다.

마동필의 몸이 떨려 왔다. 공포를 느낀 게 아니라 마기의 압력으로 인해 떨리는 것이었다.

금강야차마공의 강력한 힘으로도 광마존의 기파를 막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마학의 수준은 비슷해도 이룬 성취의 차이가 지나치게 컸다. 애초에 이리 버티고 선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우우우우웅!

흑혈마검이 울부짖었다.

검신에서 시커먼 마기가 일렁이는가 싶더니, 이내 그 마기가 마동필의 몸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콰르릉!

마동필의 기파가 한층 증대됐다.

마검의 기를 이용, 스스로의 내력을 증폭시키는 수를 쓴다.

광마존은 기어이 감탄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자신의 방어를 뚫을 만한 검공을 보여 주더니, 이제는 신외지물(身外之物)의 기까지 끌어와서 마공의 압력을 키워 내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깨달음이었다. 극마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마존들과는 무학을 다루는 창의력 자체가 달랐다.

'조만간 본교에 또 다른 마존급 고수가 태어나려는가.'

한 번 눈을 감았다가 뜬 광마존이 버럭 외쳤다.

“비키거라!”

“닥쳐!”

파아앙!

광마존이 마동필을 향해 달려 나갔다. 마동필 역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마주 돌진했다.

의지나 변수, 실전 경험으로는 메울 수 없는 초고수와의 격전. 승패가 세 합 안에 드러날 격전이 벌어지려는 그때.

콰아앙!

판마정의 문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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