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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410화 (410/774)

410화. 패왕(鬪王)의 면모 (5)

호요성, 광마존, 무담이 눈을 끔뻑였다.

북채로 머리를 두들기고 싶다? 염병? 뭔가 장난기 넘치면서도 진심이 담뿍 담긴 말이었다.

그들은 하늘 같은 교주의 발언에 당황했다. 이 중에서 당황하지 않는 사람은 오직 한 명, 마동필뿐이었다.

“저, 교주님.”

“시끄러!”

서량이 빽 소리를 질렀다. 호요성은 자라처럼 목을 움츠렸다.

“왜 그러십니까...?"

“왜 그러십니까? 그따위 말이 나와 지금?”

“예?”

“그래서 원로원주한테 있는 죄, 없는 죄 덕지덕지 붙여서 때려죽이고 나면? 아이구, 감사합니다!

본교를 위해 똥 덩어리가 되어 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신나 할 줄 알았어?"

“아니, 그건 아닌데요.......”

서량이 가슴을 쾅쾅 두들겼다. 어찌나 세게 두들겼는지 내상이 도져서 피 섞인 기침까지 토해 냈지만 딱히 아픔을 느끼지는 못하는 듯했다.

“도대체 너희는 대가리 구조가 어떻게 돼 먹은 거냐? 그리고, 덥석 물고 그렇게 하자고 하는 놈은 또 뭐야? 너희 제정신이야?”

"그...... 일단은 고정을..........”

“닥치지 못해!”

쩌어어어엉!

모두의 얼굴이 절로 일그러졌다.

극심한 내상을 입었음에도 서량의 목소리에는 무시무시한 마기가 실려 있었다.

그 살벌한 기운에서 강한 분노와 매서운 질책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위엄 넘치는 군림마황기의 마력은 제아무리 대단한 마인이라도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광마존은 물론 호요성, 무담, 마동필까지도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신교를 위해 거름이 된다? 거름으로서 죽게 해 주겠다?

그 죽음은 개죽음이요, 그 요청을 수락하는 건 이유 없는 살인이라는 걸 정녕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냐!"

호요성이 침을 꿀꺽 삼켰다.

상대는 그가 알던 서량이 아니었다. 그는 줄곧 서량을 교주로 대했지만, 아직 성장한 서량의 진면목을 본 적이 없었다.

이제야 호요성은 서량의 목소리에 실린 권위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외침에는, 교내 어떤 수뇌부들과도 격을 달리하는 품격과 힘이 있었다.

“광마존.”

“예, 교주님.”

“엄살떨지 마라.”

“......예?”

광마존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서량의 두 눈에서 뿜어지는 위압감이 너무도 강렬해서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네놈은 사부님께서 무슨 심정으로 출정하셨는지는 알았으면서, 정작 네놈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완전히 제 편할 대로만 알아들었군.”

“예?!”

"네놈은 그저 사부님이 남긴 짐을 감당치 못해 도망쳐 버린 것 아니더냐!

네놈은 그저 죽을 이유를 찾았을 뿐, 살아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

“네놈이 보는 사부님은 그런 분이셨나?

수하들에게 새로운 세상의 거름이 되어 달라며, 더 살 수 있음에도 처절하게 죽어 달라며 무리한 부탁을 하실 분이었느냔 말이다!”

“그, 그것은.......”

“그럴 리가 없지. 그럴 분이 아니니까! 그분은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거나 바라는 것을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다.

그분께서 무언가를 바랐던 사람은 오직 하나, 나뿐이다!”

광마존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너는 그저 죽고 싶었을 뿐이야.

사부님과 함께 죽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를 돌아보길 거부하고, 안식의 땅을 찾아가기 위해 자기 자신조차도 속인 비겁자에 불과해!"

“...... ”

"내가 그런 네놈에게 왜 안식을 안겨 줘야 하느냐? 내 능력을 신뢰하지 않았다? 헛소리! 네놈은 애초에 내 능력이나 성품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어.

네놈은 그저 죽고 싶었을 뿐,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될 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저는....”

서량이 불을 뿜듯 말했다.

“나는 네놈을 죽이지도, 벌을 주지도 않을 것이다.”

"예?!”

"네놈은 스스로 죽기 위해 나를 능멸하고 신교의 미래를 더럽히려 했다. 그런 네놈에게 죽음이란 사치를 부리게 해 줄 성싶으냐?”

“교,교주님!”

“살아라. 골방에 틀어박혀 벽에 똥칠을 하든 후학을 양성하든, 삶의 마지막이 언제인지 보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으려 발버둥 쳐라. 그리고........”

우두둑! 치이이익!

서량의 몸 곳곳에서 희뿌연 연기가 치솟았다.

상처가 난 곳이 일순간 무서운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매서운 분노가 촉발제가 되어 구유마공을 들끓게 하고 군림마황기를 증폭시킨 것이다.

마기로 경화해 두었던 정강이뼈도 조금씩, 조금씩 붙었다.

영양과 휴식을 통한 점진적인 회복이 아니라, 만물의 구성 요소 중 최소 단위라 할 수 있는 기(氣)가 집중되어 탄탄한 뼈대를 생성해 낸 것이다.

그야말로 역천(逆天)이다. 마(魔)의 종착지가 불사(不死)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모습이었다.

“오로지 내 것이 되어라.”

서량의 광마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잡으라고 내민 손이 아니었다. 마치 너란 사람은 나의 것이라는 듯, 그저 나의 소유물이라는 듯 내민 손에 무서운 욕망과 권위가 실려 있었다.

“나는 새로운 세대의 주인이며, 신교의 열 번째 천마다.

나의 다음 세대에, 또 다른 신(神)의 숙주가 등장하기 전까지 너희의 목숨은 내 것이다. 오직 교주만의 것이란 말이다.”

“...... ”

"대호법에게 말한 바 있다.

너희는 이천상이라는 불세출의 천마를 위해 일한 것이 아니라 그저 마도대종사, 천마신교의 교주를 위해 일한 것뿐이라고,

그것이 너희가 해 온 일이며,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의 전부다.”

교주란 신(神)의 대리자다.

신은 어떤 인간의 모습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신이 깃든 사람이 죽어도, 신이 죽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교도들은 교주를 믿고 따르는 것이다.

인간적인 매력에 반해 사람 자체에 복종하는 자도 많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이 추앙해야 할 존재는 교주가 된 사람이 아니라 교주의 자리에 앉은 신이다.

그것을 광마존이나 무담이라고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자괴감에 빠져 이 난장을 피운 이유는 하나다.

이천상.

그의 치세가, 그의 영향력이 너무나도 대단했기 때문에.

파순(波旬)의 대리자 따위가 아니라, 그 스스로 또 하나의 신(神)이 된 남자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들은 이천상이라는 신의 등장에 환호했고, 그를 마지막 전설로서 숭배했다.

그러나 지금 이곳, 신교의 성전에서 또 한 명의 천마는 말한다.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천마는 멀리 있지 않고 지금 이 자리, 이곳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음을 외친다.

전대의 전설은 당대의 무적자가 계승할 것이며, 차후 만마(萬魔)를 이끌고 신교를 더욱더 위대한 곳으로 이끌 것임을 단언한다.

“너희의 웃기지도 않는 충신 놀이는 여기까지다. 앞으로 다시 한번 이따위 난장을 피운다면, 너희의 의도가 숭고할지라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

“이만 돌아들 가라.”

모두를 돌려보낸 서량은, 뜻밖에도 과거 삼공자 시절에 썼던 본인의 거처로 돌아갔다.

교주의 거처는 마신궁이며 입교 후에도 줄곧 마신궁에서 생활했지만, 오늘은 어쩐 일인지 외진 곳에 자리한 옛 거처로 간 것이다.

“후우.”

거처로 들어와 깔끔하게 정비된 연무장에 앉은 서량이 목을 주물렀다.

아무 말 없이 그의 뒤를 따라온 마동필이 조심스레 물었다.

“저 교주님.”

“왜?”

"상처가 제법 깊으신 듯합니다. 예서 이러실 것이 아니라 휴식을 취하시는 것이..........”

“그래서 여기 왔잖아. 쉬려고."

“예?”

서량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비요왕에게 죽자마자 삼공자 서량의 몸으로 깨어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비록 처음에는 감옥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이곳은 신교에서도 가장 마음 편한 거처가 되었다.

“아직 이 거처를 써먹겠단 놈이 없잖아. 그럼 당분간 내 별장인 셈 치지 뭐.”

마동필은 당황했다.

"설령 이곳을 쓰려 하는 자가 있다 한들, 교주님께서 원치 않으신다면 누가 있어 이곳을 거처로 삼겠습니까. 뜻대로 하시옵소서.”

"어? 말이 그렇게 되나?”

하기야 이곳은 교주가 법 위에서 군림하니까.

생각해 보니 참 웃기지도 않는 조직 아니던가.

일문의 수장이라도 마땅히 법의 예속되어 있어야 조직의 파국을 막을 수 있는 법이거늘, 과연 종교 단체다운 처사였다.

“어이쿠, 복잡한 생각은 나중에 할란다.”

서량은 연무장 위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팔베개를 하고 다리까지 꼬아 누운 그의 모습은 한량이 따로 없었다.

마동필은 괜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감생심 감히 교주님을 훔쳐볼 놈들은 없겠지만, 저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했다.

'은밀 호위가 붙었나?'

호천마황단은 오로지 교주를 위해 존재하는 호위 부대다. 마신궁을 지키는 자들은 이백이지만, 그 외에도 더 많은 호위 인원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아마 지금도 곳곳에 숨어서 주변을 훑어보고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그들의 기척은 지금의 마동필도 느낄 수 없을 만큼 은밀했다.

마동필은 새삼 서량이 교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삼공자 시절 때부터 서량과 함께해 온 마동필은, 그가 소교주를 거쳐 교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옆에서 직접 봐 왔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서량이 교주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것은 아마도 서량의 성격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서량은 소교주가 되었다고, 교주가 되었다고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서량은 그저 서량일 뿐이었다.

마동필은 서량의 그런 일관된 모습이 좋았다.

서량은 광마존과 무담에게 교주로서 자신을 따르라 했지만, 마동필은 그가 교주가 되지 않았더라도 따랐을 것이다.

그것이 마동필과 그들의 차이였다.

“무슨 생각 해?”

“예?”

“무슨 생각 하냐고.”

“아...... 그냥, 새삼스러웠습니다.”

“새삼스럽다니? 뭐가?”

“이 몇 년간 누구보다도 빨리 달리시더니, 벌써 교주님이 되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이 영 믿기지 않아서.......”

“핫! 그거 꼬아서 들으면 불경죄일 수도 있는 거 알아?"

마동필이 당황하여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 죄송합니다. 그런 의미로 드린 말씀은.......”

“안다. 이놈아.”

마동필은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였다.

서량은 눈을 감았다. 서늘한 바람과 강한 햇살이 고스란히 느껴지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동필아.”

“예, 교주님.”

“벌써부터 버거워지려고 한다.”

마동필은 다시 한번 당황했다

버겁다니? 그는 서량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 그와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말이기도 했다.

“사실, 아까 말은 그렇게 했다만 원로원주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야.”

“교주님.”

“어쩌면 그냥 눈 감고 모른 척해도 좋았을 수 있어.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은 사부님의 사람들이지, 내 사람은 아니니까. 신이니 교주니, 하는 거야 다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야.”

"....."

"아마 원로원주는 내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을 거다.

전임이 뛰어날수록 후임의 부담은 커지게 마련이지. 전임의 소유였던 과거의 퇴물들은 사라지는 게 옳다, 라는 인식을 내게 심어 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면...... 어찌 그들을 용서하고 품으셨는지요?"

눈을 뜬 서량이 피식 웃었다.

"쪽팔리잖아? 과거의 환상이나 좇는 노친네들도 휘어잡지 못하는 정치력으로 교주질을 어떻게 해 먹겠냐?"

마동필이 미소를 지었다.

“교주님답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한 몸이야. 사부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든, 중원을 향한 교도들의 분노는 크고 분명하다.

어차피 마지막 불꽃을 태울 삶, 조금 거치적거리고 귀찮아도 손잡고 같이 가는 게 좋지."

“예.”

“나는 사부님처럼은 못해. 그러니 내 방식대로 신교를 요리해 볼 수밖에.”

마동필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량이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말마따나 전임의 능력이 출중하면 후임은 골머리를 썩일 수밖에 없다. 부담도 느낄 것이고, 전임의 능력을 따라잡기 위해 무진 애를 쓰게 마련이다.

서량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이천상과 자신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만의 환경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천상이 다시 살아와도 자신처럼은 다스릴 수 없도록, 새로운 치세(治世)의 장을 만들려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나만의 장점을 살린다. 말은 쉽지만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마동필은 서량이 존경스러웠다.

“동필아.”

“예, 교주님.”

"배고프다. 식당 가서 요깃거리나 좀 가져다줄래?"

"물론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동필이 재빨리 거처를 나섰다.

그의 기척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서량은 여전히 팔베개를 한 채로 말했다.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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