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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415화 (415/774)

415화. 신(神)은 하나다 (3)

"궁주님! 큰일 났습니다! 환희원에서.......”

"알고 있어.”

천이 이를 갈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선 안 됩니다. 당장 교주에게 가서......!”

“용을 보냈잖아.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용을 보낸 지 벌써 반나절이 지났습니다! 게다가 용이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지원을 끊어 버린 걸 보면, 용은 분명 억류당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

“궁주님!”

“천.”

“.......예.”

“환희원에서 지원을 끊는다고, 우리가 당장 밥을 굶기라도 하는가?”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궁주님께서도 알고 계시잖습니까?! 이것은 본궁에 대한 도전입니다! 더 이상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창가를 보던 공요요가 고개를 돌렸다.

“천.”

“궁주님! 당장 명을 내려 주십시오! 이 길로 마신궁에 가서 교주를 억류해야...!”

“왜 그리 침착하지 못하지?"

“예?”

공요요의 얼굴은 뜻밖에도 평온해 보였다.

“자네는 마중팔부중의 수장이야. 평소 여유를 잃지 않았던 자네가, 유독 흥분했다고 생각지 않아?”

"....."

“흥분을 가라앉혀. 아직 용도 돌아오지 않았을뿐더러, 서량 그놈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했어. 급하게 움직인다고 안 될 일이 잘 풀리진 않아.”

“궁주님.”

“이만 나가 봐.”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결국 천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교주만큼은 아니어도, 비궁주 역시 궁내 사람들의 존경과 믿음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다. 더 이상 밀어붙이는 것은 불경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천이 나가자 공요요는 침상에 앉았다.

그녀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대체 왜?'

천에게는 서량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지만, 기실 그녀는 서량이란 인간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주화입마에서 벗어난 후, 그는 자유를 갈망했다. 천방지축인 면모도 많이 보였어.

그러나 감찰을 나갔다 온 이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봐도 좋을 만큼 변했다.

이천상에게, 그리고 신교 내성에서 비밀리 활동하는 궁도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서량은 지나칠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호탕한 사람이었다.

보는 사람이 놀랄 정도로 섬뜩한 모습을 보여 준 적도 많았지만, 근본적으로 심성이 사악하거나 심하게 모가 난 사람은 아니었다.

좋게 말하자면 호걸의 면모가 있는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마인답지 않은 성정의 소유자였다.

'그는 종종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교내에서도, 교외에서도. 그러나 그는 항상 자신만의 뚜렷한 선이 있었어.

상대가 어지간히 악랄하지 않은 이상, 먼저 건드리기 전에 선수를 치는 사람은 아니야.'

공요요가 습관처럼 입술을 매만졌다.

‘한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나오는 거지? 정말로 본궁을 잡아먹을 생각인가?'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비궁은 교주를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다. 법(法)이나 관습이 아닌 능력적인 면에서 그렇다.

실제 신교 초창기에 지나친 악행으로 마도 무림을 어지럽혔던 교주를 제재하고 끌어내린 것은 비궁이었다.

비궁은 신교의 일부다. 그러나 교주 개인에게만큼은 유일무이한 천적(天敵)이다.

그래서 교주도 비궁을 존중하는 것이고, 비궁 역시 평소 이런 호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 싸움을 하자는 건가? 그럴 여유는 없을 텐데?'

전대 교주가 그저 그런 인물이었다면, 정말 기 싸움을 하려 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대 교주는 이천상이었다.

무려 초대와 칠대와 비견될 만한 천마로서 마인들의 칭송을 받았고, 하늘로 올라간 지금은 역대 최고의 천마로 불리고 있다.

고금제일마의 후예로서, 그리고 차기 십대천마로서 비궁과 기 싸움을 할 여유 따위는 없을 것이다.

특히나 지금은 교내 상황이 몹시 어수선해서 교도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에만도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데도 이리 나온다?

“뭔가 요구할 게 있다고 봐야 해. 그것도 아주 큰 것을.”

공요요는 품에서 괴황지를 꺼냈다.

마음 같아서는 비술로 서량의 속내를 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비술로 그 속내를 알아낼 가능성도 크지 않거니와, 이미 이천상의 미래를 보기 위해 무시무시한 법력(法力)을 쏟아부은 후였다.

소모된 법력은 앞으로 석 달 열흘은 더 지나야 완전하게 차오를 것이다.

“참으로 피곤하게 하는군. 아직 대관도 거치지 않은 주제.......”

순간 공요요의 눈이 흔들렸다.

'대관을 거치지 않았다? 그런 반쪽짜리 교주가 본궁을 뒤집겠다고? 그것도 이런 어수선한 시기에 불쑥?'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너무 늦었다고 해야 할지.

비로소 공요요는 깨달았다.

“...설마 진짜로 본궁을 삼켜 버릴 생각이었나?!"

대관이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적어도 교내엔 없다.

교주는 대관을 치러야만 사서(史書)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그것은 천마의 마위(魔位)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군림마황기의 욕계문을 열었다고 다 천마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교주의 인정과 더불어 비궁이 주관하는 마위를 받아야만 진정 천마로 불릴 수 있다.

그것은 압도적인 무력을 내세우거나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 하여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교주가 공포 정치로써 스스로를 천마라 자칭해도 역사는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비궁이 사라진다면?

비궁의 권한과 권리를 없애 버리면 그때는 누가 있어 교주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까? 당당하게 천마로 평가해 줄 사람이 누가 남는가?

오로지 교주뿐이다.

“만약 내 생각이 맞는다면.......”

공요요의 눈빛이 섬뜩해졌다.

“정말 보통이 아니로군.”

대관을 치르기 전, 아예 비궁이라는 역사를 없애 버리겠다는 수작이다.

당연히 확신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정말 그런 의도라면, 비궁은 유례없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놈이라고 본궁의 멸법일마술을 모르지 않을 텐데? 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생각을 하면 할수록 서량의 의도를 모르겠다.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뭘 믿고 이리 날뛰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공요요는 초조함과 분노, 찝찝함과 긴장으로 시간을 보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지났다.

나흘이 지나고, 닷새째에 떠오르는 해를 보던 그날.

공요요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구, 궁주님!”

“무슨 일인가?”

“용이...... 용이 죽었다고 합니다!”

공요요의 얼굴이 경악으로 굳어졌다.

“죽었다고?!”

“그렇습니다! 마신궁의 대전에서 교주가 직접 죽였답니다!"

쿠구구궁!

공요요의 방 전체가 뒤흔들렸다.

그녀의 몸에서 샛노란 기운이 피어올랐다. 마주하는 사람의 정신을 즉시 파괴할 만큼 살벌한 술기(術氣)였다.

“이 작자가 정녕!”

“이대로 있어선 아니 됩니다! 당장 교주에게......!”

그때였다.

쿠르르르릉!

창밖에서 천둥이 울렸다.

한데 그 천둥소리가 기이했다. 천둥은 천둥인데, 유독 날카롭고 간간이 끊기기까지 했다.

천의 눈이 흔들렸다.

“침입자?!”

공요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락 없이 들어오려는 손님이 있는 모양이군.”

“제가 당장 가서 알아보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네.”

화르르륵!

피어오르는 술기가 마치 화염처럼 보였다. 그녀가 품고 있는 술력이 급격하게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중원의 내공심법보다 정신의 영향을 훨씬 더 강하게 받는 것이 법력이요, 술력인바.

기가 유형화되다 못해 화염처럼 이글거리는 형상을 보여 준다는 건 그녀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뜻이었다.

“허가 없이 본궁에 침입하려는 무도한 자들이 누구겠는가? 내 더는 참지 못하겠네.”

“구, 궁주님!”

훅!

순간 공요요의 몸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사라진 그녀의 모습이 다시 나타난 곳은, 놀랍게도 이백 장이나 떨어진 비궁의 진법 입구였다. 마치 보법 최고의 경지 축지성촌(縮地成寸)을 보는 듯했다.

술가(術家)에서는 그와 같은 이동술을 화공일보(化空一步)라 불렀다.

법력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외물을 통과하는 술법으로, 극한의 경지에 오른 자만이 구사할 수 있는 술가 최고의 이동술이었다.

단 한 수로 자신이 이룬 경지를 증명하는 그녀였다. 마중팔부중이 구파 장문인급이라면, 그녀의 술법 경지는 화경을 이룬 것이라 봐야 했다.

공요요가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콰르르르릉!

천둥소리 같기도 하고, 화포의 포격 소리 같기도 한 굉음이 터졌다.

동시에 무릉도원의 경치가 빠르게 지워졌다. 마치 거대한 화선지에 그려 넣은 그림을 지우는 듯했다.

그렇게 아리따운 경관은 사라지고, 거대한 길목을 꽉 채운 고수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공요요의 눈이 흔들렸다.

'원로원주?!’

최강의 마존이며 어쩌면 당대 교주인 서량보다도 강할지 모르는 당대 신교제일인, 광마존이 거기에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광마존의 뒤로 고루마존, 철검마존, 열화마존, 한음마존이 서 있었으며,

다섯 마존의 십 장 뒤에는 무지막지한 군기(軍氣)를 피워 내는 칠백 고수들이 도열해 있었다.

'천마군(天魔軍)!'

놀랍게도 그들은 신교제일의 무력 부대라는 천마군이었다.

천마군에서도 최강이라는 일 군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곳에 모인 삼 군(三軍)의 전투력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광마존의 눈이 번뜩였다.

“귀하가 비궁주요?”

반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존대도 아니었다.

그의 서슴없는 말투에, 어느새 공요요의 뒤를 쫓아온 천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감히 궁주님 앞에서 어인 망발인가! 자네들 모두 무릎을 꿇지 못하겠는가!”

“내가 모시는 분은 오직 교주님뿐이다. 존재조차 몰랐던 괴집단의 수장 따위에게 존중 비슷한 언행이라도 보여 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라.”

“이런 무엄한!”

그때, 공요요가 손을 들어 올렸다.

지금은 예법이니 뭐니 하는 말로 기 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었다. 그녀가 물었다.

“신교의 큰 어른들께서 여긴 어인 일로 오셨나요? 그것도 저 불패의 군단까지 끌고서요.”

광마존은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송곳으로 자존심을 긁어 대는데도 두문불출하니 어쩌겠소? 늙은이들이 직접 찾아올 수밖에.”

“교주가 시켰나요?”

화아아아악!

광마존을 제외한 네 마존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비궁주가 신교의 성녀요, 신녀라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마존들이 존경해야 할 대상은 아니었다.

실제 직급만 봐도 비궁주는 교주보다 분명한 아래였다. 애초에 신교에 교주보다. 높은 직책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광마존은 흥분하지 않았다.

“그렇소이다.”

“참으로 치졸하군요.”

"지지부진한 말다툼 따위는 하고 싶지 않소. 지금 이 시간부로, 본교에 비궁은 없소.”

공요요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거 알죠?"

“그대의 발언이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외다. 다른 누구도 아닌 교주님께서 직접 내리신 명이라오."

“두 번 말하지 않겠어요. 당장 교주를 불러오세요.”

“나 역시 두 번 말하지 않겠소. 다시 한번 그따위 언사를 보일 경우, 비궁의 파괴는 물론 귀하들 모두가 형법당에 수감될 것이오.

알는지 모르겠지만, 형법당의 고문은 죽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악랄한 편이오.”

공요요가 하얗게 웃었다.

어느새 그녀의 뒤로, 용을 제외한 마중팔부중 전원과 수십의 술사들이 모여들었다.

“과연 당신들만으로, 본 궁주와 팔부중의 술법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은가요?”

광마존의 눈에 살기가 일었다.

그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존중은 여기까지다, 어린 계집아.”

“지금 뭐라...!”

“어디서 뒹굴었는지 모를 연놈들이 감히 교주님의 명을 거역하려 드는 것이냐? 진정 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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