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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422화 (422/774)

422화. 십대천마(十代天魔) (2)

“이공자? 설마 관평을 말씀하시는 게요?”

“그렇습니다.”

무담의 눈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이미 죽은 줄 알았거늘.”

“살아 있습니다. 물론 멀쩡하지는 않지만요.”

“과거 진관용과 함께 반역을 저지른 죄로 목이 달아나지 않았소이까?”

호요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 처형을 당한 죄인은 축골공으로 골격과 얼굴을 바꾼 가짜였습니다. 뇌옥에 갇혀 있던 중죄인이었지요.”

무담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당시 반역 사태의 전모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니, 감이 좋은 마인들은 누구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시의 반역은 후계자들의 다툼 때문에 꾸며진 거짓 반역이었다.

그 사태에 엮인 이들은 대공자였던 진관용과 이공자였던 관평, 그리고 지금의 교주님까지 세 명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반역에 가담했다고 확정된 이를 처벌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진관용은 이미 관평의 손에 죽었으니, 남은 것은 관평뿐이었다.

“축골공으로 바꾼 가짜라니? 죄인을 빼돌린 것도 대역죄임을 모르시오?”

“압니다.”

“한데 어찌 그런 참담한⋯⋯!”

“설마 제가 대역죄인 걸 빤히 알면서 저질렀겠습니까?"

“그럼?!”

“교주님, 아니 전대 교주님의 인가가 있었습니다.”

무담의 눈이 흔들렸다.

“전대 교주님께서 그것을 용인하셨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당시 삼공자, 그러니까 당대 교주님께서는 진관용과 관평 두 사람을 반역자로 몰아서 처리하려고 하셨지요.

어떻게 잘 되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마무리가 어설펐습니다. 그래서 교주님과 담판을 지으셨더랬지요.”

“그 자리에 있으셨소?"

"그렇습니다. 빠지려고 했는데 전대 교주님께서 함께 들으라고 하시더군요.”

“그랬군.”

“어찌 되었든 교주님께선 전대 교주님을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오싹한 자리네요. 마지막엔 대들기까지 하셨다니까요.”

“허⋯⋯.”

무담이 고개를 저었다.

“좋소, 전대 교주님께서 허가해 주신 상황이라 하니 나도 할 말은 없소. 한데 왜 그를 살려 둔 이오?"

"약속을 하셨기 때문이지요.”

“약속?”

"예. 반역을 인정하면 살려 줌과 동시에, 당신께서 교주가 되었을 때 크게 쓰겠다는 약속이었지요.

더하여 극마에 오르는 방법 역시 알려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무담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을 느꼈다.

"참으로 불경한 생각이오만⋯⋯ 그 허황된 말을 관평이 믿었단 말이오?”

“거짓임이 분명하다 해도 일단은 믿을 수밖에 없지요. 가만히 있다가는 진짜로 죽을 판이었으니까요.”

“끝까지 버텼다면, 어쩌면 교주님도 그때 큰 화를 입으셨을 수도 있었소.”

“모든 것을 잃은 자에게 작게나마 희망을 건네주신 겁니다.

그 희망의 끈을 잡는 것이, 상대를 파멸시키는 것보다 백배는 더 매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나는 그러지 않겠지만, 관평은 그랬다는 것이로군.”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교주님께서는 당시의 약속을 정말로 지키려고 하십니다.”

무담이 한숨을 쉬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너무나도 달라졌소. 설령 관평이 진짜 극마의 고수가 된다고 한들 언감생심 교주님께 위해를 가할 순 없을 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관평이 위험 인자라는 것은 분명하오. 교주님께서 약속을 지키겠다 하시니 우리가 끼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걱정이 아니 될 수가 없구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대호법께서는 더더욱 그러시겠지요. 그래서 말입니다.”

호요성의 눈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빈말로도 대단한 고수라 할 수 없는 호요성이었지만, 그의 눈빛을 본 무담은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에게 금제를 가할까 생각 중입니다.”

“금제? 어떤 금제 말이오?"

“금혼폭마공(禁魂爆魔功).”

“⋯⋯!!”

“대호법님과 원로원주님, 그리고 전대의 몇몇 원로분들만이 알고 있는 자폭 무공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폭으로 작용하는 것 외에, 심령금제(心靈禁制)도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무담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호요성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대호법님도, 저도 교주님의 능력을 다 알진 못합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지요.

그분께서는 역대 교주 중 손에 꼽힐 만큼 대단하신 분이라는 걸.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해지실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전대 교주님만큼 성장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렇소.”

“하지만 그 대단한 가능성과 압도적인 무력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저와 대호법, 마존 정도일까요? 아니, 수뇌부 모두가 알고 있다고 치지요. 그러나 정작 교주님의 위대함을 알아야 할 자들은 아직도 불신을 품고 있습니다.”

교주를 불신한다.

무담은 그 불경한 말을 들었음에도 화가 나지 않는 자신에게 놀랐다. 만일 다른 자리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면, 그놈이 대체 누구냐며 살기를 드러냈을 것이다.

그러나 무담은 호요성의 말을 이해했다. 불신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입장이라는 걸 이해했다.

아직 신교에 전대 교주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이상,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도들의 문제로군.”

“그렇습니다.”

호요성이 눈을 빛냈다.

“교주님의 무력은 오로지 교주님의 재능과 노력만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권위를 얻는 것은, 교도들의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

“기실, 저희가 앞장서서 교도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거기까지 개입하는 것은 선을 넘는 것이 되지요.

대호법님 앞에서 이런 말씀 드리기에는 뭣하지만, 신(神)이 만인의 존경을 받기 위해선 신 스스로가 그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군사의 말씀이 옳소.”

“결국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그분께 다가올 일말의 위협을 모조리 차단하는 것.”

“⋯⋯.”

“교주님께서는 강하십니다. 강하고 지혜로우시지요.

내부의 적이든 외부의 적이든, 그 누구도 교주님을 당해 낼 수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다르지요.”

무담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기가 나쁘다는 것이로군.”

"그렇습니다. 원로원주가 왜 오명을 업고 죽으려 했겠습니까? 화려한 종말이라는 욕심과는 별개로, 그의 행위는 분명 효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분명 원로원주는 선을 넘었소. 그런 그를 이해해 주신 교주님의 아량은 참으로 넓고 깊은 것이었소.

하나 그러한 실수가 다시 반복되어선 아니 되는 법, 일말의 위험이 있는 관평에게 제재를 가하자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분명⋯⋯ 그것은 선을 넘는 행위가 아니오. 공적으로는."

"⋯⋯."

“어쩌면 교주님께서 화를 내실지 모르오. 그러니 폭마공을 씌우려면 교주님께 허락부터 받는 것이⋯⋯.”

“교주님께서는 절대 화를 내지 않으실 겁니다.”

“어찌 그리 자신하시오?”

“그전에도 그리 생각은 했습니다. 교주님이 아닌, 인간 '서량' 에 대해서 나름대로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으니까요.

하지만 오늘의 교주님을 보고 저는 확신했습니다. 교주님께서 어떤 식으로 본교를 운영하실지.”

호요성의 눈이 빛났다.

“그분께서는 전대 교주님과 다른 신(神)이 되시려고 합니다.”

"다른 신이라⋯⋯.”

“전대 교주님께서는 하늘의 경지에 오르시기 전,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본교를 운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개인적인 무력과 지력은 물론이거니와 행정, 군사 부문까지 통틀어 최고의 경지를 이룬 분이니,

무너져 가는 신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직접 개입하시는 것이 가장 좋지요.”

“당대 교주님은 아니라는 것이오?"

“개인의 능력과 재능을 말씀하신 거라면, 전대 교주님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대 교주님께서 처하신 상황은 전대 교주님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하면 대체 교주님께서 어떤 식으로 본교를 운영하실 거란 말이오?”

“보이지 않는 눈.”

“음?!”

“교주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눈이 되어, 본교를 넘어 천하를 굽어보려 하고 계십니다.”

“⋯⋯?!”

"그래서 확신하는 겁니다. 아마 저희가 선을 넘는다 해도, 교주님께선 절대로 화를 내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야 안 되겠지요.”

무담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총군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소."

“죄송합니다. 쉬이 풀어서 말씀드리기가 어렵군요. 저 역시 교주님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분의 느낌을 받은 것이니까요.”

"하나만 묻고 싶소.”

“말씀하십시오.”

“교주님께서 천하를 굽어보려 하신다는 말은⋯⋯?”

"마도천하(魔道天下).”

“⋯⋯!!”

“그분은 진정 마도천하를 이루려고 하십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호요성의 얼굴에 묘한 빛이 떠올랐다.

기대감, 난감함, 초조함, 그리고 강렬한 열정이 깃든 얼굴이었다.

“그분께서는 교주의 권위는 세우되, 존경을 받으실 생각은 없습니다.

그분은 역대 최고의 교주가 되려는 게 아니라, 역대 최악이 되어도 어떻게든 마도천하를 이루기 위해 움직이실 분입니다."

"⋯⋯."

“그런 교주님이기에, 이런 부분은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교 역사상 두 번째로 마도천하를 이루기 위해 달리는 분께 잡스러운 소음이 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

*

*

다음 날.

쿠웅!

대전의 문이 열렸다.

태사의에 앉아 눈을 감고 있던 서량이 미소를 지었다.

“왔나.”

“⋯⋯.”

“오랜만에 보는군. 안 그런가?"

놀랍게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교주가 직접 말을 걸었는데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이것은 자칫 중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서량은 그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앞으로 와라. 이놈의 대전은 너무 어두워서 얼굴도 잘 안 보이는군.”

당연히 그럴 리는 없다. 서량은 물론, 마동필보다도 한참이나 약한 내가고수라도 이 거리에서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스륵.

상대가 움직였다.

한 걸음, 한 걸음 붉은 융단 위를 걷는 남자의 걸음은 어딘지 모르게 무척이나 불안정해 보였다. 심리의 문제라기보다는 몸 자체가 불편한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외팔이었으니까. 게다가 긴 수감 생활로 인해 이리 오래 걷는 것 자체가 버거울 터였다.

서량의 눈이 빛났다.

“실패했군.”

“⋯⋯.”

"네놈을 형법당 지하, 아무도 모르는 뇌옥에 가둔 것은 네놈의 무공 연성 때문이었다.

내가 다소 늦기는 했다만, 네놈이 익힌 마공을 뿌리부터 고치려 들었다면 그따위 꼴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

“성공은 바라지도 않았다. 성장하는 퇴보하든, 적어도 크게 변화한 모습을 보고 싶었어. 한데 넌 모든 걸 포기해 버린 것 같군."

외팔이 괴인이 입술을 짓씹었다.

통렬한 패배감이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표정과는 달리, 붉은 두 눈은 형형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서량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권좌에 앉은 나를 보니 다시 달려 볼 생각이 드나?"

“⋯⋯.”

“다시 달려 보려면 현실부터 인정해야지?"

날카롭게 쑤시고 들어오는 목소리.

한참이나 서량을 노려보던 괴인이 천천히,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신교의 죄인 관평이 교주님을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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