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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430화 (430/774)

430화. 투쟁을 읽는 자들 (4)

“묘시(卯時) 초에 특수감찰 대리와 광마대가 하산했습니다.”

“좋아.”

호요성이 머리를 긁적였다.

"괜찮을까요?”

"뭐가?"

"물론 일은 거경가주가 도맡아서 하겠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어려서요."

"나는 뭐 나이가 많아서 천마 됐나?"

"에이, 사람하고 괴물을 비교하시면 안되죠."

"칭찬 같기는 한데 묘하게 기분 나쁘네."

"껄껄."

"웃지 마."

"예."

장난 같은 대화 몇 마디로 분위기를 전환한 두 사람이 문서에 코를 박았다.

"그나저나 벌써 북부 쪽으로 치고 올라갔네?"

"예. 이러다가 호남 전체가 전쟁터가 될 것 같습니다."

"문제가 생각보다 크군."

"그렇습니다."

호요성이 인상을 찡그렸다. 진짜로 머리가 아픈 모양이었다.

"호남성은 본교에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한 지역입니다. 중원 무림과의 통로면서 일종의 교두보 역할을 함과 동시에, 산하(山下)의 전력이 가장 집중적으로 포진해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자칫하다. 호남성 전체가 초토화되기라도 하면 본교는 외딴 섬에 갇힌 것이나 다름이 없어집니다.”

“그렇게까지?”

“⋯⋯물론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만큼 심각하다는 겁니다.”

“심각하기는 하지.”

"예. 복건성과 귀주성 역시 본교의 영향력이 강합니다만, 역시나 호남성을 따라올 수는 없습니다.”

서량이 검지로 턱을 툭툭 두들겼다.

생각이 많은 모양이었다. 호요성은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섣불리 강서성을 건드릴 수도 없습니다. 강서성은 예로부터 무림 문파보다 상단, 상인의 입김이 강한 곳입니다. 특히 절강과 맞닿아 있어 무역의 통로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중원 남부 전체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

“일을 번잡스럽게 만드느니, 차라리 본교의 최고 병력을 동원해서 어지러운 호남의 분위기를 단번에 휘어잡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호요성이 서량을 바라보았다.

서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서상회는 확실히 담사영 그 늙은이가 뒤를 봐주고 있어. 이번 사태에 그 늙은이의 입김이 들어갔다면 섣불리 공격에 들어가기가 뭣하긴 한데.”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하나씩 풀게 되면 그에 따른 금전적인 소모가 너무 큽니다. 심지어 언제 풀릴지도 모르고요.”

“그럴 바에야 다소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게 낫다?”

“그렇습니다.”

서량이 호요성을 바라보았다.

평소 장난기 가득했던 얼굴이 지금은 진지하기만 했다. 그는 진정 이 사태를 힘으로 해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서량이 미소를 지었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돈으로 벌어진 일을 힘으로 해결한다는 게 좀 걸리지만, 미봉책일지언정 당장의 싸움을 멈추는 데에는 확실할 거라고 보거든.”

“예. 평소라면 저도 천천히 해결하려 했을 겁니다. 그러나 사태의 진행 속도가 지나치게 빠릅니다. 만일 이 일이 더 커진다면⋯⋯.”

호요성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서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국이 좋지 못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로군?"

“⋯⋯송구하옵니다.”

천마신교의 교주가 바뀐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 그 한 달 새에 호남성에 이 난리가 난 것이다.

사람들은 단순하다. 마도 무림이 잘된 것이 천마(天魔)의 공이라면, 안된 것도 천마의 악덕이다. 실제 현장에서 뛰는 마인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지만, 대다수의 마인들은 그리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하나둘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이고, 곧 소문이 되어 정파와 사파에까지 전달될 것이다.

군주(君主)가 바뀔 때는 좋은 일이 생겨도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나쁜 일이 터진다면 어쩌겠는가.

호요성이 이번 사태를 다소 과격하게 움직여서라도 빨리 처리하려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서량의 생각은 달랐다.

“개입하지 못하겠지?”

“예?”

"담사영 말이야. 정말 그 늙은이가 이 일에 끼어 있다 해도, 본교가 호남성을 정리하는 일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못할 거야. 기껏해 봐야 상회를 이용해 자금으로 압박하려 들거나 악소문을 퍼트리는 정도겠지.”

“물론 그럴 것입니다.”

“즉, 이런 것이로군. 우리가 병력을 파견해서 호남의 사태를 빠르게 마무리 지어도 욕을 먹을 것이고, 천천히 해결하려 들면 우리 허리가 빠질 것이다.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든 판국이니, 차라리 시국이라도 안정시켜 놓자?"

“예.”

“그리고 그걸 담 늙은이도 예측하고 있겠지?"

호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가 일을 벌였다면, 우리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예측과 그 대응을 모두 생각해 두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지. 워낙에 약삭빠른 인간이니까.”

서량이 묘한 미쇼를 지었다.

“판을 좀 바꿔 보지?”

"예? 판을 바꾸다니요?"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을 거잖아? 좋게 해결하려 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테고.”

“그렇습니다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우리가 강서성을 집어삼켜 버리는 건 어때?”

호요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강서성을 칠 생각이신지요?"

“응.”

“그것은⋯⋯.”

“그것도 적당히가 아니라, 아예 절단 내 버릴 생각이다.”

호요성이 서량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상당히 가벼운 어조로 말했지만 표정을 보면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교주님. 그것은 위험합니다.”

"알아. 조금 전에 강서성을 쉽게 칠 수 없는 이유, 총군사가 직접 말해 줬잖아.”

"예. 그래서⋯⋯.”

“그래서 강서성을 치려는 거다.”

서량이 손에 쥐고 있던 문서를 아무렇게나 던져 버렸다.

"나는 자네처럼 똑똑한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하나는 알고 있어.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문제를 일으킨 근원을 뽑아내 버리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

"⋯⋯."

“이 문제를 일으킨 건 담사영이겠지. 하지만 우리는 놈이 어디에 있는지,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건지 몰라. 그렇다면 차선으로 강서상회를 통째로 집어삼켜서 아예 강서와 절강까지 모조리 손아귀에 넣는 게 좋을 듯싶군.”

“⋯⋯.”

“왜? 별로 마음에 안 드나?”

호요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쪽은 싸우자고 몽둥이를 들었는데, 이쪽에서는 화포를 들고 진군하자는 것이로군요?"

“그런 셈이지.”

“으음.”

"어차피 종리영을 특수감찰사로 보냈고 연락도 따로 취했으니 호남 쪽 일은 거경가주를 중심으로 칠가(七家)가 알아서 할 거야. 우린 그 틈을 타서 강서를 뒤집어 버리고, 최고의 상업 도시를 수중에 넣는다.”

서량의 눈이 깊어졌다.

“사실 우리가 좀 늦었어.”

뜬금없는 말이지만 호요성은 대번에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저쪽은 사전에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까요.”

“그렇지.”

이천상은 죽기 전 의천맹의 병력 칠 할을 날려 버렸다.

그 일이 얼마나 끔찍하고도 위대한 일이었으면 천마범정대전, 낙정혈사라는 소문까지 돌았겠는가. 사실상 담사영은 자신의 기반인 의천맹을 완전히 잃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의천맹 말고도 또 다른 무기들이 있었다.

강서상회가 그렇고, 천룡궁이 그러했으며 소림과 무당을 제외한 칠대문파가 그렇다.

즉, 담사영의 힘 일부가 사라졌을지언정 그의 정치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그는 따로 준비할 것도 없이 천하 각지에 자신의 사람을 박아 두기까지 했다.

언제라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단 말이다. 그러나 천마신교는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이천상의 죽음 자체가 청천벽력이었다. 병력이 날아간 것과 신(神)이 죽은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하물며 천마신교는 새로운 신을 세우기까지의 공백도 있었다. 서량의 추진력 덕분에 그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였지만, 그사이에 담사영은 한발 앞서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뒤처진 만큼, 그 거리를 따라잡을 기발한 발상이 필요한 때였다. 필요하다면 당장이라도 전쟁을 불사할 마음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마도천하의 첫발은 바로 여기서부터다. 마도천하를 이루기까지 얼마나 많은 장애물과 난관이 우리를 지치게 할지 모르지만, 최소한 첫발은 그럴듯하게 내디뎌 봐야지?"

“맞는 말씀입니다.”

“상대의 공격을 기회 삼아 역전의 한 수로 되돌린다. 그게 내 방식이다.”

서량이 웃으며 물었다.

"어때? 내 방식이 마음에 드나?"

호요성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다른 식의 파격을 좋아합니다만, 확실히 교주님의 말씀대로 움직이는 게 속이 시원하긴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교주님을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시는군요.”

"어디 가서 매력 떨어진다는 소리 들어 본 적은 없지, 내가.”

“덕분에 눈앞이 아찔합니다. 교주가 되신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중원에 나가려 하시다니요.”

서량이 씨익 웃었다.

“눈치챘나?”

“제가 아는 교주님은 그 누구보다 파격적인 국수(國手)입니다. 상대편 마(馬)를 잡기 위해 아군의 차(車)도 서슴없이 버릴 수 있는 분이지요. 심지어 그 대상에 자신까지 넣으시는 분입니다.”

“잘 봤군.”

호요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드러운 일 처리를 원하신다면 꼭 대호법을 데려가십시오. 대호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 들 테니까요.”

“새겨듣지.”

“함께 할 병력은요?”

“신장부(神將部).”

“⋯⋯전부요?”

“파견 나간 이들 제외한 모두."

“당연히 호천마황단도 붙겠지요?”

“그이들이야 언제나 날 지켜 주니까.”

호요성이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철혈성을 찾아가시지 그러십니까? 멸문은 못 시켜도 다리 한 짝 정돈 유유히 뽑아 들고 퇴각할 만한 전력인데요?"

“진짜 그렇게 해?”

“농담입니다. 절 죽이고 가십시오.”

서량이 껄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안 되지, 이리 유능한 총군사를 내가 어찌 죽이나?"

호요성이 고개를 숙였다.

“신장부주에게 바로 연락을 넣겠습니다.”

“그러게. 아, 그리고⋯⋯”

"괜찮은 상회의 우두머리를 물색해 놓겠습니다. 사흘만 기다려주십시오.”

확실히 대화가 빠르고 편하다. 이래서 똑똑한 사람이 귀한 것이다.

“무너진 상회를 다시 봉합할 능력이 있고 신의(信義)를 지킬 줄 아는 자, 그러면서도 상황에 맞춰 창의적인 생각을 할 줄 아는 인사를 구해야 해. 사흘 내로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을 못 찾으면 제가 교주님의 출정을 막을 거예요.”

“꼭 구해.”

“노력해 보겠습니다.”

호요성이 대전을 나갔다.

문서들을 내려다보던 서량의 눈이 번뜩였다.

“담사영, 제발 네놈이 맞기를 바란다.”

*

*

*

“사부님.”

“⋯⋯.”

“마교가 움직였습니다.”

“⋯⋯어떻게?”

“호남성으로 특수감찰사를 보냈습니다. 광마대와 함께요.”

“그런가.”

"예. 마도칠가를 이용해서 현 사태를 바로잡을 생각인 듯합니다.”

“아니야.”

“⋯⋯예?”

“그놈은 그리 뻔하게 대응할 놈이 아니야.”

"⋯⋯."

“사부가 비인외도의 극치를 이룬 괴물이었다면, 그놈은 무림인의 상식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약삭빠른 천재다. 필시 뭔가 다른 꾀가 있을 것이야.”

“⋯⋯."

“상회주에게 연락을 넣거라.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비문(門)으로 빠지라고.”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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