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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442화 (441/774)

442화. 남부의 지배자 (2)

"과연 대단하신 분이야. 고작 며칠 만에 중원 남부 최대의 상인연합을 삼켜 버리다니.”

“굉장한 추진력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불안합니다.”

“음.”

“천마신교는 무림인들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조직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렇습니다. 천마신교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중원의 판도가 달라지지 않습니까.”

“그건 의천맹도, 철혈성도 마찬가지지."

"물론 그렇습니다만, 제 말씀은⋯⋯."

“무슨 말인지 아네.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지.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한다면 모를까, 선을 넘게 되면 무림인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천마신교를 압박하려 들지도 모르겠네.”

“문제는 누가 그것을 주도하느냐입니다.”

“누구겠는가.”

"⋯⋯."

“만일 그 대상이 강서상회가 아니었다면 그자는 순수하게 기뻐했을지도 모르겠네. 암중에서 대중을 선동하는 능력이 뛰어나니까.”

“강서상회는 담 맹주가 가진 가장 큰 힘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담 맹주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지요. 큰 힘을 잃었으니,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얻기 위해서라도 천마신교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겠지. 그래서 소교주, 아니 교주님께서는 이리하신 것일 테고.”

“예?”

“오늘 아침에 받은 서신일세. 읽어 보게.”

“⋯⋯정말이지, 서 교주님께서는 몇 수 앞을 내다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처음부터 여기까지 생각하진 않으셨을 걸세. 그저 담 맹주를 잡기 위해 고민하다 보니 이런 식의 결과가 나왔을 거라 보네.”

“그래도 대단합니다. 강서상회가 불법적인 사업으로 돈을 모았고, 그 뒤에 담 맹주가 있다는 것까지 알렸으니 이제 담 맹주는 당분간 전면으로 나서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아니네.”

“예?”

"교주님께서 원하시는 건 담 맹주를 죽이는 것일세. 반드시 그가 전면으로 나오도록 애를 쓰고 계실 거야.”

“하,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생각을 해 봤네. 교주님께서 왜 자신을 알리셨는지.”

“예?”

“강서성에서 말일세. 강서상회를 통째로 삼킬 겸, 담 맹주를 잡을 겸 직접 오신 분이야. 그렇다면 오히려 자신을 숨겨야 함이 마땅한데 그분은 오히려 버젓이 자신의 존재를 알렸네.”

“덕분에 강서상회를 빠르고 확실하게 무너트리지 않았습니까?"

“맞네. 하지만 그분의 제일 목표는 무엇일까?"

"⋯⋯!”

“강서상회를 삼켜 버린 것은 천마신교 교주로서의 목표였네. 하지만 교주님 개인에게는 강서상회 따위보다 담 맹주가 훨씬 중요하다네.”

“그, 그럼 왜 그런 무리수를⋯⋯?!"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까.”

“⋯⋯!!”

“동시에 상대가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접근하게 될 테니까. 담 맹주 개인이 아니더라도, 그는 강서성의 판도를 확인할 수밖에 없네.”

“그렇⋯⋯군요. 하지만 그로 인해 담 맹주가 더 꼭꼭 숨어 버릴 확률도 있습니다.”

“그럴 확률은 없네.”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분이 그렇게 생각하시니까.”

“예?”

“교주님께서는 지금껏 담 맹주에 관련된 일에서만큼은 어떠한 정보 단체보다도 날카롭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셨네. 대체 담 맹주를 어떻게 분석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교주님께서는 담 맹주가 어찌 나올지 매번 정확히 알고 계셨어.”

“아⋯⋯!”

“이번에도 확신하고 계시는 걸세.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올 것임을. 설령 교주인 본인이 직접 강서성에 나타났다고 해도, 절대 숨지 않고 접선할 걸 확신하신 거야.”

“그, 그렇군요.”

“문제는 우리일세.”

“예?”

“이제 슬슬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네.”

“문주님?!”

“문파의 생존을 위해 적의 가랑이 밑으로 들어가야만 했네. 그분께 도움이 되기 위해 비밀리 몇 번의 서신을 보냈지만, 도움이 되어 봤자 얼마나 되었겠는가. 하물며 의천맹이 무너지고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키 위해 여전히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어.”

공야치가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조금 이르지만,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네.”

“⋯⋯기지개를 켜시려는 겁니까?"

“천마신교가 강서상회를 삼켜 버렸다네. 그분의 본심 이전에, 천마신교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설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 준 것이나 다름이 없어.”

"더는 담 맹주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로군요.”

“신경을 쓰긴 해야지. 그래서 다소 이르다고 한 것이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네.”

파라라락!

창가에서 날아온 새파란 비둘기가 공야치의 어깨에 앉았다.

공야치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자, 이제 그분께 힘을 실어 드리러 가 보세나.”

*

*

*

금주(金主)는 생각했다.

‘이럴수가.'

충격적인 힘을 느낀 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대체 이 무슨 강함인가!'

솔직히 상부의 명령에 다소 불만을 품기도 했다. 이제야 혈금신기(血金神氣)를 완성하여 본격적으로 칠요집전술(七曜集戰術)을 펼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금정(金晶)의 대사제(大司祭)인 자신을 직접 강서로 파견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칠요집전술까지 완성한다면 중원 천하에 칼을 찬 놈들을 모조리 압도할 수 있거늘, 이 중요한 시기에 자신을 파견하다니 이게 어디 가당키나 한 명령인가.

심지어 얼마 전에는 화주(火主)와 수주(水主)가 집전술의 완성 직전까지 도달했다고 들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반드시 따져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상대가 마교주라고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마교주에게 당할리는 없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 믿음은 바로 이곳, 호연루에 도착하자마자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후우우웅.

신기하게도 마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마기는 순도가 짙어질수록 팽창하려는 성질이 더욱 강해지기에 기를 갈무리하기가 신공(神功)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다. 만약 저곳에 마교주가 있다면, 마교주의 경지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높다고 봐야 했다.

문제는 마기가 아니라 한기(寒氣)였다.

따스하고 포근하던 날씨가 호연루에 가까워질수록 급속도로 추워지고 있었다.

실제로 기온이 변한 건 아니었다. 금주가 느끼는 기분이, 흘러넘치는 기(氣)가 그러했다.

그리고 이 기의 정체를 금주는 뒤늦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설마 빙궁(水宮)?!'

그때였다.

“흐음? 의외로구먼.”

호연루 최상층 창가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내공을 담지 않았는데도 부드럽게 귓가로 파고든다. 금주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맛보았다.

“설마 중원에 와서 천룡(天龍)의 사람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거늘. 게다가 졸개도 아니고 칠주의 대사제라?”

목소리에 여유가 가득했다.

하지만 금주는 알고 있었다. 저 여유는 상대를 얕잡아 봐서가 아니라, 지고한 경지에 오른 자의 자연스러운 풍모에서 기인한다는걸.

“자네도 알고 있었나?”

"몰랐습니다. 하지만 전에 한 번 부딪친 적은 있었지요.”

"아! 린이한테 들은 적이 있네. 목정의 대사제를 만났다고?”

"그렇습니다. 칠요집전술인가 뭔가 하는 걸로 목기(木氣)를 엄청나게 증폭시켰더랬지요.”

“그래, 그것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네. 허! 생각해 보면 자네나 린이나 운이 좋았어. 칠요집전술이 완성되면 그 파괴력은 실로 어마어마하거든.”

“그 정도입니까?”

“일월(日月)의 음양(陰陽)은 천룡칠주에서도 가장 강한 대사제들이네. 그들은 이미 집전술을 대성하여 극도의 순도를 갖춘 기를 체내에 정립했다고 볼 수 있지. 내 막 천위(位)의 경지에 올랐을 적에 월주(月主)와 싸워 본 적이 있었어.”

“어땠습니까?”

"내가 졌네.”

“졌다고요?”

“정확히 말하자면 양패구상에 가까웠지. 다만 목숨을 걸 필요가 없어서 후퇴했으나, 생사결을 작정했다 해도 팔 하나는 내줘야 했을 걸세.”

“천위의 경지는 중원에서 극마, 화경의 경지와 동일하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다네.”

"하면 집전술을 완성한 대사제들은 그와 같은 경지에 오른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뜻입니까?”

"조금 다르다네. 진기의 순도는 천위 이상이라 할 수 있지만 그들의 깨달음은 진기에 한참 못 미치거든. 다만 그들에게는 다소 얕은 깨달음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사술(邪術)과 법술이 있네. 내 감히 말하건대, 지금의 나라 해도 일주와 월주를 상대로 여유를 부리진 못할 것이네.”

“지진 않을 거라고 들리는군요.”

“알지 않나? 승패라는 것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발 한 번 잘못 디디는 것으로 목숨이 날아가는 것이 승부일세. 다만 순수한 힘 대 힘이라면 일월의 주인 둘을 상대로도 그럭저럭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네.”

“즉, 남은 오행(五行)의 주인들이 집전술을 완성하면 일월의 주인들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는 힘을 손에 넣게 된다는 것입니까?”

“그 또한 상황에 따라 다르네. 환경이 도와준다면 기대 이상의 위력을 선보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거든. 그러나 단순한 진기의 순도를 본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네.”

“무섭군요.”

“무섭지. 더 무서운 것은 자네에게 듣기 전까지 나는 담사영이 천룡궁을 손에 넣은 줄 몰랐다는 게야. 그는 그 힘을 갖고도 왜 진즉 마각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일까?”

"모르겠습니다. 아마 여러 이유가 있겠지요. 그중 하나의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고요.”

“그게 무엇인가?”

“천마신교.”

휘이이이잉!!

선선했던 바람이 일순간 거세게 휘몰아치는 광풍이 되었다.

번쩍!

호연루 최상층 창가에서 불길이 번뜩인다 싶더니, 어느새 서량과 여극도가 일 층에 내려섰다.

서량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담사영은 중원을 정벌함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존재를 천마신교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중원제일, 아마 역사상 최고를 논해도 손색이 없는 살수지왕더러 마교주를 암살하라고 보낼 생각이었지요.”

“허! 결과는?”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상컨대 무조건 실패했을 겁니다.”

“정녕 그리 생각하나?”

"그렇습니다. 사부님이 아니라, 지금의 나라고 해도 무조건 실패했을 겁니다.”

“대단한 자신감이로군.”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담사영이 왜 천마신교를 그리도 두려워했는지 만천하에 알려 줄 생각입니다.”

서량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화르르르륵!

그의 발밑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어느 순간 주변으로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일이었다. 신기하게도 마화(魔火)에 닿은 기물들은 그을린 자국 하나 없이 멀쩡했지만 실제 불꽃보다도 훨씬 더 위험한 살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금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화아아아악!

불길이 세상을 뒤덮는 순간, 꾹꾹 숨겨 두었던 절대마기(絶代魔氣)가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헉!’

금주의 몸이 저절로 뒤로 밀려났다.

장력을 내친 것도 아니요, 권풍을 쏘아 낸 것도 아닌데 몸이 밀린다. 뿜어져 나오는 마기의 압력이 초절정고수인 금주의 몸뚱이까지 밀어 버린 것이다.

서량이 턱을 치켜들었다.

천하를 지옥도로 만들 마왕의 모습 위로, 하늘 아래 누구도 머리 위에 올리지 않겠다는 절대자의 자신감이 차올랐다.

“배짱이 제법이구나. 수하들을 물리고 홀로 올 생각을 하다니. 과연 담사영 밑에 있어서 그런지 아주 쓸 만해."

금주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마기의 압력으로 밀려난 게 아니었다. 몸이 알아서 반응한 것이다.

“그건 그렇고.”

파지지지직!

서량의 오른손에 어두운 청색 뇌전이 번뜩였다.

군림마황기의 절대장공, 만압금마장(卍壓禁魔掌)의 발현이었다.

“지금이라도 수하들을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

금주가 저도 모르게 외쳤다.

“금령귀(金靈鬼)!!”

파바바바박!

저 멀리서부터 금빛 휘광을 두른 괴인 수십 명이 날아들었다.

동시에 금주의 신형이 쭉 뒤로 물러났다. 극마의 고수조차 혀를 내두를 엄청난 신법이었다.

서량이 씨익 웃었다.

"아주 좋아.”

콰아앙!

발을 내디딘 땅이 화포에 맞은 것처럼 움푹 파였다. 그리고 서량은 어느새 금령귀의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담사영을 잡기 위한 질주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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