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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443화 (442/774)

443화. 남부의 지배자 (3)

목정(木晶)의 대사제, 목주(木主) 휘하에서 활동했던 목령귀들은 하나같이 불사(不死)에 가까운 회복력을 지녔었다.

그들은 팔이 부러져도, 배에 구멍이 뚫려도 순식간에 회복해 냈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라, 전설상의 강시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그런 회복력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목기(木氣)의 특성 덕분이었다.

그 어떤 상처를 입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 회복하는 나무처럼.

뿌리를 뽑지 않으면 끊임없이 자라는 잡초처럼, 베이고 또 베여도 꿋꿋하게 자라나는 대나무처럼 그들의 신체도 강력한 회복력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혈목신기를 왕성하게 품고 있었던 광목림에서 그들의 존재는 재앙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금령귀는 무슨 특성이 있을까?

콰아앙!

가볍게 내친 장력이지만 그 장력을 뿜어낸 이는 다름 아닌 서량이었다. 집채만 한 바위도 부숴 버릴 만큼의 파괴력이 실린 장법이었다.

그러나.

쿠르르릉!

서량의 눈이 빛났다.

폭풍 같은 장력에 저만치 날아가 버린 금령귀들이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금기(金氣)다, 이건가?'

금은 단순히 황금을 뜻하는 게 아니다. 금은 곧 광물이며, 광물에서도 쇠를 뜻한다. 저들의 신체가 얻은 것은 철(鐵)의 특성으로서, 신체의 강도가 엄청나게 단단했다.

단순히 도검불침 정도가 아니었다. 금강불괴(金剛不壞)까지는 아닐지라도 외부 타격에 대한 절대적인 방어력을 갖추게 된 모양이었다.

서량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가 손가락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검지부터 소지까지 천천히 말아쥐었다.

“캬아앗!”

“막아라!”

금령귀들이 재차 서량에게 달려들었다. 죽지는 않았지만, 마기에 침범을 받았는지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러고도 일체의 망설임 없이 달려들고 있었다.

서량이 힘차게 대지를 밟았다.

콰앙!

폭발적인 진각 이후 시뻘건 번개를 머금은 막강한 권풍(拳風)이 휘몰아쳤다. 천마벽력권(天魔霹靂拳)이 펼쳐진 것이다.

콰콰쾅!

“크악!”

“컥!”

제아무리 불괴의 육신을 지녔다 해도 작정하고 내친 서량의 힘을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십여 명의 금령귀 중 절반 이상이 다진 고기처럼 으깨졌다. 용케 죽지 않은 금령귀도 팔다리 중 하나가 기이한 각도로 뒤틀렸으며, 코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천마벽력권의 뇌후(雷吼), 호전(電), 구천호벽(九天護壁)이 한 호흡에 펼쳐졌다. 극마에 이른 고수조차 죽음을 떠올릴 만큼 막강한 공격이었으니, 제아무리 금령귀라도 버틸 수가 없었다.

서량이 고개를 들었다.

이 잠깐 사이 금주는 더 멀어져 있었다.

정말이지 신법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빠른 놈이었다. 담사영이 왜 굳이 저놈을 자신에게 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 혹시 모를 사태가 터져도 어떻게든 도주할 수 있는 놈이기 때문인 듯했다.

게다가 금주가 달려가는 방향에서 또 다른 금령귀들이 돌진해 오고 있었다. 아직 처리하지 않은 금령귀가 눈앞에 삼십 명가량 남았는데, 또 그만한 숫자가 튀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량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한번 진각을 밟을 뿐이었다.

콰아앙!

이번 진각은 방금의 진각보다 훨씬 더 강하고 울림 넘치는 굉음을 선사했다.

파지지지지직!

주먹을 휘두르는 궤적에 따라 붉은 번개의 잔영이 아름답게 일렁였다.

천마벽력권의 절초, 분천뇌공포(焚天雷公砲)였다. 최후 초식인 진천벽력파를 제외하면 단발의 위력으로는 벽력권 최강이라 불리는 기공 발출형 권격(拳擊)이었다.

번쩍!

허공을 지우듯 쏘아진 붉은 권풍이 눈 깜짝할 새에 금주의 등판까지 이르렀다.

콰아아앙!

요란한 폭음과 함께 시커먼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서량의 눈이 깊어졌다.

“궁주님.”

“으응?”

넋을 놓고 서량의 무공을 구경하던 여극도가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잔챙이들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엉? 자, 잔챙이? 이보게! 어딜⋯⋯?”

퍼어어엉!

재차 질주하는 서량.

어느새 저 앞쪽에 먼지구름을 뚫고 쏘아지는 금주의 신형이 보였다. 온몸이 먼지로 뒤덮였지만 상처는 입지 않은 듯했다.

여극도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아니, 몸도 성치 않은 사람한테 잔챙이를 떠넘기다니!"

금령귀들이 눈을 번뜩이며 여극도를 바라보았다. 여극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 참, 모른 척할 수도 없고.”

휘이이이잉!

여극도의 몸에서 새하얀 기운이 어른거렸다.

금령귀들의 표정이 뻣뻣해졌다. 그들은 금주와는 달리 신체를 불괴의 강도로 만드느라 기감이 상당히 둔해져 있었다. 상대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상태라는 것이다.

쿠우웅!

여극도의 진각은 서량의 진각과 달랐다.

서량의 진각이 하늘을 찌를 듯한 패기를 담았다면, 여극도의 진각은 지저 깊숙한 곳까지 얼려 버릴 듯 깊고 어두웠다. 새하얀 기공을 발산하고 있지만 그의 힘은 어둠 그 자체였다.

치이이이익!

등골을 서늘케 하는 차가운 백광(光)이 그의 양손 가득 맺혔다.

북해빙궁 최고의 절기. 궁주와 후계만이 익힐 수 있다는 북해제일의 무공.

빙백신공(水魄神功)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나를 너무 원망치 말거라.”

*

*

*

파아아앙!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

금주는 신법을 익힌 이래, 이토록 빨리 달려 본 적이 없었다. 그 스스로도 경공(輕功)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몰랐을 정도로, 신법의 경지만큼은 새외제일을 논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을 쫓는 마귀의 속도 역시 상상을 초월했다.

부아아앙!

공기를 찢어발기며 무지막지한 속도로 접근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기가 짙어졌고 살기도 한층 증가했다. 그야말로 폭풍 같은 질주였다.

금주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러다 잡힌다!’

신법의 경지 차이 이전에 상대의 마기가 주는 압박감으로 인해 내공 운용이 느려지고 있었다.

이 또한 기가 막힌 일이다. 상대의 기파에 내공 운용이 어려워질 정도라니? 천룡궁주(天龍宮主)도 이토록 무시무시한 기파를 발산하진 않았다.

'이익!’

위이이잉!

금주의 눈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빙궁의 무공과는 다른 백색이었다. 탁하고도 건조하다. 쇠의 속성을 드러내는 듯 무미건조한 안광(眼光)은 그 자체로 묘한 섬뜩함이 느껴졌다.

파바바박!

서량과의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때, 금주가 외쳤다.

“금검(金劍)!!”

치리리리링!

서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금주보다도 가까이 있던 금령귀들의 피부가 잘 닦인 쇠처럼 희미한 광택을 발했다.

마치 한 자루 검이라도 된 것처럼.

'예기(銳氣)?’

피피피피핑!

금령귀 모두가 서량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데 그 속도가 실로 빨랐다.

언제든 날려 버릴 수 있는 단단한 인형들이 자칫 잘못하다간 베일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보검으로 변했다. 수도(手刀)를 세우며 덤벼드는 그들의 기세는 결코 만만히 봐도 될 게 아니었다.

그렇다. 적어도 여느 고수들에게는 금령귀의 변화 자체가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귀찮군.”

파지지직!

어느새 타오르던 불길은 사라지고, 그의 몸 전체가 위험천만한 번갯불이 되었다.

서량의 눈이 번뜩였다.

전신을 군림마황기로 꽉 채운 그가 나직이 읊조렸다.

“능천마라수.”

쾅! 퍼엉! 콰콰쾅! 콰지직!!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서량에게 달려들던 금령귀 삼십여 명이 그 자리에서 부서져 버렸다.

그렇다. 그것은 부서진 것이었다. 천하의 보검이나 다를 바 없었던 그들의 신체가 녹슨 철검처럼 수백 조각으로 부서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파지지지지직!

놀랍게도 조각난 그들의 살점에선 피 한 방울 새어 나오지 않았다. 그 메마른 조각들 위로 시퍼런 번갯불이 위협적으로 번뜩였다.

금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 인간 같지 않은 마귀 놈의 한 수로 인해 금령귀들이 모조리 박살 났다는 걸.

'이 미친!’

파아앙!

금주는 다시 달렸다.

마교주의 발을 묶기 위해 상당량의 내공을 소모하여 금령귀들을 금검으로 만들었지만 실수였다. 쓸데없이 힘만 소모한 꼴이 된 것이다.

‘이러다 잡힌다!’

확신이 들었다. 난생처음으로 전력을 다해 신법을 펼치고 있지만, 자신을 쫓는 마교주는 자신 이상의 신법 경지를 구축한 괴수 중의 괴수였다.

이대로 가다간 반드시 잡힌다. 잡히면 무조건 죽게 될 것이다.

죽어도 이렇게 죽을 순 없었다. 평소 두려움이 없기로 소문이 난 그였지만 지금은 살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제길!’

금주가 품에서 기다란 원통을 꺼내 들었다.

피유우우웅! 치이익!!

시뻘건 불꽃이 하늘 높이 쏘아져 올라갔다.

그러자 잠시 후, 수백 장 떨어진 곳에서도 똑같이 불꽃이 피어올랐다.

‘가라!’

이것이 마지막 수였다. 마교주는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윗선을 찾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을 놔두고 불꽃이 올라온 저곳으로 향할 것이다. 첫발은 허(虛)의 호출이지만 누구라도 속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장난감이로군.”

오싹 소름이 돋았다.

언제든지 잡을 수 있다는 듯, 상대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실제로 그만큼 접근했든 그렇지 않든, 이제는 가망이 없었다.

'아니, 하나는 있어.'

금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이 아예 없진 않다. 하지만 그 방법을 쓰면 지금껏 자신이 이뤄 놓은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것은 목숨을 잃는 것보다도 더 무서운 일이었다. 다름 아닌 집약된 혈금신기를 개방하는 일이니까.

'제길! 제길! 제길!'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내가 살 수 있지?

“더 볼 게 없는 것 같군. 이만 끝내도록 하지.”

금주의 눈이 번쩍였다.

그 말은 치열한 갈등을 단숨에 잊을 정도로 섬뜩했다.

우우우우웅.

금주의 몸에서 핏빛 금기(金氣)가 어른거렸다.

서량의 눈이 번쩍였다.

“으아아아!!”

괴성을 지르던 금주가 일순 거대한 기를 방출했다.

콰아아앙!

서량의 몸이 주춤거렸다.

치이이익!

그의 몸 곳곳에서 새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서량의 얼굴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굉장하군.'

무시무시한 금기였다. 달리 초식이랄 것도 없고, 기공 발출도 아니었지만 금기의 폭발만으로도 내공 운용이 삐걱거리고 사지를 놀리기가 어려워졌다.

금기(金氣)가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전신에 침투한 초고순도의 금기가 잠시나마 마기를 억누르고 신체 전반을 경화(硬化)시켰다.

‘비슷하군.'

광목림에서 봤던 당시의 혈목신기와 몹시 유사했다. 기운의 성질은 달랐지만 기가 이룬 경지가 비슷했다.

서량이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금주가 몸을 틀어 이름 모를 야산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펑! 퍼엉!

동시에 북서쪽 산등성이를 타고 세 개의 불꽃이 연달아 터졌다.

그 불꽃은 이전과 달리 샛노랗게 빛나고 있었다. 수십 리에 걸쳐 형성된 피난처, 혹은 아군이 있는 것이다. 다만 금주가 달리는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서량이 하얗게 웃었다.

'저기로군.’

처음 불꽃을 터트렸을 때 움직이지 않은 것은 금주의 수작이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 금기는 금주에게 목숨과도 같은 것이 분명했다. 기(氣)에서 전해져 오는 금주의 감정은 오로지 공포와 생존 욕구로 꽉 차 있었다.

즉, 이제부터는 놈이 향하는 곳을 선점해도 상관없다는 뜻이었다. 살기 위해선 뭐든지 할 놈이니까.

'이제 시작이다, 담사영.'

서량이 외쳤다.

“철무정!!”

수십 리를 넘어 수백 리까지 울려 퍼질 마왕의 포효.

동시에 산과 들, 호수까지 곳곳에 숨어 있던 백 명의 마장들이 일제히 마공을 개방했다.

퍼어어어엉!

남창 일대에 은신하고 있던 백 명의 마장들이 노란 불꽃을 터트렸던 산마루를 향해 파도처럼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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