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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445화 (444/774)

445화. 남부의 지배자 (5)

'⋯⋯!!'

단리후의 얼굴이 저도 모르는 새에 조금씩 굳어졌다.

인지하지 못하는 새에 이상을 일으키는 것은 표정만이 아니었다. 그는 문득 자신의 손을 힐끔거렸다.

'떨린다?'

오른손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가 다시 서량을 바라보았다.

한 손으로는 팔다리가 다 부러진 금주의 목을 움켜쥐었고, 다른 한 손은 요대에 달랑거리는 검병에 걸치고 있는 체격 좋은 미남자.

웃고는 있지만 도무지 웃는 걸로 보이지 않는 기괴한 표정이 실로 압권이었다. 분명 사람의 얼굴인데 눈은 역팔자로 길게 찢어지고, 입은 양쪽 귀까지 올라간 마귀의 형상처럼 보였다.

오싹!

양쪽 턱 밑에서 솟은 소름이 전신으로 쫙 퍼져 나갔다.

'내가 저자를 두려워하는 것인가?'

아니다.

애초에 그는 감정을 완성(完成)시킨 자였다. 그로써 일주(日主)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였고, 이제는 월주(月主)의 힘까지 받을 준비가 된 자였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氣)로서 완성이 되었다. 그래서 온전한 부동심을 얻었다.

'그럼?'

내 손이 왜 이렇게 떨리는 거지? 내 몸은 왜 평소처럼 부드럽게 풀려 있기를 거부하는 거지?

쿵!

깜짝 놀란 단리후가 서량을 바라보았다.

서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하나?”

“⋯⋯?”

“여유만만이구먼.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앞두고도 손이나 살펴?”

“⋯⋯!!”

“집중해. 그냥저냥 날려 버리고 싶진 않으니까.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자꾸 그런 모습을 보였다간 단칼에 목을 날려 버리겠다는 말로 들렸다.

단리후의 눈이 깊어졌다.

“당신⋯⋯.”

“그래.”

“실례했소.”

서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과장된 움직임이었다. 그 기괴한 웃음이나 이번 고갯짓이나, 확실히 평소의 서량과는 달랐다.

“무엇을 말이냐?”

“당신은 나보다 강하오. 그리고 이번 한 번 나를 봐주었소. 만약 당신이 내 빈틈을 노렸다면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오."

“그래서 고맙다?”

“그렇소.”

서량이 웃음을 터트렸다.

목청을 한껏 열어젖히고 하하하 웃는다. 그 웃음소리에 마기가 절로 실렸다.

하지만 그도 잠시.

“제법 건방진 말도 할 줄 아는구나.”

콰르르릉!!

단리후의 눈이 커졌다.

좌반신은 붉은 화염으로 물들었고, 우반신은 어두운 청색 뇌전으로 가득했다. 그와는 반대로 왼쪽 눈은 푸르렀으며, 오른쪽 눈은 홍염으로 불타고 있었다.

좌청우홍의 절대마안이 개방되었다. 사람이라면 한 몸에 담을 수 없는 정점의 마공 두 가지를 연성한 무적의 마인을 보며, 단리후는 저도 모르게 쌍륜에 손을 가져다 댔다.

“컥!”

오른손에 잡혔던 금주가 입을 쩍 벌렸다.

이미 사지가 다 부러진 상태였지만 용케도 죽진 않은 듯했다. 하지만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파지지지지직!

군림마황기가 품은 뇌전의 힘은 그 자체로 치명적이었다. 아직 실제 번개의 힘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어지간한 고수라도 일격에 전투 불능에 빠트릴 만큼 위험했다.

그 힘이 내외가 다 망가진 금주에게 쏟아부어졌으니 멀쩡할 리가 없다.

금주가 몸을 덜덜 떨었다. 입가에는 거품이 일었고, 눈가에는 실핏줄이 터진 자국이 생겨났다. 마치 번개 문양의 자문(刺文)을 그려 넣은 것 같았다.

영휘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이, 이럴 수가!'

뇌전은 육십사괘(六十四卦)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파괴력 넘치는 괘로 평가받는다.

천룡궁의 법술과 사공으로도 구현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그저 외부의 힘을 불러오는 것이지 체내에 담긴 힘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사람에게 허락된 힘이 아닌 것이다.

‘천룡궁에서도 뇌정술(雷遷術)을 구사할 수 있는 자는 셋을 넘지 못한다! 그런 위험천만한 기(氣)를 어찌 저리 자연스레 구현해 낼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이 군림마황기였다.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불가능한 힘을 발휘하는 것. 욕계문에 가까워질수록 뇌전의 형상만을 띄던 마기에 실제 번개(雷)의 힘이 깃들기 시작하고, 온전히 욕계문을 연 순간 뇌전의 힘이 완전하게 발동된다.

제석천을 죽이고 그의 힘을 빼앗은 천마파순의 진신진력.

퍽! 퍼퍼퍽! 파지지직!!

“⋯⋯!!”

금주가 입을 떡 벌렸다.

한 줄기 신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의 피부 곳곳이 퍽퍽 터져 나갔고, 핏물은 금세 증발해 버렸다.

츠츠츠츠.

이내 금주의 전신에서 붉은 기운이 새어 나왔다.

단리후의 눈이 번쩍였다. 교룡 구 조의 무인들도, 살아남은 금령귀와 금익조들의 얼굴에도 경악이 드리워졌다.

‘혈금신기!’

스르르릉.

서량이 검을 뽑아 들었다.

도가 아닌 검이다. 바로 이천상의 애병이자 그의 마기와 혼으로 단련된 절대마검, 마황보검(魔皇寶劍)이었다.

무시무시한 눈으로 금주를 내려다보던 서량이 쩍 벌어진 그의 입 안으로 검을 쑤셔 넣었다.

부욱!

사 척 길이의 장검이 그대로 금주의 몸을 관통했다.

그야말로 끔찍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저 단리후조차도 이 무도한 광경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쥐똥만 하군.”

후우우우웅!!

광목림에서 천마도로 혈목신기를 빨아들였을 때처럼.

아니, 그때보다 훨씬 빠르고 간결하게 혈금신기를 빨아들인다.

애초에 그때만큼의 양도 아니었고, 반천축정술(反天帝精術)에 도달해 흡기(吸氣)의 깨달음도 이전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군림마황기의 경지 자체가 올라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쩌저저적! 째앵!

금주의 몸이 그대로 부서져 흩어졌다. 마치 금검이 된 금령귀의 죽음과 비슷했다.

츠츠츠츠.

붉은 금기가 넘실거리던 마황보검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손으로 검신을 매만지던 서량이 말했다.

“내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기운이지만 너희 장난질에 쓰일 바에야 모조리 빼앗아 가는 게 좋겠지.”

한참이나 검을 만지작대던 서량이 단리후에게 시선을 돌렸다.

단리후가 움찔했다.

“자, 말해 봐라. 왜 날 공격하지 않았느냐?”

금주를 죽이고 혈금신기를 빨아들였으며, 마황검이 안정될 때까지 검신을 쓰다듬었다.

그야말로 빈틈투성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단리후는, 나아가 그의 수하들 모두가 서량을 공격하지 않았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너무도 빤히 보이는 빈틈이었지만, 그 대상이 서량이기에 빈틈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격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이다.

빈틈을 노려 공격하는 순간 한 줌 잿더미가 되어 버릴 테니까.

“이제 알겠느냐?”

서량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주위로 살기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나는 네가 건방을 떨어도 될 만한 대상이 아니야.”

굉장한 자신감이 묻어 나오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그의 말이 오만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는 지금 자만을 하는 것도, 자랑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현실을 얘기하고 있었다.

마침내 단리후는 깨달았다.

‘지금의 내가 이길 수 없는 자.'

일주의 힘이 없다 한들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 실제로 그는 순수한 무공만으로 청성파 장문인을 스무 합 만에 제압한 고수였다.

그러나 서량에게는 안 된다.

무공은 당연하고, 일주의 법술을 난사한다 해도 상처 하나 입힐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단순히 극마의 고수라서가 아니었다. 상대의 폭발적인 살기가, 차갑게 가라앉은 눈이 이 전투의 미래를 보여 주고 있었다.

'이길 수 없는 상대지만⋯⋯.’

치리리링!

단리후가 들고 있던 쌍륜이 기이한 소리와 함께 팔찌처럼 그의 양 팔목을 감았다.

서량의 눈이 빛났다.

'신병(神兵)이군.’

묵왕검, 흑혈마검에 비해도 손색이 없을 듯했다.

“일월쌍륜(一月雙輪)이라는 것이오. 천룡궁의 신물 중 하나로 음양의 일월을 상징하지.”

"일월을 상징한다는 건, 네놈이 일주이자 월주이기도 하다는 뜻인가?”

“천룡칠주에 대해 알고 있소?”

“어쩌다 보니.”

새외무림에서 활동하지 않은 자는 알기 힘든 이름이다. 단리후는 상대의 정보력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아무래도 나는 당신 앞에 나타나선 안 되었던 모양이오."

“지나치게 늦은 깨달음이군.”

“아주 늦진 않은 것 같소.”

“미안하지만 널 놓아주는 일은 없을 거다.”

“나 역시 당신에게 죽어 줄 수도, 잡혀 줄 수도 없소이다. 다만 당신을 상대로 시험해 보고 싶은 건 있지."

서량이 씨익 웃었다.

“그 시험이 끝나면 순순히 잡혀 주는 건가?”

"나를 통해 ‘그분’께 이르려 함을 알고 있소. 그러나 나를 잡아도 내게서 뭔가를 얻어 내긴 힘들 것이오.”

“그건 잡고 나서 판단하도록 하지.”

“그것도 그렇군.”

단리후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땅을 박찼다.

쾅!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굉장한 신법이었다. 단순 속도는 금주보다도 더 빠른 것 같았다.

서량이 손을 휘둘렀다.

퍼어어엉! 화르르륵!

준비 동작도 없이 휘두른 손짓 한 번에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아 금령귀와 금익조를 휩쓸었다.

콰콰쾅!

제일 산호 가운데에 거대한 고랑이 파였다. 파인 고랑은 시커멓게 눌어붙어 있었고, 그 위로 금령귀와 금익조의 시신들이 나뒹굴었다.

“나머지 떨거지들을 정리하라.”

철무정이 고개를 숙였다.

“명을 받듭니다!”

콰앙!

서량이 곧바로 단리후의 뒤를 쫓았다.

허공 높이 떠오른 서량의 두 발에서 시뻘건 화염이 치솟았다.

쾅! 콰앙! 콰아앙!

찰나지간 허공에서 세 번의 진기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은 신법에 강력한 추진력을 주었다. 허공답보의 극치였다.

부아아앙!

금주를 쫓았을 때도 혼신의 힘을 다하진 않았다. 그저 적당히 그의 속도에 보조를 맞춰 주었을 뿐이었다.

지금은 달랐다.

단리후의 뒤를 쫓는 서량은 염라마제라는 별호에 걸맞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화아아아악!

한 줄기 불덩이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능공만리행(凌空萬里行)의 비전 신법이었다.

'빠르군.’

뒤늦게 출발했음에도 어느새 십장 거리 안쪽까지 좁혀졌다.

예상보다도 더 빠른 속도였다. 적어도 신법만큼은 자신이 우위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상대는 신법에서도 최고의 경지를 이룩한 무결점의 강자였던 것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화르르륵!

후방에서 강렬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 열기 속에 무시무시한 살기도 담겨 있었다.

'공격?!’

퍼어어엉!

몸을 돌린 단리후의 눈에 어느새 코앞까지 도달한 불덩이가 보였다.

실제 불보다 훨씬 더 위험해 보이는 핏빛 불덩이였다. 불덩이 속에는 수천 자루의 칼날이 숨어 있는 듯했다. 실로 오랜만에 펼쳐지는 구유인화도법의 종극무간도(終極無間道)였다.

하지만 지금은 도법이 아니었다. 도법(刀法)을 장법(掌法)으로 전환해 펼치고 있는 것이다. 대신할 수 없는 무공을 대신하여 기공으로 발출시키는데, 그 위력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구유인화장(九幽勒禍掌)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 무공 간의 경계까지 허무는 극상의 깨달음이었다. 남궁언이 구사했던 심검(心劍)의 경지가 멀지 않았다.

'받아치면 죽는다!'

치리링!

단리후는 재빨리 일월쌍륜을 뽑아내 진기의 막을 형성하여 공격력을 완충시켰다. 그러고는 그 위로 두 발을 힘차게 뻗었다.

콰아앙!

단리후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종극무간도의 힘을 이용해 가속한 것이다.

찰나의 판단력이 수준급이었다. 애초에 무간도의 힘을 해소할 능력이 없다면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테지만 말이다.

'천재로군.'

왜 담사영이 저 녀석을 제자로 삼았는지 알겠다.

퍼어엉!

서량이 다시 한번 가속했다.

단리후의 눈이 번쩍였다.

저 멀리 거대한 호수와 도시가 보였다. 어느새 호북(湖北)으로 진입한 것이다.

파아아아악!

급속도로 하강한 단리후가 물 위를 달렸다. 내공 소모가 극심한 수상비(水上飛)였다.

'자, 나를 따라⋯⋯.’

그때였다.

단리후는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느꼈다. 서량이 두 개의 마공을 동시에 개방했을 때보다도 훨씬 더 위협적이었다.

단리후가 뒤를 돌아보았다.

이내 그의 얼굴에 경악이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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