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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475화 (474/774)

475화. 황궁풍운 (9)

“교주님! 거경가주가 해전(海戰)을 벌이고 있답니다! 상대는 장강수로채 병력의 칠 할입니다! 하위 삼 할을 제외한 모든 수채가 참전했습니다!”

서량은 당황하지 않았다.

“위 령주는?”

“다행히 거경가주와 접선했습니다!”

“좋아.”

위홍련이 거경가주와 접선한 이상, 황제의 납치는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서량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것은 호요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지막까지 방심해선 안 돼.”

“물론입니다.”

싸움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성공했다고 생각했을 때다. 즉, 마왕령이 거경가주와 접선한 지금이야말로 최대의 위기라고 볼 수 있었다.

“마 호위가 뒤따르고 있을 것입니다. 마 호위의 무공이라면 대문파의 전력이라도 뒤집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다만 걱정되는 것은 마 호위에게 수전(水戰) 경험이 있느냐는 건데…….”

서량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물론 마동필은 수전 경험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는 비록 한 번에 불과할지라도 수전을 경험하긴 했다.

“동필이 정도의 고수에게는 한 번의 경험이 곧 숙련으로 이어진다고 봐도 돼. 피치 못할 상황이 벌어져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거다.”

서량은 어지간해선 ‘어떻게든’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 대상이 마동필이라면 달랐다.

마동필은 서량과 무수히 많은 사선을 넘나든 백전의 고수였다. 비록 서량의 압도적인 능력에 가려졌지만, 난전(亂戰)에서 그만한 역량을 발휘하는 무인도 몇 없었다.

게다가 마동필은 극마에 이른 고수였다. 심지어 군림마황기를 제외하면 당당히 천하제일마공이라 불려도 부족하지 않을 구유마공까지 익혔다.

“믿을 만하니까 보낸 거야. 동필이에게 이런저런 고수를 딸려 보내지 않은 이유가 있지.”

호요성의 눈이 반짝였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로군요.”

“그래.”

호요성 역시 마공을 익혔지만 초일류라 불릴 만한 실력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무공이 아니라 머리로 먹고사는 군사니까.

그것이 호요성의 단점 아닌 단점일 수 있었다. 그는 극마의 고수가 힘을 개방했을 때, 얼마나 무시무시한 전과(戰果)를 올릴 수 있는지를 체감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교주님! 급보입니다!”

대전 밖에서 뛰어온 비각의 마인이 외쳤다.

“철혈성이 움직였습니다! 혈풍대(血風隊)와 신창(神槍)이 주산 군도 남쪽에서 선박을 타고 움직이는 중입니다!”

호요성의 눈이 흔들렸다.

‘신창 언극!’

철혈성의 무상(武相)이자 십대고수의 일인.

호요성이 서량을 바라보았다.

서량의 얼굴에 약간의 긴장이 떠올랐다.

‘믿는다, 동필아.’

* * *

“마왕령주는 어서 뒷길로 빠지시오!”

종리산의 외침은 성난 고래의 포효처럼 묵직했다.

위홍련이 힘이 다 빠진 목소리로 외쳤다.

“오랜만! 뒤 좀 부탁합시다!”

종리산의 눈이 형형해졌다.

그는 위홍련을 알고 있었다. 서량과 처음 만나기 전, 먼저 나와서 자신을 도발했던 여인이었다.

건들건들한 자세와 경박한 어휘로 사람 속을 박박 긁어 대던 여인.

그런 그녀가 지금은 자신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고수가 되어 나타났다. 게다가 성장한 무공 못지않게 눈빛도, 기세도 단단하게 정련되었다.

‘놀랍군.’

이제는 정말 어엿한 무인이 되었다. 실력을 떠나, 무인으로서의 자세가 잘 잡혔다.

종리산이 또 다른 철창을 들고 외쳤다.

“해왕위(海王衛) 전원 거창(擧槍)!”

후웅!

거경가 최강의 조직, 일백 명의 해왕위들이 일제히 철창을 들었다.

덩치 좋은 사내들 백 명이 창을 든 채 한 곳을 노려보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종리산이 외쳤다.

“투창(投槍)!!”

파파파파파팡!!

화살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백한 자루의 철창이 수로채의 함선들 곳곳에 박혔다.

콰앙! 콰아앙!

이내 폭발과 함께 거대한 불꽃이 치솟았다.

철창엔 무림금용암기 벽력탄이묶여 있었다. 진천벽력탄보다는 위력이 약할지언정, 선박을 깨부수고 침몰시키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거경가의 선두에 따라붙은 수로채 함선 일곱 척이 서서히 침몰했다.

종리산은 안심하지 않았다. 이번 공격만으로 수로채의 진격을 봉쇄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거창!”

또다시 철창을 드는 해왕위.

그때, 거경가의 함선 사이로 진입한 위홍련이 외쳤다.

“고래 양반! 뒤!”

종리산이 뒤쪽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눈에 마기가 번뜩였다.

‘저들은?’

상당히 거대한 함선 세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소속을 알 수가 없었다.

문제는 기세였다.

후우웅.

해풍(海風)을 타고 밀려오는 살기가 실로 대단했다.

살기 못지않은 기파 역시 인상적이었다. 저 정도 기파라면 해왕위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했다.

‘마공도, 정공도 아니다. 철혈성인가?’

그때, 곽상이 외쳤다.

“혈풍대! 혈풍대입니다!”

종리산의 얼굴이 굳어졌다.

혈풍대라면 철혈성의 정예 부대 중 하나였다. 최고 전력은 아니지만, 전력의 범용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부대이기도 했다. 즉, 난전(亂戰)에 익숙한 부대라는 것이다.

‘과연 철혈성주.’

주산 군도 일대는 정보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그 철저한 정보망을 뚫고 저만한 병력을 몰래 이동시킨 것이다.

“창날을 남쪽으로 돌려라!”

후우욱!

해왕위가 몸을 돌리자마자 세 척의 함선 중 중앙에 자리한 함선에서부터 무지막지한 기파가 뿜어져 나왔다.

‘……!!’

종리산의 볼이 파르르 떨렸다.

거리가 이렇게 떨어져 있음에도 피부가 시큰거릴 정도의 기파였다.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기세, 무(武)의 한계를 넘어선 절대자의 기운이었다.

‘십대고수?!’

종리산이 안력을 끌어 올렸다.

선두(船頭)에, 무려 일 장에 달하는 장창을 들고 있는 체격 좋은 노인이 보였다.

“신창 언극.”

위홍련이 입술을 씹었다.

“시벌, 좆 됐네.”

한 자루 창으로 무적의 역사를 써 내려 간 절대고수. 창으로는 중원에서 당할 자가 없다는 지고의 창술가가 거기에 있었다.

종리산은 서둘러 판단을 내렸다.

“마왕령은 서쪽으로! 저들은 우리가 맡겠다!”

“어떻게 하려고!”

“어서 가라!”

상대가 누가 됐든 임무만을 생각한다. 황제가 십만대산으로 가면 중원대란의 판도가 바뀔 것이다.

위홍련이 눈을 질끈 감았다.

“꼭 살아, 아저씨!”

“가라!”

사아아악!

마왕령이 탄 쾌속선이 동쪽으로 선회했다. 대략 반 시진만 더 가면 절강성에 다다를 수 있다. 육지에 발을 붙이기만 하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호락호락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파아아앙!

선두를 박차고 날아오른 언극이 무서운 속도로 마왕령을 향해 접근했다.

종리산의 눈이 커졌다.

‘빠르다!’

엄청난 신법이었다. 해수면을 박차고 전진하는 괴물 같은 신법, 십대고수의 진면목이었다.

“일 조 투창!”

파파파팡!

수십 자루의 철창이 언극을 향해 쏘아졌다.

제아무리 언극이라도 저만한 공격을 무시할 순 없었다. 게다가 수상비(水上飛)를 펼치는 와중이 아닌가.

“감히.”

언극의 장창이 거대한 원을 그렸다.

콰콰콰쾅!

허공에서 폭음이 터졌다.

바닷물이 솟구치며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어 냈다. 벽력탄의 위력과 창날에 실린 경력이 부딪치며 무지막지한 파동을 일으켰다.

‘해치웠나?!’

종리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치솟는 기세가 이전보다 더 거칠어졌다. 역시나 이 정도로는 해치울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조 거창!”

파아아악!

물기둥 안에서 뛰쳐나온 언창이 재차 마왕령을 향했다.

신법 속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질릴 만큼 대단한 무공이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부아아앙!

혈풍대가 탄 세 척의 함선이 무서운 속도로 접근해 왔다.

파파파파팡!

이백여 개의 화살이 호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난전에 능하다더니 궁술(弓術)까지 익힌 모양이었다. 쉽게 쳐 내기 힘든 위력, 무시할 수 없는 무공이었다.

‘제기랄!’

자칫 잘못하다가는 전부 수장당할 판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혈풍대부터 정리하는 것이 옳다.

다만 그사이 마왕령이 언극에게 잡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 임무는 실패다.

‘이리 허무하게 끝나는가?’

종리산과 위홍련의 두 눈에 절망이 깃들 때였다.

촤아아악!

마왕령이 탄 쾌속선으로 접근하던 언극의 기도가 파랑을 일으켰다.

‘……?!’

언극이 서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한 척의 쾌속선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배에 탄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노를 젓지도 않고 부드러운 장력을 이용, 쾌속선의 이동 속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신묘한 자였다.

‘극마!’

위홍련의 얼굴에 격동이 깃들었다.

“마 호위장!!”

콰아아앙!

쾌속선이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무지막지한 진각과 함께 날아오른 핏빛 화염의 검날이 언극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언극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이놈!”

쩌저저저정!

창검이 뿜어내는 경력이 허공에서 화려한 충돌을 일으켰다.

언극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 뜨였다.

폭발하는 경력 속, 치고 들어오는 침투경이 무지막지했다. 지금껏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파괴력 넘치는 마기, 말 그대로 불꽃과도 같은 마공이었다.

마동필의 두 발이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켰다.

파파파파팡!

해수면을 무차별로 박차며 나아가는 마동필이 순식간에 언극의 영역권 안으로 들어섰다. 당황한 언극이 창을 휘둘렀지만, 마동필이 들고 있는 검은 강호십대마검의 하나 흑혈마검이었다.

비로소 격에 맞는 자의 손에서, 격에 맞는 힘을 받아 불타오르는 마검이었다. 동해(東海) 전체를 뒤엎어 버릴 듯 소름 끼치는 마력을 발산하는 검이 언극의 창대를 밀어붙였다.

쾅!

언극의 신형이 비틀거렸다.

마동필의 눈이 번쩍였다.

퍼어어억! 콰아앙!

상대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기가 막힌 돌진이었다. 신창의 무공을 모조리 받아 내는 것도 모자라 수면 아래로 끌고 들어간 것이다.

펑! 퍼퍼퍼펑! 콰아앙!

대체 어떤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건지.

바닷속에서 시뻘건 광채와 자색의 광채가 번뜩이며 연신 폭발을 일으켰다.

놀랍게도 폭발이 나아가는 방향은 혈풍대 쪽이었다. 마동필이 바닷속에서 언극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퍼뜩 놀란 종리산이 외쳤다.

“마왕령은 어서 가시오!”

파아아악!

마왕령이 탄 쾌속선이 속도를 올렸다.

퍼어어어엉!

거대한 폭발과 함께 바닷물이 십여 장 크기로 솟구쳤다. 어찌나 강한 폭발이었는지 혈풍대가 탄 함선이 동쪽으로 쭉쭉 밀려날 정도였다.

콰직! 콰드드득!

함선 한 척이 연신 기우뚱거렸다.

쾅! 콰르릉!

이내 폭음과 함께 함선 한 척이 그대로 박살 나 버렸다.

화아아악!

함선 하나를 통째로 부수고 올라온 자는 마동필이었다. 물에 젖은 몸이 순식간에 말랐다. 구유마공의 열기가 바닷물을 기화시켜 버린 것이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 마동필이 흑혈마검을 쳐들었다.

번쩍!

흑혈마검은 검붉은 화염으로 휩싸여 있었다. 그 화염은 이내 거대한 화룡(火龍)을 만들어 냈다.

과거 서량이 비궁주 공요요를 몰아쳤던 기예(氣藝).

구유마공의 염혈화룡(染血火龍)이었다.

콰앙! 화르르르륵!

새로이 부서진 함선 한 척이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다.

파아앙!

허공을 걷어차며 이동한 마동필이 내려선 곳은 마왕령이 지나가고 난 해수면이었다.

자신이 타고 온 쾌속선의 파편 위에 올라선 그의 신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마동필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누구도 이곳을 건너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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