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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522화 (521/774)

522화. 작은 바람이 태풍을 만든다 (2)

"어때?"

"맞네. 찾기 어려웠을 텐데, 제대로 가져왔군."

서량이 진천을 돌아보며 말했다.

"고생 많았네."

진천이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며칠 푹 쉬어. 재정비도 할 겸."

"교, 교주님."

"너희 떼고 호북 갔다가 담사영이랑 한판 붙기까지 했어. 하물며 여기는 신교 안이잖아. 괜찮아."

진천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하면 명대로 하겠습니다."

"그려."

진천이 사라졌다.

주청은 깜짝 놀랐다.

"내, 이곳에 와서 하루하루가 놀라움이라네. 가만히 있던 사람이 연기처럼 사라지다니? 저것도 무공인가?"

"무공이지."

"저런 걸 보면 아쉬움이 든다네. 나도 일원공이 아닌 무공을 익힐 걸, 하는."

"꿈 깨셔. 전 무림을 다 뒤져도 마황단주만큼 익힐 수 있는 사람은 한 줌이 안 될 거다."

"그런가? 과연 교주의 호위대장을 맡을 만하군."

서량이 진지하게 옥새를 가리켰다.

"이거 맞는 거지?"

주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네."

"위조품일 가능성은?"

"단연코 없네. 황궁의 옥새를 똑같이 제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 미세하게 긁힌 자국까지, 분명 옥새가 맞네."

서량이 깊은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구먼. 이거 하나 얻자고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원."

주청이 미소를 지었다.

"듣자 하니 마냥 고생은 아니었던 듯싶네만."

"음?"

"담사영, 그 대역적과 만났다고 들었네."

서량의 눈이 빛났다.

"그래, 만났지."

"어떻던가?"

"뭘 어째? 대단했지."

"자네의 무공으로도 상대하기 어렵던가?"

"수십 년 전부터 중원에서 손에 꼽는 강자였다. 내 스승이나 타계한 정무쌍신 정도가 아니면 승기를 잡기 어려운 상대야."

"자네가 진단 말인가?"

"그게 중요해?"

"중요하지. 궁금하기도 하고. 하니 말해 주게."

잠시 생각에 접어든 서량이 말했다.

"무공으로는 동수야. 아니, 잠시 교주직 내려놓고 죽자 살자 싸우면…… 내가 한 끗 정도 앞설 수도 있겠군. 이러나저러나 그 양반도 대등한 상대와 박 터지게 싸워 본 지는 오래되었을 테니까."

"소위 실전 경험이라는 것이군."

"그렇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꼭 그런 건 아니야. 나나 담사영 정도의 경지에 오른 이들에게 실전 경험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 오히려 지금까지 가꾼 무공과 경험을 어떤 식으로 풀어 내느냐, 즉 창의성이나 무공 구현의 감각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군."

"한데?"

"성격에 따라 달라. 담사영은 가진 게 많은 사람이거든.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지만, 진짜 위험하면 세 살배기 어린애의 도움까지 받을 놈이다. 스스로를 믿되, 언제나 주변을 살피는 자라고 할 수 있지."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자네와 다르군."

"다르지. 그러니 상황에 따라 내가 더 뛰어날 수도, 놈이 더 뛰어날 수도 있어."

"괜스레 다행이군. 그래도 자네에게 약간의 승기가 있다고 하니."

"승부에는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몰라. 땅 한 번 잘못 디딘 걸로 생사가 갈릴 수도 있다. 어쨌든 담사영은 어려운 상대야. 게다가……."

"음?"

서량이 인상을 찡그렸다.

"당시의 놈은 전력을 숨기고 있었어. 그거야 나도 마찬가지지만."

담사영은 칠요집전술의 칠주술법을 모두 쓸 수 있다.

현천에게 듣기로도 그러했고, 실제로 봤을 때도 그럴 것 같았다. 천라무허신공의 이면에 잠자고 있던 천룡궁의 기운에는 수목화토금의 오행기(五行氣)와 일월의 음양기(陰陽氣)가 함께하고 있었다.

‘확실해. 놈은 천룡궁의 공부를 누구보다도 유연하게 쓸 수 있을 거다.’

그 정도 경지에 오른 자들에게 중요한 건 힘의 크기보다는 그것을 적재적소에 다룰 줄 아는 감각과 깨달음이다.

필시 담사영은 일곱 가지 술법을 칠요의 대사제들보다 능란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변수는 바로 거기에 있다. 서량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실력에, 천룡의 술법까지 자유자재로 다루는 담사영의 존재는 말 그대로 재앙에 가깝다.

‘그리고.’

서량은 담사영과의 싸움이 끝난 후, 그의 기(氣)가 미묘하게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한데 그 변화의 순간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그걸 왜 기억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저 신경이 쓰일 뿐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신중해졌다.

논리로 해석할 수 없는 찝찝함. 그러한 찝찝함은 꼭 훗날 결정적인 패로 작용하게 마련이었다.

"어찌 되었든 난적은 난적이다, 이 말이군."

"그렇지. 그게 중요한 거지."

주청이 옥새를 두들겼다.

"그래도 옥새를 되찾았으니, 명분은 우리가 챙긴 셈일세. 앞으로의 싸움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들보다 우리가 한발 앞서 있는 셈일세."

"맞는 말이야."

"이번 싸움에서 철혈성이 빠졌다고 들었네만."

"빠질 것 같아. 아직 확신은 못 하겠지만."

"자네가 이유 없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철혈성이 빠진다면 저쪽 병력에 크나큰 공백이 생긴 것이나 다름이 없네.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지만, 우리로서는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구먼."

"다행이지. 다행은 다행인데……."

싸움, 전투, 전쟁.

격돌이라는 것은 전력이 비등할 경우 더 화려하게 불타오르는 법이다.

문제는 변수다. 이 변수라는 놈은 어떤 식으로 승부에 관여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백 번, 천 번을 준비해도 판을 의도대로 이끌기 어렵다.

‘대규모 전면전은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아.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서량의 눈이 빛났다.

‘냉정하게 생각해서 승률은 사 할 미만이다.’

정해진 규칙으로 일기토를 벌여 승패를 가른다?

그럼 말할 것도 없이 천마신교의 승리다. 적어도 천마신교의 고수진만큼은 상대의 우위에 있었다. 게다가 정 안 되면 신교의 전대 노고수들을 소환할 수도 있다.

즉, 신교의 강점은 그 어떤 조직보다도 탄탄한 고수층과 강한 조직력에 있었다.

그렇다고 전면전에서 유리한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아.’

강호 무림에서 화경, 극마의 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을 초월한다. 오죽하면 그러한 경지에 오른 고수들을 일인군단(一人軍團)이라고까지 칭하겠는가.

그러나 전략과 전술이 난무하는 대규모 전면전에서는 절대고수들의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말하자면 병사들 간의 싸움이 주가 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무조건 천마신교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하나 더 있었다.

‘황궁.’

황궁의 군사력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축소되었다 봐도 무방하다.

그래도 군대는 군대다. 무림과 달리 군부의 병력은 철저하게 집단전을 상정하고 키워진다. 개개인의 무력이 뛰어나다고 홀로 설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결된 군병의 힘은 무림 고수 수백 명 정도는 우습게 찜 쪄 먹는다. 주청이 쓰러지기 전까지만 해도 군부 병력이 오만을 넘었다. 지금은 얼마나 증가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본교의 무력 부대는 군부에 준할 정도로 철저하게 훈련받았다. 하지만 그들의 훈련은 철저한 임무 위주야. 전쟁을 상정한 훈련이 아니란 뜻이다.’

제대로 활용하려면 아무리 좋게 봐 줘도 시가전(市街戰) 정도가 한계다. 결국 천마군(天魔軍)이 아니면, 어떤 전투 부대라도 전면전은 피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래도 전면전이 벌어지기 전에 적의 수괴를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겠군."

서량이 깜짝 놀라 주청을 보았다.

옥새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주청이 말을 이었다.

"무림의 군세(軍勢)가 뛰어난 점은 개개인이 군부의 병사들보다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네. 문제는 그 뛰어남으로 인해 한곳으로 결집되기가 어렵지. 진법(陣法)이니 뭐니 해도, 섬멸당하는 그 순간까지 각개로 임하지 않는 군부 병력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오호?"

서량이 씨익 웃었다.

"병법도 익혔나?"

"날 뭘로 보는 건가? 내가 황제로 추대된 것은 열셋의 어린 나이였네. 내 편 하나 없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조막만 한 머리에 온갖 지식과 정보를 쑤셔 넣어야만 했지."

"생존을 위한 배움은 어지간해선 잊지 않지."

"자네 말대로일세. 당시에 배우고 익혔던 모든 것들이 아직도 생생해."

서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부분은 나와 총군사가 짜도록 하지. 한 번씩 부를 테니 헤매고 있으면 와서 도와줘."

"차라리 같이 짜는 건 어떤가?"

"이 싸움은 당신 싸움이기 전에 무림의 싸움이다. 도움은 받지만 주도는 우리가 해. 이해하길 바란다."

주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맞네. 급한 마음에 괜히 나섰어. 미안하네."

"됐네. 가서 편히 쉬기나 해."

"사람 참."

자리에서 일어난 주청이 이제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자네, 그거 알고 있나?"

"뭘?"

"주천양, 그 패륜아 놈은 병법에 무지하다네. 하지만 자존심은 강하지."

"……?"

"병법은 배우고 익힌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짤 수 있다네. 그러나 최후에 웃는 사람은 적의 병력을 아는 자가 아니라 적장의 성격을 아는 사람일세."

"……!"

"너무 전력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해서 하는 말이네."

서량이 미소를 지었다.

"받아들일 만한 조언이었어. 새겨듣지."

주청이 씨익 웃더니 대전을 나갔다.

서량이 담담하게 말했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확실히 다르긴 다르군. 안 그런가?"

끼이익.

대전 옆 회랑에서 호요성이 머리를 불쑥 내밀었다.

"그러네요, 교주님."

"근데 자네 거기 왜 숨어 있나?"

"마황단주가 제 모가지 딸까 봐서요."

"뜬금없이 소심하고 그래? 그리고 딸 거면 벌써 땄어."

"역시 그렇지요?"

호요성이 멋쩍은 듯 웃으며 문을 열고 나왔다.

서량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자네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내가 너무 객관적으로만 보려고 한 것 같아."

"반드시 객관적으로 봐야지요. 수만의 목숨을 쥐고 휘두르는 장수는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황제의 말에 일리가 있어. 이전에 내가 적을 상대로 재미를 봤던 방법이기도 하고."

"그건 그렇습니다."

호요성이 주청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서량이 물었다.

"시기는 언제로 잡을 텐가?"

"무슨 시기 말씀이십니까?"

"왜 또 모른 척이야? 선전 포고 해 놨으니 이제 작정하고 부딪쳐 봐야지. 언제까지 시간을 끌 수는 없어."

"물론 그렇습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양민들의 삶이 힘들어져요. 이왕이면 속전속결이 낫지요."

"그러니까……."

"하지만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움직이다가 반격의 빌미를 주는 것보다는 신중한 게 좋습니다. 그 김에 우리도 이런저런 할 일을 마치고요."

서량이 눈을 끔뻑였다.

"할 일?"

"예."

호요성이 씨익 웃었다.

"승병선승이후구전(勝兵先勝而後求戰). 전쟁은 일단 이겨 놓고 싸우는 거라 하지 않습니까."

"저쪽도 바보는 아니야."

"바보가 아니니까 통하지요."

"엥?"

호요성이 품에서 문서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것을 받아 읽은 서량의 눈이 커졌다.

"싸우는 건 좋습니다만, 문제는 어디서 싸우느냐입니다. 저는 승산 없는 곳에서 싸울 만큼 어리석지 않아요."

"호오?"

서량의 눈이 반짝거렸다.

"천재 맞네?"

호요성이 거만하게 고개를 들었다.

"제가 바로 천마신교 총군사입니다. 커허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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