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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540화 (539/774)

540화. 사마합일(邪魔合一) (2)

쿠구궁!

북문이 열렸다.

여극도가 묘한 눈으로 위홍련을 보았다.

“제대로 한바탕할 각오로 여기까지 왔는데, 이건 또 흥미로운 상황이 아닌가 말일세.”

위홍련 역시 떨떠름한 기색이었다.

“싸우지 않고 적진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게 최고긴 하죠.”

“적진은 아니지 않나? 서 교주가 철혈성주와 손을 잡았다고 하였으니.”

“그건 모르는 겁니다.”

언제든 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놈들이다. 위홍련은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슬슬 들어가 보도록 하세.”

“그러시죠.”

그때 여상린이 말했다.

“근데요.”

두 사람이 여상린을 보았다.

여상린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함정은 아니겠죠?”

위홍련이 마왕령에게 말했다.

“애들아.”

파라락.

한달음에 달려 나온 마왕령 부대원들이 피풍의 앞섶을 열어 무복 안쪽을 보여 주었다.

여극도와 여상린이 입을 떡 벌렸다.

위홍련이 담담하게 말했다.

“진천벽력탄입니다. 폭파 범위 안에 있으면 극마의 고수도 성치 못해요.”

“…….”

“걱정하지 마십시오. 함정이면 내성부터 날려 버릴 테니까.”

* * *

거처 후원으로 향한 송금백의 눈에 서량이 보였다.

‘…….’

묘하다.

작은 바위 위에 나른하게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는 서량의 모습은 도무지 마교의 주인답지 않아 보였다. 마치 그 주변에 색색의 빛이 떠도는 것만 같았다.

「앙!」

품에서 튀어나온 새끼 여우가 서량의 손가락을 가지고 놀았다. 서량은 여우의 턱과 배를 간질이며 놀아 주었다.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서량이 물었다.

“다 끝냈나?”

“그랬지.”

“누구 하나 제대로 묻어 버린 거야? 일대가 아주 요란하게도 울리던데.”

송금백이 고개를 저었다.

“이빨을 들이대는 늑대들에게 주인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 주었지.”

“알 만하군.”

서량이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러자 금호가 그의 어깨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천룡기부터 뽑아내야지?”

송금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지.”

“등 돌리고 앉아.”

“……자네가 할 수 있겠는가?”

서량이 피식 웃었다.

“군림마황기는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절대마공이다. 영성(靈性)까지 실린 내 마기가 소멸시키지 못하는 기운은 없어.”

송금백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 말은, 자네가 마음을 달리 먹으면 내 묵혈괴룡진기까지 소멸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군.”

“당신이 치열하게 저항하겠지만, 진짜 작정하면 못할 것도 없겠지.”

잠시 간의 침묵이 일었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송금백이었다.

“궁금한 게 있네.”

“말해.”

“묵혈괴룡공은 철혈성 삼대신공 중 하나를 극한까지 발전시킨 사파 최강의 신공이야. 사파의 무공이라고 사기(邪氣)를 근본으로 하지도 않지.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일세.”

“그런데?”

“말하자면 천하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신공에 나의 깨달음까지 있는데도, 인이 박여 버린 천룡기를 어찌할 수 없다는 게 의아했네.”

“…….”

“왠지 자네라면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서.”

서량이 금호의 턱을 긁어 주었다.

눈을 감은 금호가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이유는 몰라. 다만 댁 정도의 고수라면 천룡기의 농도를 극한까지 농축시켜서 보냈겠지. 게다가 그 힘, 누가 건네준 게 아니라 당신 스스로 불린 거 아닌가?”

“……그렇긴 하지.”

“스스로 성장시킨 기운이지만, 그 기운의 영성은 천룡궁주에게 종속되어 있다. 뽑아내기 힘들 만도 해.”

“허허, 그토록 단단하게 옹이 진 기운을, 자네는 뽑아낼 수 있다는 게지?”

“뭔가를 없애 버리는 데에 있어서 내 마공‘들’은 고금제일이야.”

“그런가.”

“게다가 난 천룡궁주를 만난 적도 있어.”

송금백의 눈이 커졌다.

“언제?”

“얼마 안 됐어. 대담하게도 대호법을 괴뢰로 만들었더랬지.”

“……!”

신교의 대호법이라면 그 무공이 천하십대고수에 비해도 손색이 없다.

그 정도 고수를 괴뢰로 만들다니? 송금백은 믿을 수가 없었다.

“한계는 명확한 것 같더군.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자는 괴뢰로 만들기 힘든 듯했고, 그 수에도 제한이 있어 보였다. 많아야 서넛일까.”

“허.”

“그래서 당신도 위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야. 천룡궁주가 당신보다 강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심마를 떨치지 못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츠츠츠.

송금백의 두 눈에 섬뜩한 살기가 맺혔다.

“만일 내가 끝끝내 심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면, 언젠가는 놈들의 꼭두각시가 되었을 거란 말이군.”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치가 떨릴 만큼 악랄한 놈이다. 선이 없는 싸움이라지만, 당한 자로서는 정말이지 천 번을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이었다.

“뭐, 그거야 중요한 게 아니지. 어차피 싹 쓸어 버리면 그만이야. 지난 원한은 가슴에 꾹꾹 담아 두고 있게나. 곧 넘치게 풀어낼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지.”

송금백이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떨리는군.”

“뭐가?”

“파멸시키기 위해 무진 애를 썼던 상대에게 내 목숨을 맡기는 것 말일세.”

서량이 피식 웃었다.

“나는 동료를 배신하지 않아.”

쓸데없이 울컥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서량의 말에는 그만한 무게감이 있었다.

송금백이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는 잘도 배신하더니만 왜?”

“내가 언제?”

“산동에서 말일세. 비요왕을 잡던 시기였던가?”

서량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걸 배신이라고 하면 안 되지. 그땐 동료가 아니라 각자 서로를 이용했을 뿐이니까. 이용 가치가 다 됐으면 잡아먹어야 후환이 없지 않겠나?”

꽤 섬뜩한 말이지만 송금백은 서량의 말에서 호쾌함을 느꼈다.

‘선이 명확하군.’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천하가 두려워하는 마교주가, 어쩌면 강호삼세의 주인 중 가장 인간적인 성품을 지닌 것은 아닌지.

서량은 기준과 선이 명확했다.

그리고 자신이 정한 선을 철저하게 지킬 줄 알았다. 그러면서도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마음을 다잡는다.

파악하기 쉬운 남자지만, 상대하기는 어려운 남자다.

송금백은 그런 서량이 마음에 들었다.

사락.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튼 송금백이 눈을 감았다.

“부탁하겠네.”

서량의 눈이 빛났다.

“어떻게든 안 뽑혀 나오려고 난장을 칠 거야. 고통스러울 테지만 잘 참도록 해.”

송금백은 말이 없었다. 이미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못 말리겠군.’

송금백이 서량에게 놀랐다면, 서량 역시 지금의 송금백에게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로 목숨을 맡길 줄은 몰랐던 것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신교의 마공이학이나 철혈성 내에 비치된 각종 사술 등을.

송금백은 굳이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았다. 상대에게 자신의 목숨 줄을 건네주고는 순식간에 천룡기를 더듬어 가고 있었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다. 송금백은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 준 것이다.

‘진즉 잡념을 떨쳤다면, 제법 사귀어 볼 만한 전우라 생각했을 텐데.’

물론 앞으로 그리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 상대의 믿음을 충족시켜 준다면.

“금호. 혹시 모르니 호법을 부탁한다.”

이 근처에 호천마황단이 은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호는 그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줄 알았다.

금호가 눈을 반짝이며 바위에 내려섰다.

송금백의 뒤에 앉은 서량이 그의 명문혈에 손을 댔다.

파지직! 화르르륵!

군림마황기와 구유마공이 동시에 개방되었다.

* * *

“……!”

담사영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본 단리후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

“……사부님?”

그때였다.

우우우웅.

담사영의 안광이 칠채색으로 물들었다.

단리후의 눈빛이 바뀌었다. 어느새 사부님의 의식은 가라앉고, 그 위에 천룡궁주 무명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담사영, 아니 무명이 말했다.

“정말이지 대단하군, 마교주.”

“무슨 말씀이신지?”

“천마가 철혈성주의 몸에 박힌 천룡기를 뽑아냈어.”

단리후는 깜짝 놀랐다.

“극에 이른 혈화신기로 연마된 천룡기가 아니었소? 게다가 송금백 스스로 불린 힘이니, 무슨 수를 써도 없애지 못할 거라 하지 않았소?”

“그게 정상이야.”

그 말인즉, 지금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비정상적인 일을 주도하는 사람은 마교주 서량이었다.

무명은 나직이 감탄했다.

“정말이지 몇 번을 감탄하게 하는지 모르겠어. 스스로 키운 천룡기를 사람의 힘으로 뽑아낼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거든.”

“그렇다면 마교주는 사람이 아닌 것이로군.”

“말이 그렇게 되나?”

단리후가 고개를 저었다.

“얼마 전, 사부님께서 말씀하셨소. 만일 당신께서 천룡술법을 익히지 않았다면 그와 박빙의 승부를 이뤘을 거라고.”

“그가 그렇게 말하던가?”

“그렇소. 사부님께서는 무신(武神)이오. 천하 그 누구보다도 깊은 경지에 도달한 그분께서 박빙이라고까지 말씀하셨다면, 마교주 서량 역시 사람이라고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소이다.”

“틀렸어.”

“……?”

“담사영은 진다.”

단리후의 눈이 번뜩였다.

“그 무슨 망발이오?”

“망발이 아니라 사실이야. 그래, 무공의 수준을 논하자면 박빙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확실해. 술법을 배제하고 무공으로만 승부를 가린다면, 나는 마교주의 승률이 더 높다고 봐.”

“이유가 있소?”

“강하니까.”

“…….”

“그는 강해. 그 강함은 담사영과는 다른 종류의 강함이야. 담사영은 천하를 손에 넣기 위해 본인의 그릇 이상의 세력을 모아 환란을 일으켰지만, 마교주는 달라.”

“무엇이 다르다는 거요.”

“그의 그릇은 지금도 커지고 있어.”

“……!”

“무릇 사람의 그릇이란 천성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야. 말하자면 타고난다는 거야. 하지만 그는 재능과 그릇 자체를 발전시키는 사람이더군.”

“그걸 어떻게 아시오?”

“송금백에게서 마교주의 과거를 보았으니까.”

“…….”

“하지만 걱정하지 마. 담사영에게는 내가 있으니까.”

무명이 서늘하게 웃었다.

“어차피 난 네 녀석을 천하의 주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해야 마땅해. 그리고 그 길에, 담사영의 존재는 필수 불가결이지.”

단리후는 말없이 무명을 노려보았다.

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왜? 담사영에게 들킬까 봐 겁이 나나?”

“…….”

“걱정하지 마. 지금의 대화는 그가 들을 수 없으니까.”

“……언사는 항상 조심해야 마땅하오. 당신의 능력은 실로 위협적이지만, 마교주가 그랬듯 경험이 극히 미흡하오.”

“조심하라는 뜻으로 알겠어.”

“그렇소.”

무명의 두 눈이 다시 칠채색을 발했다.

“잊지 마. 너와 난 거래를 했어. 그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너는 죽어서도 안식을 얻지 못할 거야.”

츠츠츠츠.

그의 안광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단리후가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그래.”

담사영의 얼굴이 굳어졌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송금백 그놈이, 마교주 놈과 손을 잡을 거라 보느냐?”

“일단 그렇게 상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네 말이 옳다.”

“사부님.”

단리후가 단정 짓듯 말했다.

“그럼 슬슬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담사영의 눈이 반짝였다.

“선공을 날리자는 것이냐?”

“정확히는, 선 없는 전쟁으로 가자는 뜻입니다.”

“……역사에 악인으로 이름을 남겨 보자?”

“그 하나를 포기하면 많은 것들이 쉬워집니다. 저희는 아직 옥새를 발견하지 못했고, 철혈성주까지 빼앗겼으며, 혈신기의 이력으로 전력의 공백까지 생겼습니다.”

“흠.”

“차라리 이쪽에서 먼저 나서서 놈들을 긴장케 한 후, 시간을 더 끌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후 혈신기의 이력이 완료되면, 그때 천재지변을 일으켜 보시지요.”

담사영의 눈이 깊어졌다.

대답 없는 그의 얼굴에 은근한 혼란이 일었다.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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