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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552화 (551/774)

552화. 마신출도(魔神出道) (2)

“이, 이런!”

단리후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 뜨였다.

‘마교주가 왜 여기에!’

이제는 상대를 보지 않아도, 상대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화아아악!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압도적인 마기가 일대의 숲 전체를 휘어 감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범위였다. 수십 장이니 수백 장이니 하는 수준이 아니라, 수십 리를 아우르는 절대마기가 지상에 기어 올라온 마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알리고 있었다.

그 마기를 느끼며, 단리후는 직감했다.

‘이길 수 없다!’

화경을 코앞에 둔, 이미 반쯤은 그 영역에 발을 걸친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끌고 온 오천의 황군으로도 어떻게 해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전쟁은 정정당당하게 평지에서 맞붙는 전면전 따위가 아니었다. 마교주의 저 인간 같지 않은 마기와 불벼락을 소환하는 능력을 볼 때, 지형지물만 잘 활용하면 천 단위의 병력을 날려 버리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물론 그 전에, 한 사람이 저만한 힘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악스러웠다.

‘발전했다?!’

단리후의 안색이 극도로 창백해졌다.

‘거기서 또 발전했다고? 대체 어떻게!’

화경으로 올라가기 위해,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무공과 술법을 연성했다.

희대의 천재라 불리는 자신조차도 그 하나의 계단을 밟고 올라서기 위해 영육(靈肉)의 소멸을 감수하고 단련했다는 얘기다. 그러고도 아직 완전히 넘어서지 못한 것이 화경의 벽이다.

한데 저자는 뭔가.

자신보다도 어린 나이에 화경, 극마의 경지에 오른 것도 모자라 수개월 만에 철혈성주를 패퇴시킬 만큼 강해지더니, 이제는 살아 움직이는 재앙이 되었다.

이치를 역행하는 마공 때문인가?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연성한 마공 덕분에 저런 강함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걸까?

뭐가 됐든 의미 없다.

어떤 방법을 썼건, 상상을 초월하는 재능과 목숨을 건 노력 없이는 저리 강해질 수 없다.

‘안 된다.’

단리후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저자와 맞서선 안 돼! 절대로!’

팟!

단리후의 신형이 북쪽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나아갔다.

무공에서 보법 최고의 경지를 축지성촌(縮地成寸)이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지는 술법계에도 존재한다.

화공일보(化空一步).

단리후는 화경의 경지에 완전히 안착하지 못했는데도 화공일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애초에 지금보다 약했을 때도 서량이 놀랄 만큼 빨랐던 그인지라 가능한 보행이었다.

순식간에 아군의 집결지로 도착한 단리후가 외쳤다.

“전원 진군을 준비하라! 우리는 이대로 북행(北行)한다!”

천인장(千人將)들은 당황했다.

“시, 신장님? 어찌……?”

단리후가 버럭 성을 냈다.

“닥쳐라! 명을 내렸으면 반문하지 말고 따르라!”

“예, 예!”

지금껏 한 번도 감정을 드러낸 적 없던 장군이 엄청나게 다급한 목소리로 외친다. 뭐가 되었든, 분명 큰일이 일어난 것이리라.

치리리링!

순식간에 준비를 마친 오천 병력과 교룡조 한 개조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교룡조!”

“예, 신장님.”

“교룡조는 후미를 맡는다! 따라오는 병력을 최대한 쳐 낼 것이며, 혹여 감당키 힘들다는 판단이 서면 곧장 산개하여 도주한다!”

교룡 오 조의 조장 막번은 당황했다.

‘도주라니?!’

교룡조는 총 아홉 개의 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조장은 구파 장문인급 혹은 그 이상의 무력을 지니고 있다. 심지어 상위 조장 둘은 화경급 고수다.

게다가 조원들 하나하나의 전투력 역시 최정상급이라 한 개조만 해도 중소 문파 하나쯤은 거뜬히 불사를 수 있고, 대문파와 전면전을 벌여도 며칠을 버틸 수 있다.

거기에 훈련된 오천 정예병과 술법의 천재 단리후까지 있다. 이 정도 병력이면 능히 한 성(省)을 쓸어 버릴 수 있다.

그리고 그 일을 가능케 하는 중추 역할을 단리후가 맡을 것이다. 지형지물을 활용한 천룡술법이라면, 상황에 따라 화경의 고수 둘 이상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지금 남쪽에서는 한 개 성(省)을 휩쓸 전력보다도 더 강한 전력이 북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닌가.’

막번의 눈이 흔들렸다.

‘더 강한 수준을 넘어 압도할 정도의 전력이 아니고서야 단리 신장님께서 저리 다급할 이유가…….’

그때였다.

쿠구구궁!

땅이 흔들렸다.

“헉!”

“지, 지진?!”

지진이라니? 하필 이런 순간에?

“지진이 아니다!”

순간 막번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굳을 대로 굳은 단리후의 얼굴, 부동심만이 가득하던 그의 얼굴 위로 선명한 공포가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마교주다.”

막번은 깜짝 놀랐다.

“마, 마교주라면 천마(天魔)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분명 놀라운 일이다.

십대천마, 염라마제 서량의 무공은 능히 천하제일이라 불릴 만하다. 그런 사람이 본진이나 전선도 아니고 뜬금없이 귀주성에 나타났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막번은 이해할 수 없었다.

“마교주 혼자입니까?”

“마교주가 부리는 영수 둘도 있다. 필시 마교주를 지키는 호위들도 있을 것이다.”

“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다급히 후퇴해야 한단 말인가?

아니, 오히려 목숨을 걸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천 병력을 몽땅 잃는 한이 있더라도, 천마를 잡을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전과(戰果)가 아닌가.

설령 천마를 잡지 못해도, 그에게 치명상을 안겨 주거나 그를 지키는 호위들만 싹 죽여도 굉장한 성과였다. 마교주의 호위는 하나같이 정상급 고수들로 이루어졌다고 했으니, 그를 둘러싼 방벽을 날려 버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걸 단리후가 모를 리 없다.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면 북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것이다.

‘최소 병력만 있는 게 아니구나!’

막번은 애써 이해했다.

‘마교주와 영수, 호위들에 더해 다른 병력도 있는 거야.’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게 옳다. 마교에서 교주는 신(神)이니, 그가 아무리 강해도 마땅히 엄청난 전력이 따라붙을 것이다.

“더! 더 빨리 움직여라! 단숨에 귀주성을 벗어나야 한다!”

무리한 주문이었다.

여유 있게 왔다곤 해도, 며칠 동안 밀림을 헤치고 남하했다. 그 거리를 쉬지 않고 주파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확히는, 단리후와 교룡조는 가능해도 황군은 불가능했다. 그들은 집단전의 최강자지만, 개개인의 수준은 고수라 불릴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무리한 주문이라도 명이 떨어진 이상 무조건 따라야 한다. 그것이 군대다.

“더 빨리 달려라! 체력이 안 되면 갑주라도 벗어!”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황군이 입은 갑주는 그 자체로 황궁의 위엄을 상징한다. 그 갑주를 벗어 던지고서라도 도주하라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전력이 쫓아오고 있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그 추측은, 점차 현실로 드러났다.

콰아아앙!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음과 함께 다시 한번 땅이 흔들렸다.

막번은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

그의 입이 쩍 벌어졌다.

‘나, 나무? 바위?’

바싹 타거나 산산이 부서진 나무들이 하늘 높이 솟구치고 있었다.

개중에는 뿌리째 허공을 가르는 나무도 있었다. 중간부터 뚝 부러진 게 아니라, 아예 뿌리부터 뽑혀 날아가는 것이다.

바위를 드는 것보다 거목의 뿌리를 뽑는 게 더 어려운 것은 상식이다. 한데 한 아름이 넘는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하늘을 난다.

그리고 그 나무들은?

화르르르르!

어디서 솟구쳤는지 모를 적백의 화염에 휩싸여 순식간에 재가 되었다.

지옥의 불길이었다. 초고온의 불꽃이 뿜어내는 화력이 어찌나 강한지, 수십 리가 떨어진 거리임에도 공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뭐야?’

막번의 눈이 흔들렸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그때였다.

번쩍! 콰르르르릉!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무시무시한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쾅! 콰르릉! 화르르륵!

지면을 둘로 쪼개 버릴 기세로 내리꽂힌 벼락이 한순간에 숲을 초토화시켰다.

하늘에서는 벼락이, 땅에서는 화염의 돌풍이 치솟고 있다. 그 지독한 뇌화(雷火)의 홍수에 숲이 흐느껴 우는 듯했다.

단리후의 눈이 충혈되었다.

‘안 된다.’

그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저 소름 끼치는 마신의 손아귀에서, 모두가 벗어날 길은 없다는 것을.

정말이지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저 뇌화를 뿜는 괴력난신(怪力亂神)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없다. 싸움? 그것이 가능했다면 애초에 도망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위이잉! 위이이이잉!

태양신기가 상단전의 영역을 확장했다.

치이이이익!

쏟아져 들어오는 월음신기가 상단전의 힘을 첨예하게 벼려 주었다.

사고의 속도가 무서운 속도로 증폭되었다. 일월(日月)의 양대 신기(神氣)를 이용해 두뇌의 능력 자체를 끌어올린 것이다. 일월의 혈신기를 이룬 자만이 가능한 궁극의 능력이었다.

‘북? 동? 서? 어디로?’

파르르르.

단리후의 동공이 미친 듯이 떨렸다. 아니, 동공이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떨리는 것처럼 보였다.

‘놈은 끝까지 쫓아온다. 이미 물어뜯을 각오를 한 마교주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를 잡을 것이다. 그렇다면……?’

순간 단리후의 안광이 불을 뿜었다.

‘혼란 유도.’

썩 마음에 드는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천룡궁주 무명이 천마를 만나러 가기 전 헤아릴 수 없는 민초들의 목숨을 손에 쥐었다고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천마는 천룡궁주의 협박 아닌 협박에 그녀를 얌전히 보내 주었다.

같은 수법을 쓰기엔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존심을 챙기겠다고 고급의 병력을 날려 버릴 순 없는 노릇이니까.

“저 앞에서 길을 틀어라!”

우우우우웅!

단리후의 손에서 음양의 술력(術力)이 치솟았다.

“북동쪽! 마교도들이 진을 치고 있는 호남 전선의 좌측을 훑고 올라간다! 만에 하나 마교도들이 덤벼든다면…….”

제기랄.

입에 담기조차 꺼려지는 명령이다. 애초에 그들에게 이런 명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자신 역시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양민을 학살해라! 민초의 목숨을 담보로 잡는다면, 마교도 놈들은 절대 허튼수작을 부리지 못해!”

말을 하면서도 허탈함을 금할 수 없었다.

마교도라고 멸시를 받는 그들은 오히려 민초를 살리려 하고, 천하를 다스리는 황궁 소속인 자신들은 서슴없이 민초의 목숨을 날리려 한다.

‘이번뿐이다. 이번 위기만 지나면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단리후가 막번을 향해 외쳤다.

“오 조장! 자네가 선두에 서게! 반드시 이 병력을 지켜야 해!”

“시, 신장님께서는?!”

“적의 추적을 교란하고 따라가겠다! 어서 가도록 해!”

막번이 입술을 깨물었다.

“명을 받듭니다!”

콰앙!

북동쪽으로 선회하는 병력의 후미에 남은 단리후가 그대로 손을 쳐들었다.

“크압!”

콰아앙!

지반이 약한 대지를 찍어 눌러 길을 끊어 버린다.

어마어마한 술력을 쏟아부은 일격이었다. 단리후는 순간 삼단전(三丹田)의 기가 동시에 허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으아아아!”

쾅! 콰르르릉! 화르르륵!

오행의 기운 중 혈목신기(血木神氣)를 퍼부어 혈화신기(血火神氣)의 힘을 극대화하고, 타오르는 혈화신기를 그대로 태양신기로 이어 최강의 화력을 퍼부었다.

부글부글!

땅이 무너지고, 나무는 재가 되었으며, 흙이 허연 연기를 뿜어내며 녹아들었다.

‘됐다!’

단 한 사람의 힘으로 술법의 진(陣)을 펼쳤다. 영역 안으로 들어온 자는 누구라도 불태워 소멸시키는 태양분천진(太陽焚天陣)이었다.

‘이 정도면 시간 벌이로 나쁘지 않을 거야.’

그때였다.

파지지지지직! 퍼어어엉!

십여 그루의 나무를 몽땅 박살 내며 일인이수(一人二獸)가 등장했다.

도무지 이승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진정한 괴력난신들이.

“이렇게 보니 꽤 반갑군. 그렇지 않은가?”

단리후가 침을 삼켰다.

“……천마.”

서량이 하늘이 떠나가라 웃었다.

소름 끼치는 악귀의 웃음이었다.

“오냐. 내가 천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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