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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553화 (552/774)

553화. 마신출도(魔神出道) (3)

“총군사님! 급보입니다!”

“보고하게.”

“현재 대호법, 환희원주, 신장부주 외 부서별 담당 수뇌부들이 이끈 병력 오백이 야수궁의 외성을 무너트렸다고 합니다!”

호요성의 눈이 번뜩였다.

“야수궁이라.”

보고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유추할 수 있다. 이미 교주님께서 전부 말씀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렇군. 놈들이 야수궁과 손을 잡고 바깥쪽에서부터 우리를 치려고 했던 것이군.”

천하의 호요성도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야수궁의 참전 자체는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대담하게 귀주성에서부터 함께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귀주성 역시 천마신교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이다.

‘상당히 과격하게 나오는군.’

귀주성에서 힘을 합쳤다면 상당히 골치가 아플 뻔했다. 설령 공격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적의 전력이 주둔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을 테니까.

즉, 교주님께서는 그 쓸데없는 부담부터 지우고 나아가신 것이다.

‘정말이지 대단하시군.’

이 사태는 자신은 물론 교주님도 예상치 못했다.

다만, 교주님께서는 적의 의지를 읽었다. 머리로는 예상하지 못했을지언정 그 비정상적으로 발달된 감각으로, 곧장 호남으로 올라가시려던 길을 틀어 귀주성부터 밟고 가신 것이다.

‘사람의 능력이 아니다.’

수천 리 떨어져 있는 적의 살의(殺意)를 읽고 적군의 이동 방향을 예측해 냈다.

당신 스스로도 확신은 못 하셨지만, 결과는 명백했다. 교주님께서 읽은 적의(敵意)는 분명했다.

‘대체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신 것일까.’

군략가가 보았을 때, 서량의 능력은 그야말로 신이 주신 선물이나 다를 바 없다.

적의 의지가 향하는 곳을 안다? 그것은 적이 어디를 노리는지를 정보 없이도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전쟁에서 엄청난 이득이 된다. 이미 이겨 놓고 싸우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다만 완벽하진 않다는 게 아쉬울 뿐.’

호요성은 서량의 말을 떠올렸다.

- 이건 담사영의 의지일 것이다. 아마 그의 살의는 읽어도, 다른 이의 살의는 읽지 못할 거야. 오직 그만이 나와 같은 세계에 들어와 있으니까.

즉, 타인과 전혀 다른 영역에 오른 특출난 자이기에 오히려 읽혔다는 뜻이다.

하기야 만인(萬人)의 의지를 하나하나 다 읽어 낼 수 있다면 이미 사람의 육신에 얽매일 까닭이 없을 것이다.

‘관건은 담사영도 교주님의 살의를 읽을 수 있느냐인데.’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이번 전쟁에서 두 수장은 작전에 관여할 수 없다. 서로가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데 어찌 싸움이 되겠는가.

다만 호요성은, 담사영의 능력이 교주님을 따라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논리가 아닌 본능의 감이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즉, 놈의 능력치가 상승하기 전에 교주님을 이용, 최대한 많은 이점을 얻어 내고 가야 한다.’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내려다보던 호요성이 시커먼 깃발을 잡았다. 교주 서량을 상징하는 깃발이었다.

“교주님께 연락 드리게. 전선에 도착하는 즉시 하오문을 이용하라고. 총군사의 연락이 닿기 전까지 전선의 군사(軍師)는 교주님이시니, 전선 운용에 한해서는 오직 당신의 판단을 믿으시라 전하게.”

“알겠습니다.”

호요성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다면?’

교주님께서 전장을 맡아 주신다. 그렇다면 자신은 전장 바깥을 담당하면 된다.

호요성이 붉은 깃발을 들어 안휘성에 놓았다.

“그리고 철혈성주에게도 연락하게. 슬슬 압박을 시도하라고. 저쪽이 빙궁의 병력에 눈을 돌려서는 안 돼.”

* * *

‘이럴 수가.’

너무 놀라서 쑥쑥 빠져나간 술력이 무서운 속도로 차오르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이런 불합리한……!’

쿠구구궁! 콰직!

지진이 일며 절벽 끝에 매달린 나무가 뿌리부터 뜯어져 나가다 떨어졌다.

화아아아악!

무시무시한 열풍에 숨쉬기도 힘들었다.

바람에 섞인 살기는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짙었다. 게다가 불어오는 바람 곳곳에 극히 미세한 번갯불이 튀었다.

더는 마공을 발산하는 게 아닌데도 방전 현상이 일어나고, 지독한 열기가 전해졌다.

‘이자가 정녕 인간이 맞단 말인가!’

단리후의 얼굴에 허망함이 어렸다.

천 근이 훌쩍 넘는 붉은 눈의 호랑이, 그런 호랑이와 비슷한 체구의 신비로운 황금빛 여우.

그리고 그 사이에 서서, 거대한 칼을 어깨에 걸친 채 이쪽을 내려다보는 한 사내.

‘더 커졌다.’

칠 척에 가까운 장신에 태산이라도 떠받들 듯 굴강한 어깨는 엄청난 위압감을 발했다. 길게 뻗은 굵직한 팔다리는 천신(天神)들이 사는 궁전의 기둥과 같았고, 펄럭이는 전포는 피 보라가 뭉친 것처럼 섬뜩해 보였다.

분명 미소를 짓고 있지만 두 눈에는 나른함이 가득했다. 세상 어떤 힘이라도 발아래로 보는 절대자의 안광이었다.

너무나도 높이 올라가 버린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고독의 무게감이 서량에게도 깃든 것이다.

마치 이천상이 그랬던 것처럼.

홀로 천하를 겁박할 수 있기에 도리어 흥미를 잃어버린 이천상보다도 훨씬 더 위험한 마신(魔神)이다. 이제는 고금에서도 비할 만한 자를 찾기 힘든 경지에 오른 그였기에, 당대의 누구도 그의 경지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단리후라고 했던가.”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은 저음이었다.

나른함과 흥미로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목소리에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다. 나직한 목소리임에도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린다. 존재 자체가 재앙이 되어 버린 마신의 힘이었다.

“확실히 네놈도 제법이란 말이지. 명백한 적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세 번이나 마주한 자는 몇 없었어. 보통은 첫 만남으로 끝나 버리니까.”

“……!!”

“자랑스러워하라. 작정하고 죽이려 들지 않았다 한들, 이 나와 또 한 번 마주하게 된 너의 운명에 찬사를 보낸다.”

그야말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문제는 그 오만함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당대의 제일을 넘어, 이제는 고금의 절대자들과 비견해야 할 경지에 오른 무적의 마신이기에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단리후가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괴물이 되셨구려.”

“죽여야 할 놈을 죽이기 위해선 뭐든 될 수 있지.”

“……대체 당신 정체가 뭐요?”

단리후는 자신이 이런 말을 내뱉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제는 상대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전대 천마이자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라 칭송받는 이천상의 그림자마저 지우기 시작한 파괴의 화신 앞에서, 그 질문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번쩍!

서량의 왼쪽 눈에서 시퍼런 번갯불이 일었다.

“천마신교의 삼십육대 교주이자 열 번째로 천마의 칭호를 받은 사람이자.”

화르르륵!

서량의 오른쪽 눈에서 시뻘건 화염이 일었다.

“깊고 깊은 원한의 사슬을 끊고 일어나 이제는 천하를 손아귀에 쥐려 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품었던 꿈을 현실로 이루고자 하는 바보지.”

“…….”

“네 사부란 작자도 똑같지 않더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단리후가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알았소?”

“무엇을?”

“우리가 야수궁과 손을 잡고 귀주성에 병력을 주둔시키려 한 것 말이오. 설마하니, 야수궁에 첩자라도 보낸 것이오?”

서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행동이 묘하게 느릿하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더더욱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첩자가 있다 한들, 이리도 시기적절하게 찾아올 수 있었을까 싶구나.”

이제는 완연히 아랫사람 대하듯 한다.

“하면 어떻게 안 거요? 대체 당신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어떤 운명을 타고났기에 사사건건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냔 말이오!”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격양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싸움은 정파와 마도의 싸움이기 전에 담사영과 서량의 싸움이었고, 단리후는 지금껏 담사영의 뒤를 받쳐 주며 적을 상대해 왔다.

단리후는 똑똑했다. 술법이나 무공의 재능을 떠나, 사람 자체가 뛰어났다. 능히 천재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천재가, 수십 년간의 권력 투쟁으로 정파 무림의 정점에 선 괴물과 머리를 맞대었는데도 천마신교를 몰아칠 수가 없었다.

뭐 하나 통하나 싶으면 상상도 못 한 곳에서 역공이 들어오고, 이런 의도라고 예측하고 방비하면 말도 안 되는 귀계로 압박하여 허탈하게 만든다.

담사영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 뿐, 정말이지 단리후는 몇 번이나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 그런 감정을 느끼고도 부동심을 이루었다며 자신한 스스로에게 혐오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허튼소리.”

후우우우웅.

천마도가 바람을 갈랐다.

“난 그저 나의 앞길을 막는 놈들을 모조리 박살 내며 나아갈 뿐이다.”

화르르르륵!

천마도에서 적백의 화염이 일렁였다.

단리후의 눈이 커졌다.

쿠어어어엉!

환상처럼 들려오는 용음(龍吟)에 소름이 돋았다.

천마도를 휘감고 치솟은 용형(龍形)의 화염이 서량의 머리 위에서 꿈틀거렸다. 불꽃으로 이루어진 용이라 하나, 그 정교함이 실로 대단하여 실제 화룡(火龍)을 보는 듯했다.

시뻘건 몸체에 하얀 안광을 뿜는 화룡.

구유마공의 염혈화룡이었다. 마동필의 염혈화룡과는 그 정교함과 화력이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른함으로 가득했던 서량의 얼굴에 한순간 싸늘한 미소가 어렸다.

“병력의 안전을 위해 미끼를 자처한 네놈을 내가 어떻게 해 주면 되겠느냐?”

“……!!”

“네 번의 만남까진 필요치 않겠지?”

콰르르릉! 번쩍!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온 벼락이 화룡의 몸체를 휘감았다.

초식의 한계를 넘어 의지로 형을 만들고, 그 형에 내외(內外)의 기(氣)를 더하는 반선(半仙)의 경지다. 나 자신의 기를 천지간의 기운과 동조하여, 환상에서만 존재하는 괴력난신의 존재를 현실로 구현해 낸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서량이었다.

마제가 아닌, 마신(魔神)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당대 천하제일인의 위용이었다.

“잘 가거라.”

“잠깐!”

서량은 단리후의 말을 듣지 않았다. 어차피 대화를 나누어 봐야 입만 아플 사이였으며, 놈이 협박이라도 하면 괜히 심기만 상할 것이다.

단리후가 서둘러 말했다.

“한 지역을 드리겠소.”

“음?”

천마도를 쳐든 서량이 고개를 모로 갸웃거렸다.

“지역이라?”

“……혈신기. 혈신기가 도사리고 있는 지역 하나를 알려 드리겠소.”

서량이 피식 웃었다.

“그런 교섭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느냐?”

“천룡궁주에게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오. 혈신기가 폭발하면 그 일대의 민초들이 모두 목숨을 잃을 것임을.”

“그래서?”

단리후가 침을 삼켰다.

본래는 양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상대를 협박하려 했지만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런 협박이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서량은, 당대 천마는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진정한 마신이 되어 있었다.

“그만한 힘을 당신이 흡수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큰 선물이 되지 않겠소?”

“큰 선물이지. 한데 네놈을 살려 줘야 하지 않느냐?”

“나 하나의 목숨으로 그만한 힘을 가져갈 수 있다면……!”

“혹, 알고 있느냐?”

서량이 천마도를 크게 휘둘렀다.

“너희는 참 말이 많아.”

제석의 광채를 두른 화룡이 단숨에 단리후를 집어삼켰다.

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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