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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585화 (584/774)

585화. 유희는 없다 (3)

"후우."

"보이나?"

"응, 보여."

"여전히 성공 가능성은 칠 할인가?"

"칠 할보다는 조금 더 높겠어. 하지만 만약 당신이 더 많은 힘을 비축하겠다고 한다면…… 그땐 더 낮아지겠지."

"그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쓸 생각은 없어. 어차피 시간이야 많으니까."

"시간이 많다고? 정말?"

"물론이다."

"당신, 확실한 거지?"

"적어도 네 녀석의 술법보다는 확실하지."

"노파심에 한마디 할게. 당신, 아직도 그를 키우던 개쯤으로 생각하는 거라면……."

"키우던 개라고 생각하면 왜? 안 될 게 있나?"

"……."

"키우던 개에게 물려 죽은 못난 놈들은 많아. 하지만 난 여전히 놈을 개라고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대체 뭘 배운 거야?"

"물릴 수도 있다는 것. 아니, 나 역시 이미 호되게 물려 버린 못난 놈이라는 것."

"……!"

"그 하나를 인정하니, 속은 쓰려도 많은 게 편해지더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이미 여러 번 말했지만, 당신이 그를 개라고 업신여기는 한 절대로 이길 수 없어."

"……."

"그는 호랑이야. 그리고 호랑이는 절대 길들일 수 없지. 야성을 숨긴 채 때를 노리던 호랑이를 다뤄 봤다고 해서 개라고 치부해선 안 되지."

"그래서 뭐 달라지는 거라도 있나?"

"지금까지 내 말을 뭘로 들은 거야?"

"개든 호랑이든, 결국 짐승에 불과해. 그리고 지금 내 말처럼, 이런 대화는 의미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지."

"……."

"위험한 적이다. 그 하나만 알고 있으면 돼. 그러니 그 부분은 이만 신경 끄고, 네 녀석이 해야 할 일이나 똑바로 하도록."

"후우."

"술법 가동은 언제쯤으로 알고 있으면 되겠나?"

"열흘 후. 그리고 술법이 시작되면 칠 일간 절대 움직일 수 없어."

"나도 슬슬 준비를 해 둬야겠군."

"황태자는 어때?"

"잘 자고 있다. 뭘 먹을 수 없는 상태라 그런지 조금씩 말라 가더군."

"수분 섭취에만 신경 써 줘. 몸이 말라 가도, 타고난 생기(生氣)가 강해서 버티는 데엔 문제가 없을 거야."

"그렇게 하지."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할게."

"말해라."

"만일…… 이 술법이 성공하면……."

"……."

"그때가 되면, 당신은 진정 위험한 존재가 될 거야. 혈원기(血原氣)와 칠기(七氣)를 받아들이는 즉시 홀로 천하를 상대할 만한 강함을 손에 넣게 되니까."

"알고 있다."

"하지만 큰 힘은 필연코 사람을 단순하게 만들어. 그것은 당신이라도 피해 갈 수 없겠지."

"……."

"힘에 휩쓸리지 마.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건 그거 하나야."

"혼자의 힘으로 천하를 일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힘보다 머리가 더 뛰어난 무기라고 생각한다.

만일 상대가 그놈이 아니었다면, 이런 식으로 무모하게 도박을 감행하지도 않았어."

"그 마음, 변치 않기를 바라지."

"조금만 더 힘을 내라. 내가 천하를 석권해야 너 역시 자유를 얻을 수 있어."

"알아. 그래서 내가 무리하고 있는 거니까."

"열흘 뒤에 다시 오겠다."

"그래."

* * *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잘 지냈는가?"

"교주님 덕분입니다."

서량이 웃으며 공야치를 일으켰다.

"안 본 새에 많이 말랐구만."

"송구하옵니다."

"축하가 너무 늦어져서 미안하네. 정식으로 문주가 된 것, 축하하네."

공야치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시간이 좀 여유로웠으면 좋겠는데, 굳이 따로 서신을 보낸 걸 보니 꽤 급한 일이 있는 모양이군."

"예, 그렇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함세."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공야치가 주청을 향해 절을 올렸다.

"미천한 신민(臣民)이 천하의 존귀한 분을 뵙습니다. 미약한 방파를 이끄는 공야치라 합니다."

주청이 서량을 힐끔거렸다.

"자네들도 이 친구만큼의 예의를 배워 뒀으면 좋았을 텐데."

서량이 콧방귀를 뀌었다.

"당신은 황제지만 나는 신이거든."

"거참."

입맛을 다신 주청이 입을 열었다.

"일어나게나."

"예."

공야치는 유례없이 공손했다. 오히려 서량을 대할 때보다 더 예의를 갖추는 것 같았다.

주청이 미소를 지었다.

"안목이 괜찮구만."

"감사합……."

"자네의 예가 진정 어린 충심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아네. 다만, 훗날 제국이 세워질 때를 대비하여 황제를 적으로 삼지는 말자는 뜻이겠지."

공야치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침묵으로 대신한 인정이었다. 주청이 웃음을 터트렸다.

"솔직해서 좋군. 그래, 나는 거짓 가득한 충심보다 꿍꿍이를 드러내는 예의가 더 좋다네."

"황공하옵니다."

"지부가 꽤 크군. 여로에 다소 고단한데, 쉴 만한 방이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숙식을 최고급으로 준비해 두었으니, 부디 편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고맙네."

그렇게 서량을 제외한 일행은 하오문도의 안내에 따라 지부의 귀빈실로 향했다.

서량이 어깨를 으쓱였다.

"여전하구만, 자네는. 빈말이라도 거짓은 입에 안 담는군."

"필요하다면 합니다만, 황제에게는 필요치 않아 보였습니다."

"안목도 여전하고."

"하하."

"이만 들어가지."

그렇게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섰다.

공야치는 서량에게 벽라춘을 대접한 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황태자에 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순간 서량의 눈이 번뜩였다.

"황태자의 반응 때문에 그러는가?"

공야치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알고 계셨습니까?"

"원래는 몰랐지. 여기까지 오면서 황제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거든.

생각해 보니, 그 자존심 강하고 무림인을 혐오하는 황태자가 왜 아무런 반응이 없는지 의아하긴 하더란 말일세."

"과연 대단하십니다."

공야치가 여러 문서 중 하나를 뽑아 서량에게 건넸다.

"이것부터 봐 주십시오."

"음."

찬찬히 문서를 읽은 서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공야치가 말을 이었다.

"담사영 측의 전력이 이동하는 걸 단 한 차례도 발견하지 못했었습니다.

병력 수가 수천을 헤아리는데, 그 움직임을 완벽하게 감춘다는 것은 보통 노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렇지."

"즉, 시간을 지체해서라도 걸리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거대한 병력이 어디로 향했는지 모르는 것도 말이 되지요."

공야치가 서늘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하오문의 모든 정보원을 중원 전역에 무차별로 풀었습니다."

서량이 공야치를 보았다.

공야치의 두 눈이 열정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보게, 공야."

"예, 교주님."

서량이 부담스럽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알아낼 필요는 없었네."

중원 전역으로 하오문의 모든 정보원을 풀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모되는 일이었다.

저마다 맡은 일마저 뒤로 제쳐 두고 움직였을 걸 생각하면, 정말이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손해를 감수했을 게 분명했다.

공야치는 대담하게도 그런 일을 했다.

성공 가능성이 그리 크지도 않은 일에, 족히 십 년 치 운영 자금에 달할 거금을 기꺼이 포기한 것이다.

공야치가 고개를 숙였다.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담사영이 패권을 쥐게 되면 하오문의 역사 역시 제 대에서 끊어지게 됩니다."

"……."

"교주님을 위해서 한 일이지만, 동시에 저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부담은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허어."

서량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왔군."

"그렇습니다."

공야치의 눈이 반짝였다.

"칠파와 삼가가 자리한 장강 이북 지역 전체를 찔러 보았습니다.

그중 사천과 섬서, 감숙, 산동, 산서 등 여러 지역에서 반발이 일었습니다. 정보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명확했지요."

"하지만 결국 뚫어 냈군."

"그렇습니다. 모든 정보원을 총동원했으니까요. 하지만 뚫리지 않은 지역이 하나 있었습니다."

서량이 문서 하단부에 적힌 지역명을 읊조렸다.

"하북."

"그렇습니다."

공야치가 미소를 지었다.

"그중에서도 황궁이 자리한 하북 북경 지역이 뚫리지 않았습니다."

서량이 한숨을 쉬었다.

"즉, 담사영의 병력이 자리한 곳은 북경이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정보망이 뚫리지 않았다고 해서 놈과 그 병력이 북경에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습니다."

공야치가 또 다른 문서 하나를 가져왔다.

"이것을 보시지요."

"이게 뭔데?"

"정보 대응 방식입니다."

"정보 대응 방식? 그게 뭐야?"

"무림인이 비무를 할 때, 초반엔 가볍게 손속을 나누며 상대의 반응을 살피곤 하지 않습니까.

정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식으로 찔러 보면 저런 식으로 대응하는, 소위 말하는 침투와 반응의 합(合)이라는 것이 있지요."

서량의 눈이 반짝였다.

"그런데?"

"문서를 보면 아시겠지만, 정보의 대응 방식이 몹시 비상식적입니다. 이건 단순히 정보 교란이라고 할 게 아니라, 아예 정보망의 파괴입니다."

"파괴?!"

"예. 이 정도로 정보망을 교란시키면, 망 자체가 근본적으로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드시 빈틈이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하지만 당장은 효과가 큽니다. 너무 혼란스러운 나머지, 뭔가 정보를 얻어 내도 그것의 의미를 쉽게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서량의 얼굴에 놀라움이 일었다.

"즉, 이번 한 번만 넘기면 그만한 정보망을 다시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서량이 다시 문서를 살폈다.

어떤 부분은 이해가 되는 듯도 했고, 또 어떤 부분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애초에 정보 업계에서 일한 적도, 배운 적도 없으니 모르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엄청나게 복잡하군.’

선과 선의 얽힘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쪽에서 주먹을 날렸는데, 반대쪽에선 주먹과 발도 모자라 칼에 창날까지 사정없이 날아오는 식이었다.

‘이건 마치…….’

서량이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마치 겁에 질린 어린애가 난장을 치는 것 같군.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모양새 같아."

공야치의 얼굴에 감탄이 일었다.

"대단하십니다. 북경의 정보망이 딱 그런 꼴입니다."

"흐음."

다리를 꼰 채 한참이나 문서를 노려보던 서량이 물었다.

"담사영 측일 확률은?"

"객관적으로 보면 팔 할 이상, 주관적인 평가로는 십 할 자신합니다."

엄청난 자신감이었다. 이 정도면 아예 확신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네."

"적이 어디 있는지 알았으니, 이제는 곧장 타격 작전을 세우시면 됩니다.

생각보다 협소한 곳에 많은 병력이 모여 있는 만큼, 고수진으로 구성된 특공 부대를 보낸다면 충분히……."

"아니, 그건 되었네."

"예?"

서량이 미소를 지었다.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되었어. 남은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야."

공야치의 눈이 흔들렸다.

"선제공격을 하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지금에 와서는 선제공격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

"정보력의 부재로 고전했던 담사영이, 오히려 정보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포기해 버렸을 만큼 필사적으로 나온 상황이야.

그런 놈에게 섣불리 병력을 보내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해."

"그, 그건 물론 그렇습니다만……."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어렵사리 얻어 낸 이 정보, 정말이지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

서량의 두 눈에 마기가 이글거렸다.

"……그랬단 말이지, 쭉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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