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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610화 (609/774)

610화. 또 하나의 신(神) (4)

후우우웅.

먹구름이 사라졌다.

하늘이 맑아지니, 쏟아지던 벼락도 자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후우."

마동필이 깊은숨을 내쉬었다.

사라락.

일행 전체를 에워쌌던 구유마화가 사라졌다.

"허."

주변을 둘러본 남궁단은 혀를 내둘렀다.

"정말 술법이었군."

쏟아지는 벼락 세례로 대지가 초토화되었더랬다.

한데 먹구름이 물러가고 나니, 어느새 세상은 정상이 되었다. 뒤집혔던 땅도, 쪼개졌던 나무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대로 돌아왔다.

‘무섭구나.’

무공이 극에 이르면 기(氣)로써 온갖 조화를 일으킬 수 있다.

술법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에 사람을 죽이거나 제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전한 무(武)와는 달리, 술법은 인간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거나 행하기 힘든 이적(異蹟)을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부였다.

극에 이르면 무공과 술법의 경계가 흐려진다고는 하나, 남궁단은 아직 기공의 끝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이 놀라운 술법에 두려움을 느꼈다. 이런 공부가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확신마저 들 정도였다.

"결국 다 눈속임에 불과합니다."

마동필이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았다.

"다만 실력 좋은 술사들의 술법이 더 그럴듯하게 보인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남궁단이 쓴웃음을 지었다.

"보기에만 그럴듯한 것치고는 자네 내상이 보통이 아닌 듯싶네."

"내상은 입지 않았습니다."

"음?"

남궁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상을 입지 않았다니? 자네의 그 기도와 피가……."

그때였다.

푸스스스스.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마동필의 기도가 무서운 속도로 정상화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종열화벽으로 소모되었던 내력이 순식간에 회복됐으며, 창백했던 안색에는 홍조까지 돌고 있었다.

남궁단과 종리영, 채여민이 입을 떡 벌렸다.

스르릉.

납검한 마동필이 고개를 저었다.

"와중에는 천지간의 힘을 빌려 실제 대자연의 힘을 끌어오는 술법들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천룡 술사들이 철혈성을 없애 버리고자 만들었던 술법진이 그렇지요. 하지만 그 정도 규모의 힘은 누군가의 희생, 혹은 오랜 시간의 준비가 필요한 법입니다."

무공은 자신의 기로 상대를 굴복시키고, 술법은 자신의 기로 상대와 동조하여 제 마음대로 부리는 것이 주(主)다.

방금 담사영의 술법이 바로 그러했다. 직접 마주친 것도 아니고, 수천 리나 떨어진 곳에서 벼락을 일으켜 상대를 죽이는 건 신선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즉, 스스로에 대한 강한 자신(自信)이 있는 동시에 이 모든 것이 허상이라는 걸 제대로 ‘알고’ 있으면, 설령 타격을 받을지라도 술법이 깨지는 순간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다.

"다만, 저도 이 술법의 정체를 중간에야 깨달았습니다. 믿음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당했습니다만, 허상이라고 믿자 본래대로 돌아왔군요."

주서윤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당한 내상을 없었던 일처럼 돌리는 것 역시 굉장한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에요. 마 호위님 정도가 아니고서야 누구도 쉽지 않을 겁니다."

마동필은 그저 웃어만 보였다.

그때, 서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주님."

"사형."

서량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무척이나 상쾌해 보였다.

"다들 놀랐지?"

그가 마동필의 어깨를 두들겼다.

"고생했다. 네가 알아서 지켜 줄 줄 알았어."

마동필이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 그래서 고마운 거지. 당연하다고 생각해 주니까."

서량이 손바닥을 마주 비볐다.

"자, 이제 슬슬 종장(終章)이다. 마지막 싸움을 준비해야겠어."

주서윤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뭘 어떻게 해? 초대장도 건넸으니, 놈이 제때 본교로 찾아올 거다."

"헉!"

모두가 깜짝 놀랐다.

"다, 담사영이 본교로 온다고요?"

"그래."

마동필의 눈이 서늘해졌다.

"전쟁 준비를 해야겠군요."

그는 상황이 왜 그렇게 돌아가게 된 건지 묻지 않았다. 그저 그런 상황에 걸맞은 대비를 할 뿐이었다.

서량이 고개를 저었다.

"전쟁 준비는 나 하나면 족해. 그리고 총군사가 이미 판을 깔아 두었을 것이다."

"예?"

서량이 주서윤을 보며 말했다.

"전에 내가 한 말 기억하고 있느냐?"

"네? 어, 어떤 말이요?"

"네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면, 무당산을 네게 맡기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아!"

주서윤의 눈빛이 대번에 바뀌었다.

"네, 그러셨어요."

"솔직히 반쯤은 빈말에 가까웠는데, 네가 이 정도까지 발전할 줄은 나도 예상치 못했다. 한 영역을 맡기기에 부족함이 없어."

주서윤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천하제일고수이자 고금에서도 손꼽히는 절대자가 하는 칭찬이다. 부끄럽기도 했고, 기분이 좋기도 했다.

"그런데 오라버니, 무당산은 이미 안전하잖아요?"

"안전하지 않다."

"네?"

"정확히는, 안전하지 않을 수가 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서량이 저 멀리 수풀 너머를 바라보았다.

황제, 그리고 황군이 모인 곳이었다.

"담사영은 본교에 홀로 찾아올 것이다. 놈이 장강을 넘으면, 그 즉시 황군과 철혈성의 병력이 황궁을 칠 것이다."

"……!"

"담사영의 남은 병력은 절대 그들을 감당할 수 없다. 하지만 그곳에는 천룡의 술사들도 존재해. 송금백이 직접 나서는 이상 설령 천룡궁주라 한들 막기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도주로는 파 놨을 것이다."

서량이 다시 주서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이 과거, 하필 왜 호북성 무당산을 본진으로 삼았는지 아느냐?"

"거점으로 삼기에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 아니었나요?"

"그런 이유도 있지.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

"당금 천하에서 무당산만큼 영기(靈氣)가 짙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

"무당산은 술사들에게 있어 최적의 영지(靈地)다. 실제로 얼마 전, 나와 함께 산에 올랐을 때 느끼지 않았더냐."

"……네."

"아마 현천 노선배만이 아닐 것이다. 크게 깨달아 무당산으로 돌아간 도사는."

주서윤의 눈이 일렁였다. 현천진인의 얼굴을 떠올리자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진 것이다.

서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금 중원에서 천룡의 술사들이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는 장소. 그게 바로 무당산이다. 무당산의 영기는 본교 고죽림에 비해도 큰 모자람이 없을 정도이니, 술사들은 그곳에 자리를 잡는 즉시 내가 나서지 않는 한 무너트리기 힘든 방벽을 쌓아 올릴 것이다."

"그래선 안 되죠."

"그래, 그래선 안 된다. 무당산과 하나가 된 무수히 많은 깨달은 자들을 위해서라도 그래선 안 되며, 새로운 세상의 주요 거점이 될 선산(仙山)이기에 그래선 안 된다."

서량이 주서윤의 어깨를 두들겼다.

"할 수 있겠느냐?"

"솔직히 자신은 없어요. 하지만 해낼 겁니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서량이 남궁단을 바라보았다.

"사매를 도와주시겠소?"

남궁단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선 황궁을 치러 가고 싶으나, 무당산을 사수하는 작전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 같소이다."

"물론이오."

"함께하리다."

"술법에 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술사들이 무당산을 점거하기 전이라면, 현천 노선배께서 충분히 도와주실 수 있을 테니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알겠소."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정녕 술사들과 부딪치는 사태가 벌어지면 지금의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것이오. 또한, 내 친구 하나도 무당산으로 보낼 것이오."

"친구?"

"있소, 그런 놈이. 한낱 미물로 태어난 주제에 사람 잘 만나서 영왕(靈王)의 요안(妖眼)에도 홀리지 않는 괴물이 된 호랑이가."

서량이 종리영과 채여민을 바라보았다.

"어떠냐, 두 사람은?"

"네?"

"짧은 시간이었지만, 천하를 둘러본 감상이 어떠하냐?"

채여민의 얼굴이 흥분으로 붉어졌다.

"엄청 넓어요! 저요, 무공 수련하느라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꼭 중원 여행을 하고 싶어요!"

"하하하."

채여민다운 말이었다.

반면 종리영의 반응은 한결 진중했다.

"천하는 넓고도 신비로웠습니다. 다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묘한 불안감도 느꼈어요."

"그래?"

"예.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누가 천하의 주인이 되었든, 천하의 구성원인 민초들의 삶만큼은 지켜야만 한다고. 또한, 아버지께서 왜 그리 양민들의 삶에 관여해선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지 깨달았습니다."

"호오."

"죽어도 우리만 죽어야지, 이 멋진 세상에 이런 분위기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서량이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잘 봤다. 바로 그거야. 우리는 천하에 속해 있지만, 양민들과는 사는 세계가 다르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어도 우리의 일은 무림 안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다."

"예."

"거경가주께서 아들내미 하나는 제대로 키웠구나."

종리영이 고개를 숙였다. 목덜미가 빨갛게 달아오른 걸 보니 어지간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서량이 마동필을 보았다.

"동필아."

"예, 교주님."

"우리는 영이와 여민이를 데리고 남하한다. 하지만 난 곧장 대산(大山)으로 향할 것이니, 네가 책임지고 두 사람을 거경가에 데려다주고 와야 한다."

"물론입니다."

"미안하다."

남들은 서량이 왜 사과하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마동필은 사과의 의미를 금세 알아챘다.

이번 싸움은, 말하자면 길고 길었던 서량 인생의 마지막 싸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분란을 겪겠지만, 서량이라는 존재의 인생에 있어 이 이상 독하고 화려한 싸움은 없을 것이다.

바로 그런 자리에, 마동필이 함께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량은 그에게 미안해했다.

마동필이 미소를 지었다. 그 진심 어린 미소에는 아무런 아쉬움도 묻어나지 않았다.

"그저 한결같이 교주님을 모실 뿐입니다. 이번 싸움이 마무리되면, 이후의 싸움은 모두 제가 맡겠습니다."

"하하하!"

서량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들 다 됐지?"

"예."

"자, 그럼."

후우우우웅. 팍!

어디선가 날아온 천마도가 서량의 손에 잡혔다.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고들."

일각 후.

일행이 각자가 가야 하는 곳으로 흩어졌다.

* * *

"후우."

가볍게 숨을 내쉬는 담사영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드리워졌다.

그 모습을 보며, 무명이 물었다.

"긴장했어?"

"긴장? 이 내가?"

"그래."

물끄러미 무명을 보던 담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긴장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아는 자야말로 진정 강한 자라고 하였다.

무명은 담사영이 한층 강해졌음을 실감했다.

이유인즉.

"하지만 이 긴장이 그리 싫진 않군. 아무리 생각해도 질 것 같지가 않아."

무명이 미소를 지었다.

"혼자 갈 거야?"

"물론이다. 내 생의 마지막 싸움이야. 수준도 안 되는 잔챙이들을 끌고 가서 구경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

"……음."

무명이 담사영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혈신기가 거의 자리를 잡았어."

"그런가?"

"그래. 이 정도면 대산까지 이틀이면 도착하겠군."

하북 북경에서 광동성 십만대산까지 불과 이틀. 절대 인간의 속도가 아니었다.

"잘 싸우고 와."

내게 천하를 안겨 주려면.

담사영이 웃으며 말했다.

"놈들이 황궁을 치러 올 것이다. 대비나 똑바로 하도록."

미안하지만 천하는 내 것이다.

떠나는 사람, 그리고 보내 주는 사람.

웃으며 얘기하지만, 결국은 동상이몽을 꾸는 둘이었다.

"그럼."

훅.

담사영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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