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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618화 (617/774)

618화. 숙적(宿敵) (6)

파아아아악!

시뻘건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우우우우우웅!

담사영의 눈이 흔들렸다.

"왜 그래?"

서량이 씨익 웃었다.

"더 전진이 안 되나?"

천하에서 가장 위협적인 흑색 뇌전, 군림마황기의 내공 방벽을 일권(一拳)에 깨부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내공 방벽을 부순 주먹이 그대로 서량의 흉골을 부수고 심장을 꿰뚫어야 정상이거늘, 그의 주먹은 서량의 흉근에 가로막힌 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도 강한 힘을 얻었으면서, 주먹질은 왜 이리 어설픈고?"

"이익!"

담사영이 장(掌)으로 서량의 턱을 후려쳤다.

쾅!

턱뼈가 으스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일격.

그러나 이번에도 담사영의 공격은 유효타를 내지 못했다. 막강한 일격임은 의심할 나위가 없었지만, 그 일격은 서량의 고개만 돌아가게 했을 뿐 어떠한 상처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뭐 하는 거지?"

"……!!"

"내 권각을 막았을 때보다 더 약해졌잖아? 아직 몸이 덜 풀렸나?"

"이놈!"

담사영의 쌍장이 서량의 가슴팍에 적중했다.

콰아아아앙!

태산이라도 뒤흔들 듯 막강한 장력이었다. 서량의 두 발이 땅에 기다란 고랑을 만들었다. 그 거리가 무려 십여 장에 육박했다.

그 막강하기 짝이 없는 일격에 몸뚱이가 박살 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일까?

푸스스스스.

서량의 가슴에서 탁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담사영의 눈이 흔들렸다.

"흐음."

천천히 고개를 들고는 가볍게 목을 꺾는 서량의 표정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이번 건 괜찮았어.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

"근데 이게 끝인가?"

담사영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쾅!

무서운 속도로 접근한 담사영이 서량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콰콰쾅! 퍼어엉!

청천의 신장(神掌)이 서량의 안면에 적중하고, 허상의 청검(靑劍)이 그의 쇄골을 후려쳤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안면에 삼격, 쇄골에 일격을 허용했음에도 서량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아니, 펄럭이는 마왕보의에조차 해진 자국 하나가 없었다.

‘이게 무슨!’

퍼퍼퍼펑!

중첩권(重疊拳)으로 상체 급소들을 다단 타격했고, 질풍처럼 빠른 각법으로 놈의 목을 갈겼다.

퍼억! 퍼어어억! 퍼어억! 쾅!

팔꿈치로 정수리를 내리찍었으며, 머리채를 잡아끌어 무릎으로 안면을 가격했다. 칼날처럼 쭉 뻗은 수검(手劍)으로 옆구리를 찔렀으며, 혼신의 힘을 다한 일권(一拳)으로 아랫배를 후려쳤다.

콰드드드득!

서량의 몸이 미친 듯이 흔들리며 후방으로 밀려났다.

담사영의 얼굴이 더더욱 일그러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인간의 골육이 아니라 강철로 이루어졌대도 타격 부위가 찢어지고 부서질 만한 공격이었다.

그래도 서량은 멀쩡했다. 오히려 공격을 가한 담사영의 팔꿈치와 무릎, 손과 주먹에 찌르르한 통증이 남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엄청난 탄력이었다. 금강불괴도 이 정도는 안 될 것이다. 단순히 단단한 것이 아니라 피부 자체에 무지막지한 반탄력이 깃들어 있어, 공격을 가한 사람의 육체에 충격을 주고 있었다.

"……개 같은!"

콰르르르릉!

어두운 뇌전의 그물로 뒤덮였던 하늘에서 붉은 광채가 일렁였다.

"어디 이것도 막을 수 있는지 보겠다."

담사영이 하늘로 손을 뻗었다.

동시에 시뻘건 뇌광(雷光)이 사방으로 뻗은 나무뿌리처럼 떨어져 내렸다.

번쩍! 콰아아앙!

붉은 뇌전, 뇌신보화낙뢰술(雷神普化落雷術)이 외성 전체를 부수기 시작했다.

뇌기(雷氣)를 다루는 술법은 술력의 깨달음이 극치에 달한 자가 아니면 언감생심 흉내도 낼 수 없었다. 나아가 뇌신보화낙뢰술 역시 회룡풍과 같은 뇌술(雷術) 최강의 술법으로, 구현되는 즉시 반경 백여 장에 마구잡이로 벼락을 뿌리는 천재지변급 술법이었다.

애초에 술법의 이름부터가 뇌신보화다. 구천응원뇌신보화천존(九天應元雷神普化天尊), 봉신(封神) 후에 뇌부신(雷部神)에 임명된 문중의 이름을 딴 술법이니만큼 그 위력이야 말할 것도 없으리라.

심지어 그 최강의 술법을 천하에 퍼트린 혈원기의 발전형, 진천룡기로 구사했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전각이 박살 나고, 땅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커다란 구멍들엔 온통 새카만 어둠만이 가득할 뿐,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 깊이가 어마어마하다는 뜻으로, 실제로 이 술법을 펼쳐 본 건 처음인 담사영조차도 깜짝 놀랄 위력이었다.

‘그래, 이 정도라면.’

담사영이 충혈된 눈으로 서량을 보았다.

파지지지지직!

서량은 시뻘건 벼락에 갇힌 채 그림자만 보이고 있었다. 그림자가 꿈틀거리는 모양새를 보니, 확실히 제대로 된 타격이 들어간 것 같았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네가 아니라 이천상이라 할지라도 무사치 못할 것이다.’

이천상이 구사하는 무공은 천재지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건 지금 자신이 구사하는 술법 역시 마찬가지였다.

즉, 이것은 고금제일인에게도 통하는 술법이라는 것이다. 그런 술법에 직격타를 당하고도 멀쩡할 수는 없다.

푸스스스스스.

무려 반 각이 넘도록 대지를 초토화하던 붉은 벼락이 이내 잠잠해졌다.

‘후우.’

담사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역시."

이 정도로 위력적인 술법을 반 각 동안 펼쳐 냈음에도 진천룡기는 채 절반도 소모되지 않았다.

담사영의 얼굴에 환희의 미소가 어렸다.

"나는 무적이니라."

그때였다.

"푸핫!"

시커먼 연기로 가득한 저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담사영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무적이라는 말, 그렇게 쉽게 쓰는 게 아니지."

후우우우우웅.

기묘한 바람이 불었다.

내공의 힘으로 공기를 제어해 일으킨 바람이 아니었다. 이 강풍은 분명 자연적인 바람이었다.

하지만 왜일까? 꼭 ‘누군가’의 의지에 따라 불어오는 바람처럼 느껴졌다.

휘이이이이잉!

휘몰아치는 바람이 시커먼 연기와 먼지를 모조리 걷어 냈다.

그리고, 그곳에 서량이 있었다.

"……!!"

담사영의 눈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끄응."

우두둑.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어깨를 매만지는 서량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확실히 나쁘지 않았어."

펄럭!

바람에 따라 펄럭이는 마왕보의가 담사영의 두 눈을 어지럽혔다.

‘이럴 수가…….’

담사영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 왔다.

‘멀쩡하다고? 이 벼락을 맞고도?!’

이 정도 벼락에 직격을 당하면 자신조차도 멀쩡할 리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천상도 버틸 수 없을 거라 자신하는 술법이었다. 무신(武神)이든 마신(魔神)이든, 일단 살아 움직이는 자라면 누구라도 멸할 수 있는 절대의 술법이란 말이다.

한데도 서량은 멀쩡했다.

피부가 조금 붉게 달아오른 걸 제외하면, 정말 아무 이상도 없는 것 같았다. 심지어 입고 있는 의복조차도 상한 곳이 없지 않은가.

"너, 너는 대체……?!"

"이제 알겠나?"

후우우웅! 타악!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 천마도가 서량의 손에 잡혔다.

파지지지지직!

이제 완전한 흑색으로 물든 뇌전이 천마도의 도신 전체에 번뜩였다.

화르르르륵!

칼을 쥐지 않은 왼손에는 하얗게 물든 화염이 물결처럼 일렁였다. 구유마화가 극한까지 발현된 것이다.

후우우욱!

담사영은 저도 모르게 오 장 밖으로 물러났다.

시커먼 벼락과 백열하는 마화(魔火)가 무시무시한 열기를 퍼트리고 있었다. 천하의 담사영조차도 거리를 벌리지 않고선 피부가 녹아 버릴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대비되는 뇌화(雷火)의 색은, 서량의 안광까지 침범하고 있었다.

파지지지지직!

서량의 좌측 눈이 완전한 어둠으로 물들었다.

화르르르륵!

우측 눈에는 순백의 화염이 꼬리를 일으키며 불타오르고 있었다.

좌청우홍의 절대마안이, 지금에 이르러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한다.

완전한 흑색 뇌전, 이는 곧 대성한 군림마황기가 그 틀조차 벗어났다는 뜻과도 같다.

완전한 백색 화염, 이는 곧 구유마공이 신마종도식을 넘어 이론으로만 만들어 두었던 지옥문의 마지막 오 식(五式)으로 접어들었다는 뜻과도 같았다.

치이이이익!

서량의 두 눈에서 새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번쩍! 번쩍!

좌흑우백의 마안이 서서히 합쳐지며 흰자위와 검은 동공의 색이 뒤바뀌었다.

마신안(魔神眼)이다.

흉포하고 화려하기만 했던 좌청우홍의 마안이, 한없는 위엄으로 가득한 흑백 역전의 마신안으로 변모했다.

좌청우홍의 마안을 흩뿌리던 서량.

그리고 좌홍우청의 사안을 흩뿌리던 담사영.

두 사람의 부딪침이 운명이었다면, 이제 서량은 그 부딪침 속에서 운명을 깨부수고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갔다.

담사영은 더 이상 서량의 적이 아니었다. 대척점도 아니었으며, 마주 싸워 볼 만한 호적수조차도 아니었다.

그렇게 서량이 완성(完成)되었다.

"호랑이 없는 산에서는 여우가 대장 노릇을 하는 법이지."

"……!!"

"무적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알 바 아니다만, 호랑이 앞에서도 건방을 떨면 안 되지."

"……이놈."

파지지지지직!

쏟아지는 기파가 마치 하늘이 붕괴되어 쏟아지는 것처럼 무겁고 텁텁했다.

"이놈! 이 개 같은 놈!"

콰르르릉!

담사영의 등 뒤로 오행의 기운이 뻗어 나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 저편에서 태양의 열기와 달의 음기가 동시에 쏟아져 들어왔다.

칠요(七耀)의 모든 혈원기를 불러내는 그였다. 지금 이 순간, 천룡궁의 모든 힘을 지상으로 구현해 내는 담사영의 존재는 가히 대자연과 하나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네놈이 감히 내 앞에서!!"

담사영이 양손을 펼쳤다.

"죽엇!!"

퍼퍼퍼퍼퍼펑펑!

"……?!"

담사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뭐지?

혈화, 혈금, 혈수, 혈지, 혈목의 오행기는 물론 태양과 음월의 모든 기운이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왜 아무런 일도 없는 것이지?

담사영이 천천히 등을 돌렸다.

"……?!"

등 뒤에서부터 솟구친 칠요의 신기(神氣)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외부 요인 때문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제멋대로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대체 왜?

"굳이 그런 짓을 하지 않아도, 너는 내 상대가 못 돼."

서량의 입이 열렸다.

위협적인 번갯불과 아지랑이처럼 새하얀 백염(白炎)이 동시에 뿜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 충신(忠臣)은 그리 생각지 않았던 모양이지.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 죽어 가는 그 순간까지 나를 위해 생(生)을 바친 걸 보면."

"……무슨 개소리냐!"

"군림마황기."

"뭐?!"

서량이 미소를 지었다.

검은 동공과 흰자위가 역전된 마신안의 소유자가 짓는 미소는 공포 그 자체였다.

"고루마존이 네놈의 상단전에 심어 둔 군림마황기가 내 마황기와 공명하고 있다."

"……!!"

"네 몸에는, 고루마존이 쑤셔 박은 나의 군림마황기가 활개 치고 있단 말이다."

담사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량이 턱을 치켜들었다.

"군림마황기는 천룡기와 달라. 군림마황기의 본질은 철저한 파괴. 그 경지가 올라가면 외물은 물론 진기(眞氣), 나아가 사람의 정신과 영혼까지도 파괴한다."

파지지지직!

천마도가 높이 들리며 시커먼 뇌전이 화려하게 바스러졌다.

"내게 살의를 품으면 품을수록, 네 머리에 자리 잡은 군림마황기는 너의 술력을 하나하나 확실하게 파괴할 것이다. 하지만……."

서량이 하얗게 웃었다.

진짜 마신이라도 된 양 눈에 띄게 길어진 송곳니가 담사영의 눈을 아프게 찔렀다.

"마무리는 내가 짓는 것이 맞겠지."

번쩍!

화려한 일도(一刀)와 함께 먹구름이 반으로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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