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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 외전-38화 (714/774)

외전 38화. 은밀한 임무 (6)

“조장님!”

부하에게 서신을 받은 풍전의 눈이 커졌다.

“동이 트기 전에 정보권 본부 앞까지 도착할 수 있다고?”

십만대산은 그 말처럼 수많은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 봉우리가 끝나는 지점으로부터 외부로 백 리가 본부, 정보망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지역이었다.

정보망이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곧 병력 배치도 빠르다는 뜻이다. 실제로 신교 백 리 안에는 수많은 마인이 정찰을 하고 있었다.

‘이놈들 봐라?’

백 리 안으로 들어오면 놈들을 잡아내기 힘들다.

아무 죄가 없는 교도를 납치하는 일이었다. 걸려도 윗선에서 어떻게든 처리하겠지만, 애초에 걸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다른 걸 떠나, 이런 일 하나도 잡음 없이 처리하지 못한다면 윗사람의 눈 밖에 나게 될 것이다.

“이거 진짜인가?”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보입니다.”

“물론 그렇긴 하지만.”

놈들은 자신들이 나서는 걸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설마 윗선에서 정보를 통제하지 않았을 리는 없고.’

풍전이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인가.’

동트기 전에 정보권 본부 영역까지 온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사람 하나를 이송하고 오는 것까지 감안하면 일류 중의 일류라고 할 수 있었다.

풍전의 생각을 읽었는지, 부하가 말했다.

“놈들의 실력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그렇군.”

“본부까지 들어온다면 아무래도 일이 힘들어지지 않겠습니까?”

풍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더 움직이도록 하지.”

다섯 마인은 이천상 일행이 잡은 경로 그대로 이동했다.

반나절 뒤.

“안 보이는군.”

사방을 둘러보는 풍전의 눈빛이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정보대로라면 슬슬 보여야 할 텐데.”

이상한 일이었다.

풍전이 서 있는 곳은 양곡로 끝 지점이 훤히 보이는 곳이었다.

정보대로 놈들이 양곡로를 타고 온다면 확실하게 보여야 했다. 한데 사람은커녕 짐승 한 마리 눈에 띄지 않았다.

“혹시 길이 엇갈렸을까요?”

“그럴 리가 없다.”

잠시 고민한 풍전이 턱으로 양곡로와 반대쪽 협곡을 가리켰다.

“둘씩 짝을 지어 양쪽을 수색해라. 그리고…….”

너희 실력이라면 애송이들에게 당할 리가 없다, 그렇게 말하려던 풍전은 입을 다물었다. 그 말 자체가 놈들이 이 작전을 알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었다.

“……뭔가 일이 생기면 즉시 연막탄을 터트려라.”

“명을 받듭니다!”

발 빠르게 이동하는 수하들을 보며, 풍전은 생각했다.

‘하긴, 별일이야 있으려고.’

냉정하게 생각해서 그 애송이들이 이쪽의 존재를 알 리도 없고, 알아도 붙어서 질 리가 없다.

정보 역시 그렇다. 설령 알았다 한들, 허위 정보를 흘리겠다는 발상은 쉽게 하기 힘들다. 형법당이 이천상이라는 놈의 뒤를 봐주고 있으니 넘어가 줄 수야 있겠지만, 일부러 다른 정보를 보낸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풍전은 이내 조소를 흘렸다.

“옛날 버릇 나오는군.”

임무에 나가면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된다.

신교육대 부관 시절에도 행정과 훈련, 작전 검토를 했지 실제 임무에 나간 적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 몇 번의 임무만으로도 모든 상황을 십 할로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목숨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군사부로 들어와 평화로운 일상에 젖어 든 풍전은, 의심보다 현실에 안주하는 성향이 커졌다. 뭐,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고작 애송이 셋을 잡는데 이렇게까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조금 늦어지나 보군. 하기야 거리가 얼마인데.”

자리에 앉은 풍전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잠깐 쉬어 볼까.”

그렇게 반 시진이 지났다.

“…….”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

해는 서쪽으로 거의 다 넘어가서 흐릿한 붉은빛을 토해 내는 게 고작이었고, 별 많은 하늘에는 흩어진 구름 조각들이 천천히 이동 중이었다.

“……이상한데.”

그가 중얼거리는 사이 지던 석양이 자취를 감추고, 세상은 어둠으로 뒤덮였다.

밤이 된 하늘은 풍전의 마음만큼이나 어두웠다. 유독 달이 밝은 날이라 시야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아무래도 낮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왜 돌아오지 않지?”

일류 고수의 신법은 범부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체력 좋은 청년이 십 리를 달릴 때, 일류 무림인은 그 시간에 두 배에서 세 배는 더 긴 거리를 주파할 수 있다.

특히나 마공을 연성한 마인들은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쓰기가 쉬워, 단거리에 있어서 여느 무림인들보다 더 빠르게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즉, 정보를 기반으로 녀석들이 오는 거리와 수하들이 달린 거리를 생각하면 지금쯤 발견하고 돌아와야 정상이다.

‘이 정도면 무조건 발견해야 하는데?’

저 멀리 양곡로 끝 지점까지, 절벽을 타고 내려가 도달하는 데에 일각이면 충분하다. 실제로 그 정도가 걸렸고, 나머지는 양곡로를 따라 목표물들이 올 길을 삼각 동안 달렸을 것이다.

양곡로 끝에서 삼각. 주변을 경계하며 달렸다고는 해도 목표물들을 포착했어야 했다.

‘설마?’

순간적으로 놈들에게 당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휘하 부하들은 하나하나가 신교육대의 고참급 무공의 소유자들이었다. 정면 승부로 패배할 만한 놈들이 아니거니와, 기습까지 한다면 결과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왜 이리 불안한가?

풍전이 품에서 작은 피리를 꺼내 들었다.

삐이이익.

풍전의 피리 소리는 수도 없이 듣고 판별해 낸 경험이 없다면 절정고수라도 여느 새소리와 구분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당연히 풍전의 수하들은 이 피리 소리를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알았다.

하지만.

“…….”

마땅히 들려야 할 수하들의 피리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풍전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 버렸다.

‘일이 터졌구나!’

그때였다.

삐이익!

협곡 너머에서 피리 소리가 들렸다.

한참이나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제야 풍전의 얼굴에 약간의 안심이 떠올랐다.

‘멍청한 놈들, 그렇게까지 멀리 들어갔단 말인가.’

하기야 어디까지 수색하라고 말을 한 적이 없으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이 불안함만 아니었다면, 도리어 칭찬을 해줘도 무방할 열성이었다.

문제는 양곡로 쪽이었다.

‘양곡로는 협곡보다 훨씬 굽이진 길이다. 같은 시간이라면 협곡으로 간 녀석들의 반절 거리도 못 갔을 터, 피리 소리를 훨씬 잘 들을 수 있을 텐데.’

풍전은 허리춤에 걸린 장도를 움켜쥐었다. 불안감이 커지자 저도 모르게 가장 신뢰하는 무기를 쥐는 것이다.

‘안 되겠군.’

그가 피리를 끊어 불렀다.

삐익! 삐익! 삐이이익!

그러자 협곡 쪽 멀리서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이이익!

너무 멀리서 들리는 소리라 희미했지만, 중요한 건 들렸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

반면 여전히 양곡로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풍전은 언덕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쩔 수 없다. 기다렸다가 함께 수색에 들어가야겠어.’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협곡으로 들어갔던 수하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리도 너무 멀고 밤이라 선명하진 않았지만, 어두운 복면은 분명 수하들의 그것이었다.

부하들의 존재에, 풍전은 반가움과 초조함을 동시에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빨리 달려오라고 버럭 소리치고 싶었다.

타다닥!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수하들이 절벽을 타고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꽤 힘들었는지 절벽에 발을 딛는 소리가 다소 둔탁했다. 아무리 일류 고수라도 반 시진 넘게 쉬지도 못하고 수색했으니 지치는 게 당연하리라.

풍전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목표물들의 무공 수위가 내 예상보다 강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부하들을 어떻게 한 거지? 만약 서로 부딪쳤다면 칼 소리나 발경이 폭발하는 소리라도 들려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기습을 당했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놈들이,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상부에서 일 처리를 그리 물렁하게 했을 리가 없어. 놈들은 우리가 오는 것을 절대 모르고 있을 것…….’

그때였다.

‘응?’

문득 절벽을 타고 오르는 발소리 하나가 신경 쓰였다.

‘많이 지쳤나. 왜 이리 묵직하지.’

군사부 소속원들은 지닌 무력 대비 경신술이 뛰어난 편이다. 아무리 지쳤다고는 해도 이렇게나 발소리가 무거워질 만큼 만만하게 단련된 이들이 아니다.

‘어디 다치기라도 한 건가?’

풍전이 천천히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순간 그의 눈에 의아함이 어렸다.

발소리가 묵직한 녀석이 이상하게 커 보였다. 그가 대동하고 온 수하들은 체격이 크지 않았다. 날쌔게 움직이는 데에 특화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못 본 것일까?

풍전이 다른 부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

다른 한 부하는 체격이 크지 않았다.

크지 않은 게 아니라 작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달빛에 드러난 미묘한 체형은 사내의 그것이 아니었다.

‘여자?’

풍전의 눈이 벼락같이 두 사람의 눈빛을 읽었다.

여인의 체격을 지닌 복면인의 눈빛은 어딘지 모르게 긴장한 기색이었고, 덩치가 있는 복면인의 눈빛은…… 너무나도 무심하고 냉정해서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오싹!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감각.

풍전의 오른손이 칼자루를 쥐는 순간이었다.

펑!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황색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다. 두 복면인에게서 퍼진 황색 연기가 빠르게 그들을 가렸다.

놀라움의 중첩이었다. 풍전은 정말 깜짝 놀랐다.

‘연막탄?!’

그냥 연막탄이 아니라 내전 전투 부대원들이 쓰는 연막탄이었다. 터지는 순간 사방을 뒤덮는 이 연기는 아군의 움직임을 막고 적의 시야를 교란하는 데에 특화된 물건이었다.

물론 절정고수인 풍전의 오감을 속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밤이었고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 나왔다는 것이다.

당황한 풍전은 순간적으로 두 사람의 기척을 놓쳤다.

훅!

연기 속으로 칼을 휘두르려던 그는 절벽 좌측에서 강한 살기를 느꼈다.

“거기냐!”

우우우우웅!

도신에 잔뜩 발경을 담은 풍전이 강력한 일도(一刀)를 내리치려 할 때.

터어어어엉! 퍼억!

한 줄기 굵고 예리한 표창이 그의 오른쪽 어깨를 꿰뚫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가슴이 뚫렸을 것이다.

“큭!”

티잉!

그가 왼손으로 뚫린 어깨를 매만졌다.

‘헉! 이건?!’

뚫린 게 전부가 아니었다. 어깨를 뚫은 표창은 어느새 벌어져 후면 어깨에 걸려 있었고, 그 표창을 묶은 기다란 줄이 연막 안으로 이어져 있었다.

‘신표비갑!!’

우우우웅!

세인승에 강한 마기가 실렸다.

파삭!

절벽 아래로 끌어당겨진다. 풍전의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쿠우웅!

그가 선 절벽이 강한 진동으로 흔들렸다. 좌측에서 올라오는 복면인이 절벽에 발경을 실어 친 것이다.

풍전의 두 발이 미세하게 떴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세인승을 박아 넣은 복면인은 때를 놓치지 않았다.

티이이이잉!

“으아악!”

풍전의 몸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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