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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 외전-62화 (694/774)

외전 62화. 죽음의 전령 (6)

가벼운 술자리가 끝난 후.

사령관사를 나온 이천상이 귀창에게 물었다.

“바로 주무시오?”

“그렇다네.”

이천상은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귀창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어렸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율적산이 쾌활한 어조로 말했다.

“한잔 더 하고 싶은 모양이지. 나도 그렇거든. 어떻게, 근처에 좋은 술집 아나? 호미루가 그렇게 괜찮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이천상이 말했다.

“우리는 임무 시 사령부의 부관으로서 부대를 조율하고 그 외에는 각주로서 야차들의 생활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입장이오.”

“알고 있네. 한데 왜?”

“부대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부대원들끼리의 화합이 중요하오. 개개인의 다툼이야 언제나 생길 수 있는 요소지만, 그로 인해 부대의 기강이 흐트러진다면 상관으로서 일벌백계를 내려야 하는바, 알면서도 그것을 무시하는 행위는 상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오.”

이게 느닷없이 무슨 말인가?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다시 이천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천상이 포권을 취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일각 건물로 향했다.

뜬금없는 얘기에, 뜬금없는 마무리였다.

율적산이 툴툴거렸다.

“뭐야, 저놈? 싱겁게.”

“…….”

“하여간 저 녀석과는 죽이 잘 맞을 것 같지가 않아. 네놈보다 더 딱딱한 녀석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얼핏 봐도 규율에 살고 죽는 녀석 같지 않으냐?”

“그렇진 않아 보이던데.”

“어엉?”

“생각보다 융통성이 있어 보였다.”

“저 얼음보다 차갑고 공기보다 무심해 뵈는 녀석이?”

“융통성 없는 놈이 그렇게 파격적인 무공을 구사할 수 있을 것 같나?”

“어…… 그런가?”

율적산이 입맛을 쩍 다셨다.

“여하간 더 안 마실 거면 나 혼자 마시련다. 내일 보자고.”

“과음은 금물이다.”

“알아, 이놈아.”

“너도 내상을 입었어. 완벽한 몸 관리도 부대원의 소양이다.”

“어이쿠, 이건 뭐 반찬 투정하는 자식놈 등짝을 호시탐탐 노리는 어머니가 따로 없구먼.”

율적산이 휘적휘적 걸어 나갔다.

“먼저 간다.”

“그래.”

이윽고 홀로 남은 귀창은 가만히 이천상의 말을 곱씹었다.

“……그냥 하는 말 같지는 않은데.”

* * *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임무 명령이 떨어졌지만, 출교까지는 아직 닷새가 더 남은 시점이었다.

양백호는 세 부관에게 아직 임무 전달을 하지 말 것을 명했다.

상부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미리 일정을 잡았다가 중간에 명령이 틀어지면 괜히 김만 샌다.

한두 번이야 괜찮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상부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 양백호는 그런 섬세한 것들을 생각할 줄 알았다.

부관들이 제자리를 잡았기 때문일까.

그간 진법 훈련의 성취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올랐다.

이천상의 안목은 신속, 정확했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은 탁월하다는 말로도 형용이 불가능했다.

진법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뛰어나며 순간적인 대응 능력도 좋으니 자연 일각의 야차들을 조율하는 능력도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똑똑한 것과 사람을 다루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그런 것을 봤을 때 확실히 이천상은 남다른 바가 있었다.

그간의 훈련을 거치며, 율적산과 귀창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령주님의 안목이 정확했다.’

양백호에 대한 믿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확고하다.

하지만 이천상이 저렇게까지 뛰어난 인재인 줄은 몰랐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백오십 명이나 되는 부대원들을 조율하는 능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것은 일주일 전 비무 덕분이기도 했다.

일각 내에서도 이천상의 고속 승진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 존재했다. 인간의 질투심은 이성으로 막을 수 없는 것,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비무에서, 오히려 강자인 율적산과 귀창보다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준 이천상을 야차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직 질투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능력만큼은 신뢰한다. 마인들은 단순해서 자신보다 강한 자라고 인정하면 고개를 숙이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다.

덕분에 일각은 짧은 시간,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개인의 무력만 놓고 보면 삼각이 가장 뛰어났지만, 부대 전력만 놓고 보면 일각이 최고였다. 결속력과 진법의 이해도가 지극히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이천상의 능력을 본 율적산과 귀창은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마인으로서 이천상보다 낫다지만, 그들은 같은 부관이었다. 마인의 덕목은 강함뿐이지만, 부관에게 강함은 여러 덕목 중 하나일 뿐이었다.

다행히 두 사람의 경쟁심은 필요한 만큼 발휘되었다. 경쟁심이 과하여 상대를 질시하거나 모난 생각을 품을 위인들이 아닌 것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천상도 양백호의 인선을 인정했다. 분명 그는 상관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게 다시 이틀이 지나.

양백호는 대대적으로 임무를 발표했다.

* * *

그날 밤.

사령관사에 모여 임무를 논의하던 네 사람의 업무도 끝이 났다.

“이 정도로 하고, 남은 건 내일 또 얘기하도록 하지.”

그때, 귀창이 손을 들었다.

양백호가 턱을 들었다.

“뭔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

“시간이 괜찮으시면…… 진법 강의를 부탁드립니다.”

“어?”

상상도 못 한 발언이었다. 하물며 다 보는 앞에서 귀창이 그런 부탁을 할 줄은 몰랐다.

율적산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해 주신다면, 저도 듣겠습니다.”

“물론 자네들이 원한다면 날 새도록 강의해 줄 수야 있지만, 갑자기 왜 그러나?”

“따라가기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힘들다니? 고작 이 주 만에 이토록 유연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었던 건 자네들 덕분이야. 자네들도 내 말을 제대로 이해했으니 야차들을 잘 지휘한 것 아닌가.”

“명령 내려 주신 진법이야 다 이해했습니다만.”

“한데?”

율적산이 한숨을 퍽퍽 쉬며 이천상을 흘겨보았다.

“일각주의 이해도가 너무 높아서 말입니다. 우리가 세 번 들어야 이해할 것을 한 번 듣고 응용까지 해 버리잖습니까.”

“허허.”

양백호 역시 이천상의 능력은 인정하고 있었다.

“일각주가 그 방면에서 뛰어난 역량을 자랑하고 있는 건 사실일세. 하지만 일각주가 과하게 뛰어난 것이지, 자네들 역시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어.”

거짓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진법에 대한 두 사람의 이해도 역시 평균을 상회했다.

특히 사람을 다뤄 본 경력이 있는지라, 강한 위엄으로 휘하 야차들을 휘어잡는 능력이 뛰어났다. 그 부분에서만큼은 이천상보다도 나았다.

“그 이상을 알아야 야차들이 물어볼 때, 궁금해할 때 바로바로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령주님께서 알려 주신 것들이야 다 외우고 이해했지만, 상관으로서 더 많이, 더 자세히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어.”

“알아서 독 될 것이 없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양백호가 껄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율적산과 귀창, 두 사람 모두 삿된 유혹에 휩쓸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이들보다 더 강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많이 알지만, 굳이 둘을 데리고 온 것은 그들의 건강한 정신 때문이었다.

‘내 눈이 맞았어.’

완성된 무인은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서로서로 자극하고, 부하들과 함께 성장해야 비로소 하나가 되는 법이었다. 그런 면에 있어서 두 사람은 양백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좋지. 부하들의 열정이 이리 대단하거늘, 상관이 그것을 무시해서야 쓰겠는가.”

양백호가 책장에서 세 권의 책을 꺼내 들었다.

“몸 관리도 해야 하니, 훈련이 끝난 후 한 시진만 공부하세. 그 정도면 되겠지?”

“감사합니다.”

양백호가 이천상을 바라보았다.

“자넨 어쩔 텐가?”

“저는 내일부터 참여하겠습니다.”

“좋네.”

율적산이 투덜거렸다.

“참여하지 마. 제발 그러지 마. 그래도 선배 마인인데 잘난 척 좀 해 보자.”

“나도 아직 부족한 게 많소.”

“알아!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지! 하지만 나보다 조금 덜 잘났으면 좋겠어서 그래!”

솔직하기 짝이 없는 그 발언에 양백호가 폭소를 터트렸다.

환경이 달라져서일까? 양백호는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더 부드러웠다. 물론 훈련이나 시간 규율만큼은 여전히 칼 같았지만.

“말 나온 김에 바로 시작하지. 그리고 일각주, 수고 많았네.”

“수고하십시오.”

그렇게 세 사람은 남고 한 사람은 관사를 나섰다.

관사에서 일각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범부가 뛰어도 반 각이 채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이천상은 그 적당한 거리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성이라.’

그들의 임무는 단순했다. 바로 호마상단(胡馬商團)을 기습, 관련자를 사로잡아 신교로 이송해 오는 것이었다.

호마상단은 본래 중원 북부에서 시작한 상단이었다. 북방에서 나는 말을 유통하여 큰돈을 번 그들은, 남부로 내려와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천상은 알고 있었다. 그들의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정확히는, 상단이 보유한 무력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막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천상은 양부의 말을 떠올렸다.

- 말이 상단이지 사실상 흑도방파나 다를 바가 없다. 마도칠가(魔道七家)에 비할 순 없지만, 어지간한 중소 문파들을 눈 아래로 볼 만한 이들이지. 나도 공무로 얽힌 게 아니라면 굳이 만나고 싶지 않은 자들이야.

양부는 상단의 주인이었다. 상단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니 공무 운운할 필요 없이 거래를 중지하면 그만이었다.

처음 흑마대에 이송되어 신교에 왔을 때야 비로소 이천상은 깨달았다. 양부가 말했던 공무가 어떤 의미였는지.

바로 정파 무림에게 정보를 건네주는 일을 말함이었다.

‘그간 들은 내용을 조합해 봤을 때, 호마상단이 정파 쪽과 줄을 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잡아들이라는 건 내부의 일일 확률이 높다.’

이천상의 눈이 하늘을 향했다.

쏟아질 것처럼 많은 별이 제각기 은은한 빛을 발했다.

순간 이천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게 아름다운가.’

아직도 그 심정을 모르겠다.

아름다워하는 이유를 짐작한다. 그러나 마음 깊이 이해할 수는 없었다.

‘나도 아직 멀었어.’

공무외가 준 개정단이 중단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도헌은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효력을 체감하지 못했다. 공무외가 도헌을 속였을 리는 없으니, 확실히 자신의 체질이 평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이천상은 고개를 저었다.

‘마공 연성에 힘써야겠군.’

임무를 떠올리다가 별을 보았고, 별을 보다가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말하자면 잡스러운 생각이었다. 이전의 이천상이라면 이런 한가로운 생각으로 시간을 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깨닫지 못했지만, 그 역시 달라지고 있었다.

아주 미세하게.

‘공기가 좋군.’

건물 앞에 도달한 이천상이 뒤편 공터로 시선을 돌렸다.

유독 밤공기가 좋았다. 이런 날엔 방보다는 밖에서 운공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이천상이 공터로 가서 가부좌를 틀려 할 때였다.

‘……?’

이천상이 뒷산을 바라보았다.

일전 허필과 함께 연치상을 대상으로 점혈법을 공부했던 그곳이었다.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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