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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 외전-102화 (752/774)

외전 102화. 검은 악마의 후예 (2)

사령부 연무장.

“지금부터 너희에게 새로운 마공을 가르치려 한다.”

이미 얘기를 들었는지, 그 말을 들은 야차 중 당황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은은한 흥분이 어린 얼굴들을 한차례 훑은 양백호가 피식 웃으며 각주들을 바라보았다.

“뭐야? 이미 다 말했나?”

멋쩍은 표정으로 헛기침하는 율적산 대신 귀창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차피 알려질 사실 아닙니까.”

“자네들 입이 그렇게 가벼운 줄은 몰랐군.”

“새로운 무공 앞에서 누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딴에는 맞는 말이었다.

실제로 율적산과 귀창은 보름 전부터 새로운 마공을 배우고 있었다. 창조된 새 마공이 그들이 익혔던 것보다 더 뛰어나서였다.

상관이지만 그들 또한 야차인바. 당연히 배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져온 것은 총 세 가지의 마공 비급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너희에게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권한은 없다. 이유인즉, 우리가 부대 조직이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이든 각자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하다.

그중 전투 부대라면 죽음을 각오하고 수행해야 할 역할이라는 게 있다. 그래야 전체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이 마공들은 그 수준에 있어 거의 차이가 없는 고차원적인 무공들이다. 특성이 다를 뿐 극에 도달하기 힘든 것은 똑같기에, 각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강해지는 속도도 다를 것이다.”

말을 멈춘 양백호는 한차례 야차들의 얼굴을 보았다.

야차 중 실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선택을 하든 말든, 어떤 마공이라도 지금 자신들이 익힌 것보다 뛰어나다면 그 자체로 천운이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천운이 맞기도 했다. 당장 이 정도 마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교의 수뇌부와 선이 닿아도 될까 말까 했으니까.

기대로 반짝이는 그들의 눈을 웃으며 보던 양백호의 얼굴이 일순 걱정으로 흐려졌다.

그는 이천상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 솔직히 나는 반대하네. 나 역시 우리 부대가 강해지기를 원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힘은 지나치게 위험하기 때문일세. 게다가 새로운 마공을 배웠다는 사실을 함구시켜야 할 텐데, 이 많은 야차의 입을 봉할 방법이 있겠는가?

- 저는 이번 임무로 인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 무엇인가.

- 야차사령이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 위험하다니?

- 우리 부대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상부에서 충돌이 일어났음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형법당주와 이어진 수뇌부, 즉 백골신마의 반대편에 선 누군가가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겁니다.

- ……!

- 당장은 어쩌지 못하겠지요. 그러나 그들의 권력을 생각하면, 언제 어떤 방법으로 우리를 무너트릴지 모릅니다. 대놓고는 못 하겠지만, 앞으로 힘든 나날들이 지속되겠지요.

- 백골신마 어르신의 손자가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겠는가?

- 유상천의 존재는 크나큰 방벽임과 동시에 절대적인 약점이기도 합니다. 만에 하나 반대쪽에서 유상천을 잡고 백골신마를 흔들려 한다면, 그 전에 우리 역시 엄청난 피해를 보겠지요.

- 허어.

-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우리가 모두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순간이 정말로 온다면, 억울하게 죽는 사람을 하나라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이천상의 마지막 말, 그중 ‘억울함’이라는 단어가 양백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렇다. 억울하게 죽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신교 생활을 하면서,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온갖 견제를 다 당했던 사람이 그였다. 사무치는 억울함에 몇 번이고 신교를 벗어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억울해서는 안 된다. 죽음을 눈앞에 뒀을 때, 적어도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는 자부심 하나는 있어야만 했다.

우려도 컸지만, 후회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훨씬 더 컸다.

양백호가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너희에게 할 말이 있다.”

운을 뗀 양백호가 이천상을 힐끔거렸다.

이천상은 묵묵히 야차들을 보고 있었다.

양백호가 말을 이었다.

“너희도 알 것이다. 새로운 마공을 배우기 위해서는 나름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위 마공이라도 윗선의 재가를 받지 못하면 열람할 수 없지.”

율적산과 귀창의 몸이 움찔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온 이 마공들은…… 상부의 재가를 받지 않은 마공들이다.”

순간 야차들의 눈이 흔들렸다.

술렁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잘 훈련된 마인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아닌 누구도 모르는 마공들이다. 이 마공들을 어떤 식으로 입수했는가는 너희가 알 필요 없다. 다만, 상부에서 훔쳐 오거나 불법적으로 입수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약속한다.”

잠시 말을 멈춘 양백호가 목을 가다듬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천상을 주축으로 자신과 도헌, 이후에는 율적산과 귀창까지 합심하여 만든 마공들이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이 마공들을 누가 창조했는가는 절대 알려져선 안 된다.

만에 하나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모든 책임은 자신이 져야만 했다.

“때문에, 이것을 배우는 즉시 너희는 나와 같은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물론 책임은 내가 지겠지. 그러나 상부에서 봤을 때, 나나 너희나 똑같은 족속에 불과할 것이다.”

야차들이 침을 삼켰다.

양백호의 눈에 힘이 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희에게 이 마공들을 배우게 하려는 것은,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너희도 알겠지만 당금 본교는 몹시 어지러운 상황이다. 언제, 어떤 식으로든 괴이한 사건에 엮여 피를 보게 될 수 있다. 죽을 수도 있어.”

“…….”

“나는 평생을 무사답게 살았다고 자부한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은 채 이곳에 도달했다고 자부한다. 권력을 손에 쥘 기회는 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 모든 것을 거부한 것은 내가 마인이고 무인이기 때문이다.”

위험하다면 위험한 발언이었다. 말인즉, 당금 수뇌부 대다수가 타락한 마인이라는 뜻이니까.

실제로 많은 마인이 그렇게 생각했으나,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양백호는 지금 그가 내보일 수 있는 가장 깊은 진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야차들 역시 그의 진심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혈마인 양백호의 꼬장꼬장한 자존심을 모르는 마인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에야말로, 나는 내가 있을 자리를 찾았다. 내 인생을 걸 곳이 생겼어.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부대에 도달했다. 그것이 바로 야차사령이다.”

“…….”

“마공을 선택할 기회는 없다. 이미 각주들이 너희 개개인의 특성과 실력을 파악했고, 그에 맞는 마공들을 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전에, 결정적인 선택권만큼은 너희에게 있다.”

“…….”

“이 마공들을 배우지 않을 사람은 연무장 좌우 벽으로 물러나라.”

마공을 배울지 말지에 대한 선택권.

이렇게 다 불러 놓고 물어보는데, 실제로 그런 마음이 있다 한들 배우지 않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요해진 연무장.

잠시 후,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질문이 있습니다.”

손을 든 사람은 삼각의 일 조장, 양건이었다.

양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하게.”

“만약 마공을 배우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이미 상위의 마공을 익혀서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 그저 쓸데없는 분란에 빠지기 싫다는 의미로 배우기 싫다는 사람이 있다면, 내 힘이 닿는 한에서 다른 부대나 조직으로 보내 주겠네.”

야차들은 깜짝 놀랐다.

양백호가 고개를 저었다.

“배우지 않고 함께할 수는 없다. 마공은 다른 어떤 무공보다도 먹이 사슬 관계가 철저해. 배우지 않은 채로 배운 이들과 같은 수준의 단합력과 무위를 선보이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맞는 말이다.

때때로 보다 저급한 무공으로 드높은 경지를 개척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양백호가 그러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노력과 경험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재능이 출중해야 하며 그만한 운도 따라 줘야 했다.

모두가 수준 낮은 무공으로 무도의 극에 이를 수 있다면, 왜 고급 무공을 손에 넣기 위해 혈안이 되겠는가.

양건이 말했다.

“결국 사령부에 남느냐, 마느냐의 선택이로군요.”

“정확히는 진정 목숨을 거느냐, 마느냐의 선택이겠지.”

양백호는 투명하게 말했다.

“이 마공을 익히는 순간 너희는 칼날 위를 거니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실수로 삐끗하는 순간 그대로 베여 죽고 마는 길로 가는 것이야.”

“…….”

“배우지 않겠다고 하여 억지로 익히게 하거나 죽이는 등의 끔찍한 행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절대 걱정하지 마라.”

양건이 웃으며 말했다.

“령주님.”

“말씀하시게, 일 조장.”

“좀 싸가지 없는 말인데, 해도 됩니까?”

귀창이 엄한 눈으로 양건을 쏘아보았다. 헛소리했다간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양건은 찔끔했지만, 양백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시게.”

“솔직히 사령부로 온 사람 대다수가 잃을 게 없는 빈곤한 놈들 천지 아닙니까.”

야차들 사이에서 피식하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양백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솔직히 나도 그렇다네. 좌천된 거거든.”

“이미 우리는 칼날 위를 살고 있습니다. 아닌 말로 윗분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칼질하기 시작하면 저항도 못 해 보고 당해야 하는 삶이지요.”

양건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언제 성공해서 그런 마공을 익혀 보겠습니까? 우리는 약할지언정 멍청하지는 않습니다. 조금 껄끄럽기는 해도, 이런 기회를 박찰 만큼의 바보가 어디 있습니까?”

“그건 자네 생각이지. 이것은 기회이지만 동시에 독약이기도 하네. 모두가 자네 같지는 않아.”

“내원 소속이라면 모를까, 이걸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는 놈들은 바보지요.”

양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익힐 겁니다.”

양백호가 다른 야차들을 둘러보았다.

“삼각 일 조장의 말에 괜히 흔들리지들 마라. 사람 생각은 전부 달라. 자신의 안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코 비겁하거나 못난 짓이 아니니 아무 걱정 말고 빠지도록 하게나.”

그 말을 끝으로 양백호는 뒷짐을 진 채 연무장을 내려다보았다.

일각, 이각.

시간이 흘러 반 시진이 되도록 양백호는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말 없이 야차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때, 야차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손들 필요 없네. 빠지고 싶다면 어서…….”

“이십 년 동안 했습니다.”

“음?”

“이십 년 동안 고민했습니다. 더 강해질 기회가 없는지.”

“…….”

“조장들은 몰라도 말단들은 압니다. 우리는 강함에 목말라 있습니다. 이유는 제각각 다르겠지만요.”

“…….”

“우리 모두, 새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야차가 무릎을 꿇었다.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모든 야차가 무릎을 꿇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곳 사령부에서 강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양백호의 얼굴에 격동이 일었다.

그는 최소한 오십 명 이상의 이탈을 생각했다. 많으면 백 명까지도 이탈할 수 있을 거라고 보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누구 하나 빠지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눈치를 보는 사람이 없나 싶었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눈빛과 기세만 보면 모두가 한마음 한뜻인 것 같았다.

‘고맙다.’

그는 속으로 야차들과 각주들에게 감사를 건넸다.

각주와 조장들이 부대원들을 잘 대해 주지 않았다면 절대 이런 광경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양백호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공 전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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