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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 외전-103화 (753/774)

외전 103화. 검은 악마의 후예 (3)

이천상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마공들은 총 세 가지였다.

혈화마공, 천금마공(天禁魔功), 그리고 적봉진명마공(赤鳳震鳴魔功)이었다.

혈화마공은 혈강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마공이고 천금마공은 폭혈마공, 그리고 적봉진명마공은 두 무공과 나머지 기본 마공들을 뽑아 와서 만들어 낸 새로운 무공이었다.

혈화와 천금은 이천상이 뼈대부터 대부분 완성했지만, 적봉은 양백호와 율적산, 귀창이 머리를 맞대어 골조를 완성한 마공이었다.

비록 이천상만큼 안목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마공을 분해했는지 옆에서 전부 보고 배운 차였다. 거기에 삼 인분의 경험과 지식을 더하니 이천상과도 궤를 달리하는 독창적인 안목이 갖춰졌다.

다시 조합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거기서는 이천상도 많은 부분을 도왔다. 애초에 마공 세 개를 창안하겠다고 만든 것이 이천상인 만큼, 폭혈과 혈강을 분해한 것은 그의 몫이었다. 당연히 감독, 진두지휘하는 쪽도 그였다.

도헌 역시 간간이 찾아와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지적하거나 좋은 의견을 내 주었다.

실질적으로 이천상과 양백호를 주축으로 하고, 율적산과 귀창이 신선하고 과감한 해석을 덧붙여 만든 마공이 적봉이라 할 수 있었다.

무공이라는 것이, 여럿이 붙어서 만든다고 아무나 다 창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최고급 마공을 만드는 일이란 일대종사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운도 좋았지만, 이천상이라는 규격 외의 존재가 그것을 가능케 하였다.

그렇게 야차들은 세 가지 마공을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익히게 되었다.

“괜찮겠는가?”

“무엇이 말입니까?”

양백호가 한숨을 쉬었다.

“천금마공 말일세. 아직 미완성이지 않은가.”

그렇다.

천금마공은 완성되지 않은 마공이었다. 물론 불완전한 마공이라 한들 혈강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지라, 당장 익혀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천상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차피 육 성(六成) 이상 진입하지 못하면 후반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렇긴 하네만.”

실제로 양백호와 각주들은 야차들에게 모든 구결을 개방한 것이 아니었다.

전반부의 구결을 알려 주고 내공 운용법을 익히게 한 뒤, 후반부의 내공 운용법은 직접 운기를 유도해 길을 외우도록 만들었다. 예외로 천금마공은 후반부 구결이 미완성이라 아직 운기법조차 가르치지 않았지만.

그것은 일종의 보험이었다. 야차들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무공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진기도인을 통해 후반부 구결을 유추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구결을 만들 수는 없다. 그리고 후반부 구결을 모르는 타인은, 이 마공들을 익혀도 절반의 성취에 그칠 것이다.

“한데 내 생각에는 포(包)자 결을 뒤에도 붙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보는데.”

이천상을 대하는 양백호의 태도는 제법 신중했다.

다른 데에서는 몰라도 무공을 창조하는 데에서만큼은 양백호도 이천상을 따라가지 못한다. 아니, 당금 신교에서 이천상만큼의 창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디 신교에만 그럴까. 전 무림을 뒤져 봐도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만큼 훌륭한 천재 앞이니만큼 양백호도 배우는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었다.

이천상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단순히 구결 상태만 보면 령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한데?”

“그게…….”

양백호는 조금 놀랐다. 이천상답지 않게 말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말에, 양백호는 더더욱 놀랐다.

“설명이 안 되는군요. 왠지 포자 결을 이대로 녹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것을 직감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

직감.

뛰어난 이성과 깊은 어휘력을 지닌 이천상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다.

‘직감이라.’

직감이라는 것은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을 뜻한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그것은 감정이 아니지만, 또한 감정의 선과 맞닿아 있는 설명키 어려운 감각이다.

양백호의 표정이 묘해졌다.

‘확실히 달라졌다.’

과거 처음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이천상은 그렇게나 많이 변해 있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 발언 또한 이천상이 크게 변화했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감정에 서툰 이천상은 애매모호한 말 따위는 입에도 담지 않았다. 논리적으로 확신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확률과 가능성을 입에 담았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양백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자네를 믿네. 내 걱정하지 않겠네.”

그가 힐끔 창밖을 바라보았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달이 밝았다.

“이각주와 삼각주는 아직도 야차들을 봐주고 있는 모양이군.”

연무장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전혀 줄지 않았다. 야차들을 봐주면서 또한 스스로도 많이 배우는 듯했다.

반면 이천상의 가르침은 깔끔했다. 애초에 창안한 사람이 그였기 때문에, 그의 가르침을 받은 야차들은 숙소로 돌아가 운공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술 한잔할 텐가?”

“천금마공을 완성해야 하지만, 명령이시라면 마시겠습니다.”

참 많이 변했으면서도, 이천상답다는 생각이 드는 한마디였다.

양백호가 웃으며 술병을 꺼내 왔다.

“사람이 말이야,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주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으면 점점 시야가 편협해지기 마련이라네.”

“그렇습니까.”

“자네는 안 그럴지 모르겠지만, 보통은 그래. 그럴 때는 이처럼 다 내려놓고 한잔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잔을 채운 두 사람이 시원하게 술을 마셨다.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음미하던 그가 문득 이천상을 똑바로 보았다.

“고맙네, 일각주.”

이천상의 얼굴에 의아함이 일었다.

양백호가 그의 잔을 채워 주며 말했다.

“야차들에게 전수하기 직전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네. 하나 그 이전에, 자신이 직접 만든 무공을 이 많은 사람에게 전수하겠다는 생각은 쉽게 못 하는 것이지.”

“그렇습니까?”

“당연히 그렇지 않겠나? 일인비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야. 고생해서 만든 것을 마음에 드는 한 사람이 아닌 모두에게 전수하겠다…… 쉽게 할 수 없는 생각일세.”

이천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차들이 강해져야 저도, 령주님도 좋은 것 아닙니까? 우리의 생존 확률도 올라가고요.”

“허허, 그렇지.”

“고생해서 만들었으면 제대로 써먹을 생각을 해야지, 꽁꽁 안고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양백호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천상의 그 말은, 정말이지 통쾌하면서도 씁쓸한 것이었다.

그렇다. 자신이 고생해서 만든 것을 나, 혹은 모두를 위해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이천상은 ‘나눔’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나눔의 본질은 곧 내가 고생하더라도 남을 이롭게 하는 마음, 혹은 내가 손해를 볼지언정 남들의 어려움을 개선해 주려는 마음이다.

실제로 이천상이 그런 마음을 가졌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감정이든 합리든 간에 그의 말마따나 마공을 나눠 주는 것은 곧 모두를 위한 일이었다.

이천상은 그것을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월감에 젖지도 않는다. 그저 올바르다는 판단이 섰기에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전수하는 바보는 아니다.’

야차들이 아니었다면 절대 유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새 이천상은 자신만의 독특한 성격을 지닌 인간으로서 변화하고 있었다.

양백호는 그의 변화가 무척 보기가 좋았다.

“어쨌든 요 몇 달간 고생이 많았네. 자네 덕분에 야차들이 힘을 얻게 되었으니, 수장으로서 고맙군.”

이천상은 대답 없이 양백호의 잔을 채워 주었다.

그 외에도 두 사람은 여러 대화를 나누었다. 대개는 야차사령과 연관이 없는 얘기였지만, 때때로 야차사령의 진법 조합 또는 여러 상황에서의 작전 수행 방법 등을 얘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시진이 지났다.

“다 마셨군.”

“그렇군요.”

“내일을 위해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세. 오늘 대화, 재미있었네.”

“예.”

“아, 그리고.”

양백호가 탁자에 나뒹구는 문서 하나를 들고 말했다.

“오늘 아침에 상부에서 연락이 왔네. 신교육대 중 두 곳이 임무에 나섰는데, 아무래도 뒤늦게 심상치 않은 뭔가를 발견한 모양이야.”

“……?”

“흑마대(黑魔隊)와 혈마대(血魔隊)가 각기 다른 곳으로 향했는데 혹시 모르니 대기하라고 하더군. 상황을 보고 다른 육대나 사령의 병력을 파견할 수도 있다고 하네.”

“무슨 임무이기에 그렇습니까.”

“혈마대는 저 멀리 야수궁(野獸宮) 쪽에 문제가 있어서 해결하러 갔고 흑마대(黑魔隊)는 배신한 전대의 노마(老魔)들을 추적하러 갔네.”

“노마요?”

“형법당에 갇혀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어떻게든 탈출했다네. 내가 신교에 들어오기도 전이었지. 한데 지금 그들의 행선지가 발각된 모양이더군.”

“그렇군요.”

“이왕이면 사로잡으라고 하는데, 쉽지는 않을 거야. 흑마대를 보낸 이유가 있겠지. 수틀리면 죽여 없애는 쪽이 낫겠지만, 나도 정확한 사정은 모르니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애매하군.”

이천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로잡는 것보다는 죽이는 것이…….”

그때였다.

순간 이천상의 눈이 커졌다.

양백호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왜 그러시는가?”

“…….”

“일각주?”

“사로잡는다…….”

이천상의 얼굴이 멍하니 변했다.

그의 그런 표정은 처음이었다. 양백호는 깜짝 놀랐지만, 본능적으로 그를 건드려선 안 될 순간이라는 걸 알았다.

“사로잡는다…… 추격…… 찾아서…….”

일순 이천상의 눈이 번쩍였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러시게.”

이천상은 인사도 없이 관사를 나섰다. 평소 그의 언행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행동이었다.

양백호가 미소를 지었다.

“내 말이 맞지? 때로는 고개를 돌리고 다른 곳을 봐야 찾아오는 깨달음도 있는 법이라네.”

* * *

야차 모두가 마공을 숙지하고 몸에 붙이는 데에는 닷새가 걸렸다.

닷새 정도면 무척이나 빨리 몸에 붙인 셈이었다. 보통 성질이 다른 마공을 새로 익힐 때, 그 진기가 변환하는 과정이 빨라도 열흘, 늦으면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세 가지 마공이 진마공 등 각종 기본공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무공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에 언제 실전에 투입될지 모른다는 상황이 야차들의 집중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물며 평생 교도로 살아도 얻기 힘든 고위 마공을 익히고 있으니, 그 두근거림이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렇게 마공을 몸에 붙이고, 그 마공에 완벽하게 익숙해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대충 엿새가 걸렸다.

고작 열하루 만에 야차들 전원이 혈화와 천금, 적봉의 마공을 수준에 맞게 구사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백호는 개인 수련 시간을 굳이 늘리지 않았다. 개인 수련은 휴식 시간이나 수면 시간을 이용하면 될 일이다. 새로 받은 인원들도 있으니 집단 훈련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

그렇게 이십 일이 지나고.

양백호는 각주들을 소환했다.

“일이 터졌다네.”

그가 두 장의 문서를 꺼내 들었다.

“흑마대와 혈마대의 지원 명령이 떨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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