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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 외전-107화 (757/774)

외전 107화. 천재(天才)와 마재(魔才) (1)

“전원 침투라니!”

단리우가 저도 모르게 버럭 외쳤다.

주연교가 단리우의 어깨를 잡았다.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물론, 그녀의 눈빛도 단리우 못지않게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이천상이 물었다.

“전원 침투라?”

“그렇다.”

“그거면 충분한가?”

주연교와 단리우가 놀라서 이천상을 보았다.

곽소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거면 충분하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침투를 원한다면 그리하도록 하지.”

“좋아. 시원시원하군.”

“다만 이유는 알아야 한다. 작전이 있다면 설명을 바란다.”

곽소종의 입꼬리가 심술궂게 올라갔다.

“우리가 왜 그것까지 알려 줘야 하나?”

“알려 주지 않겠다면 우리는 이만 돌아가겠다.”

이천상이 몸을 돌렸다.

“가자.”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는 행동이었다. 주연교와 단리우 역시 곧장 몸을 돌렸다.

곽소종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어딜 가나?”

이천상이 곽소종을 힐끗 돌아봤다.

“아무 설명도 없는 침투는 불가하다. 충분한 설명을 해 주지 않겠다면 우리 역시 도울 수 없다.”

“지원 부대라고 하지 않았나?”

“잘 아는군.”

“지원 부대로 온 놈들이 이대로 그냥 간다고?”

“우리는 지원을 하러 왔지 명령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다.”

곽소종은 물론 그 뒤에 선 흑마대원들의 눈빛까지 살벌해졌다.

“우릴 도와주는 것. 그것이 지원이다.”

“당연히 그렇다. 그러나 지금 너는 명령을 하고 있어. 침투든 유인이든 합당한 이유라면 열 번도 해 준다. 하지만 아무런 상황 공유 없이 무작정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사양이다.”

명확하게 선을 긋는 이천상을 가만히 보던 곽소종이 한숨을 쉬었다.

“설명해 주도록 하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전부.”

“알겠다.”

“좋다.”

곽소종이 등 뒤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흑마대원 하나가 다가와 그에게 돌돌 말린 종이 하나를 건넸다.

하지만 그는 곧장 종이를 펴지 않았다.

“우리가 어떤 임무를 받고 왔는지는 알고 있겠지?”

“도주한 전대 노마 다섯을 이송하기 위해 출동하지 않았나?”

“그렇다.”

“목표는 백운산 인근. 흑마대 전원이 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랬지.”

곽소종의 얼굴에 씁쓸함이 어렸다.

“여럿 죽었다.”

이천상이 흑마대원들을 둘러보았다.

흑마대의 정원은 삼백이다. 그중 이곳에 있는 대원의 숫자는 백여 명에 불과했다.

남은 이백 명은 어디로 갔는가?

“백운산에 퍼져 있나?”

곽소종의 눈빛이 또 한 번 바뀌었다.

“어떻게 알았지?”

“남은 대원들이 다 죽었다면 우리가 올 게 아니라 더 강한 부대 혹은 압도적인 고수가 파견되었겠지.”

정답이었다.

물끄러미 이천상을 보던 곽소종이 피식 웃었다.

“똑똑하군.”

곽소종의 얼굴은 어딘가 지쳐 보였다.

대원들도 죽어 나간 판에 대주와 조장들까지 사로잡혔다. 본래의 성격을 떠나 굉장히 힘들고 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전대 노마들이 백운산에 있다고 했지만, 우리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느닷없이 수십 년 전에 도주한 노마들이 기다렸다는 듯 한데 뭉쳐 있다니,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

그렇게 곽소종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노마들이 백운산에 모여 있다고는 했지만, 그들에 대한 정보는 도주하기 전에 대한 것밖에 없었다.

하나같이 치명상을 입었다고는 하나 회복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일이 년도 아니고 삼십여 년이 흐른 뒤다. 그들이 키운 제자 혹은 손을 잡은 모종의 단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흑마대의 생각이었다.

백운산에 진입한 흑마대는 첨병으로 두 개 조를 보냈다.

뜻밖에도 첨병들은 노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백운산의 어느 협곡 쪽에 똬리를 튼 그들은 무척이나 초췌해 보였다.

“다섯 전부가 살아 있었나?”

“그렇다. 다섯 전부 살아 있었다.”

첨병들은 주변을 살폈고 별다른 위험 인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흑마대 전원이 백운산으로 진입, 그들을 포위하여 접근했다.

문제는 그때 터졌다.

“화탄(火彈)?”

“그렇다. 놈들은 화탄을 갖고 있었어. 거기서 끝이 아니야. 우리는 신교의 여느 부대와 달리 암기술, 용독술, 진법 등 암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운다.”

“알고 있다.”

“조장과 대원에게는 실질적인 무력과 경험적 차이 외에 다른 건 없다. 머리에 담아 놓은 지식은 똑같아.”

“그런데?”

“그곳에는 지극히 은밀한 진법들이 깔려 있었다. 영역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온갖 암기와 독이 뿜어져 나오는 초일류 진법이었어.”

이천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도 그 진법의 정체를 몰랐다는 뜻이로군.”

“그렇다. 누구도 몰랐지. 사실, 조심하자고는 했지만 그들이 우리조차 알아채기 힘든 진법을 깔아 놓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하다.”

곽소종이 한숨을 길게 쉬었다.

“다행히도 한 번 발동한 진법은 더는 가동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암기와 독을 뿜는 진법이라면 기관진식(機關陣式)에 가까워. 소모성이 강하니만큼, 발동과 동시에 파훼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이천상이 되물었다.

“진법‘들’이라고 했었나?”

“그렇다.”

“다른 진법이 또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군. 그래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곽소종은 이천상의 눈치에 상당히 놀랐다.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멀리서 노마들의 모습을 확인했지만, 그들이 마공을 되찾았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거리가 너무 떨어져 있었어.”

“나아가, 누군가가 그들을 도와주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겠지.”

곽소종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감탄이 일었다.

“뭐 하나 놓치는 법이 없군.”

냉정하게 생각하면 누구라도 알아챌 만한 일들이다.

그러나 훈수를 두는 사람보다 직접 바둑을 두는 국수의 시야가 제한되어 있듯, 묵묵히 얘기를 듣고 있는 이천상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백이십의 흑마대원들이 노마들의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물론 꽤 긴 거리를 유지 중이다.”

“납치된 이들은?”

곽소종의 얼굴이 미미하게 굳었다.

“솔직히…… 납치가 된 건지 이미 당한 건지 확신할 수가 없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이천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죽음을 직접 본 게 아니라면, 우리는 그들이 아직 살아 있으리라 판단했다.”

“뭐?”

이천상은 조장들과 나누었던 얘기를 꺼냈다.

곽소종의 얼굴에 놀란 빛이 어렸다.

“목씨…… 목가라…….”

“물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 뿐, 확신할 수는 없다.”

“그래, 그렇군.”

곽소종이 탄식을 토해 냈다.

“우리도 충분히 알아보고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인데.”

“명령받은 즉시 파견된 흑마대와 우리는 다르다.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이 충분했다.”

“위로인가?”

“자괴감 같은 쓸데없는 감정으로 힘 빼지 말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다.”

이천상의 눈을 보던 곽소종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 말이 옳다.”

뒤에서 이천상을 보던 주연교와 단리우는 내심 크게 놀랐다. 설마하니 이천상의 입에서 자괴감 같은 단어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상대와 자연스럽게 공감하지 않고서는 꺼낼 수 없는 말들이었다. 그들은 새삼 이천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실감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 침투하길 원하나? 어떤 이유에서 침투하길 원한 것이지?”

곽소종이 종이를 펼쳤다.

꽤 커다란 그 종이는 백운산과 그 주변 지형을 담은 지도였다.

“이곳 작은 봉우리가 바로 우리 앞에 있는 저것이다. 저 봉우리 뒤, 우측으로 넘어가면 협곡이 있지. 노마들이 있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이해했다.”

“목표물과 오 리(五里) 정도 떨어진 곳을 대원들이 에워싸고 있다. 지형 때문에 원진(圓陣)을 형성하진 못했어.”

“협곡 상부, 수직으로 내려오는 길이 막혔군.”

“잘 보았다. 우리는 바로 그곳으로 침투할 생각이다.”

“위험할 텐데. 노마들은 과거 전투 부대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우리를 맞기 위해 기관진식까지 펼쳤다면, 자네들이 침투하려는 곳에 가장 위험한 진식을 구축해 놨을 가능성이 커.”

“그렇다고 자네들에게 가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나름대로 책임감이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책임감도 책임감이지만, 그곳을 뚫고 들어가면 곧장 목표물이 있는 곳으로 향할 수 있다. 대주와 조장들이 실종된 판국에 목표물까지 도달할 수 없다면, 흑마대의 체면이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이곳이다.”

곽소종이 가리킨 곳은 협곡의 가장 우측 지점이었다.

“이곳에 수풀이 우거진 샛길이 있다. 이곳으로 돌파하여 노마들의 시선을 잡아 주길 바란다. 우리는 그 즉시 협곡 상부에서 하부로 치고 내려가겠다.”

곽소종이 이천상을 보며 말했다.

“이제 이해가 다 되었나?”

이천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시간은?”

“충분한 준비가 된 연후에 움직이면 된다. 준비되면 말하라. 맞춰 들어가겠다.”

마음이 급해도 보통 급한 게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충분한 준비를 하라는 것을 보면 과연 조장 자리는 그냥 딴 것이 아니었다.

이천상이 몸을 돌렸다.

“준비가 완료되면 말하겠다. 세부 작전은 준비 후 확인하도록 하지.”

세부 작전이란 대주와 조장들에 대한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곽소종이 등을 돌린 이천상을 향해 말했다.

“일각주.”

이천상이 곽소종을 돌아보았다.

곽소종이 고개를 숙였다.

“미안했다. 다소 날이 서 있어서 과하게 반응한 것 같다.”

“이해한다.”

“그래.”

“한 시진이면 충분할 것이다. 나중에 보도록 하지.”

* * *

“후우우.”

숨을 몰아쉰 유이상의 눈에 강렬한 기운이 어렸다.

목장백의 몸을 살핀 소공이 한숨을 쉬었다.

“준비는 다 됐냐?”

“얼추 다 됐습니다.”

“사 조장 숨넘어가기 직전이다. 이제 시작하면 되는 거냐?”

유이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마들의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더는 지체하기 어렵겠습니다. 곧장 치고 들어가도록 하지요.”

“좋아.”

소공까지 봉인된 내공을 풀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유이상의 마기가 소공보다 아래였기 때문에 풀 수가 없었다. 물론 현격한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소공보다 우위라도 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자, 그럼.”

유이상의 주먹에 은은한 마기가 실렸다.

소공이 목장백을 둘러업었다. 목장백의 입에서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갑니다.”

“그래.”

퉁.

유이상의 주먹이 벽면에 닿았다.

강하게 후려치지 않고 서서히 밀어 내듯 지른 것이 전부였다.

쩌적!

주먹에 닿은 돌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유이상이 마기의 출력을 올렸다.

우우우웅!

실금이 간 구석으로 파고든 흑영마기가 일순 벼락처럼 수직으로 치고 올라갔다.

콰드득! 쿠르르릉!!

일자로 무너지는 벽면.

빨리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피던 유이상은, 순간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목장백을 업은 소공이 유이상의 앞을 보고 욕설을 뱉었다.

“젠장할.”

세 사람 앞에 한 명의 노인이 곰방대를 물고 앉아 있었다.

다섯 노마 중 하나, 허공의 입에서 짙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대단한 아해들이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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