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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 외전-109화 (759/774)

외전 109화. 천재(天才)와 마재(魔才) (3)

“저자들이로군요.”

“그렇군.”

샛길을 따라 올라온 야차일군이 넓게 퍼졌다.

일 조부터 칠 조가 앞으로, 나머지 조는 후방에 서서 진형을 형성했다.

허필의 얼굴에 긴장이 드리워졌다.

“저 늙은이들, 강합니다.”

백 장이나 떨어져 있었지만, 드리운 살기와 고요한 마기는 분명 대단한 것이었다.

내원의 초고수급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육대주급은 충분히 넘었다. 내공을 전부 방출하지 않았는데도 기의 밀도가 대단했다.

“천천히 이동한다.”

말을 끝낸 이천상이 여유롭게 걸어 나갔다.

마치 산보라도 나온 듯한 움직임이었다. 그 뒤를 야차들이 따랐다.

유이상의 눈이 흔들렸다.

‘안 돼.’

흐르는 마기를 보면 분명 신교의 부대였다. 경황이 없어서 어떤 부대인지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다만 아무 준비도 없이 걸어오면 위험한 게 확실했다. 유이상이 외쳤다.

“다가오지 마시오!”

말을 끝맺자마자, 유이상은 당황했다.

거칠게 내지른 목소리가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반향되어 울린 것이다.

이름 모를 부대를 향해 전달되어야 할 목소리가 안으로 뱅뱅 도는 듯했다. 필시 저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

소공의 눈이 흔들렸다.

“기막…….”

전음에 능통한 고수가 막대한 내공을 소모해 기의 막을 두르는 수법으로, 내부의 소리와 진동을 철저하게 억제한다.

방법은 단순하지만,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고등의 기술이었다. 당장 육대주 중 하나인 소공조차 이토록 섬세하고 광범위한 기막을 두르는 건 불가능했다.

소공은 함광을 바라보았다.

불같은 눈으로 야차일군을 노려보는 함광의 몸이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이 기막을 친 고수가 누구인지를 알려 주는 대목이었다.

‘엄청난 내공이다. 대체 어디서 이런……?’

그때였다.

오십여 장까지 거리를 줄인 야차일군이 진군을 멈추었다.

목진강과 함광, 허공은 여전히 이천상을 노려보고 있었다. 눈빛만 보면 당장 뛰어들어 일격을 먹일 것만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가만히 그들을 주시하던 이천상이 허필과 주연교를 불러 함께 걸어갔다. 야차일군은 주둔시켜 놓은 상황이었다.

“…….”

고요한 이동이었다.

함광의 기막 때문에 이천상 일행에게는 아무 기세도, 소리도 전해지지 않았다.

그렇게 이십여 장 거리가 남았을 때.

목진강, 함광, 허공의 눈이 반짝였다.

유이상은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기분을 느꼈다. 타고난 본능이 위험 신호를 감지했다.

“안 돼!”

그 순간, 이천상은 멈추었다. 이천상이 멈추니 허필과 주연교도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시기적절해, 순간 유이상의 외침이 전해졌다고 착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천상은 유이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가 연마한 금강야차마공은 최고급 마공이었지만, 지금 수준으로는 기막을 뚫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리나 기세를 읽기 힘들었다.

다만 이천상을 멈추게 한 것은, 그 자신이 지닌 눈치와 두뇌였다.

“강하군.”

허필이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기막을 저 정도 너비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내성의…….”

“넓고 깊어. 기관에 대해서는 배워 보지 못해 범위까지는 모르겠군.”

“예?”

주연교가 물었다.

“이 앞으로 기관진식이 깔려 있나요?”

“그럴 거라고 본다.”

이천상의 손이 저 왼쪽 끝에서 오른쪽 절벽 아래까지 쭉 움직였다.

“저기서부터 저기까지다. 마치 금이라도 그어진 것 같군.”

“어떻게 아셨어요?”

주연교는 이곳에 기관진식이 깔려 있다는 걸 확신했다. 이천상의 안목을 누구보다도 신뢰하기 때문이었다.

다만 궁금했다. 어떻게 알아보았는지.

이천상이 나무와 작은 바위들, 그리고 대지에 새겨진 미세한 금과 살짝 튀어나온 나무뿌리들을 하나하나 가리켰다.

“그냥 보면 이상할 게 없지만, 하나같이 위치가 절묘해. 마치 거대한 원형 팔진도를 길게 늘어트려 놓기라도 한 듯하다.”

허필과 주연교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두 사람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별다른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고 위치가 절묘하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천상이 턱을 쓰다듬었다.

“노마들의 실력은 대단하다. 그런데도 기다리고 있었으니, 굳이 손 쓸 필요도 없다는 뜻이겠지.”

“아.”

“기관진식을 배운 흑마대원들도 목숨을 잃었다. 보통 대단한 기관이 아니야. 다만 철제 구조물로 만든 기관이 아닌, 진식(陣式)을 기반으로 한 공부이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잘 살핀다면 어떻게든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이 주변에 기관진식이 깔려 있다는 걸 예상했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걸 알고도 발견하지 못한 허필이나 주연교는 바보라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심지어 흑마대는 알고도 어디에 어떤 진식이 깔렸는지 추측조차 하지 못했다.

허필이 혀를 내둘렀다.

“정말 어마무시한 눈치입니다.”

주연교가 질책 어린 눈으로 허필을 보았다.

“군장님께 그게 무슨 무례야.”

“그냥 넘어가 주시잖아. 칭찬인데도 뭐라 그러냐.”

“하여튼.”

적을 앞에 두고도 이런 여유를 보일 정도면 두 사람도 보통 강심장은 아니었다.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던 이천상이 눈을 감았다.

“잠시 살피겠다. 저쪽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최초의 일격은 두 사람이 막아 주길 바란다.”

“예?”

이천상은 말없이 야차마공을 끌어 올렸다.

우우우웅!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금빛 마기가 주변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공기를 희롱하며 불타오르던 마기는 순식간에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미약한 금광을 발하는 마기가 이천상이 가리켰던 나무뿌리, 바위 등을 순식간에 훑고 지나갔다.

“저놈 저거 뭐 하는 거지?”

허공이 눈살을 찌푸렸다.

“기관진식을 알아챈 것 같은데. 대단한 눈치로군.”

“그러게 말일세.”

“한데 마기로 뭘 하는 건지 모르겠어. 기막 때문에 기운의 특성을 읽기도 힘들군.”

함광이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기막을 펼친 자신을 탓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때, 목진강이 말했다.

“대단한 마공이다.”

“음?”

“신교칠대마공에 비해도 손색이 없어. 젊은 놈이 저 정도 마공을 다룰 줄이야.”

함광과 허공은 깜짝 놀랐다.

신교칠대마공은 그들 시대의 마인들이 꿈에라도 얻고 싶어 하는 최고위 마공이었다.

천마신교를 대표하는 마공은 시대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물갈이가 되었다. 뛰어난 마공이 모습을 드러내면, 누군가가 또 새로운 마공을 창조해 내 기존의 것을 누르거나 자리 하나를 더 만들어 마공 간의 위계를 만들었다.

물론 신교에는 칠대마공을 제외하고도 그에 모자람이 없는 마공들이 있었다. 대개 마왕들의 마공이 그러했다. 칠대마공을 익혀 마왕이 된 사람도 있지만, 깨달음으로 일인비전의 마공을 만들기도 했으니까.

목진강이 소공에게 물었다.

“여전히 일곱 개인가?”

소공이 눈살을 찌푸렸다.

“알려 줄 것 같소?”

천마신교의 정보를 외부인에게 유출하는 것은 중죄다.

목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팔대마공 이상은 되었겠군. 저 애송이가 익힌 마공은 칠대마공 어떤 것과도 달라.”

유이상의 눈이 번뜩였다.

‘신교칠대마공…… 마치 그 마공들의 특성을 전부 알기라도 하는 것 같군.’

문득 유이상은 함광과 허공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은 마공을 익히지 않았다.’

허공은 용연기환공이라는 것을 익혔고 함광은 알 수 없다. 다만 마공을 익히지 않은 건 분명했다.

하지만 저 목진강이라는 자는 마공을 익혔다. 어떤 마공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흑영마공보다는 수준이 높은 마공이다.

‘정말 이상해.’

보고서에는 도주한 다섯 노마의 단전이 회복 불가 상태로 무너졌다고 들었다.

심지어 그 보고서는 과거 형법당에서 작성된 것이었다. 형법당에서 놓쳤으니 책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적당히 조작할 만한데 그렇게 적었다는 건, 대라신선(大羅神仙)의 도움 없이는 내공 연마가 불가능하다는 뜻일 것이다.

단전이 깨졌으니, 당연히 기존의 내공도 다 소실되었을 것이다.

한데 이들은 어떤가? 여유로운 내공을 기반으로 한 막강한 기세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경지를 유추하긴 어렵지만, 내공만큼은 초절정고수 뺨을 때릴 정도로 막강했다.

‘그런 실력으로 왜 모습을 드러냈지?’

기관진식까지 펼쳐 놓은 걸 보면 신교의 마인들이 올 것을 예상했다는 뜻.

이 정도로 몸을 회복했다면 더 철저하게 숨어 사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들은 신교 전투 부대를 이끌었던 고수였다. 신교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아가 중원 천하가 두려워하는 천마신교 특유의 독기와 잔혹함까지.

‘우리는 왜 살려 놓았지?’

그때, 목진강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지금껏 보여 준 적 없던 탐욕 가득한 미소였다.

“저 마공, 정말 갖고 싶군.”

순간 유이상의 눈이 번뜩였다.

그가 천천히 소공을 돌아보았다.

“대주님.”

“왜?”

“죽읍시다.”

“뭐?!”

목진강과 함광, 허공이 유이상을 돌아보았다.

유이상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는 법도, 죽는 법도 몰라 추하게 늙어가기만 한 이 미친 늙은이에게 희롱당하느니 죽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소공의 눈이 흔들렸다.

“너 무슨 소릴……!”

“먼저 보내 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따라가지요.”

우웅!

유이상의 손에 흑영마기가 어렸다.

그 마기 위로 단호한 살기가 덧씌워져 있었다. 유이상은 지금 진심이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유……!”

파아앙!

유이상의 손이 벼락처럼 소공의 목을 노렸다.

찰나의 찰나를 쪼갠 그 순간.

파아아아악!

엄청난 속도로 돌진한 목진강이 유이상의 손을 잡아챘다.

유이상의 손날 끝에 핏물이 묻어났다. 생채기가 난 소공의 목에서 터진 핏물이었다.

목진강이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짓이냐.”

순간 유이상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세가 터져 나왔다.

마치 이 순간을 노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전대 노마들이 신교를 끌어들인 것처럼, 그 역시 누군가가 자신의 공격을 막을 거라 확신한 것이다.

그리고 준비된 한 수.

온몸에 퍼진 혈도 중 일부를 조정하여 흑영마기를 극단적으로 응축시킨 유이상이, 그 힘의 안전장치를 풀어 버렸다.

예상치 못한 발경에 목진강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콰앙!

폭음과 함께 목진강이 서너 걸음 물러났다.

이산공(移山功)의 폭발적인 힘으로도 아무 피해를 주지 못한 듯했다. 기껏해야 몇 걸음 물러나게 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유이상은 무서운 속도로 소공의 뒤로 돌아가 그의 목을 휘감았다.

“컥!”

소공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공 가득한 유이상의 팔 힘을 지금의 그로서는 풀 수가 없었다. 완강하기 그지없는 동작과 힘, 수틀리면 곧바로 목을 부러트릴 수 있는 한 수였다.

함광과 허공이 입을 떡 벌렸다.

남은 손을 재빨리 목장백의 가슴께에 얹고, 유이상이 버럭 소리쳤다.

“동작 그만! 한 걸음이라도 더 움직이면 이 둘을 죽이고 자결하겠다!”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자욱한 광기가 묻어났다.

허공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외쳤다.

“너 지금 뭐 하는……?!”

그때였다.

콰콰콰콰쾅!!

기관진식 일부가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수도 없이 많은 암기를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그 폭발은 일대의 땅을 뒤흔들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당황한 함광의 기막이 깨졌다.

소리와 기세가 오가기 시작한다.

세 노마의 귀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뚫었다.”

이천상의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전군 진군.”

파바바바박!

오십여 장 밖에서 주둔했던 야차들이 굶주린 늑대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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