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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 외전-111화 (761/774)

외전 111화. 천재(天才)와 마재(魔才) (5)

콰콰쾅!

쏟아지는 돌무더기를 부수고 쳐 냈지만, 뒤이어 떨어지는 양이 너무 많았다.

함광이 외쳤다.

“목가야!”

“물러나야겠다!”

지금까지도 사이가 나쁘지만, 이런 순간에는 손발이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

물러나야겠다고 외침과 동시에 움직인 허공이 순식간에 유이상에게 따라붙었다.

유이상의 눈이 흔들렸다.

‘엄청나다!’

굉장한 속도다. 다른 부대보다 빠르고 유연한 경공술을 지닌 흑마대원들조차 저와 같은 속도를 낼 수 없을 것이다.

허공이 손으로 유이상을 가리켰다.

순간 그의 몸을 휘감은 연기가 두 마리 용으로 변하더니 단숨에 유이상의 몸을 휘감았다.

유이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랍게도 연기에서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마치 실재하는 것 같다. 거대한 동아줄 두 가닥이 몸을 꽁꽁 묶어 가는 듯했다.

‘이럴 수가!’

세상에 수많은 무공이 있다지만 이런 무공은 처음이었다. 무공의 상식을 뛰어넘는 공부, 기환공(奇幻功)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허공이 외쳤다.

“한 놈 잡았다!”

“끌고 가!”

그때, 유이상의 눈이 번뜩이는 빛을 발했다.

쾅!

그의 몸을 휘감아 묶은 용의 몸통이 흔들리며 순간적으로 느슨해졌다.

훅!

유이상의 몸이 빠르게 지상으로 내려섰다. 이산공으로 발경을 터트려 틈을 만든 것이다.

허공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놈!”

후우웅!

회색빛 연기가 꿈틀거리며 십여 개의 창날을 만들었다.

파파파팡!

무게 없는 연기의 창들이 대지에 박히며 섬뜩한 폭음을 터트렸다.

유이상의 얼굴이 식은땀으로 젖었다. 흑영마공, 흑마영신(黑魔影身)의 은신술과 경공으로 겨우 피해 냈다. 한 방만 제대로 맞았어도 몸에 구멍이 났을 만큼 강력한 위력이었다.

‘도대체 뭐야, 이 무공은!’

보면 볼수록 기괴하기 짝이 없는 공부다. 용을 형상화한 것도 놀랍지만, 열 자루의 창을 만들어 암기처럼 쏘아 내는 기술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게다가 연기로 만든 창인데도 무게와 밀도가 높은 실제 창이 쏘아진 것처럼 대지에 깊숙이 박혔다. 박힌 창들은 또 연기가 되어 흩어지며 허공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공은 아니라지만, 천마신교의 어떤 마공보다도 신묘하고 기괴했다. 역천의 마기를 두르지만 않았을 뿐, 운용 방식 자체가 사마외도의 비술이라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파아아악!

물러났던 유이상이 다시 야차일군 쪽으로 달렸다.

파아아앙!

목진강이 유이상의 뒤로 따라붙었다.

허공만큼은 아니지만, 그 속도가 대단했다. 지금의 유이상으로서는 정면 승부는 물론 경공, 보법, 내공, 그 무엇으로도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제길!’

속이 욱신거렸다.

짧은 시간 이산공을 너무 많이 운용했다. 내공도 내공이지만, 혈도 응축을 이용한 폭발적인 발경은 신체에 강한 부담을 주었다.

‘마지막 한 번!’

그렇다고 목진강을 끌고 갈 수도 없다. 오히려 자신이 끌려갈 판이었다.

유이상이 흑영마기를 끌어 올리며 두 팔에 이산공의 힘을 집중시킬 때.

콰앙!

폭음과 함께 목진강이 그 자리에서 주춤거렸다. 유이상의 볼을 스치고 지나간 장력이 그의 전진을 방해한 탓이었다.

그 장력의 주인은 이천상이었다. 금강야차마공의 야차혈장으로 목진강을 막은 것이다.

“……!!”

유이상이 이천상을 바라보았다.

이천상은 힐끔 유이상을 보다가 다시 목진강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말 그대로 상태 확인에서 그친 것이다.

왜일까?

유이상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마냥 좋지도, 싫지도 않은 기묘한 이 감정은 전적으로 이천상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리로 오시오!”

허필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유이상이 땅을 박차 날아올랐다.

피이잉!

멋스럽게 날아올라 야차들의 진격을 피한 그가 단숨에 소공과 목장백 옆으로 내려섰다.

허필의 눈이 번쩍였다.

‘굉장하군.’

상황 판단 능력은 물론, 탄력 있는 몸놀림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진격 직전, 두 사람을 놓고 물러날 때도 놀랐지만 코앞에서 본 유이상의 몸놀림은 유독 대단했다. 평범한 동작 속에 녹아든 박자감도 인상적이었다.

‘흑마대에 있을 재목이 아닌데.’

흑마대를 얕보는 것이 아니었다.

유이상의 저 판단 능력과 신체 자체가 암살자의 그것과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훨씬 역동적으로 기동하는 부대원으로서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일 조장!”

주연교의 외침에 허필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 연기의 창이 단숨에 하늘 위로 올라갔다. 맞았다면 그대로 꿰뚫려 하늘을 날았을 정도로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이천상의 입이 열렸다.

“군랑이첩진(群狼二疊陣).”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야차들이 이 열 횡대의 진으로 겹쳐 섰다.

단단한 방어를 구축하는 진법이었다. 속공에는 불리하지만 서서히 적을 압박하는데 능하며, 특히 적의 기공을 효율적으로 막아 내는 데에 좋다.

허공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저놈들이?!’

과거 전투 부대의 수장이었던 그였다. 적 부대의 진법만 봐도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가 보였다.

‘빠르군.’

이쪽의 공격 능력을 보고 순식간에 대열을 바꾸었다.

야차들도 훈련이 잘되었지만, 특히 수장의 판단 능력이 돋보였다. 이 환경에서 교차한 횡대로 압박하기 시작하면 각개 격파는커녕 제대로 파고들 수조차 없다.

후우우웅!

허공의 손이 곰방대 끝의 연기를 움켜쥐었다.

무게 없는 연기를 맨손으로 쥐고 뽑아내니 풍성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이천상의 눈이 벼락과도 같은 안광을 뿜어냈다.

‘대단하군.’

기괴한 무공이라서가 아니었다. 끄집어낸 저 풍부한 연기 속에 드리워진 거미줄 같은 내공의 흐름이 대단한 것이었다.

저런 식의 내공 운용이 가능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세상은 넓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아니, 그렇지만은 않아.’

첨예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천상의 머리는 빠르게 굴러가고 있었다.

‘야차번에 인공적인 혈도를 만들어 내쳤던 것과 비슷한 운용 방식이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신공과 심법, 심공이 있으며 내공 운용은 물론 발출 방식, 발경 조정까지의 속도, 위력과 범위, 기공의 초식 형성 정도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방식이 존재한다.

그러나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깨달음이 있다면, 아무리 독특한 형식의 무공이라도 품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야차번에 인공 혈도를 만들어 폭혈마기를 감당했던 이천상의 방식은 허공의 용연기환공에 비해 조잡했다.

그러나 상상했던 바를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고 실제로 구현해 낸 그 방식은 실로 대단한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몇 수만으로도 허공의 내공 운용 방식을 꿰뚫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용연기환공이라는 독특한 무공이, 자신의 깨달음 속에 충분히 녹아들 수 있음을 확신한 것도 이천상의 무궁무진한 상상력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적의 내공은 자신을 가볍게 웃돈다.

그러나 내공 운용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알았으니, 그 한계점만 짚어 낼 수 있다면 확률을 뒤엎을 수 있다.

이천상이 양손을 뻗었다.

후우우우웅!

광범위한 내공 발출로 야차군의 진격을 멈추게 하려던 허공은 순간 당황했다.

‘빨려 들어가?!’

거대해진 연기의 구름이 이천상의 양손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허공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 설마?!’

이것은 가히 흡성대법(吸性大法)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은가.

물론 이천상은 흡성대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가 구사하는 무공은 소공과 목장백을 끌어당겼던 포천금마공의 수법이었다.

파아아악!

허공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연기가 이천상의 손짓에 따라 공기로 흩어졌다. 연기를 붙잡아 둘 내공이 없으니 자연스레 힘을 잃은 것이다.

“야차일군은 늙은이들의 뒤를 쫓아라.”

치잉!

이천상이 흑영쌍비 중 한 자루를 뽑았다.

“이 연기 늙은이는 내가 잡아 두겠다.”

파아아앙!

이천상이 허공에게 쏘아지고, 야차일군은 허필을 중심으로 목진강과 함광을 향해 돌진했다.

광범위한 용연기환공으로 야차일군 전체를 막으려던 허공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이천상을 보며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놈!”

훅!

이천상의 눈이 반짝였다.

어느새 허공이 좌측에서 나타나 일장을 내치고 있었다.

실로 대단한 움직임이다. 무게가 없는 깃털이 움직이듯 빠르고 절묘한 신법은 그가 부리는 연기와도 닮아 있었다.

이천상이 흑영비를 휘둘렀다.

번쩍!

시커먼 비숫날이 허공의 장력을 단숨에 반으로 갈라 버렸다.

당연하게도 쉽게 갈라질 만한 장력이 아니었다. 허공의 내공을 생각하면 이리 허무하게 두 쪽이 날 수가 없었다.

‘신병이기!’

허공은 상대가 휘두르는 비수가 무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신병이라고 확신했다.

번쩍! 번쩍!

흑영비가 빠르고 섬뜩한 움직임을 만들어 냈다.

좌우 대각으로 벼락처럼 움직이는데도 날카로움보다는 웅혼하고 막강한 압박감을 자아냈다. 비수의 예기보다는 금강야차마공의 굳건한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파바박!

서너 걸음 뒤로 물러난 허공이 곰방대를 허리에 매고 양손을 합쳤다.

짝!

손뼉이 맞부딪치며 좌우로 흩어졌던 장력이 연기처럼 화해 이천상에게 몰려들었다.

제아무리 이천상이라도 사방을 뒤덮은 연기를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이것은 순수한 내공량에서 오는 차이였다.

멀찍이서 전투를 보던 소공이 외쳤다.

“안 돼!”

훅!

회백색 연기가 이천상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허공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어렸다.

“끝났다, 이놈!”

이천상의 칠공(七孔)과 모공으로 스며든 연기는 단숨에 그의 전신 혈도로 파고들었다.

용연기환공이 무서운 이유는 연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아닌, 경지에 오를수록 연기에 강력한 중량감과 밀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허공의 동공이 은은한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쿵!

이천상의 왼쪽 무릎이 땅에 닿았다.

순식간에 몸이 무거워졌다. 체내로 침투한 연기가 강철이라도 된 듯 몸을 옭아맨 탓이었다.

실제로 무게가 늘었다기보다는 내공으로 찍어 누른 것에 가까웠지만, 이 순간만큼은 전투 불능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어라!”

화악!

벼락처럼 거리를 좁힌 허공이 이천상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때였다.

번쩍! 퍽!

허공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천상의 머리를 깨부숴야 할 오른손 주먹이 손목째로 날아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비수가 그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는데, 그 위치가 갈비의 뼈 사이를 사선으로 찍어 좌측 폐에 구멍을 뚫어 버렸다.

“커억!”

폐장이 오그라짐과 동시에 진기가 툭툭 끊어지기 시작했다.

허공의 입가에 부글부글 거품이 일었다. 피거품이었다. 한쪽 폐가 망가진 건 물론, 비숫날을 타고 흐르는 마기가 단숨에 심맥을 두들기며 무시무시한 내상을 입혔다.

하지만 허공은 고통보다도 의아함을 느꼈다.

‘대체 어떻게?!’

어떻게 용연기에서 자유로워진 것이지?

우우우우웅!

이천상의 몸에서 불그스름한 마기가 피어올랐다.

이전의 황금빛 마기와는 전혀 다른, 사이하고 날카로운 기운이 솟구치며 침투한 연기를 그대로 뽑아내고 있었다.

혈화마공(血禍魔功)이었다. 폭혈마공의 구결이 들어간 혈화마공이 거친 폭발력으로 연기에 깃든 허공의 내공을 마구 터트려 쪼개 버렸다.

정확히, 허공의 내공 운용을 파악한 이천상의 안목대로 움직여 적의 내공만 폭발시켜 버린 것이다.

“쿨럭! 이, 이런……!”

퍽퍽퍽!

옆구리를 뚫은 비수가 순식간에 겨드랑이, 명치, 목을 꿰뚫었다.

허공의 몸이 스러졌다.

단숨에 허공을 쓰러트린 이천상이 저 멀리 함광을 바라보았다. 그의 다음 먹잇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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