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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전생기 외전-114화 (764/774)

외전 114화. 배교도(背敎徒) (2)

야차일군과 흑마대 연합은 함광과 허공을 잡았지만, 목진강을 잡는 데에는 실패했다.

도주하는 목진강의 신법은 폭발적이었다. 흑마대원들이 그의 뒤를 쫓아갔지만, 곳곳에 마련된 기관진식 때문에 이십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결국 임무를 잠시 중지하고, 흑마대와 야차일군은 임시 집결지로 모여들었다.

“후우.”

오랜 시간의 운기와 대원들의 노력으로 내공 봉쇄를 푼 소공이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대주 체면이 말이 아니군. 차라리 싸우다 죽었다면 쪽팔리지나 않았을 텐데.”

곽소종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 말씀하지 마십시오. 대주님께서 돌아가셨다면 우리 모두가 죽었을 것입니다.”

끝까지 쫓아가 보복했을 거란 말이었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흑마대의 끈끈함은 보통이 아니었다.

소공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대원들은?”

“사방 경계 중입니다. 돌아가며 휴식을 취하고 있지요.”

“잘했네. 사 조장은 어떤가?”

“아직 정신을 차리진 못했습니다만 내상은 어느 정도 바로잡았습니다. 전투 지속은 불가능하겠지만, 워낙 강골이라 어떻게든 목숨줄은 붙여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산중이라 그럴듯한 치료는 불가능했다. 다행히 대원들이 붙어서 내기를 끊임없이 순환시켜 주고 있어서 고비는 넘겼다고 볼 수 있었다.

“중상자들은 하산시키게. 최대한 빨리 의방을 수소문하고 가장 가까운 지부에 연락을 취하게.”

“지부에 연락은 취했습니다. 다만…….”

곽소종이 한숨을 쉬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사상자를 이송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중상자들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호위할 대원들이 따라붙게 되고, 자연스레 전력이 경감된다.

곽소종이라고 어찌 대원들을 살리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것이 천마신교다. 임무를 완수하기도 전에 상당한 전력을 빼내는 것은 문제가 된다.

만에 하나 상부에서 이번 일로 문책하게 되면 대주인 소공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다.

“대주의 명령이야.”

“……알겠습니다.”

소공이 일어나 저 멀리 떨어진 야차일군을 향했다.

전투가 벌어진 협곡을 내려다보던 이천상이 고개를 돌렸다.

소공이 멋쩍은 듯 웃었다.

“오랜만이지?”

이천상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소공이 피식 웃었다.

“도 대주에게도 크게 예를 취하지 않는 걸 아네. 굳이 내게 그러지 않아도 돼.”

“사석에서 만나면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작전을 헤쳐 나가야 할 처지였다. 부하들이 이렇게 많은데 편해지자고 존대를 안 하면 기강이 해이해진다.

‘정말 많이 달라졌군.’

투마장 때 이후로 이천상을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때도 멀리서 구경만 했을 뿐, 딱히 대화를 나눠 본 적도 없었다.

다시 만난 이천상은 처음 봤을 때와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이렇게 보니 정말 같은 사람이 맞나 싶어질 정도야.’

얼굴 살은 당시보다 더 빠져서 날카로우면서도 굴강한 턱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무심한 눈에는 무의식중에도 은은한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으며, 체구는 예전보다 조금 더 커진 듯했다. 그러면서도 얼핏 보이는 근육은 꽉 뭉쳐서 대단한 밀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엄청난 수련의 결과가 훤히 보였다. 뛰어난 마공과 사령단의 힘이 있었다고는 하나, 고작 일 년 만에 이 정도 신체를 갖게 되었다는 건 강도 높은 단련과 더불어 끊임없는 내공 순환으로 육체의 질을 하루가 멀다고 끌어올렸다는 뜻이었다.

소공은 솔직하게 답했다.

“그때 데리고 온 목각 인형이 일 년 만에 이리 성장할 줄은 몰랐네. 실로 경이적이구만.”

“칭찬 감사합니다.”

“오? 그런 말도 할 줄 알게 되었나?”

소공의 얼굴에 흥미가 일었다.

도헌에게 듣기로 이천상의 성격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직접 보니 이건 단순히 달라졌다는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 만큼 크게 변했다.

애초에 저런 말을 할 줄 알게 되었다는 것부터가 이천상에게도 인간적인 감정이 분명 존재했다는 뜻이다. 소공 역시 알고는 있었지만, 변화된 모습을 보니 묘하게 감회가 새로웠다.

“어쨌거나.”

소공이 포권을 취했다.

“자네들 덕분에 목숨을 건졌네. 감사의 인사를 전하네.”

이천상이 마주 포권했다.

“명령을 받은 대로 행했을 뿐입니다.”

정말 사람 다 됐구만.

웃으며 이천상을 보던 소공이 이내 표정을 굳혔다.

“어떻던가?”

“무엇이 말입니까?”

“자네가 보기에 이 일, 어떻게 해결했으면 좋겠나?”

“저희는 지원 부대일 뿐입니다.”

“지원 부대도 부대야. 타 조직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보통이 아니지. 심지어 자네들은 이번 전투를 지배하기까지 했네. 본부대이니 지원 부대이니 하는 구분은 필요 없게 되었어.”

언제나 진지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 그였지만, 실제 작전에 임했을 때는 달랐다.

소공은 이번 작전에서 양 부대끼리 선을 긋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보았다. 선을 그어 봤자 피해를 보는 것은 흑마대 쪽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안목은 정확했다.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해도 좋네. 끝까지 지원 부대로서 남겠다면, 그 의견도 존중하겠네.”

가만히 소공을 바라보던 이천상이 고개를 저었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앞서, 적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겠지요.”

“숫자?”

“전대 노마 다섯을 포획, 혹은 죽이는 것이 이번 임무였지요?”

“그렇지. 가능하다면 포획,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살해.”

“나머지 둘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저들 배후에 누군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소공의 눈이 반짝였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목가라 불린 노마를 쫓는 과정에서 각종 기관진식으로 인해 흑마대원 이십여 명의 사상자가 났습니다.”

“……그렇지.”

“그전에도 이 일대가 전부 기관진식으로 가득했지요.”

“그렇다네.”

“도주한 노마가 향하는 곳은 길지만 좌우가 제법 트인 골짜기였습니다. 그 골짜기를 지나면 상당한 너비의 평야가 나오고 또 여러 개의 봉우리가 나타납니다.”

“그걸 어찌 아나?”

“외웠습니다.”

“지도를? 통째로?”

“그렇습니다.”

소공의 얼굴에 감탄이 일었다.

이천상이 말을 이었다.

“전략적으로 봤을 때, 그가 작정하고 도주하려 했다면 골짜기가 아니라 우측 산마루로 넘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지요.”

“허허실실의 전략이었다면?”

“전우 둘이 죽었습니다. 애초에 이곳에서 당할 거라고 생각도 못 한 눈치였습니다. 게다가 그자는 천마신교의 힘을 압니다. 우리 말고 또 다른 부대가 지원을 왔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기 힘들 겁니다.”

“으음.”

“말하자면 골짜기와 그 너머 봉우리에도 나름의 대처 방안, 즉 기관진식 등의 대비책이 있다는 것인데 고작 다섯 명이서 이 넓은 산 전체에 그만한 진식을 펼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사료됩니다.”

소공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역시 이천상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이천상만큼 깊이는 안 해 봤지만, 적어도 다섯 명이서 벌인 일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보았다.

이천상이 전투가 벌어졌던 협곡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놈들은 신교 병력이 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렸지요.”

“그랬지.”

“그들 정도의 무공으로는 신교의 병력을 감당하기 힘듭니다.”

“기관진식이 있었지 않나?”

“만약 부대가 아니라 교내 최고수들이 나타났다면 기관진식도 무용지물이었을 겁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래, 그랬겠지.”

천마신교 최고수는 십대마왕이다.

하나같이 마의 극한에 오른 초고수들로, 어지간한 무사 집단은 칼질 몇 번만으로 쓸어 버릴 수 있는 규격 외의 강자들이다.

그런 이들이 기관진식 때문에 임무에 실패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십대마왕이라는 직책은 단순히 무공을 넘어 오랜 강호 경험을 겪고 살아남은 이들이 올라가는 최고 명예직이었다.

이 정도로는 십대마왕 중 하나라도 죽이기 힘들다.

“그러나 그들은 본교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이 정도 일로 십대마왕급의 고수가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네.”

“삼십 년 만에 나타난 이들입니다. 그때와 지금의 천마신교는 다르지요. 이쪽 상황 역시 모를 겁니다.”

“으음. 즉, 자네 말은 이쪽에서 어떻게 나오는지도 모르는 판국에 꼴랑 다섯이서 기관진식 하나만 믿고 버티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이것이로군.”

“그렇습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한없이 십 할에 가까운 확률로 뒤를 봐주는 조직이 있을 겁니다.”

소공의 얼굴에 또 한 번 감탄의 기색이 떠올랐다.

“자네, 정말 똑똑하구먼?”

이천상이 고개를 저었다.

“중요한 것은, 대기하며 또 다른 지원 부대를 부르느냐 아니면 우리만으로 임무를 재개하느냐입니다.”

“그렇겠지.”

골똘히 생각에 잠겨 들던 소공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본대의 삼 조장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어 보았네. 그들은 우리에게 말 못 할 감정을 품고 있어. 증오하면서도 죽이긴 껄끄럽고, 그렇다고 살려서 보내고 싶지는 않아 하는 느낌을 받았네.”

“…….”

“그리고 싸움 도중, 사로잡혀 있었던 우리 셋을 다 데려가는 것이 좋지만 정 안 되면 우리 중 하나라도 데려가도 괜찮다고 하였네.”

“그렇군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쪽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 저들이 보인 행동, 대화, 무공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그것만으로 적의 의도와 전력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후, 답답하군.”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음? 그게 무엇인가?”

이천상은 잠시 목진강과 허공, 함광을 떠올렸다.

정확히는 자신을 보는 그들의 눈빛을 떠올렸다.

‘욕망.’

아직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그러나 이제 슬슬 알기 시작하는 사람의 감정.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느낌이기에 확신을 가지기 어렵고 동시에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는 무언가.

“그들은 저를 노렸습니다.”

“뭐?”

소공의 눈이 흔들렸다.

“자네를 노렸다고?”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목가 성의 늙은이가 저를 노리고 있었지요.”

“자네를 죽이기 위해?”

“죽일 생각이었다면 오직 살기만이 드러났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분명 저를 탐하고 있었습니다.”

“……자네 혹시, 목씨와 인연이 있었나?”

“전혀 없습니다. 적어도 제 기억에는 그렇습니다.”

“한데 어찌 자네를 노린단 말인가?”

“질문을 다시 해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이천상이 저 멀리 떨어져 대원들을 다독이는 유이상을 바라보았다.

“대주님과 삼 조장, 그리고 사 조장은 적의 손에 죽지 않고 납치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목가 성을 지닌 노마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음.”

“그러나 일련의 흐름을 보건대, 단순히 정 때문에 살려 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그렇게 보았네. 오히려 사 조장을 살려 달라고 했더니 냉큼 죽일 생각을 하더군.”

“대주님과 삼, 사 조장 그리고 저와의 공통점이 있습니까?”

“공통점이라면……?”

“아니면 흑마대와 저의 공통점이 있습니까? 그들이 노릴 만한 공통점 말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소공은 순간 눈을 번쩍 떴다.

“설마?”

이천상의 눈이 깊어졌다.

“확신할 수 없습니다. 십 할에 가까운 확률도 아니지요.”

“…….”

“그러나 그들이 대주님과 조장들을 살려 두고 저를 탐한 이유는 몇 가지 없습니다.”

“정보 탈취. 그리고…….”

“마공 강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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